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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우 - 밤이 아까워서




[방탄소년단/김석진] 밤소년 03 | 인스티즈






잊힌 줄 알았던 기억의 일부를 생각나게 만든 악몽을 꾸었다. 새벽 4시부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을 정도로 잠이 오지 않았고 아직도 기억이 또렷하게 남아있음을 탓하기에도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그저 멍하니 이불의 끝을 바라보고 있었던 나는 머리를 헝클다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칫솔에 치약을 묻히고 조금은 이른 등교 준비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겨우 새벽 6시가 된 시간에 나는 집에서 출발을 했고 역시나 도착한 학교는 어젯밤 사람이 없었다는 것을 알려주듯 차기만 했다. 지금까지 딱히 지각 같은 것을 한 적은 없었지만 지각 시간에 가까워져 온다고 해도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그저 시간을 멈추고 사람이 없는 인근에서 시간을 풀어버리면 되는 일이었으니.


교실에 올라 가방을 내려놓고선 지하층으로 내려가니 방금 도착한 교실보다 훨씬 차가운 바람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 교실보다는 감정적으로는 더 따뜻한 장소였기에 아주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동아리실'





그 안에는 2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아담한 소파와 이젠 낡아서 소리가 나지 않는 기타와 베이스 그리고 피아노가 있었다. 그리고 빛 한점 들어오지 못하게 굳게 닫힌 커튼이 있었다. 그 커튼을 활짝 열면 그제야 올라오는 하얀 아침이 보인다. 그럼 난 그저 멍하니 그 아침을 바라보다 오늘도 움직이고 있음을 깨우친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에 있던 일이었다. 가족과 함께 근교로 여행을 떠나려던 참이었고 아버지는 차를 운전하고 있었으며 나와 엄마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모두가 한껏 들떠있었던 날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날 뉴스에 방송된 차량 5중 충돌사고가 일어났던 날이기도 했다. 바로 우리 앞에 있던 버스와 승용차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뒤에 따라가던 우리 차 또한 그 사고에 빠져버렸고 연이어 따라오던 두 대의 차 또한 우리와 같은 사고가 일어났다.





"살려주세요."





그때부터였다. 내가 눈을 떴을 때 나를 감싸 안고 있던 엄마의 부동과 내 눈앞에 놓인 수많은 유리 파편들이 나만이 움직이고 있음을 깨닫게 만들었다. 차 밖으로 나온 내가 본 광경은 참담했고 무서웠기에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 먼저 충돌사고가 난 버스 안에서 쓰러진 사람들을 지나 잔뜩 파손이 된 승용차가 보였고 우리 차의 뒤편으로 망가진 차들, 그리고 그 사고를 목격하고 있던 사람들까지.


나는 우리 차에 있는 아버지와 엄마를 빼내기 시작했고 마지막으로 할머니와 할아버지까지 구해내고 그대로 도로변에 쓰러지고 말았다. 하지만 눈을 떴을 때에도 변한 것은 없었다. 여전히 오전이었고, 여전히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이 시간을 멈추는 방법도 시간을 되돌리는 방법도 몰랐으니.


정확히는 모르지만 한 일주일 정도를 도로에서 지냈으며 그때 나는 이 상황이 오래 지속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야 몸을 일으켜 도로를 떠났고 시내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걸음의 끝은 '학교'였다.




"동아리실."





그때 이후로 무려 362일이라는 긴 시간을 이 동아리실에서 지내며 이곳에서 정을 붙여놨다고 해도 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그때 상황의 악몽을 꾸기라도 하면 찾아오는 안식처 같은 곳이기도 했다. 그 이유로 이곳에 들어오면 괜히 몸이 나른해지고 노곤거리기만 했다. 더군다나 오늘은 의도치 않게 일찍 잠에서 깨어났으니 내 두 눈꺼풀이 내 마음과 일치하지 못하고 있었다.


머리카락을 몇 번 털다 구석에 처박혀있던 산소통을 꺼내들었다. 내가 앉아있던 소파로 가져와 산소마스크와 밸브를 연결하고선 손목에 걸쳐진 시계를 바라보았다. 가만히 눈을 감고선 시간이 멈추기를 기다렸고 살짝 눈을 떠 시계의 초침을 바라보았다. 째각거리던 초침이 멈추고 곧 그 자리에 있던 먼지들이 그 자리에 멈춰 떠다니고 있었다. 창문 밖에는 태양에 지고 있던 새벽이 그대로 버티고 있었으며 나는 산소통을 더 가깝게 가져왔다.





