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빠선수 김태형 X 너 탄 Part 1
“ 보고싶다. ” ( 동구 중편집 - 눈 먼 사랑 )
" 우리 헤어지자 태형아 … "
너 이 말 꺼내기 까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알아. 내가 많이 보잘것 없는 남자친구였어. 처음 만났을 때 우리 둘다 고등학생이였잖아, 매일 등굣길에 부딪치는 손을 어떻게 해야할줄 몰라서 내가 처음 너의 손을 잡았었잖아. 그때 붉게 밝혀졌던 너의 두 뺨이 참 예뻤어. 우리 많은 돈 들고만나지 않아도 카페에서 라떼 두잔 시켜서 손잡고 알콩달콩 이야기 했던게 기억이 난다.
우리 시험끝나고는 버스에 나란히 앉아서 놀이동산도 갔잖아. 놀이기구 잘타는 너와, 잘 타지 못했던 나. 서로 많이 달랐지만 나는 어떻게 너를 즐겁게 해줄까 생각하며 무서워도 무서운척 하지않고 놀이기구를 전부 탔었잖아. 창백해진 내 얼굴을 보고선 그제서야 괜찮냐고 하면서 걱정하며 당황스러워하는 모습도 귀엽더라.
그렇게 하루종일 데이트하고 나서는 피곤해서 먼저 잠들었던 너. 그리고 나는 너의 답장을 기다리다가 나도 모르게 잠들어서 충전도 못시켜 꺼진 핸드폰알람을 못듣고 허둥지둥 너와의 등교시간을 늦을까봐 너네집앞으로 달려갔던것도 기억이나.
" 조금 늦었지 .. 히 - "
시험결과가 나온날에 시험을 잘 못봐 꿀꿀한 너를 위해 너가 좋아하는 초코우유 한박스를 사갔고, 항상 받기만해서 미안하다고 크리스마스때는 나를 위해 손수 떠준 목도리를 선물로 줬었잖아. 나 그거 사실 지금도 가지고있다. 그걸 아는 지 몰라.
우리가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갈때 우리집 사업이 망해서 금방 밖으로 내앉게 되었잖아. 너가 겨울방학식때 우리집에서 공부해도되냐는 말에 선듯 된다고했던 나였지만, 이제는 그 곳이 우리집이 아니여서 너를 돌려보냈었어. 쪽팔리기도 했었던것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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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 말도 없이 사라졌었어. 대구에서 서울로. 그런데 이곳에서 너를 만날줄은 꿈에도 생각못했어. 대학생이 된 너는 공부를 잘해서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왔었고, 친구들과 함께 길거리를 걷고 있었잖아. 나는 엄마뻘 아주머니를 내 품안에 안고는 술에 잔뜩 취한체로 길을 걷고 있었고. 너와 아주머니는 부딪혔고, 그 아주머니는 너에게 소리를 버럭 지르더라. 너는 당황스러워했고, 난 정신이없어서 미처 너인줄은 몰랐는데 나보고 ' 김태형 ? … ' 이라고하며 큰눈을 더 크게 뜨더라. 난 왠지 웃음이 나왔어. 술기운인지 내가 미친건지 모를만큼 이성을 상실하더라.
당황스러워서인지 뭔지 모를듯하게 너는 눈시울을 붉히더라. 너 주변친구들이 저 사람 미쳤다고하면서 아는 사람이냐고 물어봤는 데, 너는 머뭇하더라. 나 너를 지나쳐갔어. 많이 당황스러운듯이 그 자리에 서서 가만히있더라, 그러다가 너 친구들이 너를 데려갔잖아, 미안해 . 이런모습에 나여서.
" 탄소야 보고싶었어 … "
우리가또다시 만나게 된건, 나를만났던 그곳에서 기다렸을때잖아. 너는 매일 나를 만나려고 저녁에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렸지만, 나는 한달동안 나오지않았었어. 그러다가 내가 바(BAR)에 같이 근무하는 형들과함께 홍대에 있었을 때, 익숙한 뒷모습에 그냥 지나칠수가 없더라. 마침 그쪽으로 가는 길이여서 너를 지나쳤어. 형들이 저기 있는 몸매 좋은 여자가 누구냐고 그러더라. 너가 그때 뒤를 돌아봤는데 넌 그때 나를 처음봤던 그 눈빛으로 날 쳐다보더라.
" 잠깐 이야기좀 할 수 있을까 .. ? 태형아 "
내 이름을 부르지 말라고 하고 싶었어. 너가 내 이름을 부르니까 심장이 멎는 것 같더라고, 난 애써 마음을 달래면서 근처에 있는 카페로 들어갔어. 넌 손을 부들부들 떨더라, 추워서 그런게 아니라 나와 함께 있어서인것 같았어. 손을 떨면서 커피를 마시다가 손에 힘이 풀려서 너는 커피를 쏟고 말았지. 나는 본능적으로 쏟아내버린 커피를 닦고 있더라고. 너는 괜찮다고하며 자기가 한다고 뜨거운커피를 닦고 있더라. 손이 데인듯이 빨개졌고. 넌 아픈지도 모르더라 바보같이,.
" 태형아 … "
" 잘지냈냐고 ? 아니. 잘못지냈지. "
너의 말을 가로채서 난 차갑게 되돌려줬어. 가시돋는 말을 너에게 한 나였지만, 어찌 가슴이 안아프겠어. 이상하게 가슴이 처음으로 많이 애리더라고. 그런데 나보다 너가 훨씬 아플꺼라고 생각해. 지금 곧 떨어질것 같은 너의 눈을 보니까 알겠어. 넌 아무말도 하지못하고 두손으로는 치마자락을 잡고있더라. 그것도 꽉.
