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세,"
"안녕, 세훈아."
"..."
"어디 있어."
"또 왔네요. 모르겠는데요."
아침 일찍 부터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나간 세훈은 새벽녘에야 겨우 잠든 제 스승을 생각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미술 하는 사람이 나한테 이렇게 해서 좋을 거 하나도 없을텐데."
"상관 없,"
"당장 네 스승만 봐도 알잖아."
"..."
"저번에도 말했지만. 좋게 말 할 때 데려와. 내 앞으로."
세훈의 뒤로 보이는 굳게 닫힌 방문을 바라보며 커프스를 손으로 만지작 거리던 백현이 세훈의 머리를 툭툭 쓰다듬고는
금방 세훈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자꾸 미안해, 세훈아."
"더 자요."
혹시나 깼을까 싶어 방으로 들어간 세훈은 침대에 가만히 앉아 잔뜩 충혈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경수를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무섭도록 새빨간 암막 커튼은 이 방에 들어올 때 마다 적응이 되지 않는 세훈이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커튼을 쳐주고는 방 밖으로 향했다.
잠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세훈을 불렀다.
"깨우지마."
잠이 다 깨버려 몸을 웅크리곤 쇼파에 가만히 기대 눈을 깜빡이던 세훈은 물감이 다 굳어 울퉁불퉁해진 캔버스를 만지작 거리며 눈을 감았다.
굳이 보지 않아도 손가락 끝으로 느껴지는 쨍한 색감. 제가 가장 존경하던 화가, 경수의 그림이었다.
"..."
어느새 훌쩍 커 제게서 경수를 숨기려 드는 오세훈부터 도경수의 상태까지 어느 것도 마음에 드는게 없었다.
"도화가 없어졌던 5년 동안 도경수한테 있던 모든 일 하나도 빠짐 없이 다 찾아서 보고해."
"네."
"당장 오늘 오후까지."
겨우 찾아낸 도경수였다.
바쁜 시간을 쪼개 작업실에 놀러갈때면 얼굴과 손에 물감을 묻힌 채 환하게 웃으며 날 반기던 도경수는 이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