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루 컴퓨터 키자마자 글 써서 올렸더니 어느덧 4편이네요! 어느덧이 아닌가요..
늘 초심 잃지않고 글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제 아주 잠시! 였지만 1편이 초록글 끝자락에 대롱대롱 붙어있더라구요
추천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남은 분들 소중히 생각하고 있고
메일링은 암호닉 신청 하고 가신 분들한테만 해드리려구요! ㅎㅎ
그럼 4편도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나흘 정도 흘렀다. 별 다를 바 없는 생활이었다. 날마다 심심할 때면 준면을 찾아와 도끼를 붕붕 휘두르던 경수는 할머니의 사고로 읍내에 있는 병원에 잠시 머무르게 됐고, 그런 경수에게 옷가지를 전해다주려 병원에 간 것 외엔 깊숙한 산골 마을에 준면은 꽁꽁 박혀있었다. 부모님은 티비와 인터넷 없인 못 살겠다며 여러 전선을 이리 꼽고 저리 꼽아 선명한 티비가 나오게끔 만들고 박수를 쳐 보였고, 카이의 말솜씨가 늘어갈 때마다 준면에게 특이한 재주가 있다며 칭찬해주었다. 언제 늑대로 돌아갈지는 그 누구도 가늠할 수 없지만, 인간으로 변해 어느 정도의 의사소통이 가능케 된 카이를 마냥 미워하는 것 같지 않았기에 준면은 기뻤다. 하지만 부모님은 여전히, 파출소를 들락날락 거리며 카이를 받아줄 곳을 탐색하고 있었다.
“김준면! 이리 나와 봐.”
엄마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낮잠에 빠져있던 준면이 화들짝 놀랐다. 그 옆에선 회색 이면지에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던 카이가 있었고, 잠시만 이라며 방을 빠져나온 준면은 긴장된 표정으로 부모님 앞에 착석했다. 불길한 예감이 준면을 뒤덮었다. 카이를 보낼 때가, 된 것 같았다. 부모님은 이리저리, 휴대폰 메시지 창을 뒤지다가 밝게 미소지으며 준면의 앞에 액정을 들이밀었다. [ 그 아이, 언제 한 번 보고 데려가도록 하죠. ] 알지도 못하고 별로 알고싶지도 않은 열 한자리의 숫자가 적혀있었고, 카이를 데려가겠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가 준면의 눈 앞에 아른거렸다. 엄마는 경쾌하게 휴대폰을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미소지었다. 드디어 카이를 받아줄 곳이 생겼어. 하지만 부모님의 한결 가벼워진 표정과는 달리 준면의 얼굴엔 어둠만 드리웠다.
“안되요, 카이 키우게 해준댔잖아요.”
“그건 늑대로 지낼 때 얘기고. 지금 너보다 훌쩍 커버린 쟤를 어떻게 키우니, 밥도 무지막지하게 먹는 걸.”
“시내 가서 알바 뛸게요. 돈 벌어올게요. 카이 보내지마요.”
“왜 또 고집이야 얘는? 너 지금 카이 오고 나서 공부 엄청 안 하는거 알지 김준면!”
엄마의 외침에 준면은 도움을 구하듯 아빠에게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아빠는 기에 눌려 아무 말 못한 채 휴대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카이를 보내기는 싫었다. 보낼 수 없었다. 준면이 서러움에 저도 모르게 흘러내린 눈물을 거칠게 닦아내며 말했다. 엄마 말대로 쟤 보냈는데, 새 주인 앞에서 인간으로 변해버렸다 다시 버려지면 어떡해요? 막말로 카이가 지금 이대로 사람으로 살 수도 있는 거고, 언제 늑대로 돌아갈진 아무도 모르잖아요. 준면은 결국 아이처럼 꺽꺽 울음을 터트렸다. 혼란이 찾아온듯 머리를 감싸쥐는 엄마와 함께 격정적인 대화의 주제인 카이가 방에서 슬그머니 빠져나왔다. 카이야……. 카이의 얼굴을 보자 더 서러워졌는지 준면이 빨개진 두 눈에 카이의 모습을 한 가득 담았다. 잊고싶지 않았다. 사람의 모습이던, 늑대의 모습이던, 준면은 카이가 좋았다.
