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전 날 술을 너무 먹은 탓인지 나는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어제 뭔가 유기현을 만나는 꿈을 꾼 거 같기도 하고…
열심히 잠을 자고 있는데 전화가 온 것이다
“ 하…. ”
내 휴일을 이렇게 방해하다니 대체 누구란 말인가
[기현님]
꿈이 아니였나
혹시라도 전화가 끊길까 잠긴 목소리를 큼큼 하고는 냉큼 받았다
“ 여보세요…? ”
- “ 자고 있었어? 내가 깨웠나 ”
“ 아 아니요!! 일어나려고 했습니다!! ”
- “ ㅋㅋㅋㅋ 그럼 다행이고! 속은 좀 괜찮아? ”
“ 살짝 힘들기는 한데… 괜찮아요! ”
아침부터 듣는 유기현의 목소리는 매우 좋구나
거기다가 내 속 걱정까지 하다니
응? 잠시만 근데 이거 반말 아니야?
” 어… 근데 반말 하시네요?! “
- “ 기분 나빠? 그럼 존댓말 쓸까요? ”
“ 아뇨아뇨!!! 너무 좋아요 써주세요 반말 해주세요. ”
- “ 나는 어제 기억 못해서 선 긋나 했네. 놀랐어 베베 ”
캬… 이렇게 내 이름 불러주는 사람이 유기현이라니
너무 설렌다… 진짜 썸인건가…
- “ 오늘은 뭐할거야? ”
“ 하루종일 집콕 할 거 같아요 ㅎㅎ 집순이라서 ”
- “ 보고싶은데. “
미친다
보고싶은데…. 보고싶은데…..
나도 보고싶다 유기현….
“ 앗 ㅎㅎ ”
- “ 보고싶다고 베베 ”
“ 그으으럼…. 저희집 오실래요…? ”
핸드폰 너머로 쿠당탕탕 소리가 들린다
당황한건가?
아니 난 별다른 의미는 없고…
아이돌이잖아? 위험하잖아!!
그니까 집에서 만나자 이건데….. 좀 그런건가??
- “ 너 그렇게 아무나 집에 들여? ”
잠시 시끄럽던 소리가 끝나고 목을 가다듬는 유기현이였다
” 아니요?? 아니… 오쁘ㅡ아… 혹시 모르니까 “
- ” 잠시만 다시 말해봐 ㅋㅋㅋㅋ “
” 오쁘아악. “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아 왜 웃어요…. 안 익숙해서… ”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워서 ”
하… 내가 알았겠냐고… 아이돌한테 이럴줄….
사실 아직도 안 믿긴다
지금 전화 하는 사람이 몬스타엑스 유기현이라니
- “ 가는데 1시간 정도 걸릴 거 같은데, 먹고 싶은거 있어? ”
“ 딱히 상관 없어요! ”
- “ 알았엉. 카톡으로 정확한 집주소 좀 알려줘! ”
“ 네! ”
“ 히히… ”
유기현이 우리집을 온다니
우리집을 온대~!!
전화를 끊고 한 10분은 이런거 같다
근데 생각해보니 내 꼴이 말이 아닌데
부랴부랴 씻고 대충 화장하고 침대에 누워서 기다리고 있는데
카톡이 왔다
[기현님]
- 문 열어줭
휴 심장아 나대지마!
넌 할 수 있다 김베베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다
“ 안녕. “
우와 마스크를 써도 이렇게 잘생길 수 있구나
” 안녕하세요 ㅎㅎ… “
” 들어가도돼? “
네 그럼요 누추하지만 들어와주세요…
차마 이렇게 주접으론 못하겠고 나는 작게 끄덕였다
유기현은 집에 들어오더니 이리저리 눈으로 구경하더니
“ 집 예쁘다. 혼자 살기엔 커보이는데 안 무서워? ”
” 조금 무섭긴한데, 그래도 혼자 사니까 좋아요 ㅎㅎ 어차피 일 끝나고 오면 바로 자버려서 무서운지도 몰라요 “
” 무서울때마다 내가 와야겠네 “
이렇게 또 아무렇지 않게 플러팅을 한다
이러다가 진짜 곧 사귀겠는데….?!
