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온도 70℃
written SOW.
9-1.
나랑 사귈래라니. 전정국의 말에 달아오른 볼을 애써 숨기기 위해 앞장서서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표는 나한테 있어서 들어올 수 있었는데,
전정국이랑 같이 들어와야하는 걸 깜빡해서 자리에 앉고 3초 후에 다시 나가서 데리고 들어왔다. 전정국은 웃음을 참으려고 앞좌석에
얼굴을 박고 끅끅 댔는데 그걸 본 나도 그냥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래, 니가 좋다면 나도 좋다.
영화는 요즘 흥행하는 영화였다. 뭐 처음 보는 영화가 공포영화가 아니라 일본애니라는게 좀 평범하지 않긴 했지만 나도 그렇고
전정국도 일본어를 선택했으니 적어도 일본어에 흥미는 있었다. 내가 워낙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기도 했고.
영화 첫 장면에 여주인공의 잠옷 틈으로 가슴선이 보였는데, 난 봤다. 전정국 귀가 새빨개지는걸.
그런 전정국을 귀엽게 바라보다가 점점 절정으로 치닫는 영화에 입술까지 앙 다물며 관람했다. 스포는 아니지만 오마에노 나마에와!!!
라며 너의 이름은!!! 하는 장면에선 살짝 눈물이 나왔는데 그걸 또 귀신같이 체크한 전정국이 우리 여주 울어? 하며 얼굴을 들이밀더라.
진짜 너 때문에 나오던 눈물도 들어가겠다. 대충 고개를 저은 후에 다른 방향을 보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려고 손을 올렸는데
내 머리를 자기 쪽으로 돌리더니 제 옷소매로 눈물을 슥슥 닦아줬다. 아씨, 쪽팔려.
"영화나 봐."
"니가 우는데 어떻게 영화를 봐."
"왜 못봐."
"너 우는거 자주 못 보잖아. 지금 봐둬야지."
얜 뭐야. 내가 얼마나 많이 우는데! (자랑아님) 맨날 울면 그게 사람이니 친구야? 아, 이제 친구는 아닌가.
마지막장면을 끝으로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걸치며 전정국을 쳐다보니 언제부터 보고있었던 건지 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뭐야, 영화 안봤어?
"봤는데."
"아, 그래? 그럼 마지막에 어떻게 됬는데."
"‥."
"거짓말 하지마. 너 나 보고 있었잖아."
"응."
뭔데 당당해? 오히려 내가 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먼저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자 팝콘을 후다닥 버린 전정국이 내 옆으로 섰다.
왜 먼저가.
"니가 거짓말 했잖아."
"싫어?"
"응. 싫어."
나의 단호한 대답에 멋쩍게 웃은 전정국이 저보다 한참이나 작은 내 머리를 쓱쓱 쓰다듬으며 이젠 다시는 거짓말같은거 안한다며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단호하게 말했나. 슬쩍 전정국의 얼굴을 쳐다봤지만 그렇게 기분나빠보진 않길래 안심했다. 남자친구란 이렇게 조심스러운거구나.
친구일 때랑은 다르게 뭔가 말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써야하니, 이런 신경이 좋은건지 안좋은 건지 나는 혼란스러워졌다.
"근데, 우리 사귀지?"
"어?"
"친구아니지?"
그럼 친구겠니. 부끄럽지만 하나도 부끄럽지 않은 척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니 어느 새 학원에 갈 시간이었다. "야, 정국아 나 학원가야해."
"그래서, 지금 간다고?"
"응."
"나랑 안 놀고?"
"‥미안."
전정국의 표정에 한껏 풀이 죽은 난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 학원가는게 죄는 아니지만 괜히 죄가 된 기분이랄까.
학원 수업이 9시30분인걸 어떡해.. 지금 가서 숙제를 해야한다구!
내가 자신의 눈치를 보는 걸 알았는지 한숨을 푹 쉰 전정국이 "내가 널 어떻게 이기냐, 가자. 데려다줄게." 하며
나를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 으, 저기요? 이렇게 붙어서 가면 누구 하나 넘어질텐데요?
"야, 이러다가 넘어져."
"괜찮아."
"내가 안 괜찮은데."
"‥."
"왜, 뭐."