"1분."





시간을 멈추자, 이 생각만으로 시간을 멈추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을 멈추기 위해선 내 집중력의 차이로 시간차가 생길뿐더러 나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부터 천천히 나를 중심으로 멈춰오기 시작한다. 더군다나 오늘은 피곤하다는 이유로 1분씩이나 지나있었다.


내 작은 한숨으로 내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산소통의 밸브를 열자 곧 언제 어두웠냐고 반박이라도 하는 듯 주변이 환해졌다. 소파에 천천히 몸을 눕혀 잠을 청하려 하던 때였다.





"너였구나. 반장."





문이 덜컥 열려버렸으며 나는 내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적당히 남아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산소통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수명을 끝내었고 내 모습을 어둠 속에 가두었다. 너는 여기까지 뛰어들어온 것일까 급히 숨을 내쉬었고 그 숨이 너의 빛을 가리고 있었다. 그렇게 호흡이 멎어갈 즘 너와 나의 시간을 풀어내었다.


너는 내 공간에 들어온 두 번째 사람이었다.





-





너는 나에게 너를 '예민한 사람'이라고 설명해왔다. 정확한 뜻은 그 후에 알게 되었지만 네가 말하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총 다섯가지의 감각이 너는 타인들과 유독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네가 내 공간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걸음수가 항상 느렸고 평소보다 느린 말투가  이해하기 더욱 쉽게 만들었다. 너는 내 공간을 느낄 수 있을 뿐이라고.


집에 도착해 문득 교복을 바라보니 너의 말이 생각이 났다. 너의 말은 너의 얼굴로 변하고 곧 나의 행동으로 변했다. 옷을 갈아입고선 손에 들린 와이셔츠를 세탁기에 넣고선 세탁기를 작동시켰다. 알록달록한 옷들 사이에 돌아가는 하얀 와이셔츠를 바라보니 곧 생각에 잠식되어버린다. '잠 좀 편히 자고 싶다.' 그 말이 어찌나 맴돌던지 세탁기때문에 몽롱해졌던 정신을 깨웠다.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무슨 일로 전화했니?

"그… 전학생 집 주소 좀 알 수 있을까요?"

내가 지금 퇴근을 해서 찾아봐줄 수가 없는데.

"네. 알겠습니다."





역시나했는데 역시나였다. 딱히 반 아이들과 연락을 주고 받지도 않았는데 내 이득을 챙기자고 갑작스럽게 연락하는 건 아닌 듯 싶었다. 핸드폰을 미간에 콩콩 찍으며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려했다. 미간을 찌푸리고 아무리 머리를 괴롭혀도 영 생각이 나지 않아 온 집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나를 따라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시던 아버지는 시끄럽다며 잔소리를 해오기 시작했고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다시 방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이번에는 침대에 누워 기억을 되짚어보자는 방법을 찾아내었다. 네가 하교하던 위치를 알면 되지 않을까싶어서 그 쪽으로 생각을 돌이켜봤지만 그 라인에 있는 아파트만 해도 세 종류였으니 딱히 이득을 볼 건 없었다. 더 전의 기억으로 돌아가 네가 전학을 오고 대략 삼 주 전으로 돌아갔지만 건져낼 거리는 전혀 없었다. 그때보다 더 전으로 돌아가 기억을 되짚으니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지만 이게 오기라는 마음인지 더 생각을 해내고 싶었다.





"아!"





네가 전학을 오고 일주일 후에 기억이 떠올랐다. 너의 개인 정보를 쓰던 그 종이, 물론 너의 신상을 털기 위해서 본 것은 아니었다. 그냥 옆자리다 보니 살짝 보이던 걸 봤을 뿐이었다.





"석진아, 생각하자. 생각하자."






