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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by.OZ















흙먼지 묻은 교복을 꽉 움켜쥐고 현관문을 열었다. 훅 끼쳐오는 찬기운에 소름이 돋아 잠깐 움찔했지만 티내지 않고 거실을 지나쳐 걸었다. 살짝 열린 큰방 문틈 사이로 엎드린 아빠 모습이 보였다. 당연하지만 아빠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빠는 혼자 잠들어 있었다. 떨리는 마음이 쏙 사라지자 안심이 됬다. 집은 추웠지만 한창 겨울인 바깥보다는 덜했다. 나는 내 방문을 소리나지않게 여닫았다. 침대 위로 조심스럽게 몸을 눕히자 그제서야 긴장되있던 몸이 축 쳐졌다. 오늘도 아빠를 깨우지않고 방안으로 들어오는데 성공했다. 성취감에 입꼬리를 올려 씩 웃었다가 순간 따끔하는 느낌에 싸악 표정을 없앴다. 입안에서 살짝 피맛이 돌았다. 생각해보니 허리도 조금씩 쑤셨다. 나를 이렇게 만들어놓은 우리반 개가 둥실둥실 떠올랐다. 사람을 피가 날때까지 쳐패는 놈은 정말 사람취급도 하면 안된다. 나는 교복을 벗을 생각도 안하고 그대로 몸을 둥글게 말았다. 나도 모르게 살짝 낑낑대다가 눈을 감고 이불을 덮어썼다. 잠이 올 것 같다. 오늘 새벽엔 아빠가 잠을 잘 잤으면 좋겠다. 내가 이 집에서 다시 나가기 전까지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 손가락 끝이 따끔따끔 저려왔다.







경수야.






경수야 일어나봐.



우리 경수 착하지? 옳지, 가만히 있는거야.








꿈을 꿨다. 아빠가 내 방에 처음 들어왔을때가 생각이 났다. 자는 나를 억지로 흔들고 깨워서 교복 와이셔츠를 벗겨냈다. 나는 교복 입고 자는 것을 제일 좋아했는데 아빠는 그걸 싫어했다. 교복을 입고자면 못된 사람이라고 했다. 못된 사람이 되기 싫었던 나는 아빠 말을 억지로라도 들었다. 그래서 아빠에게 교복 벗기는 것을 맡겼다. 차가운 바람이 쌩쌩 불어서 몸을 스치는데 아빠는 말없이 내 팔을 쓸었다. 아빠 손이 차가워서 그런가 밖에서 부는 바람 때문에 그런가 소름이 금방금방 돋았다. 아빠 나 추워.... 내 말에 아빠가 나를 꼭 안았다. 그렇다고 금방 따뜻해지지는 않았다. 아빠가 내 교복 바지를 벗겨서, 벗겨서, 벗겨서. 또 내 다리를 쓸었다. 그때 눈물이 터졌다. 아빠가 이상했다. 엉엉 우는 나를 데리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다리를 번쩍 들게했다. 아빠 하지마. 이상해. 하지마... 그리고 많이 아팠다. 아팠다. 나는 울었다. 아빠는 울지않았지만 나는 울었다. 엄마 엄마 하면서 울었다. 아빠는 내 뺨을 몇번 때리다가 말을 듣지 않으니 화를 버럭 냈다. 닥치지 못해! 했다. 내가 아픈데 아빠는 나보고 울지말라고 때렸다. 그리고 너무 아팠다.









*




째깍째깍 시계를 닮은 새가 울었다. 내 울음소리랑 비슷해서 번쩍 눈이 떠졌다. 새벽에 누가 들어온 것 같지는 않았다. 거울에 비친 얼굴은 피딱지가 앉아있었다. 학교에 가면 나를 이렇게 만들어놓은 그 우리반 개를 또 봐야하지만, 그래도 나는 학교가 좋다. 적어도 우리집이라던가 찬바람이 쌩쌩 부는 바깥보다는 따뜻하니까 따위의 이유때문이었다. 가방을 쑥 챙겨들었다. 아무것도 들지 않은 가방에 필통을 챙겨넣으니 철필통이 덜컹대는 소리가 꽤 유쾌했다. 오늘은 기분이 좋다. 대충 교복을 털다가 방문을 열었다. 나는 또 하루를 긴장하면서 살아야하겠지. 우리아빠는 언제 학교로 찾아올지 모르는 사람이다. 갑자기 내가 보고싶다면서, 그런 이유로 나를 끌고간다. 우리반 담임선생님은 그런 나와 몇 번 마주쳤었다. 몸을 덜덜 떠는 나와 마주쳤으면서, 내 눈을 바로 쳐다봤으면서 담임선생님은 나를 무시했다. 그냥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황급히 뛰어갈 뿐이었다. 몇 번은 우리반도 지나쳤는데, 그럴 때 마다 가끔씩 뒷문쪽에 앉은 여자아이가 나를 불쌍하게 쳐다보는것이 전부였다.

