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계사회라는 룰은 꽤 재밌다. 대중은 성 씨가 대물림되지 않으면 그것이 독재의 대물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계사회가 재밌는 거다. 그리고 난 그 틀을 깼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o:p>〈/o:p>
어느 사형집행인의 일지
H; ‘그분’에 대하여
〈!--[if !supportEmptyParas]--> 〈!--[endif]--> 〈o:p>〈/o:p>
1.
삼촌만이 내가 통령이 되는 것을 도왔다. 내 어머니 이후에 권력을 이어받을 여성은 없었고 남은 사람은 나와 삼촌뿐이었다. 삼촌은 내가 통령이 되는 게 맞다며 조카인 내 옆에서 보좌했다.
삼촌은 내가 대중과 친해지기를 바라셨다. 우선 본인부터 대중과 친해지셨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o:p>〈/o:p>
2.
시간이 지나 내가 통령이 된 것에 대한 잡음이 없어졌다. 어떤 일처리든 빠르게 행했고 대중과는 거리가 있지만 원활히 소통하는 통령이 되었다. 내가 그런 통령이 된 것에 삼촌은 뿌듯해했다.
그러나 걸리는 것이 생겼다. 삼촌이 대중과의 거리가 너무 좁았다. 대중은 삼촌을 원했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o:p>〈/o:p>
3.
윤중령이 내게 재밌는 것을 가져왔다. 미군의 기밀 프로젝트였다. 전투 병사를 양성하기 위해서 감정을 억제한 프로젝트라……. 미국에서는 기밀이 새어나가 대중에게 알려지며 윤리적·도덕적 문제를 들어 이것이 중단되었다고 했다. 이것을 검토하고 있을 때 삼촌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그것을 처분하라 말했다.
삼촌이 먼저 자리를 떴고 윤중령은 내게 이 프로젝트를 실험할 적합한 자가 있다며 비밀리에 실험을 행하자고 했다. 꽤 흥미로운 내용인지라 나는 윤중령에게 OK 사인을 내렸고 윤중령은 달마다 보고서를 올렸다. 그리고 그는 대령이라는 직위를 달게 되었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o:p>〈/o:p>
4.
내 편이라고 믿을 만한 자들은 삼촌을 제외하곤 없었다. 그런 삼촌에게 브로커들이 접근한단 소식도 알고 있었다. 대중과 친함은 곧 대중을 등에 업을 수 있음을 말했다. 삼촌은 대중과 친했고 그만한 힘도 있었다. 쿠데타를 일으키기 좋은 조건이었다.
삼촌을 가까이 두고 싶지만, 그 또한 사람이다. 그 또한 권력에 눈이 멀 수 있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o:p>〈/o:p>
5.
나는 자랄 만큼 자랐고, 성장할 만큼 성장했다. 더 이상의 보좌 따위 필요하지 않았다. 프로젝트를 하는 족족 ‘윤리’라는 문제를 내세워 반대하는 삼촌과 그 세력들 때문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윤리? 대중이 윤리를 알 만큼 똑똑하다 여기는 건가. 삼촌은 본인을 대중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대중은 삼촌만큼 똑똑하지도 사리를 분별하지도 못했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o:p>〈/o:p>
6.
오랜만에 열게 된 공개 집회에서 총기 사고가 일어났다. 총구는 내가 아닌 삼촌을 향해 있었다. 여론은 삼촌을 옹호하고 걱정했다. 그리고 그 배후가 누구인가로 떠들썩했다. 도청의 80% 가량은 그 배후로 나를 지목했다. 나머지 20%도 내 쪽 세력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쿠데타가 일어나도 대중에 의해 정당화될 것이었다. 나는 윤대령을 불렀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o:p>〈/o:p>
7.
윤대령은 사건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삼촌이 쿠데타를 일으키기 위해, 대중과 여론의 힘을 얻기 위해 사고를 자작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그리고 삼촌이 삼촌의 세력과 만나는 자리를 따로 가진 사진을 입수해 뿌렸다.
