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마한 손이 예뻤다, 그 손을 만지작 거리다 손을 놓으며 나의 손과 비교를 해보고 또다시 보다 잡고 또다시 놓고를 반복하였다. 왠지 모르게 좋았다. 이렇게 사소한것들을 할 수 있다는게. 이렇게 즐거울줄은 몰랐었다. 허나 어느순간부터 형의 손을 잡으면 형은 그 손을 뿌리치며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먼저 자리를 떠났고, 나에겐 항상 뒷모습만을 보여주었다. 그래도 그게 자그마한 투정인 줄 알았었다. 그때는 어렸고, 형이 내 첫사랑이였으니까 모든것이 다 허락되었었다. 좋아했다, 형을. 아주 많이 좋았었다.
"와, 너 손 작다"
"넌 그게 칭찬이냐, 남자한테?"
그런가? 나는 동혁이의 손을 잡고는 미소를 지었다. 동혁이는 칭찬이냐며 투정을 부려도 손을 뿌리치지는 않았다. 동혁이의 손이 진환이형의 손과 비슷하였다. 조그마한 손이 참 예뻤다. 신기하다, 같은 남자의 손인데도 동혁이는 나와 달랐다. 그 손을 꽉 잡다가 놓다가를 반복하다 왠지 모를 그리움에 동혁이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동혁이는 놀라서는 손을 뿌리쳤다. 계속해서 손에 잡혔던게 사라지니 공허한 느낌이 들다가 동혁이를 바라보았다. 얼굴이 붉어져서는 날 바라보는 동혁이를 보다 동혁이의 머리에 손을 얹어서는 쓰다듬어주었다. 미안해, 진환이형 같아서 내가 실수를 범했네. 동혁이는 날 보다가 아니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진환이형을 본 그 날 이후, 동혁이는 더욱 더 나를 돌봐주었다. 다정하게 대해주고 이런 실수를 범할때도 괜찮다며 이해해주었다. 어찌보면 동혁이는 나보다 훨씬 더 어른스러울수도 있다. 김동혁. 난 동혁이를 빤히 보다 입을 열었다. 사귀자. 동혁이는 또다시 얼굴이 붉어진채로 날 보더니 미친놈이라며 내 머리를 한대쳤다. 난 동혁이를 보며 진심인데?라고 말을 하자 동혁이는 아무말도 안하다 자리를 일어나서는 냉장고를 열다가 지갑을 챙기고서는 집에 먹을게없네, 마트갔다올께라며 자리를 황급히 떴다. 없던일이 되는건가? 난 멍하니 문을 바라보다가 TV로 시선을 옮겼다. 아직도 TV에서는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난 멍하니 티비를 바라보다 함께 웃어보았다. 가식적인 웃음, 똑같이 따라해보았다. 즐거울까? 이렇게 가식적으로 웃는게? 리모콘으로 티비를 끄고서는 핸드폰을 켜서는 일번을 누르며 전화를 하였다. 전화를 하자 받는건 화난듯해보이는 여자의 목소리였다. 여자는 계속해서 나를 향해 왜 이제 전화를 하냐, 우리가 사귀면서 몇번이나 만났는지 아느냐, 왜 대답이 없느냐 등 계속해서 시끄러운 목소리를 핸드폰을 통해 전달하였다. 난 그 목소리를 계속 듣다 여자가 잠잠해질때 끝났어?라며 말을 던졌다. 그러자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렸고, 난 여자를 향해 헤어지잔말을 던졌다. 순간 핸드폰은 조용해졌고, 나 또한 그 말을 던진 다음 핸드폰 전원을 껐다. 여자는 내 성격에 안 맞나보다. 아무래도. 난 두손으로 무릎을 감싸고는 멍하니 창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시계의 시침소리가 들리고, 밖의 빗소리가 하나 둘 씩 들려오기 시작했다. 난 무릎을 감싼채로 옆으로 누우며 비가오네라는 생각을 하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산 안 챙겨갔겠지?
"구준회!"
"…참 요즘 좆같은 일이 많은거같아"
동혁이의 우산을 챙기며 마트로 발걸음을 옮기던 도중 홀로 비를 맞으며 길을 가는 진환이형을 발견하였다. 진환이형은 날 발견하더니 밝게 웃으며 내 우산안으로 쏙 들어와서는 내 이름을 불렀다. 그때는 날 쳤으면서 지금와서 왜이래? 왜? 나 싫다며. 하고 싶은 말들이 넘쳤지만 입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비에 젖은 머리를 털더니 어디가냐며 나에게 묻자 나는 신경끄라며 우산속에서 진환이형을 밀쳐내려했으나 형은 우산을 쥐고있는 내 손을 꽉 잡더니 고개를 숙이며 미안하단 말을 내뱉었다. 멈칫했다, 형의 울먹이는 목소리. 형은 고개를 들더니 너한테 너무 못된짓을 했어, 내가. 너무나도 어린 너에게 큰 상처를 줘버렸어. 미안해. 계속해서 그런말만을 내뱉는 형. 있잖아, 형. 첫사랑은 많이 무서운거같아. 난 그런 생각을 하며 형을 꽉 안아주었다. 형은 내 품속에서도 미안하단 말을 반복하였고 나는 그런 형을 꼭 안아주었다. 우산은 내팽겨쳐진지 오래였고, 그저 나에겐 형이 중요했었다. 형이 우는걸 가만히 볼 수가 없었다. 난 아직까지도 우는 형을 향해 사랑해란 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형의 눈물은 더욱 거세졌고, 빗소리도 더욱 거셌다.
"너 어디 다녀온거야? 우산은 다 챙겨갔으면서 비는 왜 다 맞고?"
비에 흠뻑 젖어서는 급히 화장실로 들어서려는 동혁이가 나를 향해 한 말이였다. 난 아무말도 안하고는 내 방으로 들어서려는 찰나 동혁이는 나를 향해 조그마하게 말을 내뱉었다. 첫사랑은 무서운거야. 그러며 화장실로 들어서는 동혁이. 봤을까? 형과 나의 관계? 왜 불안할까? 동혁이는 그저 친구인데, 왜 불안한거지? 장난삼아 말한말이 정말 진심이였나? 동혁이에게는 진심이라 말했지만 어쩌면 내가 지금 동혁이를 좋아하는걸수도 있겠구나. 동혁이를, 내가. 그러나 내가 동혁이를 좋아한다고 했더라도 이건 사랑이 아니다. 진환이형을 찾고 계속 찾을뿐이다. 그 중 우연히 형과 닮은 동혁이가 내 눈에 들은것일거야. 동혁이는 그저 진환이형의 대신일뿐이다. 도피처, 그래 도피처. 동혁이에겐 미안하지만 그저 나에게 동혁이란 도피처일뿐일것이다. 그게 아니면 어쩌면
"정말 좋아하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