" 보고… 싶었는 데, 나 너가 많이 보고싶었어 … "
참았던 눈물이, 이 말을 하며 볼을 흐르고 내리더라. 밖에는 포근한 눈이 내리는 데 너는 왜이리 슬프게 울고있는 지 모르겠어. 평소같았으면 울지말라고 어루안아줄 나겠지만 나는 그런 너를보지못해 창밖으로 애써 시선을 돌렸어. 한참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고 잠잠해 질때쯤 너를 다시 볼 수 있겠더라. 눈이 빨개지고, 곧 너는 쓰러질것 같았어. 그리고 느꼈지 너가 참 나를 좋아했구나 … 하고.
" 나 너 많이 좋아해.. 우리 다시 시작하면 안돼 ? "
" 나 너가 알던 예전의 김태형아닌데도 괜찮아 ?, 나 저녁마다 술집가서 여자들 술따라주는 광대야. 그거 알아 ? 너 그때 나 봤을때 옆에있던 아줌마, 내 단골이거든. 너가 알던 순수한 사랑 그만할때 되지 않았나 ? "
내 말에 너는 끅끅거리기만 하더라, 부르르 떠는 너의 입술. 그리고 이내 너는 그 입술을 잘근물더니 피가 나더라. 예전에 내가 했던 말 있잖아. 절때 너 울리지 않겠다는 말. 이제 와서 어겨버렸네. 미안하다 이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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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빠선수 김태형 X 너 탄 Part 2
“ 미안하다. ” ( 동구 중편집 - 이별의 미학 )
" 나 너가 전에 알던 예전의 김태형아닌데도 괜찮아?, 나 저녁마다 술집가서 여자들 술따라주는 광대야. 그거 알아? 너 그때 나 봤을 때 옆에 있던 아줌마, 내 단골이거든. 너가 알던 순수한 사랑 그만할 때 되지 않았나? "
" 태형아 … 나 그동안 너 원망 많이 했다… 매일 데릴러오던 너가 안오길래 어디 아픈가해서 전화해봤는데, 너 받지도 않더라. 그래서 학교끝나고 너네집에 갔는 데. 이제 그 집이 너네집이 아니라고 하더라.. 내가 너한테 매일매일 문자 남긴거 보긴했어 .. ? 나 정말 너 많이 기다렸어.. 찾을 방법도 없고 그렇게 가버리면 어떡해… 그러다가 한달전에 너 우연히보고 정말 기뻤는 데, 너는 내가 알던 태형이가 아니더라 . "
" 너가 알던 김태형은 어떤사람인데. 너가 날 잘못본거 같은데 , "
" 내가 어떻게 너를 잘못봐, 너는 항상 그래왔잖아. 나쁜걸보면 지나치지못하고, 너보다 어려운 사람있으면 도와주야하고 너 그런사람이였잖아 . 그리고 … 너 누구보다 좋은 남자친구였고, 아들이였잖아 . 태형아 .. "
네 말을 들어보니, 내가 그런 사람이였을 때가 있긴 했구나 싶었어. 맞아 사실. 난 나보다 힘들어 하는 사람을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면서 살았어. 어렸을 때는 한 때 꿈이 경찰이기도 했었지, 물론 지금은 내가 잡혀가야할 반대쪽 상황이지만 말이야. 그런데 넌 나보다 더한 사람이더라, 너도 너보다 힘든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어주는 아이였잖아. 어쩌면 그래서 내가 너를 사랑하게 됐었는 지도 몰라. 예쁜얼굴에 마음까지 곱더라. 난 이렇게 많이 더러워졌는데, 너는 아직도 예쁘더라 이탄소너
" 미안, 나 먼저 일어날께 . 잘 들어가라 "
" 잠깐만. 태형아… "
는 돌아선 나를 잡더라, 내 손목에서 느껴졌어 벌벌떠는 너의 손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일지. 그래도 나는 그런 너를 잡을 수 없겠더라. 예쁘고 착하고 뭐하나 덜떨어진 곳 없는 네가 나를 만난다고 생각하면 치가 떨릴지경이니까 .나는 너의 손을 내 반대 손으로 내렸어. 그런데 넌 또 잡더라고 가지말라면서, 그리고 또 울더라.
' 마음아프게 … '
" 나 너가 무슨 일 하던지 상관없어, 정말이야 … 가지마, 제발 .. 응 ? "
" 너 정말 괜찮아? 내가 무슨 일을 하던, 어떤 짓을 하고 다니던 상관없어 ? "
" 응 … 나 너만 있으면 상관없어 정말 "
나는 너의 그 말에 네 손목을 덥석잡고는 밖으로 나왔어, 그리고는 차를 탔지. 너는 어디를 가냐고 물어봤어, 나는 아무말도 하지않았고. 그렇게 한참 가서 네온사인이 반짝거리는 거리로 널 데려갔어, 그리고 큰 건물로 들어갔지. 문앞에서 넌 발을 떼지않았고, 난 너를 한번 뒤돌아 쳐다본후 끌었어.
" 야, 김태형 어디다녀왔어. 너 없어서 못놀았잖아 새끼야 "
" 야, 니 옆은 오늘의 레이디 ? "
" 아, 아까본 그 분 ? 아니신가 … "
" 내 여자친구. "
다들 순간 조용해 지더라, 그러면서 농담하지말라며 내 어깨를 툭툭치더라고. 넌 내 뒤에서 어쩔줄을 모르고, 많이 겁 먹었겠지. 그런데 어떻게해 이렇게 해야 너가 떠날텐데. 그리곤 다시 내 옆에는 안나타나겠지.
