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rl In Love
: 사랑에 빠진 소녀
01
분명 지금은 여름이 맞는데 반애들이 덥다고 좀비때처럼 난리를 아주 쳐대서 에어컨 바람을 정통으로 맞는 나는 몸이 으슬으슬 떨릴 정도로 추웠음. 지금이 여름이 맞긴 하냐고. 우리 학교는 에어컨 틀어놓을 돈이 흘러넘치나;;
찔끔 나오는 콧물을 손으로 훔치고 갑자기 반이 시끄러워져서 앞을 봤는데.
태형이가 성적표를 받으러 교탁에 나가고 있었음. 워후, 앞태도 최고 옆태도 최고;;
"침 떨어진다. 이년아."
"야. 어떻게 저렇게 잘생겼지? 진심 심각."
"지랄한다. 네 성적표가 더 심각해. 이번에도 등수 떨어지면 황천길 걸을 수도 있다고 하지 않았냐."
"이 새끼가.. 너 아침부터 눈물 빠지게 할래? 눈물 나게 처맞고 싶어?"
맞음.. 떨어질 것도 없을 것 같던 점수가 점점 떨어지기 시작함..
원인은 콧구멍으로 봐도 김태형임. 왜냐하면 김태형을 몰래 덕질한 뒤부터 나의 성적은 거의 바닥을 찍다 못해 기고 있으니까... 매 순간을 태형이의 생각으로 지내니까 머리에 수업내용이 들어올 리가 없다 아닙니까!!!
덕질을 그만두거나 해야지 원!!
"우왘ㅋㅋㅋㅋㅋ. 김태형 또 1등이야. 이 정도면 솔직히 사기캐 아니냐?"
"또 소설쓴다. 그냥 운빨이지 뭐."
솔직히 저 정도면 천사 수준 아니냐고. 방금 덕질 그만두겠다던 과거의 나년 궁둥이 찰싹찰싹 맞어. 내가 얼굴 보고 좋아하는 게 아니라니까!!(맞음)
오늘도 반 애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태형이는 천사 인성으로 말을 주고받고 있음.
저년들 저거 눈웃음치는 거 보소.
눈에서 불꽃놀이할 것처럼 존나 노려보고 있지만 소심한 인간 중에서도 왕소심한 나는 태형이에게 말을 붙여본 적이 없음...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애꿎은 호석이의 교복을 꾸길 뿐이다..
"야 내가 내 셔츠 뜯지 말랬지."
"내가 언제 뜯었어. 꾸겼지."
"그게 그거잖아."
"그게 어떻게 같아, 병신아"
어쩌다 정호석이랑 딱 짝이 되고 난 후론 평소보다 티격태격하는 게 늘어났음. 하, 이 새끼가 시비를 걸잖아.(울컥)
이 새끼는 학우를 아주 개 대하듯 무시한다니까?
반격해오는 정호석한테 곶게 가운뎃손가락을 날려주고 다시 태형이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방금 나 태형이랑 눈 마주친거니?ㅠㅠㅜㅠㅜ표정이 좀 꾸리꾸리 하긴 했지마뉴ㅠㅜㅜㅠ그래도 좋아ㅠㅜㅠㅠㅜㅠㅠㅜ녹겠다 아주ㅠㅠㅜㅠㅜㅠㅜ
분명 잠깐 스쳐 지나갔겠거니 하면서도 미친 듯이 설레서 심장에게 석고대죄라도 해야 하나 싶음.
미친 듯이 뛰어대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어서 여전히 호석이의 교복을 부여잡고 책상에 이마를 찍었음. 심장아..!! 나대지 말라고..!!
"왜 이래. 드디어 미쳤냐."
"야 나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병신이. 죽던가"
호석이의 말은 상큼하게 씹어주고 생각했음.
어떻게든 김태형과 친해지겠다고.
-
나는 집으로 들어가면 당장 엄마에게 과외 가기 싫다고 바닥을 구르던 나 년이 병신이었다고 사죄하고 이런 과외를 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절을 해야 할 판이였음.
바로 나와 같이 과외하는 학생이 김태형이기 때문임!! 무려!! 김태형이라고!!(환호)
고로 김태형과 단! 둘! 이! 공부한다!!!(과외 쌤도 있음)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간절히 바라고 바랬던 이 순ㄱㅏㄴ...
오늘은 집가서 (혼자)치킨파티다!!!
"..아미야? 괜찮아?"
"예? 멀쩡한데요."
"..........그래..그럼 다행이고..."
워후, 과외 쌤도 존나 스윗하게 생기셨구요.