“카이야, 가지마. 가지마…형이 더 잘 해줄게…… 그니까 가지마 카이야…….”
“안 돼.”
“……가지마 제발.”
“카이…형아 좋아.”
자신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트리던 카이는 그저 준면의 고운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부모님은 그런 둘의 모습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았고, 카이는 가지말라는 준면의 말에 긍정의 답을 내놓지 못한 채 자신의 티셔츠를 축축히 적시는 준면의 눈물을 닦아줄 뿐이었다. 따듯한 손이 자신의 뺨을 스치고 지나가자, 준면은 카이를 꼭 끌어안았다. 네가 날 떠난다해도 별 다를 건 없을거야. 경수랑 장작을 캐러 다니고, 공부에 집중해서,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해서 그런대로 살 수 있을거야. 너도 숲으로 돌아가던지 다른 암컷을 만나던지 해서 잘 살겠지. 근데 내가 제일 무서운 건……, 니가 못된 주인을 만나서 상처받고 버려지는 거야 카이야. 눈물에 젖어 끅끅거리던 준면이 힘겹게 입을 떼자 부모님은 안방으로 들어가버렸고, 냉기가 흐르는 거실을 벗어나고파 준면은 자신보다 큰 카이를 힘겹게 일으켜 자신의 방으로 데려왔다.
“카이야.”
“응.”
“이제, 말 되게 잘하네, 우리 카이.”
“형.”
“응…?”
“울지마.”
카이는 그 말을 끝으로 준면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만히 갖다댔다. 따듯했다. 카이의 손만큼이나 그의 입술 또한. 준면은 이 놀라운 상황에 입을 다물지 못했지만, 늑대 세계에서의 일종의 표현일거라 생각해 그런 카이를 더 꽉 안아주었다. 가지마 카이야. 호흡이 가빠 입술을 떼려 했던 찰나, 카이의 말캉한 혀가 준면의 입 안으로 들어왔다. 카이야…! 놀란 준면이 카이를 밀어내자, 카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준면을 내려다보며 얘기했다. 난 말했어, 형아 좋아. 준면은 당황을 금치 못하며 입을 벌렸다.
“너, 너…, 뭔가 착각하나본데, 넌 수컷이고 나도 수컷이라고 카이야…… 우리 이럼 안돼!”
“나 원래 수컷 좋아하지 않아.”
“근데 왜 나한테…”
“그냥 형이 좋은데…, 형이 수컷일 뿐이지.”
비슷한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준면의 가장 친한 친구인 찬열도 동성애자였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징그럽게 같은 남자를 어떻게 좋아하냐고 물으면 찬열은 슬픈 미소를 얼굴에 뒤집어쓰고 대답했다. 누군 좋아하고 싶어서 좋아하게 됐냐? 그냥 좋아서, 좋아한건데, 그게 남자인거지. 꽤 담담했지만 너무나 슬프게 다가왔던 그 말을, 카이가 똑같이 내뱉었다. 하지만 둘은 그 외에도 하나의 벽이 더 버티고 서있었다. 준면은 인간이었고, 카이는 늑대였다.
“카이야.”
“…응.”
“넌 늑대잖아. 언제 늑대로 돌아갈지 모르잖아.”
“안 돌아갈거야. 안 돌아갈게.”
“안돼 그건….”
“할 수 있어. 형아 옆에 있을 거야.”
