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심심하고 재미없고 지루한 삶 속에 살아가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누군가라면 모두 공감할 이야기 일것이다. 누군가는 반복되는 학교생활에 지루하고 재미 없고 지쳤을 것이고, 누군가는 반복되는 직장생활에 삶의 활력을 잃고 심심해 할것이다. 나 또한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숨쉬고 살아왔다면 하나쯤 아니 두어개쯤 정신병을 가지있다. 나는 꽤 많이 가지고있다. 일단 기본적 홧병, 참고 참다가 가지는 이건 기본템이지... 그리고 가벼운 공황장애, 대인기피증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많은곳에 가면 숨이 막히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친구들 만나기를 피하고, 새로운 사람과 교류 또는 접촉 자체가 두렵기만 하다. 하지만 학교생활, 직장생활은 늘 새로운 사람과의 접촉 교류가 일어나고 피할 수 없는 공간이다. 그곳에 나의 어두운 내면을 드러낼수 없다. 남들에게 나는 상품과도 같아서 웃고 친절을 베풀어야 나를 찾아준다. 그 생활에 지쳐서 오늘 직장을 그만뒀다. 심심하고 재미없는 지루한 이야기 하루 직장을 그만둔다고 달라지는건 없다. 일을 그만둔지 벌써 1달이 되어가지만 근 3년동안 아침 6시에 눈을 떠서 그런지 습관적으로 6시에 눈이 떠진다. 침대에 누워 눈을 깜박 거리다보면 다시 나른하게 잠이 온다. 그렇게 뒤척이다 다시 잠이 들곤 한다. 눈을 감았다 뜨면 9시가 된다. 일어나 대충 식빵을 구워먹거나 씨리얼을 우유에 말아먹는다. 대충 아침을 떼우고 씻고 멍하니 시계를 보니 11시, 약속 시간 1시. 아직 여유롭다. 나는 도무지 이 여유로움에 적응이 되지 않는다. 대학에서 치열한 경쟁 그리고 꽤 이름있는 기업에 입사하고 또 경쟁을 하다보니 난 쉬는법을 잊어버렸다. 나에게는 7년이 된 남자친구가 있다. 오늘 오후 1시 약속은 바로 남자친구와의 약속이다. 남자친구와 나는 새니가와 복학생으로 만났다. 내 20대의 절반이상을 함께 한 사람이다. 난 오늘 이사람과 계속 이어갈지 그만 끝낼지를 결정할것이다. 옷장을 열어 무엇을 입을지 고민했다. 그가 예쁘다고 했던 원피스를 입을까 원피스를 꺼내들고 이리저리 대보았지만 예쁘지 안았다. 다시 제자리에 넣어놓고 편안한 밝은색 회색 니트에 청바지에 코트를 걸치고 어제 들었던 가방을 들고 집밖을 나섰다. 햇빛은 따사로웠고, 기분이 조금 들떴다. 남자친구 직장앞 카페,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조금 붐비는 카페 구석에 자리를 잡고 남자친구를 기다렸다. 1시20분, 아무 연락없이 늦는다. 나는 휴대폰을 들고 전화를 걸려는 순간 카페 문을 열고 뛰어들어오는 남자친구의 모습을 발견했다. 미안하다고 자리에 앉는 남자친구에게서 묘한 이질감이 들었다. 나는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미안 너탄아 오래 기다렸어? 부장님 말씀이 길어져서..." "이해해" "고마워" "석진오빠..." "응?" "요새 많이 바빠?" "바쁘지~ 연초잖아" "우리 거의 3주만에 보는거 알지?" "미안해" "미안하면 그 휴대폰 좀 집어넣어... 저저번주는 연말이라 업무가 많아서 바쁘고 저번주는 연말행사 많아서 바쁘고 이번주는 연초라서 바빠서 이렇게 밖에 못 본다며? 휴대폰만 볼거면 그냥 보지말지 그랬어" "왜 그러냐?" 들어와서 앉아마자 남자친구는 내 얼굴은 보지도 않고 휴대폰만 만자는 남자친구의 행동에 근 몇달간 누르고 담아두었던 섭섭함이 터져나왔다. 내가 다다다 쏘아대자 지친다는듯한 표정을 짓는 남자친구. "석진오빠 우리 헤어지자" "뭐?" "7년 만났으면 오래 만났어. 우리 둘다 너무 지쳤어... 