” 떡볶이 사왔는데 좋아해? 술 먹은 다음이라서 힘드려나 “
” 아니요!! 저 엄청 좋아해요!!! “
내 말에 귀엽다는듯 웃으면서 머리를 살짝 헝크리는 오빠였다
와… 친구야… 나 진짜 빠진거같다…
오빠랑 둘이 쇼파 바닥에 기대 떡볶이를 먹고 있는데
뭔가 조용해서 유튜브나 보자 했다
뭐 보지~ 하다가 알고리즘에 몬스타엑스가 뜨길래
이거보자! 했는데 오빠가 부끄러워 하길래 냅다 틀어버림
“ 아 진짜 부끄러운데 ㅋㅋㅋㅋㅋ ”
“ 아니 오빠 아이돌이자느요…. ”
“ 베베가 봐서 부끄러워. 너 몬베베도 아니잖아 ”
“ 이제부터 몬베베 하려구요. ”
내가 튼 영상은 슛아웃이였다
” 와… 오빠 어떻게 춤 추면서 노래를 저렇게 불러요? “
“ 에이… 다 하는거지… 근데 노래는 인정. “
“ 뭐야 뻔뻔해 ”
영상을 보면서 새삼 느끼지만 참 믿기지 않는다
내 옆엔 유기현이 있고 난 지금 유기현이 춤 추는 영상을 본다
몬베베인 내 친구가 들으면 정말 기절할 거 같다
아니 기절 하겠다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
“ 새삼 놀라워서요. 오빠가 왜 내 앞에 있지. 꿈인가 싶기도 하고… 몰카인가 싶고… ”
그러자 오빠는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내 손을 잡더니
“ 그런 생각 안 했으면 좋겠는데… 아이돌이라고 생각 안 하고 그냥 남자로 봐주면 안 돼? ”
“ 그래도 그게 쉬운게 아니니까… 노력할게요! ”
“ 강요 안 해. 그냥 베베가 내가 좋아한다는 거 알아주면 좋겠어. ”
뭔가 진지해진 상황에 너무 어색해서 화제를 바꿔버렸다
“ 근데 오빠 엠비티아이 뭐예요?! ”
“ 나 ENTP. “
” 어쩐지 T같더라… ”
“ ㅋㅋㅋㅋㅋㅋㅋ 너는? “
” 저는 INTP요! 근데 T랑 F랑 비슷비슷해서 거의 FP에요 ㅎㅎ “
엠비티아이 이야기도 하고 여러 이야기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덧 저녁이였다
“ 벌써 저녁이네 ”
“ 시간 엄청 빨리 가네요… 안 가도 돼요? “
” 응 오늘은 스케줄 없는데, 갔으면 좋겠어? “
“ 아니요?? ”
잠시만 이거 뭐… 밤새 논다는 건가?
하… 슬슬 할 이야기 없어졌는데
이럴땐 술이 최고다
” 맥주… 먹을래요? “
” 응? 술 먹고싶어 ㅎㅎ? “
이 남자의 눈웃음은 정말 유죄다
” 음 그냥 저녁에는 맥주가 맛있으니까? “
” 그래 먹자 ㅋㅋㅋㅋ “
그렇게 나는 오빠랑 맥주를 먹게 되었다
그러다가 몬베베인 내 친구 이야기가 나왔다
” 그래서 제 친구가 엄청 심각한 몬베베인데, 맨날 직캠 보내고 영상 보고 엄청 심해요. 버블도 막 하고… 맨날맨날 채형원님 잘생겼다고 섹시하다고 ㅋㅋㅋ ”
“ 형원이가 들으면 엄청 좋아하겠는데 ㅋㅋㅋㅋㅋ ”
“ 근데 저는 오빠가 제일 잘생겼다고 생각했어요! ”
“ 내 얼굴을 보고도 몬베베가 안된게 신기한데? ”
나는 가끔 이 오빠의 자뻑을 이해할 수 없다
“ 베베야 ”
갑자기 진지하게 말하는 오빠에 나는 살짝 놀랐다
“ 네? ”
“ 우리 만나볼래? ”
고백이였다
“ 조금 힘들겠지만, 어쩌면 많이 힘들겠지만… 최고의 남자친구는 장담 못하겠다. 근데 좋은 남자친구가 될게. 힘들게 안 해보고, 물론 일반 연애랑은 조금 다르겠지. 만나는것도 힘들거고 바쁠땐 연락도 안 될 거야… ”
“ … ”
“ 근데 베베만 괜찮으면, 나는 확실한게 좋아서 넌 어때? “
나는 한참을 고민했다
나도 유기현이 좋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했던 연애와는 전혀 다를것이다
누구에게 자랑도 못할것이고
남들의 시선을 하나하나 신경 써야하고
여러가지 제약이 있을것이다
내가 말 없이 고민 하고 있으니 약간 떠는듯한 오빠를 보니
아. 이러는데 어떻게 안 받아줘
” 좋아요. ”
” 해봐요 우리. 연애! “
“ 진심이야? ”
“ 완전 진심. 오히려 오빠가 더 힘들수도 있어요. 나 엄청 집순이고 술 좋아하고 주정뱅이에 잠도 많아서 속 많이 썩일거에요 “
” 그리고 오빠 먼저 걱정해요. 저는 그냥 유기현 여자친구래~ 이정도로 끝나겠지만, 오빠는 걸리면 활동에 지장 있잖아요. 그래도 큰 결정이였을텐데, 저 좋아해줘서 고맙고 고백해줘서 고마워요 “
” 내가 더 고마워. 받아줘서… 잘할게 “
“ 으이궁 우리 햄찌 ”
내 품에 안긴 유기현은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래 이제 내 남자친구다
“ 근데 나 다 좋은데, 너 술 먹으러 갈때 옷 그렇게 입지마 ”
“ 예? ”
“ 아니… 어제 너무… ”
말을 흐리면서 얼굴이 빨개지는 오빠에 너무 웃겼다
“ ㅋㅋㅋㅋㅋ 아니 사귀기로 하자마자 단속이에요?? ”
“ 이제 남자친구니까 해도 되는거 아니야? ”
“ ㅋㅋㅋㅋㅋ아 유교보이였네 ”
“ 몰랐어? 나 엄청 보수적이야. 아무튼 안돼 알았지 ”
내 품에 안겨서 야하다며… 어쩌자며… 칭얼 거리면서
꿍시렁 거리는데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정말 헤어지기 싫었다
비록 만난지는 얼마 안 됐지만!!^^
“ 오빠 안 가면 좋겠어요 ”
“ 나 자고 가도 되나? ”
빠른 전개 쵝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