" 개 쌉치고 있네 … "
" 진짜 여자친구 맞아. "
" 김태형, 잠깐 나와봐 "
나는 친구를 따라서 나왔어. 내가 이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지냈던 친구야. 밖에서 하루종일 일만하다가 어쩌다보니 이 곳에 들어왔지, 얘랑 같이. 얘가 나보고 미쳤나더라. 너 여자친구 사귀면 이 바닥에서 쫑난다고. 그런데 어쩌겠어, 너를 떨쳐낼 수 있는 방법이였던걸.
" 나 이탄소안좋아해. 그냥 연민이지, 이 더러운곳에서 사랑을 할 수 있겠냐 너같으면 "
이 말을 하는 데, 헛웃음만 나오더라. 사실 틀린말은 아니야. 이 더러운 곳에서 어떻게 연애를 하겠어. 씁쓸한 발걸음으로 난 너를 데리고 다시 밖으로 나왔어. 그리곤 네 집으로 갔지. 넌 집에 가는 내내 아무말도 없더라, 그런데 이 말은 했어. 우리집에 왜 가냐고, 혹시 데려다 줄꺼냐고. 난 조금더 너랑 있고싶다고 . 난 일단 대답을 하지않고 네 집에 도착을 했어.
" 짐싸. 동거하자 "
" ㅇ, 어 ? "
" 많은 거 챙길거 없어, 필요한 것만 챙겨. 나머지는 사면되니까. "
넌 당황한 기색을 보이더라, 맞아 나같아도 그렇꺼야. 한달, 아니 어쩌면 당일에 만난 전 애인이 동거하자고 짐을 싸라고 하면 무슨생각이 들겠어. 좆같은 생각만 들겠지. 넌 떨떠름하면서 방으로 들어 가더라. 난 너의 집 거실을 둘러봤어, TV위에 사진하나가 올려있더라. 난 다가가서 액자를 들었어. 너와 내가 찍은 사진이더라고 … 무슨 생각을 했는 지도 모르겠다. 내 감정을 모르니.
넌 한 20분 뒤쯤 나왔어. 작은 박스하나와 중간크기의 박스하나를 들고, 난 너의 짐을 들고는 우리집으로 갔어. 집에 있을 시간이 없으니 온기가 없는 건 어쩔 수 없지. 너는 머뭇거리며 나를 따라 들어왔어, 대충 집안 구조를 설명하고는 방으로 들어왔어.
" 난 나가 있을 테니까, 정리하고 나와. "
너는 고개를 끄덕였어. 나는 밖으로 나왔고.근처 편의점에 가서 소주를 잔뜩 사왔어. 알콜 중독은 아니야. 그다치 항상 바(BAR)에서는 여자들이 사준 값비싼 양주를 마시니까 가끔 소주가 땡기기도 하더라고. 아닌가 … 하루라도 술을 안마셔서 그런건가. 하루에 한번 초이스를 당하진않아, 한번 초이스를 당하는 거면 단골이나 룸쌀 마담들이지. 하루 종일 나를 데리고 이렇게 먹이고, 저렇게 먹이고 하루종일 돌려버리니까. 그래도 나쁘지않아, 여러번 초이스당해서 처음보는 애기들과 진빼는건 더 힘들거든.
난 집으로 들어왔는데, 방 문틈 사이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더라. 문앞에서 서서 열린 문틈으로 안을 보니까 너가 무엇인가를 안고 서럽게 울더라고. 마음이 또 이상하더라. 너가 우니까, 아프다고 표현해야할지. 다른 표현법이 있는 건진 모르겠다.
" 이탄소, 나와 . "
" ㅇ, 응 ! 알았어 기다려 ! "
눈물을 대충 소매로 벅벅- 닦고는 나오더라, 그리고는 나를 보고 환하게 웃더라 바보처럼. 너처럼 착한얘가 나를 왜 굳이 그렇게 만나야하는 지 의문이 들어 자꾸. 넌 참 예쁜데, 나처럼 울리는 남자말고 웃게만드는 남자 충분히 만날 수 있는데 , 왜 힘든일을 자처하니 탄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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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빠선수 김태형 X 너 탄 Part 3
( 동구 중편집 - 탐내면 안될것 )
나는 소주잔과 사왔던 요깃거리를 테이블에 내려놨어. 너는 뻘줌거리며 내 옆쪽에 앉았고, 우린 서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 나는 말을 하지 않은 체 너의 잔에 소주를 따랐어. 우리 사이에서 들리는 소리는 쪼르륵- 흐르는 소리밖에 들리지않더라. 너가 술을 받아 나를 따르려 했던 것 같지만 나는 그냥 내 잔에 넘칠듯이 가득 따르고는 입안 가득 머금었어. 그리고는 삼켰지, 속이 뜨겁게 쓰라린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더라고. 나를 따라 너도 쭉- 마시더라.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너는 미간을 찌푸렸어. 그리고는 으- 라는 작은 소리를 내었지.
한 두잔 술이 들어가자 너는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질듯이 빨개졌어. 눈은 반쯤 풀린채로 네 몸을 가두지 못하더라. 나는 이제 술기운이 살짝이나마 돌기 시작했는 데. 넌 갑자기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는 끅끅- 거리면서 울더라. 나는 그런 너를 한 손으로 턱을 괸채 쳐다봤어. 너의 눈물이 손틈새로, 그리고 팔을 따라서 흐르는 거야.
