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망상 하다가 결국 여기까지 와 버렸다...ㅁ7ㅁ8
똥손주의 망작주의 그냥..주의요...
늑대소년 더쿠들에게 미안함을 전합니다...또르륵...
늑대소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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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두 달이 조금 넘었다. 할머니의 이름으로 되어 있던 별장은 손녀 은주의 이름으로 남겨졌다. 은주는 몇 년 전 보았던 그 낡고 무서운 별장이 뭐길래 할머니가 그렇게 팔지 말라고 당부하셨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할머니는 마지막 순간에도 은주의 손을 잡고 그 별장에 한 번 들러달라고 부탁을 했다.
늦은 밤, 강원도로 향하기 시작했다. 기분 나쁘고 무섭기도 했지만 꼭 가야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
끼이익- 하고 열리는 문소리가 기분이 나빴다. 자기가 공포영화 주인공이라도 된 것만 같아서 무서웠다. 손목시계를 보니 아직 새벽 3시. 어두워서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조명으로 앞을 비추며 천천히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할머니와 왔을 때와는 딱히 달라진 건 없었다.
"별 거 없잖아."
은주는 괜히 온 것 같은 후회가 밀려왔다. 이 새벽에 그 산길을 달리는 것도 무섭고 어쩌지하며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그 때 휴대폰의 조명이 꺼졌다.
"헐, 배터리 다 됐다."
은주는 멍하니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 주위를 둘러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딱 3초만 세고 밖으로 나가야겠다 생각을 했다.
"하나, 둘..."
갑자기 밝은 빛이 별장 안에 가득 찼다. 은주가 놀라 뒤를 돌아보니 허연 빛이 문 앞에 가득했다. 그리고 사람의 형체가 흐릿하게 보였다.
"누구세요?"
은주가 눈을 찌푸리고 물었다. 낯선 사람은 은주를 멍하니 쳐다봤다. 대답을 하지 않는 상대방 때문에 은주는 짜증이 났다. 플래쉬의 빛 때문에 눈도 아팠고. 은주는 낯선 사람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누구입니까?"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어눌한 말투 때문에 외국인인가 했지만 외국인은 아닌 것 같았다. 저기요, 플래쉬 좀 치워줘요- 하니까 천천히 플래쉬의 위치를 바꿨다. 무슨 용기인 지는 몰랐지만 은주는 성큼성큼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어..."
할머니와 이 별장에 왔을 때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그 남자였다. 묘한 시선으로 쳐다보던 그 얼굴을 잊을 수가 없었다. 은주는 그 남자에게 물었다.
"이봐요, 우리 만난 적 있지 않아요?"
남자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자신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
철수는 평소 때처럼 새벽시장에 나갔다 온실에서 키울 꽃씨를 사왔다. 철수는 자신이 갇혀있던 그 창고를 '온실'이라 불렀다. 순이를 기다리며 늘 책을 읽던 철수는 식물을 키우는 따뜻한 곳을 온실이라 칭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후로부터 늘 온실이라고 불렀다. 평소 때처럼 화분에 물을 주고 씨앗을 심는데 밖에서 낯선사람의 냄새가 났다. 순이와 비슷한 냄새가 났지만 순이의 냄새가 아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간절한 마음으로 책상에 놓여있던 플래쉬를 들고 온실의 문을 열었다. 낯선사람의 냄새가 점점 진해졌다. 순이의 냄새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디선가 맡아본 듯한 냄새였다. 누구의 냄새일까 한참을 생각했다. 훤히 열려져 있는 문을 힐끗보고는 플래쉬를 켰다.
플래쉬 빛에 깜짝 놀랐는지 작은 몸이 움찔했다. 철수는 낯선사람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 옛날 자신이 안아주고 싶었던 순이의 뒷모습이 생각이 났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낯선사람을 보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철수의 눈 앞에는 그렇게 보고 싶던 순이의 얼굴이 있었다.
순이를 꼭 닮은 여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누구세요? 하며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철수의 코 끝이 찡했다. 순이가 아닌 걸 알면서도 저 여자에게서 순이를 보고 있는 자신이 한심했다. 목소리조차 똑같은 눈 앞의 여자가 원망스러웠다.
굳게 다물었던 입술을 떼고 여자에게 물었다.
"누구입니까?"
몇 년을 연습해도 어눌한 말투가 고쳐지지 않아 답답했는데 이런 순간에도 어눌하게 말하는 자신이 한심했다. 눈 앞에 있는 여자가 플래쉬를 치워달라고 말하며 자신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여자를 내려다보는데 머리가 복잡해지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철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여자의 눈빛이 거슬렸다. 순이도 아니면서 왜 순이의 얼굴을 하는지, 다른 듯 하지만 비슷한 냄새를 가진 건지 이해할 수 조차 없었다.
"이봐요, 우리 만난 적 있지 않아요?"
자신을 올려다보며 묻는 여자를 보고 생각이 났다.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순이와 함께 온 어린소녀를 기억해냈다. 그리고 철수는 답답해짐을 떨쳐낼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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