카이는 어리광 피우는 아이처럼 준면의 품에 파고들어, 절대로 늑대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 얘기했다. 그새 더 늘어버린 말솜씨 때문에, 준면이 웃음을 터트렸다. 애 하나 키운 기분이네, 말이 엄청 늘었어 우리 카이. 하지만 카이는 여전히 슬픈 눈으로 준면을 바라보았다. 형아는, 내가 수컷이라서… 싫어? 꽤 오랜 시간 동안, 짧은 카이의 질문에 정적이 맴돌았다. 대답하기가 쉽지 않았다. 분명 카이가 좋았지만, 그 감정이 사랑이라 확신하기는 힘들 것 같았다. 하지만 카이가, 자신에게서 상처를 얻어가는 것은 원치 않았기에 준면은 살짝 미소지으며 카이의 볼을 매만졌다. 아니. 카이가 너무 좋아. 형이, 카이 많이 좋아해.
창 밖에 달빛이 반짝였다. 둘의 이별이 다가옴을 알리기라도 하듯.
“준면아 일어나! 카이도 어서!”
활기찬 엄마의 목소리와 함께 아침이 밝았다. 유난히 부산스럽게 집안을 청소하던 엄마와 아빠는 곧 손님이 올거라 일러두었다. 그리고 준면은 그 손님의 정체가 무엇일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기에, 가만히 소파에 딱딱히 앉아 카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묵직한 카이가 자신의 무릎 위에 앉아 머리를 가슴팍에 부비적거리는 것도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저려오는 허벅지에도 감각이 사라진 듯 평온함이 맴돌았다. 띵―동. 경쾌한 초인종 소리와, 미소가 가득 번지는 부모님의 얼굴. 그리고 지난 날 함께했던 카이와의 짧지만 강렬했던 추억들이 영화의 필름처럼 준면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어서오세요. 이 아이가 카이인데…, 말씀 드렸다시피……”
“예, 늑대 인간이랬죠? 정말 흥미롭더라구요.”
서울대 생명 어쩌구 하는, 파출소 경찰서 아저씨의 친구 같았다. 흰머리가 촘촘히 자리잡은 남자는 돋보기 안경을 자신의 코트 안주머니에 끼워넣으며 아빠에게 명함을 건넸고, 이런 분을 만나뵙게 되어 영광이라는 말만 연신 내뱉으며 엄마와 아빠는 어쩔 줄 몰라했다. 준면이 카이의 등을 끌어안고 그의 등에 고개를 파묻자 다시 울컥, 눈물이 새어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고개를 붕붕 휘젓고 의젓하게 일어나 그 남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남자는 인자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고, 시간이 촉박한 사람 마냥 관심을 바로 카이에게 돌렸다.
“안녕. 니가 카이니?”
“……”
카이는 말없이 물음표 가득한 표정으로 준면을 바라보았다. 준면은 쓴웃음을 지으며 카이에게, 새 주인님이셔 하고 설명했다. 하지만 카이는, 모든 말을 알아들었을 카이는 현실을 부정하기라도 하듯 으르렁거리며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냈다. 당황한 듯 했지만 서울대 교수 답게, 남자는 넉살좋게 웃어보이며 낯가림이 심한듯 하다고 말을 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와 아빠가 일본에 가셨을 때 사와 아끼고 또 아껴먹던 카스테라를 큼지막하게 썰어온 엄마는 가식 가득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애가 참 똑똑하더라구요, 말도 그새 잘 배우고.”
“말이요?”
“네. 비록 우리 준면이가 하는 말 외엔 대답을 잘 안하긴 하지만… 처음 왔을 때보단 많이 의젓해졌어요.”
“흥미롭네요, 정말. 연구대상으로 딱이네요, 허허.”