"‥떨어져서 가면 안돼? 날씨도 덥구, 그리고!"
"뭐."
"아, 사람들이 쳐다보잖아."
그제야 주변이 보이는지 화들짝 놀라며 내게서 떨어진 전정국이 고개를 푹 숙였다. 이거 뭐, 바보도 아니고.
근데 그게 또 귀여워서 나도 바보처럼 웃었다.
박명수가 부릅니다. 바보에게 ‥ 바보가.
9-2.
여주를 학원에 데려다준 정국이 끝나고 연락하라며, 데리러 오겠다고 했지만 여주는 극구 거부했다. 끝나면 11시30분이야 정국아, 너 내일 훈련가야지.
괜찮다고 해도 계속 거절하는 여주덕에 정국은 아무런 연락이 없는 제 핸드폰만 보며 손톱만 물어뜯었다. 벌써 11시30분 넘었는데, 왜 연락이 없지.
늦은 밤 매일 그 먼거리에서 집까지 걸어온다는 여주에 식겁한 정국이었다. 아, 지금이라도 나갈까.
여주가 학원에 다니는 건 대충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늦은시간에 다닐 줄이야. 학원을 한 번도 안 다녀본 정국이 고등학생의 학원 시간표를 알 리가 없었다.
당연히 9시 전에는 모든 학원이 끝나는 줄 알았던 정국에게 11시30분은 너무 늦은 시간이었던 것이다.
여주의 연락을 기다리며 페이스북을 하고 있던 정국은 자신과 여주와 같은 반인 남학생이 여주와 찍은 -정확히 말하면 단체사진- 을 올린 것을 봐버렸다.
같은 학원에 다니는 것 같았다. 중앙에는 선생님처럼 보이는 사람이 양 옆으로 여주와 남학생을 사이에 두고 밝게 웃고있었다.
어깨동무라니.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홀로 분을 터뜨린 정국이 베게를 마구 집어던졌다. 날짜로 봐선 작년인 것 같은데. 그럼 이 남자애랑은 작년부터 알고 지낸거?
남학생의 이름을 머리에 새겨둔 정국이 그 사진을 남몰래 캡쳐했다. 중학교 3학년 때의 여주의 모습은 지금과 별 다를바가 없었지만
지금보다 통통하게 오른 볼이 나 아직 중학생이에요- 라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여주의 과거 사진을 보고도 여전히 마음이 풀리지 않은 정국이 핸드폰을 제 침대 아래에 내팽겨치곤 침대 위에서 홀로 발차기를 날렸다.
곧 2층 침대 바닥에 발을 찧곤 고통에 몸부림 쳤지만. 그렇게 한참을 끙끙대던 정국이 제 핸드폰의 벨소리를 듣곤 누구보다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전정국!
"ㅇ,왜."
-나 집이라고. 왜 그렇게 놀라?
차마 네 과거 사진을 내 갤러리에 저장하고 있었다-는 말은 하지 못한 정국이 그냥. 이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한 순간의 정적과 함께 정국이 왜 이렇게 늦게 도착했다며 툴툴거렸다.
"왜 이렇게 늦게 도착했어. 걱정했잖아."
-아, 태현이가 뭐 먹자고 해서. 아이스크림 먹다 왔어.
"태현? 정태현?"
-응. 아, 같은반 정태현 맞아.
그래. 그리고 네 사진 -다시 말하지만 단체 사진이다.- 올린 그 새끼 말이지. 속으로 별 욕짓거리를 내뱉은 정국이 말을 이었다.
걔랑 친해?
-친하지. 학원 같이 오래다녔거든. 그리고 ‥ 헐, 정국아 나 끊을게! 엄마 들어왔나봐.
"어,어."
여주가 전화를 끊어도 정국의 머릿속에선 계속 여주가 태현을 다정하게 부르는 음성만이 맴돌았다. 그리고 친하다는 것도.
학원을 부시는 모임같은건 없나. 내년에 자율동아리를 만들까.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하다가도 번뜩 든 생각에 정국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쟈기, 왜 전화해써염?
"아, 그거 하지 말랬지."
정국이 정말 질색하며 말하자 태형이 깔깔 웃으며 다시 대답했다. 왜 전화했는데.
"너 정태현 아냐?"
-응. 너네 반이잖아. 너랑 같은 중학교 아님?
