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왜야~ 어제 잘 들어갔나해서 전화했지~"
"...? 너 무슨 일 있었어...?"
"하 ... 그정도는 알아서 처리하실 수 있잖아요 김대표님 ^^ 제가 지금 좀 많이 바쁜데 이런 일로 계속 저 붙잡고 안놔주실 건가요?"
"아 시끄러워 ..."
설은 옆집에서 나는 물건 옮기는 소리, 아저씨들이 서로 대화하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 통화하는 소리 여러가지 소리에 예민해져 문을 열고 나왔다.
"...? 어 .... 어제 .....?"
"또 뵙네요?"
"이게 무슨 ... 이런걸 인연이라고 하나요...?"
"음 엄밀히 따지면 인연은 아니고 우연에 가깝죠?"
"아니 .. 그건 됐고 근데 왜 아저씨가 여기에 있어요? 어제는 강남쪽 오피스텔에서 봤잖아요 우ㄹ.."
"..ㅋㅋㅋㅋㅋ 그렇긴 한데 나 오늘 이사와서요 이쪽으로"
X됐다 ....
옆집에 이사온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하필 이사오는 인간이 저 아저씨라니 ....
"근데 언제까지 거기 막고 서있을거에요? 나 바쁜데?"
어깨를 으쓱거리며 눈짓으로 내 옆을 가리키며 말하는 아저씨의 눈짓을 향해 눈을 따라가보니 내가 그 아저씨의 짐들 앞에 서서 나도 모르게 이사를 방해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진짜 웃기고 이상한 애네 ㅋㅋㅋㅋ....'
설은 얼른 씻고 카페에 출근을 했고 밤 9시가 되야 퇴근을 할 수가 있었다.
"하.. 오늘은 왜이렇게 더 힘든 느낌이냐 진짜 ... 얼른 집가서 맛있는거나 먹으면서 쉬어야겠다!!"
설은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며 배민을 켜서 뭘 먹을지 열심히 고민중이었고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눈은 핸드폰에 고정한 채 엘레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
'닭발? 아니야 엽떡? 아 뭐먹지 오늘은 아주 매운게 땡기는데'
"매운거 좋아하나봐? 난 매운거 못먹는데"
....?
엘레베이터에 타기전부터 타는 순간 그리고 내리기전까지 눈은 핸드폰에 고정해 집중을 하고 있던 탓인지 주변에 누가 있는지도 심지어 층수를 누르지도 않은 상태로 탔던 것이었다.
'매운거 좋아하나봐? 난 매운거 못먹는데'라는 한 남성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아저씨가 내 핸드폰과 나를 번갈아 한 번 보더니 피식하고 웃으며 엘레베이터에서 내렸다.
설은 당황했지만서도 얼른 뒤따라 내렸고 창피한지 얼굴을 가린채 후다닥 집으로 뛰어들어갔고 신발도 벗지 못한 채 현관문 앞에 기대어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저 사람을 이렇게 매번 마주쳐야된다고...? 진심...?'
"어 전화했었네 씻고 있어 지금 이사는 잘왔지"
(통화상대) _ "굳이 그쪽으로 간 이유가 뭐냐 직장도 멀어지는데"
"대표님은 출근시간 안지켜도되서 괜찮네요"
(통화상대) _ "근데 어째 목소리가 좀 들떠있냐?"
"그냥 재밌는 일이 좀 생길 것 같아서"
(통화상대) _ "생긴 것도 아니고 생길 것 같은건 또 뭐야"
"있어 그런게 끊어 바빠"
샤워를 마친 재욱은 침대에 털썩 주저앉아 맥주를 한 캔 꺼내어 마시기 시작했다.
"아 .. 이사했더니 피곤해 죽겠네 .. 딱 두캔만 먹고 자자.."
재욱은 벌써 한 캔을 다 비웠고 다른 한 캔을 더 꺼내려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냉장고 안에는 물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 뭐야 마지막 캔이었어? 바람도 쐴 겸 나갔다 오지 뭐"
재욱이 도어락을 열고 나오자 옆에서도 동시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그 꼬맹이가 후드집업 모자를 뒤집어 쓰고 촌스러운 키티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오다 나랑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라며 다시 자기 집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내가 그렇게 놀랄만한 얼굴인가 ...? 뭘 저렇게 소스라치게 놀라 사람 민망하게..'
재욱은 어이가 없어 웃기다가도 얼른 맥주를 한 캔 더 마시고 자고 싶어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현관문 앞에 또다시 주저앉아 숨을 고르쉬며
"저 아저씨는 왜저렇게 자주 마주치는거야 진짜!!! 미치겠네 ..."
까치발을 살짝 들어 문구멍으로 그 아저씨가 사라졌나 확인 후 완전히 사라질때까지 기다리자 싶어 10분 정도 흘렀을까 설은 다시 일어나 문을 조심스레 열고 나왔다.