" 있잖아… 태형아. 너가 무슨 일이 있어도 나 항상 너 곁에 있을 꺼야. 내가 널 많이 사랑하니까 … "
" 이제라도 나타나줘서 정말 고마워… 김태형 "
왜이리 서럽게 울어, 마음이 너무 아파. 사실 나 정말 힘들게 여기까지 왔어. 알아 이 일이 정말 인간이 하면 안되는 일이라는 거, 할 짓이 못된다는 것도 다 알아. 하지만 그 어린 나이에 김태형은 왜 그런지 몰라, 돈이 정말 필요했거든. 그래서 그랬어, 내가 쉽게 가지지못하는 것들을 가진 사람들이랑 만나니까 나도 정말 다 가진 사람이 된 것 같더라. 아빠 사업 망하고, 가족끼리 다 흩어졌어. 너가 그렇게 좋아하던 우리 누나도 어디갔는 지 몰라. 나랑 같은 일만 안했으면 좋겠어. 너도 알잖아 우리누나, 나랑 정말 많이 다투고 싸웠지만. 동생인 내가 봐도 참 예쁜거. 물론 너 만큼은 아니였어. 누나가 이런 나를 보면 많이 울꺼야. 지금의 너처럼말이야.
넌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내가 술을 몇잔 더 기울이고 나서 옆을 봤을 때 테이블에 살짝 고개를 옆으로 엎드려서는 천사같은 얼굴로 잠에 들었더라고. 너의 머리에 내 손을 머뭇거리다가 올렸어. 작은 머리가 꼭 애기같더라, 예전에는 참 많이 쓰담아줬는데. 4년 만인가. 우리가 지금 22살이니. 너 없던 시간은 참 느리게 갔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4년이 지났구나 했어. 넌 여전하고 바뀐건 나 하난데.
너를 안고는 침대에 눞혔어. 얇상한 몸이 예전과 다를게 없더라 정말. 아니, 예전보다 더 여휘였던것 같다. 내가 덜 내려놓자마자 내 손가락을 애기가 엄마 손 잡듯이 잡더라.
" 가지마 태형아 . "
내 눈빛이 흔들렸어. 침대 옆에 살짝앉았고, 너의 모습을 한참이나 쳐다본 것 같아. 애기처럼 새근새근 잠들어 있더라. 아, 이러니 예전 생각이 나네. 너 아팠을 때 . 그때 우리 사귀는 사이는 아니였잖아. 나는 친구를 따라서 너의 병문안에 갔었고, 내 친구는 너와 오래된 소꿉친구였어. 난 네가 누군지 모르니 가기 싫다고했어. 그런데 내가 만약 그때 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잠시나마 행복했을 까… 아니, 차라리 그때 만나지 말아야 했을 지도 몰라. 너꿈속에서 까지눈물을 흘리고 있잖아.
*
" 탄소야. 얘 내가 그때 사진으로 보여줬던 얘. 김태형 "
" 안녕 … "
" 응 ! 안녕 "
내가 처음 봤을 때의 넌 하얀얼굴에 되게 예쁜 아이는 아니였어, 그냥 평범하다고 생각했지. 너는 많이 다쳤었나봐. 한달동안 입원을 해야했었고, 나는 친구를 따라 한 두번오다가 너와 친해졌었잖아. 그래서 매일같이 왔었지, 너의 친구들이 있을 때 나는 밖에 있었어. 혹시 너가 불편해 할까봐. 네 친구들이 놀다가 가면 나는 네시간동안 밖에서 기다리다가 금방 도착한척했었지.
넌 나와 있을 때 항상 예쁜얼굴로 웃어줬잖아. 그때의 모습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더라. 저녁에는 가끔 네 생각도 났던 것 같아. 너와 알게되고 이주정도가 지났을 때 였나. 나는 일주일동안 친구들과 운동을 하느라 너를 만나러 저녁에 가거나 못가는 일이 많아졌어. 나만 서운한게 아니라 너도 많이 서운해 하더라. 그리고 네가 퇴원하기 4일 정도 전이였나. 나는 그 날도 못갈 것 같다고 했어. 너는 오늘도 못오냐며 너무 서운하지만, 꾹 참고 있는 다고 했잖아. 그 말투가 너무 귀여워서 ' 오늘은 늦게라도 봐야지 ' 라는 마음을 먹고는 빨리 운동을 끝내곤 너가 잠들기 전에 병원까지 택시를 타고는 병실로 갔어.
병실 문을 열고는 네 침대 커텐을 열었는 데, 네가 자고 있더라. 지금처럼 새근새근. 간이 의자에 앉아서는 너를 쳐다봤어.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정리를 해줬지. 이렇게 가까이서 너의 얼굴을 본 적은 그때가 처음이였던 것 같아.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 때의 네 모습은 예 … 쁘더라.
" ... "
다른 여자들과는 다르게 너에게는 편한 향이 났어. 매일 다른 여자의 향을 맡았으니까. 여…자 향이라기 보단 폐를 꽉 채우는 듯한 담배향과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술의 냄새랄까 ? , 그런데 너에게 아주 가까이 다가가지는 않았지만 아기 … 향 같은게 나는 것 같아. 내 손을 너의 머리에서 볼로 쓸어 내렸어. 네 살에 내 손이 닿지마자 보드랍더라고, 꼭 아기를 만지는 것 같았어. 넌 예전이나 지금까지나 아기향이나고 아가의 살결같아서 내가 널 지켜주고 싶었던 것 같아.