언론은 연신 그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그리고 난 삼촌을 ‘쿠데타 모의’라는 죄목으로 가뒀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o:p>〈/o:p>
8.
생체실험, 이 얼마나 잔혹한 말인가. 그러나 꼭 필요한 일이긴 하다. 육체와 정신 모두 건강한 희생자가 하나 필요하다. 꼭 해야 할 일이라면 확실히 해두는 게 좋겠지. 죽어도 될 놈들 중 하나에게 실험을 한다.
나는 윤대령에게 약을 건넸다. 윤대령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딸을 통해 삼촌에게 약이 갔다는 보고를 했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o:p>〈/o:p>
9.
윤대령은 삼촌 때문에 교도소에서 폭동이 일어났다는 것과 폭동이 오래가지 않고 외려 삼촌의 세력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왔다. 윤대령의 딸이 쓴다는 일지를 보니 이미 삼촌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많은 듯 보였다.
조용히 있으라고 보낸 곳인데, 삼촌이 조용히 있지 않으면 내가 삼촌을 없애는 수밖에 없잖아요.
〈!--[if !supportEmptyParas]--> 〈!--[endif]--> 〈o:p>〈/o:p>
10.
삼촌에게 준 약이 제대로 먹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윤대령을 불렀는데 그는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삼촌은 그 약을 먹지 않았다고 했다. 윤대령의 딸은 항상 일지를 쓰고 제 방 같은 곳에 둔다고 하였는데 어느 날부터인지 그 일지를 몸에 지니고 다니는 바람에 보고를 늦게 하게 되었다고 했다.
윤대령의 딸은 곧 삼촌의 사람이 될 것이다. 나는 그녀를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o:p>〈/o:p>
11.
삼촌을 싫어한다는 교도관을 불렀다. 그에게 교도소 안에서는 사회의 직위에 상관없이 평등하고 공정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며 그를 다독였다. 그는 나를 ‘각하’라 칭하며 충성을 약속했고 감격에 겨운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런 그에게 자애로운 미소를 보였다.
곧 삼촌이 독방에 갇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o:p>〈/o:p>
12.
교도관을 통해 삼촌이 환각 증세를 보임을 들었다. 벽에 그림을 그리고 혼잣말을 하며 가끔은 소리치기도 하는 증세를 보였다고 했다.
환각 증세를 보이며 서서히 죽어가는 약이라더니. 그래도 고통 속에 죽진 않는다고 했으니 걱정 마세요.
〈!--[if !supportEmptyParas]--> 〈!--[endif]--> 〈o:p>〈/o:p>
13.
교도소 안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인질은 윤대령의 딸. 그녀는 이미 내 손아귀에 놀아났다. 나는 윤대령에게 그녀가 수술실 CCTV에서 삼촌의 사람과 한 말들, 그리고 삼촌의 독방에서 삼촌과 한 이야기들을 보여주었다. 윤대령은 내게 무릎을 꿇으며 딸을 잘못 키웠다고 말했다. 어떤 처벌도 달게 받는 게 맞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그의 딸에 대한 처벌을 직접 내리라 명했다.
이로써 그는 내게 믿음과 충성을 보일 것이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o:p>〈/o:p>
14.
서로를 죽이라는 명령이라니. 윤대령이 내린 것 치고 꽤 낭만적인 처벌이었다.
시체는 그다지 낭만적이지 못했다.
결국 내가 이겼다. 제가 이겼어요, 삼촌.
15.
민간인들에게 이상한 책자가 배부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책자는 내 손으로 넘어왔고 나는 직접 민간인들 앞에 서서 현혹되지 말라는 연설을 했다.
현혹된 자들은 이미 감시자들에 의해 총살되고 있으니.
-
암호닉
[쟈니] 님, [요니] 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