왠지 양날개가 정말 잘 어울리실 것 같음.
"일단 소개부터 하자. 여기는 김태형, 여기는 임아미. 나이는 둘이 동갑. 서로 초면이지? 인사들 해."
쌤한테 사실 저희는 같은 반임을 알리고 싶었지만 괜히 나댔다가 '너 같은 애도 우리 반에 있었니?'라는 말을 들을까 봐 존나 쭈구리하고 있었음...
응.. 나는 쿠크다스니까....
"ㅇ.. 안녕? 반가워"
요놈에 주둥이가 뭐라 씨부리는거야;;; 반가워는 무슨. 방가방가 햄토리냐;;;;;
처음부터 태형이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표현하면 부담스러워할까 봐 (내 기준에서) 적당히 입꼬리 당겨서 웃었음. 이빨까지 말라고 그럼 어떡하지;;
"저희 초면아닌데. 같은 반이예요. 그치?"
대미친!!!!!!! 태형이가 나란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것도 지금 쓰러질 지경인데 나한테 말도 걸었어...!!!!(입틀막) 와중에 목소리는 또 존나 섹시해ㅜㅠㅠㅠ
녹음기 어딨어!!!!존나 어딨냔 말이야!!!!!!!
-
간단한 인사치레를 마치고 바로 시작한 수업을 가까스로 마침.
틈 없이 진행된 수업 때문에 상상했던 태형이와의 시간은 개뿔 기만 빠지고 18년 인생 중 처음으로 두뇌가 풀가동한 날이었음.
"하아..."
"오늘 처음 왔는데 너무 빡세게 나갔지? 쌤이 저녁 사줄게. 태형이는 약속 있다고 했나?"
태형이도 없는데 왜 당신과 밥을 먹슴니까!!!!
"아뇨. 저도,"
"쌤. 저 오늘 약속 취소됬어요. 저도 같이 먹어요."
"아 그래? 그럼 같이 먹지 뭐. 아미야, 뭐라 그랬어?"
"뭐든 잘 먹는다구요. 어디로 갈까요?"
이 쌤이 증말. 하마터면 이 꿀같은 기회를 놓칠뻔했잖아요;;
내 빠른 대답에 몇 없던 짐을 챙겨 우라와 같이 주변에 있던 햄버거집으로 들어가는 쌤이었음.
그래도 쌤과는 오늘이 초면이었기 때문에 세트메뉴 중 가장 싼 걸 시키고 창가 테이블로 먼저 가서 앉음. 하. 진짜 너무 착한 거 아니냐, 나?
먼저 앉아서 태형이의 뒤태를 몰래 보려는 심보였지만 태형이도 벌써 골랐는지 테이블로 걸어오고 있었음.존나 아깝......
"그거 가지고 괜찮겠어? 쌤 돈 많아. 더 시켜도 되는데."
"괜찮아. 좋아하는 메뉴라서."
"그렇담 다행이고."
졸라 떨렸지만 태형이랑 눈까지 마주치면서 대답함. 좋아, 자연스러웠어.
태형이도 나의 이 육중한 몸 덩어리로 꼴랑 작은 세트메뉴로는 어림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음.
큐티 섹시에 천사이기까지 한 태형이를 뒤로하고 계산을 하고 온 쌤이 태형이의 옆자리에 앉음.
"아미야. 수업은 괜찮았어? 아까 보니까 따라가기 조금 힘들어 보이던데.. 아, 불편하면 나중에 따로 말해줘도 괜찮고."
"조금 힘들긴 한데, 요령껏 잘 해볼려고요."
요령은 무슨 존나 버거운 것 아닙니까?..이 과외 쌤 통찰력이 장난 아님.
태형이는 괜히 전교 1등이 아님..
엄마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과외를 구했을ㄲ r......??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신거 아님니까??
"둘이 같은 반 이랬지? 태형이랑 멘토링 하는 게 어때?"
"예.....?"
"생기부에 들어가니까 좋고, 둘이 과외도 같이 하는데 친해지면 좋잖아."
미칭.. 아니 이 쌤 좋은 분이었잖아..?? 이렇게 나오시면 존나 사랑해드림.
하지만 멘토링이란 혼자 하는 게 아님.. 그래.. 태형이가 나란 년과 시간 낭비를 할리가 없잖오...(소심)
한순간에 다운되는 기분에 울상을 지을려는 찰나였음.
"오, 괜찮은데요? 아미야 할래?"
...
너가 가자면 지옥불구덩이까지 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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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
와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맨날 글잡은 일기만 했지 처음 써본건데 개똥같네요..
이런 글 괜찮으시다면 계속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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