"아, 헐. 맞아."
정국은 그제서야 스쳐가는 기억에 무릎을 쳤다. 1학년 때 유독 하얗고 마른 친구였다. 그래서 자주 놀림당하기도 했었는데 그 이후로는
못봐서 왜소한 체구밖에 기억이 안났는데, 자신만큼이나 키가 큰 태현을 못 알아보는 것도 당연했다.
-근데 왜.
"아니, 걔랑 김여주랑 많이 친하냐?"
-? 몰라. 내가 어떻게 암.
"넌 다 알 거 같음."
-내가 스토커냐.
"맞잖아. 너 내 스토커잖아."
-아, 그 때 얘긴 하지 말라고!
초등학교 시절. 태형이 정국과 친해지고 싶어 졸졸 따라다녔던 것을 정국은 종종 스토커라고 표현했다. 그 말을 할 때마다 발끈 하는 태형이
웃기기도 해서 지금도 자주 놀리는 것 중 하나였는데, 실제로 태형은 발이 넓은 편이라 누구 알아? 하면 아, 걔! 하며 말해주었다.
지금도 태현이 자신과 같은 중학교였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 근데 너 이 새끼 ‥!
"?"
-질투하냐?
"무,뭐래."
-질투하네. 왜, 니가 그렇게 짝사랑하는 김여주랑 정태현이랑 친해서 짜증나냐?
"짝사랑 아니거든."
-뭐? 뭔 개소리 ‥ 오 마이갓. 하느님. 설마 너! 우릴 배신하고!
"ㅋ."
-와, 이렇게 통수를 치네요. 전정국 선수 이렇게 한 여자를 울리나요.
"내가 걜 왜 울려."
-너 임마 선수잖아!
"그건 너겠지 병신아."
-아, 빨리! 썰 풀어봐! 현기증나요.
"귀찮아. 잘거야."
-아, 전정국 이 씨ㅂ‥!
제게 욕을 하려는 태형의 전화를 막무가내로 끊은 정국이 한숨을 내쉬었다. 정태현이라는 남자아이는 현재 여자애들 사이에서 자주 오르락 거리는 이름이었다.
잘생긴데다, 같은 남자인 자신이 봐도 좋은 성격은 '훈남'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하는 친구였다. 하지만 학교에서 여주와 지내는 모습은 잘 못 본거 같아
지금도 좀 의문스럽긴 하지만 여주에게 직접 들었는데 어쩌겠는가. 친하다는데.
"아씨, 짜증나."
9-3.
어제 이런 저런 생각 때문에 늦잠을 잔 정국이 결국은 지각을 했다. 1교시가 시작되고 28분이 지난 후에야 병원에 갔다왔다는 거짓말을 하며 능청스레
앉은 정국이 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여주의 귀에 속삭였다.
"오빠 말짱하다."
"오빠는 개뿔, 너 어제 몇 시에 잤어."
"5시."
"쳤냐, 미?"
미쳤냐는 여주에게 개구지게 웃어보인 정국이 제 손에 집히는 문학책을 책상 위에 올려놓곤 필기를 시작했다.
그런 정국을 소름끼친다는 듯 쳐다본 여주가 물었다. 야, 너 왜 공부해.
"학생의 본분은 공부잖아."
"아니, 너 공부 안했잖아. 맨날 잤으면서."
"내,내가 언제."
어차피 더 물어봤자 똑같이 대답할 걸 눈치챈 여주가 다시 수업에 집중했다. 누가 전교 1등 아니랄까봐 오질라게 열심히했다.
수업에 집중하는 여주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정국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여주의 얼굴을 바라보는 태현과 눈이 마주쳤다.
뭐야, 저 새끼. 순식간에 인상을 찌푸리며 태현을 째려본 정국에 태현이 여유롭게 웃으며 칠판으로 다시 눈을 돌렸다.
재수없어. 짜증난다는 듯 여주의 펜 하나를 집어 휙휙 돌리던 정국이 결국은 사고를 치고 말았다.
누가 운동부 아니랄까봐 펜을 날려도 스케일 크게 날려주셨다. 문학 선생님의 정강이를 맞힌 정국이 선생님을 보며 웃었으나
선생님은 뒤로 나가서 물구나무를 서라는 말과 함께 다시 수업을 진행했다.