“저희도 집 뒤쪽에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한 아이인데, 3억이나 주시고 참 황송해서…”
3억? 엄마의 말에 준면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이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연구대상으로 쓸 카이를 데려가기 위해 돈에 미친 부모에게 3억이나 건넸다. 준면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아빠를 쏘아보았다. 하지만 아빠는 어젯밤과 같은 표정으로 까무룩 고개를 숙였다. 엄마는 빨간 립스틱을 덕지덕지 덧바른 입술을 연신 오물거리며, 카이에 대한 좋은 점을 우수수 쏟아놓았다. 짐승 새끼 어쩌구 하며 카이를 내다버리려 했던 지난 날은 마치 자신이 아니었다는 듯, 능청스레 말이다. 준면은 구역질이 턱 바로 아래까지 차오름을 느끼며 자리를 피했고, 카이는 그런 준면의 뒤를 따르려다 준면의 ‘안 돼’ 라는 말에 몸을 굳혔다.
“따라오지마 카이야.”
“싫어.”
“…너 이제 나한테 이러면 안 되는거야 알아? 저기 밖에 계시는 분이 니 주인이라고.”
“몰라, 그런 거.”
“저리 가라니까?!”
결국 준면이 언성을 높히자, 모두의 시선이 둘을 향했고 엄마는 당황하며 이별을 준비할 시간을 달라고 얘기했다. 서울대 교수는 인심좋게 웃으며 밖에서 기다리겠다고 했고, 엄마 아빠도 그의 뒤를 따라나섰다. 집 안엔 째깍이는 시계소리만 맴돌았고, 카이와 준면 둘 밖에 남지 않았다. 처음으로 자신에게 윽박을 지른 준면에 꽤나 놀란 건지 두 눈을 깜박이던 카이가, 용기를 내 발걸음을 뗐다. 한 걸음, 두 걸음, 준면의 앞에 다다른 카이가 준면을 끌어안았다. 카이 특유의 향기가 났다. 결국 준면이 눈물을 터트렸다.
“저리가 카이야.”
준면이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며 카이를 밀쳐냈다. 방으로 도망가듯 올라가려는 준면을 따라오려는 카이 때문에, 준면이 또 언성을 높혔다. 따라오지 말라니까? 너 자꾸 내 말 무시할래? 다 알아듣는거 알아! 준면의 말에, 카이가 움찔했다. 그리고 멈춰섰다. 본드를 붙힌 것 처럼 카이의 발은 딱딱하게 바닥에 붙어있었고, 카이가 슬프게 말했다.
“형아… 좋아.”
“그래서? 어쩔건데? 나도 수컷이고 너도 수컷이야. 게다가 넌 늑대고 난 사람이라고! 꺼져, 꺼져버려. 너 때문에 공부도 안 되고 하나도 풀리는게 없어!”
자신이 스스로에게 놀랄 정도로 비수가 가득 박힌 말들을 토해낸 준면이 아예 계단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리자, 그런 준면에게 다가가 눈물을 닦아주려는 카이도 멈춰 서 버렸다. 형아… 울지마. 끝까지 자신을 걱정하는 카이에 더 서러워진 준면이 계단을 내려와 카이 앞에 섰다. 준면의 눈물을 닦아주려 손을 들어올린 카이에게 준면이 단호히 말했다. ‘안 돼.’ 그리고 카이는 늘 그렇듯이 시간이 멈춘 듯 동작을 그만뒀다.
“형아, 어젯밤에, 나 좋댔잖아.”
“그거, 거짓말이야. 너 오늘 가야되니까 그냥 해본 소리였어. 말이 돼 같은 수컷을 좋아한다는 게?”
…거짓말. 카이가 슬프게 중얼거렸다. 준면은 속으로, 차라리 이 모든 게 정말 거짓말이었음 좋겠다고 빌고 또 빌었다. 서울에 있을 시절 듬성듬성 잘 나가지 않았던 교회에 꾸준히 나가지 못한 것을 사무치게 후회했다. 하나님, 제발 도와주세요. 이번 한 번만 카이 제곁에 있게 해주세요……. 악몽같은 현실에 맞닥뜨리고 나니, 차라리 카이를 만나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짙게 묻어나오는 눈물 때문에, 호흡이 가빠졌다. 가슴을 부여잡고 소파에 쓰러지듯 앉은 준면을, 카이는 바라만 보고 있었다.