밖은 날씨가 좋았다. 마치 내 기분 같아서 살짝 웃었다. 따끔거리는 입 주위가 느껴졌지만 나는 어젯밤처럼 표정을 굳히지 않았다. 학교는 금방 도착했다. 학교가 가까워야 공부도 잘되고, 건강에도 더 좋을거라는 아빠의 말대로 우리집은 항상 내가 다니는 학교와 가까웠다. 2학년 8반 8반 8반. 솜털같은 발걸음이 쌩쌩 교실을 향했다. 난 친구가 없지만 그래도 학교가 좋다. 우리집보다 훨씬 200배는 더 좋다. 시끌시끌하고 따뜻하다. 과학시간에 배웠는데 사람에게는 온기가 있다고 했다. 하얀옷을 입은 선생님이 나한테 그랬다. 사람들을 많이 안아주라고. 아무도 너를 좋아하지 않아도 니가 먼저 안아주라고. 경수는 따뜻한걸 좋아하니까, 잘할 수 있을거라고. 하지만 아직은 부끄러웠다. 한번도 시도해보지 않았지만 언젠가 내가 정말로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내게 정말로 아빠같지 않은 사람이 나타났을 때는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이래저래 생각이 많은날이다. 까만 운동화 코끝이 교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와 동시에 툭 날아서는 교과서 하나에 눈이 시큼했다. 뭐지? 고개를 돌렸다. 어제 나를 때려서 피를 본 우리반 개가 서있었다. 파란색 명찰이 보였다. 박찬열. 그게 우리반 개 이름이다. 멍멍.




"장애인 새끼."




박찬열이 던진 교과서가 내 교복마이를 쓱 피해갔다. 일부러 그랬다는 것은 대충 알고있다. 슬리퍼를 갈아신는 내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온 박찬열이 내 엉덩이를 두어번 툭툭 걷어찼다. 아프지도 않다 이제는. 우리 경수 어제도 아빠한테 따먹히구 와쪄여? 막 울어쪄여? 박찬열의 말에 여러방면으로 흩어져있던 개들이 막 웃었다. 그래봤자 왈왈왈 짖는 소리밖에 안난다. 박찬열은 항상 똑같은 말로 나를 반겼다. 가끔은 내 입술을 툭툭 치기도 했다. 여기 좀 부었네, 왜. 좀 많이 뜨거웠니? 실실 웃던 박찬열이 반응없는 나를 툭 미는걸로 환영인사는 끝이났다. 가지런한 의자를 뒤로 끌어 앉았다. 허리가 콕콕.




"존나 재미없어. 첨엔 앵앵거리기라도 하더니."
"넌 뭐 재미볼려고 저 새끼랑 노냐? 말 뜻도 못알아듣는 놈인데."
"그니까 건들이는거야 썅. 근데 요즘엔 별 재미없어. 우리 경수가 아팠다고 막 찔찔대야 정상인데 그치?"




신고도 못할거아니야 이 새끼. 가만히 앉아 필통만 만지작대는 내 머리를 장난스럽게 때리던 박찬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 나는 우리 현정이랑 놀아야겠다! 박찬열이 좋아하는 여자애 이름은 현정이다. 연필을 꺼내들고 필통에 끄적끄적 낙서를 했다. 현정 하트 찬열. 뽀뽀도 했다. 예전에 내가 봤다.

허리쪽이 또 쑤셔왔다. 어제 박찬열이 밟은 곳이다. 화끈화끈 열도 올랐다. 칠판에 수학 공식을 찔끔찔끔 써내려가는 선생님 뒷통수가 동글동글했다. 연필을 송곳니로 꽉꽉 물다가 털썩 엎드렸다. 허리아파. 엄마 나 허리가 아파. 오늘은 과학수업을 하러 가야겠다. 예쁜 햇빛이 열린 창문으로 쏟아들었다. 책상이 따뜻했다. 얼굴을 가져다대자 잠이 솔솔왔다. 허리는 나중에 고치기로 했다. 이상한 꿈 안꾸게 해주세요. 오늘 아빠가 학교에 찾아오지 않도록 해주세요.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 해주세요. 잠이 들기전에 속으로 기도하는 것은 습관이 되버렸다. 적어도 엄마는 우리엄마는 나를 보고있을거야 하는 생각에.









*




"선생님."
"어? 어, 어 그래. 경수 왔구나. 무슨 일있니?"




허리가 아파서요... 주먹쥔 손으로 톡톡 허리를 두드려가며 교무실까지 겨우 올라왔다. 잠에서 깨자마자 울컥울컥 하는 고통에 도저히 참을수가 없어 선생님을 찾았다. 담임 선생님은 내 예상대로의 행동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내 목소리를 듣는다, 멈칫한 얼굴이 내 얼굴과 마주한다, 목소리가 살짝 떨린다.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더이상 설명할 필요없이 외출증이 손에 쥐어진다. 정 힘들면 그대로 집으로 가도 좋아. 선생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고 환히 웃었다. 선생님은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어색하게 따라웃었다. 서러웠다. 조금.

