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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동혁의 말대로, 아무 꿈도 꾸지 않았다. 눈을 감았다 뜨니 아침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이불을 개려 하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아씨, 어영이어요!”
들어오라는 듯 말을 하자, 어영이가 문을 열고 들어오다가, 나를 본 어영이의 얼굴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밖으로 드러내며 호들갑스럽게 말을 한다.
“이걸 왜 하고 계십니까요! 이건 제 일입니다. 가셔서 세수 하시면 아침상 내올게요.”
“응..? 응..”
“아, 참! 오늘 아침도 이ㄷ...”
어영이의 말을 다 듣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 버렸다. 다시 문을 열고 물어볼까 했지만, 이미 내 발걸음은 물이 받아져 있는 곳으로 향했다.
물에 손을 넣으니, 손이 시려 세수를 어푸어푸 해댔다. 이제는 얼굴이 시려 “어어 미친. 내 얼굴.” 하다가 눈을 뜨니, 내 앞에 수건같이 생긴 천이 있더라. 그것을 바로 받아들고는 얼굴을 닦았다. 아 여기 물 존나 차가워 왜 이래.
속으로 욕을 하며 얼굴을 닦고 있던 수건을 떼니, 내 앞에 불쑥 들어온 얼굴 하나.
“앗 시발 깜ㅉ...헙!.”
“야 너 말 그렇게 하다가 누가 들어면 어쩌려고 그래.”
그는 장난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가, 오히려 되로 놀라며 내 입을 자신의 손으로 다물게 했다. 욕이 튀어나온 내 입을 막은 사람과, 수건을 내게 건넨 사람은 동일 인물이었다. 아, 내게 어제 깝죽대던 그 인물과도 동일 인물이고.
“왜..? 여기서도 이게 욕이야..?”
“아니.”
“근데 왜!”
“여기서 욕이 아니니까 쓰지 말라는 거야."
".."
"여기 말이 아니니까."
"..아."
"들어가자."
우리 집에 들어온 이동혁은 아무렇지 않게 또 내 방에 자리를 잡았다. 편하게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 이동혁을 보자, 어이가 없어 허- 하고 웃음이 나왔다.
“야 여기 우리 집이라며?”
“응.”
“너네 집인 줄.”
어영이가 문을 열고 상을 차려왔고, 나는 그 상 앞에 앉았다,
“넌 뭐냐.”
“나 손님.”
“어영아 얘도 같이 먹어?”
“아까 말씀드리려 했는데 나가셔서..”
아.. 죽어도 싫다고 말릴 걸 그랬다. 여기 와서 먹는 음식 족족 이동혁과 함께 먹고 있다. 어영이가 인사를 하고 나갔다. 이 방에 이동혁과 나만이 마주앉아 있다. 이미 내 식성은 어제 다 들켜버린 탓에 그냥 수저를 들어 밥을 먹기 시작했다. 이동혁은 앞에서 묵묵히 관찰하듯 나를 보고 있을 뿐이다.
“너 나 밥 먹는데 왜 자꾸 보냐? 너 안 먹어? 먹어.”
“나 밥 먹고 왔어.”
“야 그럼 어영이만 고생했잖아!”
“원래 너 이랬어. 맨날 나 불러서 쟤한테 이렇게 많이 가져오라고 해 놓고 너 혼자 다 먹었어.”
아..그래..? 여기서나 저기서나 내 식탐은 변치 않나 보다. 여기서의 나는 똑똑했네. 혼자 2인분 먹을 방법도 알아내고. 안 그래도 야위어 보이는 어영이에게 괜스레 미안해졌다. 1인분을 가져 올 때보다 힘이 더 들었을 테니.
밥을 다 먹자, 이동혁은 어영이를 불렀고, 나는 어영이가 상을 치움에 따라 밖에 나가 이를 닦고 왔다. 방에 들어오자 배가 풍족한 느낌에, 기분 좋게 내 자리에 앉았다.
“야 나 근데 생각보다 적게 들어간다. 저쪽에서는 엄청 많이 먹었어.”
“그거보다 많이 먹으면 사람이냐.”