정국은 여주가 제 어깨를 툭툭 두드리는 것을 느끼며 사물함에 기대어 물구나무를 섰다. 물구나무 서는 거야 제겐 쉬운 일이었으나
짜증나는 건 자신의 모습과 태현의 모습과 너무 다르다는 것이었다. 자신은 사고도 은근히 많이 치는데다, 공부엔 아주 손을 놨는데.
태현은 공부잘하는 애들만 다닌다는 여주의 학원을 같이 다니는데다, 전교회장의 사촌동생이라는 이유로 선생님께도 엄청나게 예쁨받고있었다.
수업 종이 끝나자마자 미련없이 반을 나가는 문학선생님을 확인하고 나서야 물구나무서기를 멈춘 정국이 제 손을 툭툭 털며 여주에게 다가가려했으나,
언제 왔는지 여주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태현에 얼굴을 굳혔다. 아, 자꾸 거슬리게 하네.
하지만 더 짜증나는 건 저 장면을 보고도 여주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자신이었다. 자신이 빠진 저 둘의 케미는 너무나도 완벽해보였다.
남자친구는 난데. 알 수 없는 서운함에 입술을 삐죽인 정국이 반을 나갔다.
(정꾸기 삐짐)
9-4.
그렇게 정국이 홀로 삐진지 겨우 2시간이 지났다. 4교시가 체육인 탓에 다들 체육복으로 갈아입는데 항상 츄리닝만 입고 왔던 터라 체육복을
따로 구비해두지 않은 정국에게 시련(?)이 닥쳤다.
"아, 체육복 두고왔다."
"내꺼 빌려줘?"
"너 체육복 아니잖아. 넌 태권도부라 프리패스겠지만 난 아니거든요?"
"다른 반에서 빌려."
"아는 애 1도 없음."
당황한 여주 옆에서 더 당황한 정국이 머리만 긁적이고 있었을 때, 태현이 여주에게 다가와 스윽 체육복을 내밀었다.
"이모가 너 이거 가져다 주랬음."
"헐, 감사."
"내가 오늘 늦게 나와서 다행이지. 아니면 너 오늘 체육쌤한테 빠따맞았다."
"빠따가 뭐냐. 빠따가."
여주의 엄마를 '이모'라고 칭하는 것과.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친밀해보이는 여주와 태현의 사이에 이글이글
'나 질투하고 있어요-.' 하는 눈빛으로 여주와 태현을 번갈아 쳐다봤지만 여주는 그런 정국을 눈치채지 못한 채 탈의실로 체육복을 갈아입으러
나가버렸다. 그런 여주의 흔적을 보며 허-하고 헛웃음을 친 정국이 아까처럼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태현을 마주했다.
"김여주랑 많이 친해졌나봐."
"어."
태현의 살가운 말에도 싸늘하게 답한 정국에 분위기가 가라앉을 법도 했지만 오히려 태현은 더 환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귀엽지, 쟤?"
"‥."
"아니, 네가 쟤를 그렇게 보고 있어서."
"넌, 여주랑 많이 친한가 보다."
"응."
왠진 모르지만 웃음을 참으며 정국에게 답한 태현은 자신을 부르는 친구들을 따라 운동장으로 내려가버렸다.
친해? 많이? 부글부글. 정국의 속이 타는게 보이지도 않는 건지 해맑게 웃으며 많이 기다렸지! 하던 여주가 정국의 실내화 주머니까지 챙겨 정국을 반 밖으로 떠밀었다.
"빨리 가자! 나 문 잠궈야해."
"김여주."
"응? 왜."
"‥아니야."
물어볼까, 말까. 사귄지 고작 이틀인데 너무 집착하는 것 같나. 결국 정국은 물어볼 수가 없었다. 저 능글맞은 새끼가 여주에게 치대는 것보다
여주가 제게 정이 떨어지는게 더 무서웠다. 집착한다고 싫어하면 어떡해.
"빨리 내려가자!"
"후, 그래."
정국의 한숨소리에도 여주는 이미 멀리 가버린 후 였다.
"야! 김여주! 내 실내화 가방은 주고 가야지!"
실내화 가방은 가져간 채로 말이다.
9-5.
