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완결이네요! 저희 집 똥컴을 버리고 노트북으로 쓰니까 키보드가 달라 속도는 느려졌어도 글 올리기는 훨씬 쉬운 것 같아요
지금까지 늑대소년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 진심으로 감사 드리고, 이 게시물 뒤로 바로 공동경비구역 1편이 올라갈테니 많이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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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자 마자 들려온 소식은 두 가지였다. 한 가지는 경수가 영국으로 떠나버렸다는 것이었고, 다른 한가지는 엄마가 서울로 발령이 나 당분간 집을 비운다는 것이었다. 경수의 소식엔 아쉬움이 밀려왔지만 엄마가 서울로 올라간다는 일은 준면을 비롯한 아빠와 종인에게도 꿈만 같은 상황이었다. 세 남자가 환호를 내지르고 있을 동안 엄마는 미간을 잔뜩 좁히며 짐을 싸 폴랑폴랑 집을 빠져나갔다. 배터리가 방전 된 휴대폰을 빤히 바라보던 준면이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경수가 떠나기 전 남기고 간 영국의 경수가 지낼 집의 전화번호. 조심스레 낯선 번호를 누른 준면이 안정적인 수신음에 한숨을 내쉬었다.
“어, 김준면이네.”
“그래 띨구야. 영국은 어때, 좋아?”
“끝장이지. 서울보다 백배는 더 좋을거다 아마. 부럽지, 부럽지.”
밝게 붕붕 뜬 목소리를 들어보니 정말 영국은, 생각보다 살기 좋은 듯 했다. 새엄마도 매우 예쁘고 자신에게 잘 해준다고 하였고, 금발의 파란 눈을 가진 동생들도 오밀조밀 너무 귀엽고 자신을 잘 따라줘서 천국만 같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내심 자신을 친손자처럼 기른 할머니가 걱정되는지 이장 할아버지네서 잘 지내는지 알아 봐 달라고, 경수는 당부하고 또 당부했다. 준면이 건성으로 알았다는 듯 대답하자, 이젠 상처 받기 전에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경수는 국제전화 요금이 비싸다는 핑계로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아쉽다……. 준면이 까맣게 변해버린 액정을 빤히 바라보다 충전기에 휴대폰을 연결했다. 때마침 방으로 들어선 종인이 걱정 어린 얼굴로 준면을 내려다보다 물었다.
형, 무슨 걱정 생겼어? 제법 말도 늘었고 어른들께 존댓말과 예의를 갖출 수도 있게 된 종인을 뿌듯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준면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걱정은 무슨. 니가 돌아왔는데 뭔 걱정이 있겠어. 경수도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겠다, 이렇게 모든 게 다 풀릴 것 같았다. 준면은 안정적인 표정으로 두 눈을 살며시 감으며 종인을 제 옆에 앉혔다. 형. 종인이 나른한 목소리로 준면을 자신의 가슴팍에 기대게 하며 말을 건네자 준면이 꾸물거렸다.
“우리 더 이상 울지 말자고, 형아가 그랬잖아.”
“응… 그랬지.”
고분고분 제 말에 대답하는 준면을 칭찬하듯 머리를 쓰다듬은 종인이 여전히 눈이 슬퍼보인다며 준면의 눈꼬리를 위아래로 올렸다 내렸다 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난 이렇게 잘 웃는데, 형아는 아직도 이렇게 슬프다 그치. 종인이 말 하지 않아도 다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준면을 품에 끌어안자 준면이 고개를 저었다. 하나도 슬프지 않았다. 원하는대로 종인이 제 옆에 있었고, 자신과 종인을 아니꼽게 바라보는 엄마도 마음이 없었는데 마음이 무거웠다. 경수가 자신의 곁을 떠난 것도 조금 지나다보면 익숙해질 거라 믿으며 준면은 종인의 뺨을 어루만졌다.
빛나는 달빛에 둘의 모습이 비춰지고, 종인과 준면의 시선이 맞닿자 둘은 자연스레 서로를 향해 다가갔다. 아무런 미동없이 성스러운 의식이라도 치르듯 가만히 입술을 맞대고 있던 종인과 준면이 살풋 웃음을 터트렸다. 종인아 뭐해. 준면이 로봇마냥 굳어서 멀뚱히 자신을 내려다보던 종인을 향해 장난스레 묻자 종인은 옛 기억을 회상하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형아는… 그거, 싫어하잖아. 키스를 말하는 듯 했다. 그런 종인을 보고 미소짓던 준면이 괜찮다는 듯 종인을 올려다보았다.
세상은 그들을 축복하지 않았고, 냉랭하고 단호하게 안된다고 외쳤지만 둘은 상관 없었다. 어느 터무니없고 비좁은 공간이라 하더라도 둘이 함께라면 괜찮았다. 준면은 두 눈을 감고 자신을 꼭 끌어안은 종인을 바라보았다. 처음 종인을 만나 늑대 새끼, 그지 새끼, 짐승 새끼로 불리던 종인을 끌어안던 자신의 모습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옥수수를 쥐어주자 두 눈을 반짝이며 받아먹던 종인의 모습도, 3억이란 돈 아래 서울대로 끌려가 힘든 시간을 보냈을 종인의 상처와 그 새 알아버린 자신의 감정 또한, 이제 추억 속 한 조각이 되어버렸다.
“종인아.”
“응…….”
사랑해. 준면이 낮게 중얼거리자 종인이 감고있던 두 눈을 조심스레 떴다. 뭐라고? 종인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준면에게 되묻자, 얼굴이 붉어진 준면은 넓은 종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종인이 그런 준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나도 라고 답했다. 준면도 푸스스 웃음을 터트렸다. 열 여덟의 겨울은 차가웠지만 따듯했고, 매서웠지만 담담했다. 종인이 함께 있었기에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병의 악화와 갑작스런 이사도 달게만 느껴졌으며 여태껏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거라 생각했다.
서울에 있던 친구 찬열의 말대로, 준면은 처음부터 종인을 좋아하리라 작정하지 않았다. 시간을 함께 보내고 위기를 함께 넘기며 좋아한다는 감정을 느꼈을 때, 우연히 그 상대가 늑대인 종인이었을 뿐이다. 따라서 둘의 사랑에 엇나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종인아. 우리한테 있어서 걸림돌이 되는 건 어른들의 삐딱한 시선 뿐이야. 준면은 거실에서 옅게 들려오던 티비 소리가 사라지고 집에 어둠만 맴도는 것을 확인한 뒤 미소 지으며 눈을 감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완결이 허무한 감도 있지만 드디어 끝이 났어요! 후아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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