" 그렇게 생각해놓고 한번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탄소야 "
너의 입술에 손을 살짝 놓았어. 그리고는 재빨리 뗐지. 이러면 안되는 거니까. 그래도 자꾸 몹쓸 욕심이 생기는 거야. 안으니 만지고 싶고, 만지니 ..
네게 조금 더 얼굴을 가져갔어 너의 숨소리가 들릴정도로, 아니 네 숨바람이 나에게 닿을 정도로 말이야. 알아. 나도 이러면 안되는 거. 하지만 술기운 … 이라기엔 욕심 같아. 가지면 안되는 널 지금 탐욕하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난 어쩔 수 없더라고. 내 감정이.
' 그리고 네게 난 입맞췄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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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눈도 덜 뜬 몸으로 옆에는 토닥거렸어. 혹시나 태형이가 있다는 기대감을 안았는 지도 몰라. 그런데 역시나 아무도 없더라고. 거실로 나가니 쎄한 냉기밖에 없었어. 어제는 긴장하고 그래서 잘 둘러보지 못한 집이 였는데, 태형이가 살기에는 많이 큰 집이더라고. 적어도 여섯식구 이상이 살아야만 할 것같은 집의 크기였어. 슬리퍼는 나무 장판에 쓱쓱- 끌리는 소리가 내 귀에 맴돌았고, 나는 살짝 추워진 날씨에 몸을 웅크렸어. 이렇게 큰 집에 혼자 있어 본 적도 없고. 자취를 한대도 아까 내가 잠들었던 방 한칸정도에 작은 거실 하나거든.
태형이 집에 있는 모든 방을 들어가 봤는 데, 정말 새 집처럼 아무것도 없었어. 온통 아이보리색으로 발라진 벽지만 붙어져 있을 뿐.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살았는 지 의문이 들 정도였어. 그런데 문득 내가 어제 술을 마신 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 데 그 이후의 기억은 없더라. 내가 왜 침대에 눞혀져 있는 지 . 혹시 … 태형이가 나를 데리고 왔나 ? 라는 생각을 했어. 많이 무거웠을 텐데 … 갑자기 창피하기도 하고말이야.
오늘은 휴강이라 침대에 하루종일 있다가, 저녁시간쯤이 돼서 마트를 다녀왔어. 이상하게 신혼 … 부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야.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어. 무슨 신혼부분 … 그래도 그런 생각이 나쁘지 않더라 . 이상하게. 태형이는 뭐든지 다 잘먹었어, 아니 따지고보면 편식쟁이였지. 잡곡 코너를 가서 그동안 못 먹었을 따뜻한 밥을 해주고 싶어서 쌀을 들어올리려는데 옆에 콩이 보이는 거야. 살까 ? 싶었지만 태형이가 가장 싫어한 그냥 내려뒀어. 나와 밥먹는 것도 불편할지 모르는 데 음식까지 그러면… 난 고개를 양옆으로 내저었어. 괜한 헛된 기대감을 지워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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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한아름 사와서는 집에 들어왔어. 찌개도 끓이고 태형이가 좋아하는 고기도 굽고 상다리 휘어질정돈 아니지만 아 - 이 정도먹어야 집밥이구나 싶을 정도로 했어. 시계를 보니 10시 정도 더라고, 곧 오겠지 하면서 기다렸는 데. 10분이 지나도, 20분이 지나도 오지않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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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나왔어, 네가 불편해 할까봐. 아침에는 친구인 지민이 집에서 있다가 함께 저녁 8시쯤 출근을 했어. 역시나 1순위 초이스는 나였고. 내 단골 아줌마야. 나이때는 엄마 정도 인데, 가끔은 나한텐 고맙지만 뭐하고 사는 인간인지 모르게더라. 자식이 없으면 다행이고. 그 아줌마의 광대로 하루종일 놀아났어.
" 태형씨, 우리 태형씨 집에 가서 한잔 더 할까 ? "
나도 의식불명 상태가 오기 직전이였어. 몸을 가두기도 힘들고 내가 제대로 걷는 건 지도 몰라. 난 그렇게 또 옆구리에 그 아줌마를 껴놓고는 집으로 왔어. 다이얼 도어를 세 번이나 틀렸는지 삐삐- 하는 경보음이 들리다가, 잠시후 잠잠해지더라고. 그래서 다시 천천히 비밀번호를 쳤어. 문이 열렸고, 그 아줌마는 능숙하게 내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더라고.
" ㅇ, 어 왔어 ? 내가 깜빡 잠이 들ㅇ … "
" 태형씨 뭐야 저 여자 ? , 너 누구야 ? "
" 아, 누나 신경 쓸 꺼 없어 . 내가 밖에서 마시자니까 … "
짝 -
그때 꼭 무엇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어. 내 눈은 초점을 잡았고, 그 아줌마는 네 여린 뺨에 자신의 손을 가져가 그대로 갈구었어. 네 하얀뺨은 빨갛게 부어 오르더니 넌 토끼 눈을 뜨고는 숨을 끊어 쉬며 눈물이 뚝뚝- 바닥에 흘리더라. 나는 그 아줌마의 팔목을 잡고는 끌었어.
" 누나, 이딴 얘한테 손길까지 줄 필요없잖아. 나가자. "
그 아줌마는 날 세웠어. 그리고는 심경이 불편하다는 듯이 날카러운 어조로 말을 했어.
