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로 그대 감사합니다.
[인피니트/다각/수사물] 제 8의 피해자 09
W.여우
단 둘이 남은 명수와 성열은 아무 말이 없었다. 조용히 가라앉은 둘 사이가 서러움으로 가득 찼다. 고요함-, 적막함-. 성열의 눈이 붉게 달아올랐다. 명수의 얼굴을 볼 수 조차 엇었다. 북받쳐오르는 이 심정을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까-, 과연 어떻게 해야 이 뜨거운 돌덩이들이 가라앉을 수 있는지-. 성열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 맞아 죽어가고 있었다. 이에 명수 또한 울먹임 가득한 표정이었다. 아무것도 이야기해주지 않겠다는 결의-. 그 속에 죽어가는 성종의 모습을 본, 끔찍한 기억들이 자리잡았다. 성열은 차오르는 눈물을 삼켰다. 뺨을 타고 흐르는 액체들이 슬퍼서, 자꾸만 닦아내었다. 성열은 조물거리던 손을 떼어, 고개를 들었다. 무릎 언저리를 돌아다니던 손은 차가운 유리와 마주했다. 탁자 위에 놓인 유리가 성열을 움찔- 하게 했다. 성열은 이내 손을 뻗어 수갑에 차인 명수의 손 언저리를 끌어당겼다. 건조하다며 항상 핸드크림, 핸드크림 노래를 부르던 명수의 실루엣이 어른거렸다. 성열은 메고 온 가방을 뒤적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핸드크림을 꺼내었다. 부드럽게 성열의 손에 안착한 핸드크림이 명수에게로 향했다. 문질문질-. 성열이 보드랍게 명수의 손을 만져주었다. 이리저리 마사지를 해 주는 것 같기도 하면서, 마지막 사랑을 나누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성열은 명수의 왼손을 다 어루만졌는지, 이내 오른 손을 잡았다. 하지만 명수는 무언가를 의식하듯, 손을 펴지 않았다. 성열이 안간힘을 써서, 그의 손을 펼치려 애썼다. 하지만, 명수는 더 강하게- 주먹을 쥘 뿐이었다. 성열이 또록- 눈물을 떨어뜨리면서도, 명수의 손을 펼치려 했다. 몇 번씩이나 시도하던 성열이 고개를 숙이고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포기한 듯 했다. 다시 고개를 든 성열은 명수에게 말을 걸었다.
"……명수야아…… 흡-, 우리 성종이…… 왜 죽인거야……? 끄윽-."
"……이성열."
"……우리 성종이는 왜…… 왜, 아니 그럼-. 그럼 그 많은 사람들은 왜 죽였어…… 응? 그것만 말해줘…… 왜-, 왜 그렇게……, 흐윽, 왜 그랬어-. 너, 너 아이들 참 좋아했잖아, 근데 대체…… 대체 왜…… 흐으으윽-. 아윽, 끕-. 명수야아……, 제발……."
"……내가, 내가 안 죽였어. 그 여자들도 내가…… 안 죽였어."
"거짓말 하지마……, 성종이가 나한테 지문을 보여줬어-. 네 지문이라고 분명히 그랬어. 그리고, 네가 스스로 범인이라고……, 그랬다고 했단……말이야, 흐윽-."
"내가 안 죽였다고!"
명수가 크게 소리쳤다. 분노에 휩싸인 듯, 주체할 줄 모르는 감정들이 튀어나왔다. 성열은 움찔- 움직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엉엉 울었다. 서러고 서러워서, 그리고 이 모든 사실들을 믿을 수가 없어서. 명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에 쥐고 있던 종이를 던졌다. A4 용지를 반듯이 접은 종이었다. 마치, 성종이 접은 듯, 모서리 하나 다르지 않게 곱게 접힌 종이. 하지만, 조금 흉악해보이는 점이 하나 있었다면 피에 젖은 그 모습이었다. 누가 보아도 끔찍했던 당시의 상황이 그려지는 종이-. 성열은 마치 징그러운 물체라도 본 듯 비명을 질렀다. 의자에서 앉아있던 성종이 덜덜 떨다, 의자에서 떨어져버렸다. 성열은 뒤로 뒤로 기어나가다, 이내 벽에 부딪힌 등을 쓸었다. 살려달라고, 살려달라고-. 성열은 아직 피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런 성열을 보고 있는 명수또한 괴로운 듯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눈물들을 주체하지 못했다. 명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종이를 주워, 이내 성열의 곁으로 다가갔다. 명수는 더 크게 소리질렀다. 아니라고, 자신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부정했다. 성열은 고개를 내저으며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다. 악에 받친 듯, 울부짖는 성열과, 뚝뚝- 두 눈물을 떨구며, 두 눈을 흔드는 명수-. 명수는 더 이상 성열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그리고, 손에 쥐고 있던 종이를 바닥에 떨어트려버렸다.