이동혁은 나를 보며 얘기했고 내 책상으로 보이는 곳 앞에 앉아 한 손으로 붓을 쥐었다. 그리고는 내게 물었다.
“너 여기 말은 할 줄 알아?”
“..말은 이렇게 하면 되는 거 아냐?”
“이건 내가 너를 위해서 지금 말을 맞춰주고 있는 거고. 여기에 대한 기본 상식부터 배우자. 앉아.”
그렇게 나는 이동혁에게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일단 제일 먼저 이동혁이 소개해준 건, 우리 집안이었다. 아버지 , 어머니. 그리고 나는 외동이라고 했다. 그다음 그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신분에 관한 것이었다..
“뭐야. 여기 신분도 있어?”
“그럼 없어? 너는 초간택을 하러 갔다 왔고 그러면 왕이 있다는 소린데?”
“아..?”
“봐봐.”
우리 아빠는 꽤나 높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니 내가 초간택에 나갈 수 있었던 것이고. 궁에도 들어가 본 적이 꽤 있다고 했다. 신분이 높아서. 단지 그 이유 때문이었다. 이동혁은 내게 샅샅히 알려주었고, 나는 이때다 싶어 이동혁에게 질문공세를 하기 시작했다.
“여기 계절은 다 있지..?”
“여기 네가 온 곳과 웬만해서 많이 안 달라. 안 바뀌는 것들은 그대로야. 계절이나 시간. 날짜. 이런 거.”
“그럼 지금은 무슨 계절이야?”
“늦은 봄.”
이곳에 오기 직전, 내가 살던 곳의 계절은 겨울이었다. 계절은 다르지만, 계절이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끝나지 않는 질문공세에, 이동혁은 "궁금한 것도 많다." 하며 내게 자신을 좀 쉬게 해달라고 했다.
"궁금한게 당연한 거 아냐?"
"여기 온 사람들 중에 네가 제일 말이 많은 것 같아."
".."
괜히 또 시끄럽다는 말을 들으니 서운해서 입이 대빨 튀어나왔다. 그런 나를 본 이동혁은 한 번 작게 웃더니 금세 얼굴에서 웃음을 비우며 큼-. 하고는 목을 가다듬었다. 그는 내게 붓을 쥐는 법을 알려주겠다 했다.
“이..이렇게?”
“아니. 손을 좀 틀어 봐. 검지를 좀 더. 아 씨. 손 줘봐.”
말로 설명하던 이동혁은, 답답하다는 듯 결국 내 손을 감싸 쥐었다. 손에 한기가 많던 나와 달리, 이동혁의 손은 따듯했다. 투박하고 거칠지 않은 손이었다. 하얗고 길쭉길쭉한 손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의 그 손이 예뻤다. 그의 따듯한 손이 찬 내 손을 감싸 쥐었다. 그의 예쁜 손에 시선을 빼앗겼는데, 이동혁이 여기 보라며 내게 말한다.
“너 한글은 쓸 줄 알지?”
“나를 너무 바보로 보는 거 아냐?”
“백치로 안 보이게 잘 좀 해 봐.”
여기 말은 쓰지 말고. 하며 이동혁이 웃었다. 그의 얼굴에 핀 미소가 예쁘다. 인정하기 싫지만 잘도 생겼다.
"써 봐."
잠시나마 따듯했던 순간이 지나갔고, 이동혁이 내게 글씨를 써 보라고 얘기했다. 막상 안 쓰던 붓을 손에 잡으니, 뭐라고 써야 할 지 모르겠다.
‘이동혁 바보. 진짜 얄미움.’
이렇게 쓰고는 혼자 낄낄대니, 이동혁이 죽을래? 하더니 종이를 보고는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글씨 잘 쓰지?”하는 내 말에 “뭐 나름대로,” 하며 대답하고는 종이를 가져가더니 반으로 접고, 그걸 또 접는다.
“나도 이 정도는 알아 들어. 이건 내 욕 있으니까 압수야. 칭찬 써.”
“아 왜. 널 뭘 칭찬해!!!”
“빨리.”
내가 얘를 얼마나 알았다고, 뭐라고 써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붓을 들었다.
