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나는 지금 홍대역 앞에서 정국이를 기다리고 있어.
그 이유인 즉슨, 어제 같이 공원을 돌다가
"혹시 내일 시간 있어?"
정국이가 데이트 신청을 했거든.
아니, 따지고 보면 그냥 같이 놀자고 한건데
더 깊게 생각하면 좋잖아.
나는 나름 예쁘게 보이려고 꾸미고 왔는데
정국이는 아니면 어떻게 하지, 하고 걱정을 하고 있을 때
저기서 정국이가 보임과 동시에 나는 느꼈어.
아, 잘생겼다.
#11
"뭐야. 왜이렇게 예뻐."
"부끄러우니까 그만 말해..."
정국이는 나를 만나고 나서부터
계속 예쁘다며 길가면서도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웃어.
부끄러워서 얼굴을 가리고
도망가듯이 먼저 앞으로 가니까
곧바로 졸졸 따라와서는
"진짜 예뻐."
"... 미치겠다 진짜."
"아. 밥 먹었어? 먹어야 하지 않아?"
"나? 어... 밥 안 먹었긴 했는데, 먹을 수 있어?"
포크는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아는 나는
정국이가 불편할까봐 물었어.
"뭐?"
"맛 못 느끼잖아. 괜찮냐고 물어보는 거야."
잠깐 표정이 굳어진 듯한 정국이에
설명을 덧대어 말하니
"괜찮아. 먹을 수 있어."
#12
"... 아."
음식점을 들어오면서부터 정국이의 눈치를 보며 걱정 했던 나는
정국이가 먹는 모습을 보고 걱정이 싹 사라졌어.
(포크는 맛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인가)
맛있게 먹는 정국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니
내 시선을 느꼈는지 정국이가 나를 바라봤어.
"신기해?"
정국이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물었어.
"어떻게 그렇게 잘 먹어? 내가 알고 있는 포크 특징이랑 다른데."
정국이가 내 말에 씁쓸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어.
"살기 위해서."
"어?"
"들키지 않기 위해서."
"버림받지 않기 위해서."
"때문에 잘 먹는 척 하는 거야."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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