" 네가 왜 태형씨 집에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태형씨 주변에 얼씬하지마, 지금이랑은차원이 다를정도로 아프게 될테니까. "
넌 그렇게 혼자남겨졌고, 점점 우리 사이가 멀어질수록 네게는 그림자가 서리더라. 그렇게 넌 또 혼자남겨지게 되었고, 네 뒷모습이 꼭 나를 보는 듯해 마음이 애렸어.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 미안해 ' 밖에 없는 것 같아, 이렇게 해서라도 네가 날 잊었으면 한다 이탄소.
호빠선수 김태형 X 너 탄 Part 4
( 동구 중편집 - 미치도록 연약한 )
난 이른 새벽에 들어왔어. 그동안 밖에 가서 술을 된통 마시고 단골 아줌마를 집에 까지 데려다 줬지. 밤공기를 맞으면서 걸으니까 술이 조금씩 깨기 시작하더라, 술이 절반정도는 깬 듯 했어. 집에 들어와선 현관에 가지런하게 놓여있는 슬리퍼를 신고는 갈증이나 물을 마시려고 부엌불을 켰어. 식탁을 보니 음식이 있더라, 의자를 당겨서는 앉았어. 떨리는 손으로 수저를 잡곤 밥을 한숟가락 떴어.
이상하게 눈물이 자꾸 나와. 숟가락이 바닥으로 떨어져서 챙- 하고 소리가 들렸어. 그런데 그 소리와 함께 내가 흐느끼더라고 … 알아, 너가 이 음식을 만들면서 내 어떤 모습을 상상했는 지. 바램이였겠지, 내가 맛있게 먹어주고 서로 웃으며 식탁에 앉아서 함께 먹었던 것을 치우고 배가 불러 쇼파에 잠깐 앉아서 티비를 보다가 졸리면 방으로 들어가 서로 사랑한다며 이마에, 그리고 입술에 입맞추며 껴안고 자는 거. 나도 그런 소망 있었어. 예전에 말이야.
" 탄소(아)야 우리 빨리 결혼하자 "
그 새파랗게 어렸던 고등학교 시절에 카페에 앉아서는 미래의 이야기를 했잖아.
난 너와 함께 살 집을 머릿속에 그리곤 했지, 현관에 들어가면 똑같지만 크기만 다른 슬리퍼 두개가 가지런하게 놓여있고, 내가 네 무릎에 베고 누우면 딱 맞을 듯한 크기의 쇼파와 티비를 그렇게 크지않아도돼. 왜냐면 우린 항상 화면속에 집중하기 보다는 서로에게 집중하고 싶어했으니까. 침대도 그리 크지않고 편하게 잘 수 있는 크기. 음식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너를 위해 부엌은 컸으면 좋겠고, 항상 밥을 먹고나면 넌 설거지 나는 빨래를 개겠지. 주말에는 피곤하다며 잠드는 것 대신해서 너와 손잡고 데이트를 가고. 아기가 생겼을 때 체험학습도 자주가고 싶다고 생각했어, 좋은 아빠 엄마가 되고싶다고 서로 다짐하고.
자리에 일어나서는 부엌 불을 다시 끄고는 방문을 살짝 열었어. 얼마나 울었는 지 새빨개는 눈과 볼에는 상처가 나있더라. 네 옆에 앉아서는 살짝 너의 볼을 어루만졌어. 맞은 부분에는 더 부었는 지 울퉁불퉁하더라. 너 부모님께도 한번도 맞아본적없고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주지 않는 착한 얘 였는 데 말이야. 모든게 나 때문에 틀어졌다는 게 마음이 아파.
아침에 일어나니 난 침대에 누워있더라고, 넌 없었고. 감기가 들었는 지 몸이 으슬으슬 추웠어. 머리에는 물수건이 올려져 있었고.
" 일어났어 … ? 아침에 일어나니까 열이 많이 나더라 … 오늘 주말이라 병원문도 안열고 … "
" … 괜찮아 . "
" 내가 불편해도 오늘은 참아 . 너 많이 아파, 열도 많이 나고 . "
" 관심꺼 . "
" 관심 끄라면서 왜 나를 데리고 집에 온건데. 정 떨어트리려고 ? 너가 발버둥쳐도 바뀌는 거 없어. 내 말 들어 제발. 어린애처럼 유치한 짓 하지말고 "
" … 시끄러워, "
난 몸을 일으켰어. 정말 몸살이라도 걸린건지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어. 그러다가 바닥으로 픽- 하고 쓰러지더라. 왜 웃음만 나올까, 바닥에 넘어져 있는 나. 꼭 예전의 나 같잖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 어떻게 해서든 일어나려고 했어, 이를 악물론 버텨서 자켓하나를 들었어. 어디론가 가려고
" 김태형, 제발 … 어린애 처럼 굴지마 . 너 이런다고 뭐가 바껴 ? "
" 그럼 뭐가 안바뀌는 데. "
" 제발 태형아 … 내가 네 눈앞에서 사라지면, 너 원래대로 돌아올꺼야 ? "
" 원래대로 ? 그게 뭔데, 원래의 김태형은 뭐고. 원래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딘데 ? "
" 일은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하면돼, 아니면 학교라도 다시다니는 건? 너 패션쪽에 관심많았… "
" 이탄소. 남의 일에 참견 할 시간있으면 네 앞가림이나 잘해. "
" 알겠어, 다 알겠으니까. 오늘은 집에서 쉬자 "
넌 내 팔목을 잡으며 침대로 데리고 갔어. 넌 그리고 거실로 나갔고, 나는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들여다 보고 있었어. 그때 핸드폰이 울리고 지민이에게 전화가 오더라고. 내가 전화를 받으니 목소리가 않좋다면서 집으로 갈까 ? 라고 말을 했어.