"이건 또 뭐지? 요즘 애들은 사람을 다 이렇게 피하나?"
언제 다시 온건지도 모르게 재욱은 설의 집과 본인의 집 문 사이에 기대서서 씻고 나와 살짝은 축축히 젖은 머리칼을 어루만지며 설에게 말했다.
"으악ㄱ!!@ㅑ%^"
"또 놀래네 뭐 귀신이라도 봤어요? 아님 내가 귀신이기라도 한건가?"
"아니...!! 아저씨는 왜 맨날 이렇게 불쑥불쑥 어디선가 나타나요!!!"
"나는 내 집 들어가려고 그런건데?"
"그럼 들어가면되지 왜...!!!"
"그러니까 이제 들어가려고"
능글맞게 대답하고서는 몸을 돌려 본인의 집 도어락을 치고 있는 재욱의 손에 들린 맥주가 대략 4~5캔 정도 들어있는 봉지를 보고선 설은 물었다.
"아저씨 술 좋아하나봐요?"
"좋아해서 마시나 그냥 잠이 안오니까 마시는거지"
'저 아저씨는 술만 마시면 사고치면서 뭔 또 술이야ㅡㅡ...'
"그럼 나도 같이 마셔요!"
"내가 그쪽이랑요?"
"네 마침 저도 맥주 사러 가려고 했는데 아저씨 혼자 그 5캔 다 마실거 아니잖아요?"
"다 마시면 어쩔건데요?"
"네...?"
"또 남자 집에 불쑥 들어오려고 그러네"
"아니.. 이미 우린 그..."
"안돼요 나 술마시면 어떻게 되는지 알잖아 감당 못해요 나도 한캔만 마시고 잘거라 내가 한 캔 줄테니까 이거 마시고 얼른자요"
재욱은 봉지에서 한 캔을 꺼내어 설의 손에 쥐어주고 다시 들어가려고 하자 설은 문을 가로 막고서는
"그럼 딱 한캔만... 진짜 한캔만 같이 마셔요 혼자 마시면 아저씨나 나나 외롭잖아요...!"
"더는 양보 못해요 딱 한캔만 마시고 가야돼요"
"네!!! 그럼 저 잠깐 집에서 준비 좀..."
"이미 판다 눈이랑 이상하게 촌스러운 키티 신발이며 다 봤는데 뭔 준비..."
"나도 집에서 옷 좀 갈아입고 어.. 과자나 뭐.. 그런거 들고 올 준비 좀 한다구요..!!"
"그러시던가"
'준비는 무슨 준비겠냐 이 얼굴로 저 잘생긴 재수탱 아저씨랑 어떻게 같이 마주앉아 술을 마셔 !! 그리고 술 마시다가 또 저번처럼 무슨 일 날지 어떻게 알고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가야지!! 그게 예의지 그렇고 말고!'
'아 이 꼬맹이는 뭔 과자를 만들어오나'
"왜이렇게 늦게와요 쫌 빨리 오던ㄱ..."
귀찮은 말투로 말하지만 재욱도 싫지만은 않다는 말투와 함께 문을 벌컥 열었고 문 앞에 서있는건 설이 아닌 다른 한 여자였다.
"오빠.. 잘 지냈어...?"
"하 ... 이젠 집까지 알아내는거냐?"
재욱의 집앞에 서있던 건 설이 아닌 재욱의 첫사랑이자 전 여친 윤정이었다.
"나 오빠 정말 못잊었어 ... 나 좀 제발 다시 생각해주라 응..?"
"가라 제발 부탁한다"
"나 오빠가 받아줄때까지 집에 절대 안갈거야"
"그러던가"
"...! 오빠 정말 이럴거야..?"
재욱은 떨리는 입술을 꽉 깨문채 다시 집으로 들어가려 했고, 이를 붙잡는 윤정에 재욱은 큰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다.
"..네가.. 네가 내 손 놓은거잖아.. 제발 나 더이상 죽고싶게 만들지마 너랑 만났던 김재욱은 이미 죽었어"
옆집에서 문이 열렸고 준비를 끝마치고 손에 과자며 주전부리를 바리바리들고 신나는 발걸음으로 뛰쳐나온 설은 웬 예쁜 여자가 울며 재욱의 집 문을 붙잡고 있었고 재욱은 설을 한 번 보더니 말했다.
"하 ... 일단 ... 일단 들어와서 얘기해"
재욱은 앞에 서있던 전여친 윤정의 손을 잡고 집안으로 끌고 들어왔고 설과 눈이 마주쳤지만 마치 모르는 사람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다시금 고개를 돌려 윤정과 집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x발 ... 저 아저씨는 여전히 싸가지가 없네 ... 다시 믿은 내가 병신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