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투둑.
제길, 비가 온다는 소식은 못 들은 것 같은데.
안 그래도 외로운 하굣길 비가 내려 더 슬프다.
팡, 팡. 옆을 둘러보니 다들 우산을 펼쳐 집 가기 바쁘다.
'......'
뭐, 어쩌겠어.
날씨는 춥고 걸쳐 입은 것도 없는데
마이를 벗어 머리에 대충 두르고 집까지 뛰어가기 바쁜 나였다.
너무 많이 물을 머금은 탓인지 마이는 금세 무거워졌고
결국 골목길 지붕 아래 마이에 스며든 물을 조금이라도
빼기 위해 없는 힘 있는 힘 쏟아가며 짜내고
다시 씌고 뛰어가려는 찰나.
" 우드득 "
앞에 남성으로 추정된 사람이 구석에 서있었다.
바닥엔 빗물과 섞인 옅은 핏물과 함께.
경악스러워 숨을 들이쉬자
''....
" ... 봤어? "
볹본능이 감지했다. 위험한 존재라고.
절대 가까이 해선 아니되는 존재가 분명하다.
" 운도 더럽게 없지... 들킨 나나 봐버린 너나... "
ㅍ
" 나도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을 잃는다는게 참 유감이야 "
그리고 순식간에 다가오는 송곳니와 반짝이는 눈동자에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
일어나보니 내 방 침대 위였다.
꿈을 꾼 것일까. 그렇다기엔 너무 생생하지 않았는가.
싱숭생숭한 마음을 뒤로 하고 등굣길을 마쳤다.
" 너 이름이 뭐야? 난 정수정. "
" 어, 뭐... "
자기가 말을 씹었으면 씹었지, 절대 씹힐 애가 아니였다.
자기 주장도 세고 존심도 센 애라 애써 담당한 척 하고 있는데
속으로 많이 이를 갈고 있을 것이다.
속으로 큭큭대며 생각에 잠겨 있으면
까만 그림자가 나를 덮친다
엥? 하고 위를 쳐다보면
" 윤서야, 안녕. "
ㅎ
ㅅ수줍게 나를 보며 인사를 건네는 남학생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