[ 됐어. 오늘만 바(bar)에 못나간다고 마담한테 말해 ]
[ 미친놈. 지금 간다, 밥은 먹었냐 ]
[ 됐다고. ]
[ 죽이라도 사간다. 집에 붙어있어, 갔는 데 없으면 아구창 … ]
[ 시발. 알겠다고. ]
눈을 살짝 감았어, 몸이 자꾸 으슬으슬거리고 춥더라. 몸살이 제대로 들긴 들었나봐, 뭐 - 그럴만도 하지. 어제 술을 들이붓다 싶이했고, 밖에서 헛일하면서 다녔으니. 한 십분쯤 흐른 것 같아. 지민이가 온 듯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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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도어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문이 열렸어. 나는 겁을 먹었어, 또 누가 들어올지 몰라서. 발자국 소리가 이 쪽 으로 오는 게 느껴지더라고, 난 쇼파에 앉아있던 몸을 일으켜서 현관쪽으로 갔어, 저번에 태형이가 데리고 갔을 때 있던 남자가 나를 보고 있더라고.
" 태형이 애인 ? "
" 아 … 안녕하세요. "
" 태형이 아프다고해서 온거예요 ? "
" 아 … 네 … "
" 그 쪽 있는 줄 알았으면 안왔을 텐데. 태형이가 별 말 안해서 왔어요. 밥먹고 약이라도 먹어야 할 것 같아서 "
" … 들어가 보세요 . "
둘이서 무슨말을 하는 지는 문밖을 새어나와서 들렸어. 뭐 … 남자들 이야기가 뭐 있겠어 ? 많이아프냐 등 등의 이야기를 하다가 친구분이 밖으로 나오더라고, 그리곤 나와 대화좀 하자고 하며 포장해온 죽을 내밀면서 태형이가 일어나면 이거 먹이고 약먹이라고 하시더라. 내 꼴이 누추해서 밖으로 나가기도 그렇고 빈 방으로 들어갔어. 아무것도 없는 빈 방에 말이야.
" 태형이랑은 어떻게 알게 된 사이예요 ? 한번도 그 쪽에 대해서 말한적 없… 아니다. 태형이 처음 만나고 나서는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 "
" 고등학교때 사귀던 사이였어요. "
" 아 그럼 태형이가 말했던게 그 쪽 … 참, 통성명을 안했네요. 박지민입니다. "
" 아 … 이탄소예요 "
지민 … 이란분은 내게 손을 내밀었어, 난 손을 머뭇거리며 잡았지. 그리고 이내 내려놓았어.
" 태형이 여기온 이유 알아요 ? "
" 네 ? … 아니요 "
" 태형이랑 고등학교 3학년때 만났어요. 하루벌고 하루살고, 매일 술집 전단지나 붙이고 있고, 그러다가 였나… 마담이 매일 전단지 붙이러 오는 저희를 봤나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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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학생들. 매일 여기에 전단지 붙이러 오나요 ? ”
“ 누구세요. "
“ 혹시 아르바이트 중이면, 더 좋은 일자리 있어서요. 학생들 잘 … 할 것 같은 데 ”
일자리가 있다고해서 우린 무작정 따라갔어, 아까전에도 말했지만 우리 하루벌로 하루쓰면서 살았거든. 하루에 만원 이만원씩 모아서 월세내고 전기료랑 수도세 내면서 하루하루 근근히 살았어. 새벽에 일어나서 전단지 붙이고 낮에는 식당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하고 새벽 4시쯤와서 두시간자고 6시에 일나가고. 사실 월세 내면서 살아가는 데, 집에 들어올 시간이 없더라고.
그 아저씨를 무작정 따라간 곳은 큰 술집? 클럽같은 곳이 였어. 엘레베이터를 타고 가장 끝층인 6층으로 올라가시더라. 나랑 태형이는 어리둥절해 있었어. 긴장도 한 것 같고. 바닥이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나. 우리를 데려가는 아저씨의 발걸음 소리가 뚜벅뚜벅- 났어. 문 하나를 열더니 사무실같은 곳으로 왔고, 쇼파에 우리를 앉혔지. 그리고는 맞은편에 앉아서는 우리를 빤히 쳐다보셨어.
“ 학생들 무슨 일 하고 있어요? 지금 내가 볼 땐 많이 어려보이는 데 전단지나 붙이고. 우리랑 같이 일 할 생각없어요 ? ”
(태형) “ 무슨 일을 하는 지도 안알려주시고 무작정 같이 할 생… ”
“ 이 건물에서 일하는 겁니다. 수입은 학생들이 한달간 번 돈의 몇배를 받는거죠 "
(지민) “ 몇배요 … ? ”
“ 아르바이트해서 삼백 덜 버려나 둘이서 ? 우린 그의 몇배 벌 수 있어요. 하루벌어서 하루 근근이 사는 것 보다는 나을 거예요. ”
(태형) “ 정확하게 말해주세요. 무슨 일을 하는 지 ”
“ 여기는 호스트빠에요. 술을 마시는 곳이죠, 바른 바(BAR)들처럼 술따라주는 거예요. ”
(태형) “ 지금 우리보고 광대짓이나 하라는 겁니까 ? ”
“ 광대라고 지칭하면 광대가 되는 거죠. 우리는 술을 따라주는 서비스를 할 뿐입니다. 그 대가로 돈을 받는 거고, 그런데 여자들 한시간 놀아주는 거 치고 몇 십만원씩 받는 거 … 이 만큼이나 득있는 일도 없죠. ”
“ 그거 불법 아닙니까 ? ”
“ 맞아요. 잘 아시네요. 불법인거, 그런데 우리를 다들 못잡는 다죠? 그 만큼 영향력이 있으니까. 나라도 도박을 하는 거지, 우리를 잡으면 자기들의 비리도 까발려 지는 거니까. 여기에 오는 손님들 어린애 장난 수준으로 돈 쓰는 거 아니예요. 아직 애기라 모르려나 … 최소 강남에 빌딩 몇채씩 있는 부모를 가지고 호화롭게 사는 갓 스물넘은 여우들도 많이오고, 아- 국회의원 아내분들도 많이오지. 참 영향력 있으신 분들이니까 우릴 못잡는 거예요. "
우린 아무말도 하지못했어.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를 몰랐거든. 그런데 하나 확실한 건 있었어, 이 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우리는 꼭두각시가 될 것 같다는 생각 말이야. 우리에게 그 아저씨는 서류봉투를 내밀었어. 태형이는 그걸 집어 들고는 반으로 찢어버렸지, 그런데 그 아저씨는 또 내밀더라고.