“저리가. 넌 이제부터 카이도 아니고, 그냥 늑대였다가 인간이었다가 하는 또라이가 되서 서울대에 끌려갈거야. 거기 가서 대한민국에 머리 꽉 찬 분들이 널 들여다보고 뭐라 말을 걸고, 넌 거기서 시키는대로만 하면 때깔나는 데서 자고 먹고 다 할수 있어. 잘 알아들었어?”
“몰라.”
“마지막으로 얘기할게. 사실 내 아래로 동생이 하나 있을 뻔 했는데 걔가 엄마 뱃속에서 뒤졌거든? 걔 이름이 원래 김종인이었어. 태어나면 종인이가 되는 거였는데…”
이제 너, 카이 말고 김종인이야. 준면은 그 말을 뒤로 삼키고 눈물 때문에 보이지 않는 카이의 얼굴을 또렷하게 담아내려 애썼다. 미안해 종인아. 준면이 카이, 아니 종인을 끌어안고 눈물을 터트리자 종인은 멀뚱히 준면을 바라보았다. 카이보다 종인이라는 이름이 더 마음에 드는지, 종인…, 종인… 하고 자신의 이름을 되내였다. 준면은, 이제 카이가 아니라 종인이 되었으니 훗날 찾아내기도 더 쉬울거라 생각하며 끌어안고 있던 종인의 목에서 팔을 풀렀다.
“형이 찾으러갈게 종인아. 형이…, 형이 꼭 김종인 어딨냐고 데리러갈게. 그러니까 조금만 참아 종인아….”
“나는 카이였는데….”
“이제 종인이야. 김준면 동생, 김종인. 알았지?”
“형아는 카이보다 종인이가 좋아?”
“…응.”
“그럼 나도. 카이보다 종인이가 좋아.”
웃어보였다. 눈물을 대롱대롱 매달고, 둘 다 바보처럼 서로에게 못 다한 마지막 인사를 미소로 대신했다. 어서 나오라는 부모님의 재촉에 준면은 옷을 두툼히 챙겨입고 종인을 불렀다. 신발을 꾸겨신다 말고 준면의 부름에 뒤 돌아본 종인에게, 준면이 먼저 다가가 입술을 맞댔다.
“형아…?”
“좋아해, 종인아.”
“……”
“형이 미안해.”
종인은 고개를 갸우뚱 해보였다. 아직 카이에서 종인으로 바뀐 자신의 이름도 어색했는데, 준면의 알쏭달쏭한 말들도 자신을 혼란스럽게 했다. 멀끔한 차에 오른 교수와 종인. 그리고 준면은 종인이 탄 뒷자석에서 시선을 떼내지 못했다. 형… 형아! 차가 미끄러지듯 출발하자, 멀어지는 준면의 모습에 당황한 듯 종인은 의연하게 참고있던 눈물을 콸콸 쏟아내며 까맣게 코팅된 차량의 창문을 두들겼다. 아이처럼 울고 불안에 떨다 제 풀에 지쳐 잠든 종인이 잠꼬대하듯 중얼거렸다. 형… 많이 좋아해.
갑자기 카이에서 종인이로 바껴서 조금 당황스러우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준면이가 종인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답니다.
사실 준면이도 외로움을 굉장히 많이 타던 아이여서, 태어나진 못했지만 ‘김종인’ 이라는 이름이
자신의 동생의 이름인만큼 소중하게 생각했어요.
사실 별 다른 뜻 없이 자신이 어릴적 좋아하던 만화주인공의 이름이라는 이유만으로 카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에게 큰 존재가 되어버린 카이에게
더 소중한 이름을 붙여주려는 뜻이었던거죠.
이번 편은 조금 혼란이 찾아오실까봐 이렇게 풀이도 써드렸는데, 많이 슬펐나요?
더 슬펐으면 하는데.. 어떻게 써졌는지 저도 비몽사몽 하네요 T^T
다음편도 많이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