‘이동혁은 밥이 맛있는 곳을 안다.’
이렇게만 써 보이면 역시 먹을 것만 안다고 할까봐, 나 혼자 찔려서 결국 내용을 덧붙였다.
‘손이 예쁜 이동혁은 밥이 맛있는 곳을 안다.’
이동혁은 그제야 흡족한 듯 웃더니 종이를 또 접어서 가져간다.
“왜 자꾸 가져가!”
“내 얘기니까 내 거지.”
살다 살다 이런 놈은 처음 본다. 내가 보기에 너는, 현주보다 더 한 놈 일거야. 속으로 말을 씹었다. 이동혁은 내게서 뺏은 종이를 자신의 왼쪽 안주머니에 넣었다. 나는 그런 이동혁을 원망했지만, 또 붓글씨를 써 보는 것도 재밌다 싶어 뭘 쓸까 생각했다.
그런데 자꾸 이상한 것이, 쓸 내용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심장이 뛰었고,
자꾸 아까 잡은 이동혁의 손이 떠오른다.
*
넋을 놓고 멍을 때리고 있다가, 이동혁의 "성이름?" 하는 말에 정신을 잡았다. 조금의 오랜 시간동안 생각해 낸 결과는 편지를 쓰기로 했다. 수신인은 현주. 그렇게, 큰 종이에 걸맞지 않은 작은 글자를 한자 한자 써내려갔다.
‘현주야 안녕 나는 지금...’
내가 편지를 쓰는 것을 보던 이동혁이 무엇을 하냐는 듯 내게 물었다. “너 지금 뭐 해?” 하며. 나는 그의 물음에 대답했다.
“내가 원래 살던 곳으로 가게 되면, 내 친구한테 줄 편지 쓸 거야.”
“유감인데, 그게 안 돼.”
“왜?”
다음 글자인 ‘꿈’의 쌍기역을 쓰다가 멈췄다. 내가 쓰다 멈춘 자리에 붓 끝의 먹물이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점점 크게 퍼지고 있었다. 이동혁은 그런 날 보다가, 내 손에서 붓을 빼내어 머루 위에 두며 입을 열었다.
“너 여기 왔을 때 저쪽 물건 가지고 있었어?”
“...아니..”
생각해보니, 핸드폰도, 옷도 다 여기 방식대로 없어졌거나 바뀌었다.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이동혁은 현주에게 쓰던 편지를 접어 내게 건넸다. 안됐다는 듯 표정에 애잔함을 얕게 드러내며.
“여기 물건은 못 들고 가. 저쪽 물건도 이곳으로 못 들고 오잖아. 얽히면 밑도 끝도 없어.”
이동혁은 제가 정리 해 주겠다며 멍하니 내가 앉아있는 자리의 책상에서 문방사우를 치웠다. 그리고는 서랍에 가지런히 정리했다. 이동혁이 내 앞에 앉아서 괜찮냐며 물어왔고, 나는 애써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씨!!!!!”
“..어?!”
그 때였다. 어영이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나와 이동혁은 갑자기 일어난 소란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시선을 어영이에게 두었다.
“송..송구하옵니다. 아씨, 여기 전갈이 왔는데..”
어영이가 내게 전갈이 왔다며 종이를 건넸다. 종이에는 바르고 또, 정갈하게 글씨가 적혀 있었다.
‘성 대감의 여식은 나흘 후 옷차림과 용모를 단정케 한 후 궁으로 다시 -.’
이동혁은 힐끗 종이를 보더니 얼굴에서 표정을 비웠다. 그리곤 작게 쓴 웃음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축하해. 초간택 합격했네.”
!작가의 말! |
뭔가 이틀에 한 번 올리려 해도 자꾸 오고 싶고 그러네요. 껄껄. 동혁이랑 본격적인..!..! (말잇못) ㅋㅋㅋㅋ.. 제 글이 독자님들의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_' !.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 되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댓글로 물어봐 주세요! 다 대답해 드려요! (스포 안 되는 선에서) ♥암호닉 신청은 언제든지 받고 있습니다! 편하게 신청해 주세요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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