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아.
응? 뭐야, 왜 갑자기 들이라고 해.
그냥, 옛날 생각 나길래.
이름을 알면서도 세례명을 부르니 어색했던 건지 흰 산토끼 마냥 들판을 이리 저리 헤집고 다니며 꽃을 따던 하얀 날개의 소년은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멈춰 선 소년의 뒤로 따스한 햇빛이 비춰졌고, 그 눈부신 햇빛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 하고 있는데 네 모습이 잠깐이지만 보이지 않다는 사실이 나로 하여금 불안하게 만들었다. 들아, 정환아, 나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힘을 가진 내 사람아. 내 목덜미를 쥐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어여쁘고도 여린 내 연인아.
차선우X이정환
Sweet Sweeter Sweetest
처음 보았던 그 날, 너는 흙이 묻어 더러워지고 찢긴 옷을 입고 있었지만 눈동자 만큼은 꽉 찬 만월(滿月)처럼 세상의 더러운 그 무엇도 묻지 않은, 순수한 눈동자였던 걸로 나는 기억하고 있다. 작지만 네 등 뒤에 달려 열심히 퍼덕이고 있는 하얀 날개를 보며 무슨 생각이 들었는 지, 널 처음 본 순간 나의 심정이 어땠는 지 너는 하나도 모르겠지만. 정환아, 천상에서 쫓겨난 나에게 다시 보는 천사는 그저 하얀 가면 속 진실을 숨기는 위선자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너 왜 여기 있어?
….
왜 여기 있냐고. 여기 너 있을 곳 아냐.
아무리 말을 걸어도 묵묵부답에 입을 꽉 다물고 있는 너를 보니 답답해서 한숨 밖에 나오지가 않았다. 많이 먹어도 16살 정도 되었을 듯한 앳되 보이는 얼굴에 두려움이 서려있는데 길을 잃은 거 같아 남들이 보기 전에 네가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데려다 주려고 다가서니 넌 겁에 질린 표정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예상 못한 일은 아니었다. 너의 새하얀 날개와 달리 검은색의 흉측한 날개가 돋아 있었으니 놀랄 만도 했겠지. 한 발자국이라도 더 다가가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아 이러지도 못 하고, 저러지도 못 하다가 결국엔 발걸음을 돌렸다.
발걸음을 뗄 때 마다 낙엽들이 힘 없이 바스라지는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한 세 걸음 걸었을까. 역시 그대로 두고 가긴 좀 그래서 고개를 돌려 보니 넌 여전히 멍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 보며 앉아있었다. 겨울이라 모든 생물이 생기를 잃고 죽어가는 것과 달리 너 하나만은 생기를 가득 머금고 있었다, 아니 생기 그 자체였다. 그 이질적인 풍경에 넋이 나가 쳐다보고 있으니 이내 넌 위를 향해 처들고 있던 고개를 숙이고 손바닥으로 느릿하게 바닥을 쓸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네 손길이 닿았던 곳만 봄이 온 것처럼 살아나기 시작했다. 시들어 가던 풀은 다시 본래의 연두색을 띄었고, 꽃잎 없이 혼자 외롭게 남았던 꽃줄기에는 앙 다문 아이의 입술처럼 작은 꽃봉오리가 맺혔다.
너 대체..
가느다랗고 긴 검지에 어디서 날아온 지도 모르는 나비를 앉힌 채, 하얀 소년은 말 없이 웃어보였다.
더보기 찹쌀떡 비축분도 없는데 전 대체 뭘 쓴 거죠...ㅁ7ㅁ8 ㅇㅇ에서 어떤 분이 악마 천사 바들 써달래서 재미로 손 댔다가 더 쓴 거 맞습니다.. 찹쌀떡은 금요일 중으로 올라갈 거예요 Sweet Sweeter Sweetest.. 너무 기니까 줄여서 S3 하죠 좋네요 아무튼 앞으로 찹쌀떡이랑 S3는 같은 날 업데이트 할게요..사랑합니다..♡ 아 참고로 bgm은 시드 사운드 - 여래아(Acoustic ver.) 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