“ 시발 . 나한테 이딴거 내밀꺼면 다른 사람찾아봐요. 헛짓하셨네. "
태형이는 그리고 밖으로 나가버렸어. 나도 함께. 문을 쾅- 하고 얼마나 쎄게 닫았는 지 문짝이 흔들릴 정도였어. 화를 참으면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나왔어, 새벽인데도 네온간판들이 눈을 시릴정도 였고, 술취한 여자들이 거리에 간판처럼 나자빠져있었어.
“ 시간 늦겠다. 전단지도 다 못 붙혔는 데 … 또 얻어맞겠구만 . "
“ 내가 잘 둘러델께, 먼저가. 나 오늘 알바 늦게 가도 되니까 마져 붙이고 갈게 . "
“ 미안, 지민아 저녁에 보자 "
태형이는 식당아르바이트를 갔고, 나는 해뜰때까지 마져 붙혔다. 태형이 식당은 버스를 타고 한시간 반정도 가야해서 8시쯤 출발을 해야했다. 난 마져 전단지를 다 붙이고는 9시에 일하러 태형이랑은 정 반대편인 다른 구의 식당으로 향했다.
“ 이모 저 왔어요 ! 오늘 늦게 출근하는 날이라 천천히 온다고 했는 데도 이십분이나 빨리왔… "
“ 지민아, 미안한데 이제 우리가게 안왔으면 좋겠다. "
“ 아 장난하지말구 … 우리 이모 매출안나와서 속상했구나 ? 나 알바비 조금만 받아도돼 … "
이모는 나에게 흰색 돈봉투를 내밀었어, 내가 물그러미 보고있으니 내 옷 주머니에 억지로 쑤셔넣으셨고 난 이게 무슨상황인지 예측할 수 도없어서 이모를 쳐다봤어. 이모는 조심스럽게 입을 떼시더라.
“ 이번달 알바비에 조금 더 넣었어. 이제 너도 곧 성인인데 자립해야지. "
“ 자립하라면서 나를 이렇게 쫒아내요 ? 무슨 일인지는 알아야지 … 나 진짜 알바비 조금만 받아도돼. 반만 받을께 응 ? 왜그래요 정말 .. "
“ 어떤 남자분이 오셔서는 우리 식당 건물 다 사시겠다더라, 쫒겨나고 싶지않으면 너를 쫒아내라고 … 아무튼 이제 오지마 "
“ 나 여기 가족아니였어요 … ? 나 고등학교 들어왔을 때 부터 이모가 나 예뻐했잖아.. 그런데 이런게 어디있어 ! "
나와 이년정도 같이 근무한 알바생 형들이 나를 잡고는 문밖으로 밀어내더라. 그때 태형이한테 전화가 왔어. 어디냐고 내가 방금있던 이야기를 말하니 태형이가 한숨을 푹- 쉬더라. 난 설마했어. 그런데 정말이더라고 태형이랑 아까 갔던 큰 건물 앞에서 만나기로 했어.
조금있으니 태형이가 왔고 나는 태형이와 그 건물로 들어왔어. 노크도 없이 태형이는 문을 열고는 그 아저씨 앞에 섰어. 아저씨는 우리가 올 거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나봐, 기분나쁘게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으시더라.
“ 이제 생각이 바뀐건가 ? 할 마음있어요 ? "
“ 시발 뭘 원하는 데. 그렇게 그 쪽들은 세상사는 게 쉬워 ? "
“ 학생들 세상 어렵게 살지말라고 내가 구원해주는 건데 뭐가 잘못됬나요 ? 선의라고 생각해요. 여기에서 일하면 지하방 벗어나 어쩌면 저기 반댓편에 보이는 몇십억짜리 아파트는 쉽게 얻을텐데. "
“ 인생되게 더럽게 사시네 . "
“ 돈앞에서는 사람이 못할 것 없죠. 세상이 그러는데, 그냥 눈감고 따라가요. 세상이 더러운데 어떻게해. 아 참, 학생들이 사는 하숙집 다 밀어버렸어요. 작아서 그런가 하나 갈아치우기는 쉽더라고 . "
“ 뭐 ? "
“ 가면 허허 벌판일꺼예요. 그러게 한번 말했을 때 고분고분 알아 들었어야지 "
태형이는 곧바로 뛰어서 내렸갔다. 많이 급해보였다, 어짜피 집에 있는 거라곤 옷 몇벌뿐인데 …
“ 친구 설득해봐요. 이제 갈 곳도 없을 텐데 "
“ 죄송한데, 그렇게 살지마세요. 안쓰럽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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