배가 고팠지만 밥을 먹고싶지는 않았다. 우리반 개들은 내가 가방을 챙기는동안 왈왈 짖어대면서 나를 괴롭혔다. 시끄러워! 닥쳐버려! 하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을 알았다. 내가 그만큼 약하다는 것은 우리반 개들도 아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입을 꾹 닫고 그냥 교실을 나왔다. 따뜻한 학교안을 나가야하는게 조금 마음에 들지않지만 그래도 과학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다. 과학선생님은 우리엄마 만큼이나 좋은 사람이었다. 멋있고, 친절했다.




삼성정신병원. 과학선생님이 있는 곳이었다. 나는 한글을 읽을 줄 알고 정신병원이 무슨일을 하는곳인지도 알고있지만 지금부터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한글을 읽을줄도 모르고, 산수도 할 줄 모르고, 영어 알파벳도 쓸 줄 모르는 아기가 되기로 했다. 나는 과학선생님을 만나러 온거니까. 과학선생님은 모르는게 없는 사람이다. 내가 아프면 귀신같이 아픈곳을 알아차렸고 고쳐주었다. 이제 아프지 않을거라고, 내 앞머리를 쓰다듬어주기도 했다. 나는 그 느낌을 제일 좋아했다. 과학선생님 손은 늘 따뜻했으니까. 나는 따뜻한 것을 좋아하니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점심시간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순간 내가 입고있는 교복이 부끄러워졌지만 아무렇지 않게 접수처로 갔다. 간호사 누나는 나를 알아보았다. 저기 조금만 앉아있어 경수야. 곧 선생님 오실거야. 간호사 누나는 예쁘게 웃었다. 줄서있는 의자에 엉덩이를 붙히고 앉았다. 허리가 찌릿찌릿하면서 아파왔지만 신경질은 나지않았다. 사람이 아닌 개가 한 짓이니까 내가 이해해야지 어쩌겠어. 어깨를 들썩이다가 싱글싱글 웃었다. 과학선생님을 기다리는동안 손장난을 했다. 다리밑으로 까만 운동화 끝도 좀 쳐다보았다.




"야."
"..."
"야."




그리고 목소리 하나가 들렸다. 고개가 반사적으로 올라갔다. 까만색 눈이 보였다. 내 눈과 마주쳤다.




"도경수."




그 눈이 살짝 웃었다. 내 이름이 이리저리 퍼져서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OZ





안녕하세요 오즈입니다!


갠홈에서만 글쓰다가 글잡에서는 처음이네여 ...!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열심히 연재하겠습니당 ㅠ.ㅠ

제목 독(獨)은 '홀로 독'자를 쓴거에요~ 외로운 경수를 표현하고 싶어서 .. T.T

경수는 자폐증과 가까운 발달장애를 갖고있어여 엄마를 일찍여의고 아빠한테 성폭행..당하고...☆

상처가 많은 경수를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당ㅠㅠ 우리경수 화이팅ㅠㅠ

아 이 글은 제가 쓰고싶을때 쓸 예정이에요!!!!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은 엄청난 힘이되지만 그냥 귀찮으시다면 떠나가셔도 좋아요 ..ㅠㅠ 정성담긴 댓글이 저한테는 더 힘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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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ㅠㅜㅠㅜㅠㅜㅠㅜㅜㅠㅜㅠㅜㅠ 좋아요ㅠㅜㅠㅜㅜㅠㅜㅠㅜㅠ 금손니뮤ㅡㅠㅜㅠㅜㅠㅜㅠㅠ 신알신할게요!!!!!!
11년 전
독자2
헐대박!!!ㅠㅠㅠㅠㅠㅠㅠ이런소재의팬픽좋아요ㅜㅜ얼른얼른다음편을보고싶은욕구가막막생기네요s2신알신하고갈게요^^*
11년 전
독자3
허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경수불쌍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 좋은픽잘보구가용~^^!
11년 전
독자4
ㅠㅠㅠㅠㅠㅠㅠㅠ백도하트ㅠㅠㅠㅜㅜㅠ 신알신하고가요 작가님도하트ㅠㅠ♡
11년 전
독자5
헐좋아요ㅜㅜㅜㅜㅜㅜㅜ잘쓰시네요 헝헝 신알신하고갑니다!!ㅜㅜ
11년 전
독자7
우와 분위기 좋아요ㅠㅠㅠ!암호닉받으시나요?ㅠㅠ!!
11년 전
독자8
헐뭐지 이런 분위기는ㅠㅠㅠ너무좋아요ㅠㅠㅠ
11년 전
독자9
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 하고가요ㅠㅠㅠㅠㅠ대바규ㅠㅠㅠㅠㅍㅍ
11년 전
독자10
헐 이거 진짜 대박이예영 와 진짜 사랑해요 와우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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