의자에 아무렇게 걸려져있던 외투를 집어 들었다. 두 눈을 감은 채로 생각을 떠올리자며 되뇌고 있었는데 갑자기 늦은 밤에 어디 가냐고 물어오는 아버지의 말에 제정신을 차렸던 것 같다. 눈동자를 한 번 빙그르르 돌리다가 친구의 만남을 핑계로 겨우 뛰쳐나왔던 것 같다. 아파트 복도에서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머리를 쓸어넘기다가 머리를 다시 손으로 짚어 기억을 떠올리려 했으며 발은 이끌리는 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무작정 걸어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위치를 기억해내려 했다. 밤 12시 반 정도가 지나고 있었을까 많은 집의 불빛이 꺼지고 있었으며 그중 켜져 있는 불빛 사이에 너를 찾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높지 않은 층에 베란다에 담요를 칭칭 둘러싼 네가 보였기 때문이다.





"찾았네."





너는 잔뜩 인상을 찌푸리다가 급기야 귀까지 막고선 괴로운 듯 몸을 가만히 못 두는 모습을 보고선 벤치에 앉아있었던 몸을 일으켰다. 너는 한참을 그렇게 귀를 막으며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고 한숨을 푹 내쉬는 듯 하더니 창문에서 멀어졌다. 이제 자려나보네. 곧 꺼지는 방의 불빛이 네가 자려는 소식을 말해주고 있었다.


손목의 시계를 바라보다 천천히 눈을 감았고 서서히 조여오는 시간의 무게같은 게 느껴졌다. 몽롱해진 주변의 느낌이 나의 눈을 뜨게 만들었고 그제야 시계를 바라보니 20초라는 시간이 걸려있었다. 오늘은 네가 편히 잠을 자기를. 아주 잠깐이라도 내가 꾸는 악몽이 아닌 좋은 꿈을 꾸기를. 그렇게 바랬던 것 같다.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위한 자그만한 창.




생각보다 여러분의 내용에 대한 질문이 굉장히 많아서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나시면 조금 더 이야기를 잘 이해하실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봅니다….)


Q1. 석진이는 어떻게 시간을 멈추나요?

오늘 나온 것과 같이 '정신을 집중해 시간을 모은다'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그래서 집중력의 차이로 시간을 멈추는 간격이 매번 다르기 일수죠.


Q2. 여주는 어떻게 시간을 멈췄는데도 움직일 수 있나요?

여주인공은 사람의 다섯가지 감각이 모두 월등히 뛰어난 인물입니다.

그렇다보니 석진이 시간을 멈추면 '촉감'이 뛰어난 여주인공은 시간이 멈췄음을 인지할 수 있는 것이죠.

석진에게는 여주인공의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필름 끊기듯이 보인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Q3. 여주는 어떻게 5개의 감각이 뛰어날 수 있는건가요??!!!!

뒷 이야기로 차차 나오니 기다리세요(단호).


Q4. 석진이는 어떻게 이렇게 시간을 멈추게 되었나요?

앞으로도 간혹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석진이는 교통사고를 통해 능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 능력을 쓰는 방법을 몰라 362일이라는 시간동안 홀로 현재 자신이 다니고 있는 학교 '동아리실'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혼잣말이 익숙하고 혼자있는게 익숙해진 캐릭터로 설정을 해놓았습니다.


Q5. 암호닉 안 받으시나요?

다음 화에 받도록 하겠습니다!

아이... 기대되네요...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비회원196.9
땅위입미다!!! 으옹 석진이가 시간을 멈추는 능력을 가지게 된 이유가 궁금했는데 그 궁금증이 풀린거같아서 좋네요!! 다음에 여주가 모든 감각이 뛰어나게 된 이유가 나온다니 기대되네요!!!
7년 전
밤소녀
여주의 원인은 스토리상 조금 더 뒤에 나오기는 하겠지만 기다릴만한 내용이 분명합니다//ㅎㅎ...
7년 전
독자1
글 보면서 노래에 입덕함....물론 글이 잔잔한게 브금이랑 어울리기하고...그리고 석진이 배경도 알게되고 이때 여주를 좋아한거죠.?
7년 전
밤소녀
밤이 아까워서 노래 너무 좋습니다*-* 그리고 이 때 석진이는 여주에게 약간의 호감정도라고 보면 되겠죠?? 대략 한 3화 정도는 둘의 관계를 잇는 내용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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