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그 날 이후로 나는 지민이를 잊고 있었어. 왜냐면 한동안 보이지 않었거든.
근데 그런 지민이를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마주쳤어.
놀란 눈으로 뒷걸음질 치니 사람 좋게 웃어보이는 지민이야.
"우리 진짜 오랜만에 본다. 뭐하고 지냈어?"
"에?"
능글맞게 나를 대하는 지민이에 조금 당황스러웠어. 지민이를 만났을 때 좋은 기억은 없었거든.
친화력이 좋은 사람인가, 하고 경계 하고 있을 때 지민이가 다시 한 번 입을 열었어.
"정국이는 옆에서 계속 치대고 있고?"
"어..."
무슨 말을 해야하나, 하며 난감해 하는 걸 느꼈는지 지민이가 푸스스 웃어보였어.
"왜 계속 피하고 그래. 오늘은 정국이도 없어서 숨을 곳도 없을 텐데."
"왜이러냐니? 포크가 케이크 잡아 먹는 것까지 설명해줘야 그 입 다무나?"
"... 아."
포크라는 무서운 말에 나는 얼굴을 굳힌 채로 지민이를 바라봤어.
고개를 갸웃하며 눈썹을 까딱이는 지민이의 여유 넘치는 표정에 입술을 꾹 깨물다 이내 입을 열었어.
"이러지 마세요. 신, 신고 할 수도 있으니까."
"아... 신고? 신고..."
"하던지. 네가 뭘 모르는데 연예계에서나, 정치계에서나 포크는 졸라게 많어."
"내가 그런 새끼들 뒤에서 얼마나 많은 걸 갖다 바쳤는데. 신고 해봤자지 시혁아."
지민이의 말에 나는 얼빠진 표정으로 지민이를 바라봤어. 그런 나와 눈을 맞춘 지민이는
미소를 머금고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다 한 마디를 하고는 가버렸어.
"박지민 만났어?"
지민이에 대해서 특히 예민한 정국이에 그렇다고 하면 화를 내버릴까 눈치를 보고 있으니
깊게 한숨을 내뱉으며 입술을 꾹 무는 정국이를 바라보다 물었어.
"뭘 뺏은 거야? 간단히 생각하려 하지 말고 깊게 생각해봐. 너랑 지민, 그 사람은 포크니까. 다른 게 있을 거야."
"그런 거 없을 텐, 아."
"생각 나? 난 거야?"
갑자기 무언가에 깊이 생각에 잠겨 표정이 굳어진 듯한 정국이를 가만히 바라봤어.
이내 급하게 가봐야겠다며 급히 자리를 뜨려는 정국이에 영문도 모른 채 잘 가라며 인사했어.
무슨 일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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