윤기가 수학여행 조사지를 나눠준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수련회 가기 전날이라니. 방긋방긋 웃은 여주가 주현의 옆에서 조잘거렸다.
주현아, 우리 가서 사진 많이 찍자! 나 캐논 카메라 사촌한테 빌렸어!
"어,응. 많이 찍자."
"왜 그래? 어디 아파?"
"아니야. 내일 뭐 입을지 걱정 중."
"그냥 편한 옷 입는거 아니야?"
"‥여주야, 자고로 수학여행이란 말이다. 다른 남고와의 만남이 꿀이라고!"
남고라니. 상상만 해도 끔찍한 풍경에 여주가 몸을 잘게 떨었다. 그런 여주의 반응이 보이지도 않는지 계속 말을 이어나간 주현이
여주의 표정을 보며 짓궂게 웃었다.
"하긴, 우리 여주한텐 전정구기가 있으니까!"
"‥."
"남친님이 계신데 다른 남자가 눈에 들어오겠어?"
"아, 주현아 ㅠㅠ"
제게 울상을 짓는 여주를 보며 주현은 3일 전, 자신과 태형, 지민에게 고민을 털어놓던 정국을 떠올렸다.
"아니, 자꾸 김여주 뺏어간다고, 정태현이."
"김여주가 그냥 친구라고 했다며. 그럼 그런거지."
"그냥 직접 말해. 정태현이랑 놀지말라고."
"너네 바보냐? 직접 말하면 여주는 친구라고 생각했던 애를 멀리해야 되잖아. 전정국이 지금 그것도 싫고 쟤가 보기엔
정태현이 여주한테 하는게 그냥 친구같지 않아서 이러는거 아니야."
주현의 똑부러지는 말에 정국이 조용히 엄지를 치켜올렸다. 역시, 어렸을 때부터 머리가 좋은 주현다웠다.
주현은 그런 정국을 보며 거만하게 웃곤 말을 이었다.
"여주가 정태현한테 안 떨어지면, 정태현이 여주한테 떨어지게 만들면 돼."
"? 어떻게."
"간단하지. 너랑 여주 사귀는거 그냥 말하면 되잖아."
"김여주가 싫다고 했단다. 잘~생긴 전정국이랑 사귀는거 퍼지면 피곤한건 자기래."
"오, 우리 여주 똑똑하네."
정국은 학교에서 유명한 학생이었다. 태권도 유망주로써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훈훈한 외모덕에 -주현은 인정하지 않았다.- 인기가 꽤나 있었는데,
여주와 사귄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면 정국의 추종자들에게 욕을 한바가지씩 얻어먹고 살 것이다. 물론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주현과 정국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 번 퍼지면 막기 어려운게 소문이었다. 어떤 식으로 퍼져나갈지 모르는 소문이기에 주현도 연애를 하게 되더라도
떠벌리고 다니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럼, 그냥 수학여행 때 도장을 박아."
"? 뭘."
"뭐긴 뭐야. 입술도장이지 임마."
"아니, 미친놈아. 그게 왜 나와."
태형의 폭탄발언에 제일 발끈한 건 의외로 정국이었다. 하지만 그런 정국의 흥분을 가라앉히며 태형이 찬찬히 설명했다.
야, 생각해봐.
"너 지금 김여주랑 정태현 사이 때문에 불안한거지."
"ㅇㅇ.."
"그러니까 입술을 딱! 도장 박고! 넌 내꺼니까! 이제 너의 현란한 혀놀ㄹ ‥."
"거기까지 해라."
주현이 무서운 표정으로 그만하라고 하자 태형이 분부대로 할게여. 그러니까 때리지 마세여라며 도망쳤다.
지민은 제 집 안에서 뛰어다니는 주현과 태형에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고, 정국은 왠지 모르게 결의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입술 도장을 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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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쥬....사랑해요.... 걱정해주는 소재 줘서 사랑...해...근데 스토리가 산으로 갔어....
항상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하고! 오늘은 좀 분량 빵빵하쥬? (으쓱으쓱짜란다..!) 그리고 빨리 찾아왔다구요!
이제 다음 편은 제가 가장 쓰고 싶었던 수련회...! 난 못 가니까....! ㅠ 너넨 가라 ㅎ힣ㅎ히..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