"왜, 왜 못읽어……, 성열아-. 흐윽, 왜 못 읽냐고-. 내……내가 이렇게 다가가는데……끄윽, 왜 오질 못하게 해, 응? 성열아……아, 나 너무 서러워-. 흐읍, 성열아아!"
밖에서 이 모든 상황들을 지켜보고 있던 성규가 비상벨을 눌렀다. 문 밖을 지키고 있던 다른 형사들이 성열을 안고, 방을 빠져나갔다. 명수는 그저 멍하니 앉아, 그 모습을 멈춘 듯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들어오는 성규를 쳐다보았다. 시린 듯 울고 있는 그 표정이 어색하고, 가슴아팠다. 무슨 말을 해야하나, 성규는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근 6년간을 보아왔던 사람이었다. 울고 싶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성규는 명수를 일으켜, 의자에 앉혀주었다. 그리고, 분노한 듯, 아니 체념한 듯 눈물을 떨구는 명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무 말 하지 못하고, 뚝뚝- 떨어지는 눈물이 탁자를 적셨다. 성규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살펴보다, 이내 바닥에 드리워진 종이에게로 다가갔다. 피에 젖은 종이-. 성규는 종이를 들어올렸다. 명수의 시선이 돌아갔다. 멍한 눈빛-. 눈물을 한아름 품은 성규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읽어봐도 돼?' 명수는 그저 고개를 숙였다. 모든 내용이 담겨 있는 것처럼-. 축축하게 젖은 종이가 얼마나 명수의 손아귀에 잡혀있었던 건지, 구겨져서 잘 펼쳐지지조차 않았다. 하지만, 곧, 작은 종이가 천천히 펼쳐졌다. 한 번, 두 번-. 이제 종이는 커다랗게 변했다. 군데군데 피에 물들어 보기 흉한 모습이 성규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그리고, 성규는 천천히 그 종이를 읽었다. 단 두마디-. 성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한 번은, 명수를 향하고, 다시 종이에 적힌 글자를 향하고-. 성규는 제 눈을 의심했다. 혹시나, 피 때문에 제 눈이 글자를 잘 읽고 있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성규는 종이를 다시 곱게 접었다. 그리고, 제 지갑속으로 넣어버렸다. 이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비하인드스토리-. 성규는 이내, 명수의 손목을 조여오는 그 무언가에 열쇠를 꽂았다. 싱겁게 풀린 수갑이 명수의 눈을 동그랗게 만들었다. 성규는 명수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깊게 토닥였다.
"……이제 그 종이 어쩔꺼에요……."
"……미안해요."
"……성열이가 알게 하면 안 돼요, 우리 성열이 상처 받으면 안돼요, 김검사님……, 차라리 그럼 제가 범인이 될게요, 김검사님……."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명수씨……. 흐읍-. 정말 미안해요…… 흐으응-. 정말, 너무 미안해요……. 가요, 가서…… 이경사님 좀 안아줘요. 으으윽-, 정말…… 미안해요. 명수씨가 지키려고 했던 것처럼……, 내가 지켜줄게요-. 다 지킬게요……. 성종이도, 성열이도-. 이 이야기는 평생……, 내가 묻고 갈게요……. 이제, 나가요, 여기서 나가요……, 으흡-."
명수가 보란 듯이, 자리를 빠져나갔다. 명수가 사라지고 없는 장소는 텅 비어 있었다. 성규는 이제 드디어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가슴이 아팠다. 남아있을 성열을 걱정했을 성종-. 아파할 성열때문에 대신 범인이 되어주기로 한 명수-. 성규의 고통이 북받쳤다. 울고 싶고, 또 울고 싶었다. 그래서 성규는 울어버렸다. 성규는 지갑 속에 넣었던 종이자락을 한참이나 매만졌다. 이제, 이 종이는 세상에 공개되어질 수 없었다. 만약, 이 종이가 공개된다면 성열을 향한 그들의 사랑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적어도 성종이 만큼은 자신이 지켜야했다. 아무도 모르는 이 사실을, 성규는 입을 다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규도 몰랐다. 저 유리밖너머로 우현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피에 젖은 종이를 끌어안고 우는 스스로를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를 짓는 우현의 표정이 미묘했다.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들이 자꾸만 이 사람, 저 사람들의 머릿 속을 헤집었다. 이렇게 다들, 복잡한 이야기속에서 익사당하고 있었다. 빠져나올 수 없는 이야기덩어리가 그들의 숨을 점령해가고 있었다.