이제 그만하자"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우리가 어떻게 헤어져? 너 우리사이가 장난이야?" "오빠야 말로 우리사이가 장난이야? 우리 7년을 만났어!! 나 20살 오빠 23살에 만나서 나 27살 오빠는 30살이 됐어... 근데 그게 뭐?" "그게 뭐냐니?" "오빠 이제 나한테 설레이긴 해? 내가 보고싶긴해? 난 오빠가 보고싶은게 좋아서 보고싶은건지 그냥 습관적으로 보고싶은지 구분이 안돼" "너탄아" "오빠도 마찬가지 아니야? 오빠 그 넥타이 누가 사준거야?" "...어?" "그 넥타이 내가 사준적 없는거 같은데? 오빠 어머니가 사주신거야? 오빠 어머니 외국에 계시잖아... 솔직하게 말해 누가 사준거야? "내가.." "거짓말 하지마" "..." "오빠가 그런거 살 성격 아닌거 다 알아, 오빠 성격상 넥타이가 너덜너덜 다 헤져도 안살 성격이야. 근데 그걸 샀다고?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 "사실 나도 오빠랑 헤어지기 무서워. 일 그만두고 오빠까지 떠나보내면 나 아무것도 없어. 근데 내꺼 아닌 오빠가 껍데기만 내옆에 있는것보다 차라리 없는게 낫겠다 싶어" "내가 잘못했어" "오빠도 정말 나랑 끝내려고 그사람 만난거야? 그 신입사원 맞지? 저녁먹을때 굳이 들어와서 인사하고 갔던 그 여자 맞지?" "응..." "오빠도 참 쉽다" "..." "헤어져" "안돼 못 헤어져. 내가 정리할게, 다신 한눈 안 팔게... 다시는 너말고 다른 여자는 쳐다보지도 않을게. 너탄아 진짜 잘못했어. 제발 헤어지지 말자" "그럼 6개월만 시간을 줘. 온전히 나만 있을 수 있게...나도 혼자인 연습을 하고싶어" "6개월 미쳤어? 안돼" "왜 안된다는 거야? 난 군대간 오빠를 2년 가까이 기다렸어.. 오빠는 그 3분의 1도 못 기다려?" "..." "그리고 그 넥타이 당장 버려. 편의점 가서 넥타이 하나 사서 그거 메고 들어가. 내눈앞에서 버려" 머뭇거리던 남자친구는 넥타이를 풀고 쓰레기통에 버렸다. 나는 남자친구를 두고 카페를 빠져나왔다. 남자친구는 나를 쫓아 뛰어나와 나를 붙잡았다. "너탄아" "왜?" "진심으로 미안해" "안 믿어" "못 믿게해서 믿음을 못 줘서 미안해. 근데 이것만 알아줘... 7년동안 너한테 부끄러웠던적 이번이 처음이야. 진짜야... 6개월 기다릴게" "... 진작 이렇게 말하지 그랬어" "김너탄 보고싶으면 어떡하지? 목소리 듣고싶으면 어떡하지?" "참아" "내가 백번 참고 한번 못 참겠음 전화해도 되는거야?" "삼백번 참고 못 참겠으면 한번은 이해할게" "고마워, 진짜 미안해..." "..." "너무 바래다주고 싶은데... 안되겠지?" "응 안돼" 손목을 잡고있던 남자친구의 손을 억지로 떼어내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의연할줄 알았는데 어린아이처럼 눈물이 났다. 남자친구 목에 메어져있던 넥타이가 내목을 죄는거 같았다. 주체할수 없이 흐르는 눈물을 소매끝으로 닦으며 내리려던 정거장보다 2정거장 앞에 내려 걸었다. 나는 햇살이 너무 눈이 부셔서 햇살이 아파서 우는것이다. 절대 슬퍼서 우는것이 아니다. 그때 안돼!!!! 라는 남자의 음성과 함께 나에게로 물벼락이 쏟아졌다. 물에 빠진 생쥐마냥 흠뻑 젖은 나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아이처럼 울어대기 시작했다. 나에게 물을 뿌린 범인은 집 근처 새로생긴 카페 사장님이였다. 급하게 뛰어나와 나를 일으켜 세웠다. "괜찮아요? 미안해요. 어디 다친데 없어요?" "아... 진짜 짜증나" "일단 여기서 이러지말고 안으로 들어가요. 수건하고 가져다줄게요... 진짜 미안합니다" "씨이발..흐엉" 심심하고 재미없는 지루하던 내 인생에 이제 재미난 일들이 일어날까? 기대가 된다. 하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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