* * * * *
찰칵-. 성규의 사무실을 울렸다. 성규는 멍하니 앉아서 헛웃음을 흘렸다. 휴대폰에 찍힌 사진이 잔혹했다. 피에 잔뜩 절어서, 너덜거리는 종이자락-. 성규는 자신이 지금 이 사진을 왜 찍었는지도 스스로 모르고 있었다. 이미 딱딱하게 굳어서, 잘 펴지지도, 접혀지지도 않는 그 종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이제 곧 세상에서 사라질 종이였고, 아니, 처음부터 존재 하지 않았던 종이가 될 참이었다-. 성규는 두 손을 양 머리에 대었다. 툭툭- 뛰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성규는 갑자기 눈물이 난올 것 같았다. 성열의 아픔을 덜기 위해 입을 열지 않으려 했던 명수의 거친 오른손이 떠올랐다. 차마, 핸드크림하나를 바르지 못해 굳은 손-. 그리고 성열이 어루만졌던 명수의 향긋한 왼손이 떠올랐다. 할 말이 없었다. 부검도 없이 장례를 치뤄달라던 성열의 말이 떠올랐다. 어떻게 해야하나 싶었다. 물론 강제적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이 부검이었다. 무엇보다도 우현이 강하게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 밝혀질지도 몰랐으니까-. 평소 끔찍히도 부검을 싫어하던 두 형제의 얼굴이 겹쳐졌다. 성규가 홀로 고개를 끄덕였다. 결정을 내린 터였다. 자꾸만 눈물이 앞을 가려서 너무 서러웠다. 이런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자신이 너무나 왜소하고, 초라했다. 이제 자신의 결정으로 얼려진 채 보관되던 피해자들의 사체가 땅 속으로 들어갈 것이었다. 성규는 천천히 젖은 종이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조용히 올려두었던 라이터를 들어올렸다. 딸칵-. 엄지손가락에 의해 열린 입구가 소리를 냈다. 칙칙- 거리는 마찰에 의해, 불이 붙었다. 작은 불꽃이 이는가 싶더니, 이내 종이를 삼켰다. 성규는 두려웠다. 하지만 이 방법이 옳다고 믿고 싶었다. 아무리 밉던 성종이었다지만……, 성종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하나였다. 그리고, 활활 타오른 이 종이는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렸다.
"……성종씨-, 살아생전에 이렇게 못해줘서 미안해요……. 이렇게 하는 나를 용서해요-, 하지만…… 나는, 성종씨를 위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 * * * *
*여우사담*
안녕, 그대들? 여우에여. 하하하, 아 ㅠㅠ 점점 쪽지 내용이 궁금해짐
ㅎㅎㅎㅎㅎㅎㅎㅎㅎ그대들은 쪽지에 주목하세요!
명수가 받은 쪽지, 그리고 명수가 준 쪽지-. 같은 쪽지겠죠?
나 힌트 다 줌 ㅇㅇ 그러함 정말 그러함 잘 살펴보면 힌트가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대들 똥줄타져? 내 똥줄은 이미 다 탐
그 이유가 궁금하센? 제가 동생한테 결말 얘기해줬는데 동생냔이.. 이해를 못함.
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슬프다, 근데 마지막에 이해는 해쥼
ㅋㅋ아잌, 아 맞다 번외..가 대박임 번외를 알아야 이 픽을 다 보았다고 할 수 있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쿡, 그대들 바보. 암호닉 없으면 안 줄꺼야.
아 그리고, 댓글은 총 12-3편 중에 7편이상 댓글 다셨어야, 암호닉으로 인정해요.
나중에 막, 한 두번 댓글 달고, 저와 교감을 나누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억지로 세우시는 분들. 안 드려요.
레알 정말 참 트루임 히응..ㅠㅠㅠㅠㅠ 정말 저는 댓글로 글 쓸 희망을 얻어요. 아시죠? 스릉함 뿅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