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천천히 조금씩 좀 먹어.”
“야 사람 먹는 걸로 구박하는 거 아니야. 너 진짜 못됐다.”
“체할까봐 그러지.”
그래요.. 오늘도 아침을 같이 먹는 이동혁과 나는 로맨스를 포기한 사람들 같다. 가끔 설레는 말을 툭툭 던지고 행동을 하다가도, 얘는 나 놀려먹는 재미에 사는 것 같다. 처음에는 그가 아침에 온다는 소식에 아침 일찍 일어나 단장을 시도했지만, 포기하고 이제는 이동혁이 나를 깨우며 들어오기도 한다.
이동혁의 구박에 그를 흘겨보다가, 그의 걱정하는 말투에 다시 예쁜 눈을 하고 시선을 음식으로 돌렸다.
여기 음식 나랑 너무 잘 맞아.. 이동혁은 그런 나를 신기하다는 듯 쳐다봤고, 이제 그 시선에 개의치 않고 먹을 수 있는 정도로 나는 이곳에 적응했다. 아, 이동혁에게 적응했다는 말이 더 맞을 수도.
“이거 먹고 몽이 보러 가자. 너 저번에 몽이 밥 주고 싶다며.”
“진짜? 너 무르기 없기. 무르면 주먹으로 명치 맞기.”
저번에 흘리듯이 몽이를 보고는 밥 먹는 모습 보고 싶다.. 하곤 했었는데, 흘려 말한 걸 흘려듣지 않고 기억하는 이동혁이 참 좋다. 습관적으로 명치 맞기. 하니 이동혁이 얼척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왜.”
“명치 맞기가 뭐냐 명치 맞기가. 내가 그래도..”
“뭐.”
“내가 그래도.. 아 빨리 먹어.”
적잖게 충격을 받은 것 같은 이동혁이 자신의 처지를 알린다. 내가 그래도.. 하며. 밥을 입에 넣다 말고 쳐다보며 뭐. 하니 자신의 입으로 '정인'이라는 단어를 말하기 부끄러운 듯 얼굴을 손으로 한 번 쓸어내리며 괜한 내 탓을 한다. 아니 아까는 천천히 좀 먹으라며..
“가자.”
내가 밥을 다 먹고 이를 닦고 올 때까지 옆에서 날 기다렸던 이동혁이, 가자며 손을 잡았다. 마당으로 나왔는데,
“..안녕하셨어요.”
“....그래.”
아버지가 계셨다. 이동혁이 빠르게 내 손을 놓았다. 나는 그럼 이동혁에게 서운한 맘도 잠시, 아버지께 인사를 한다. 아버지는 아침부터 방안에서 같이 나온 이동혁과 나를 번갈아 보시더니 허-. 하고 숨을 내뱉으시고는 사랑방으로 들어가신다.
이동혁이 놓아버린 손을 내가 잡았다. 그러니, 이동혁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내게 속삭이듯 말한다.
“야-. 아버님이 보시기라도 하면..!”
“나 빨리 몽이 보고 싶은데.”
“..그래 가자.”
말을 돌리는 나의 좋지 못한 기분에 맞춰주려는 듯, 이동혁은 낮게 웃으며 내 손을 자신이 더 꽉 잡고는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가까워서 그런지, 마당을 나오자마자 몽이가 짖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아기라 앙앙대는 몽이가 너무 귀여워, 몽이야 밥 먹자- 하며 쭈그려 앉으니 이동혁이 옷 더러워진다며 또 잔소리를 한다.
밥을 먹는 몽이에게서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평소 개를 좋아하지만 개 냄새가 심해 밖에서 잘 다가가지도 못 하는 나인데. 이동혁의 깔끔한 성격을 닮아 꽤나 깔끔한 강아지였다.
“와 진짜 귀여워.”
이동혁이 밥을 먹던 몽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몽이야. 이 누나가 너 귀엽대.”
그냥 흘려들었다면 무슨 뜻인지 몰라 그렇구나 했겠지만.
“그러니까 누나한테 몽이랑 평생 보자고 얘기해.”
깊이 들여다보면 왠지 모를 슬픔이 서려있는 그 말을.
이동혁은 자신이 내게 하고 싶은 말을, 몽이를 핑계로 전한다.
*
“조심히 갔다 와야 돼.”
“웅. 나 없다고 밖에 막 나가지 말고.”
“어차피 내일이면 오면서!”
“내일 늦게 오니까 그렇지.”
이동혁은 국왕의 부름을 받아 잠시 궐에 갔다 온다고 했다. 1박 2일. 내일 밤늦게 올 것이니 혹여나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라는 말에 알겠다고 했다. 나도 나름대로 잘 적응하고 지내고 있는데, 나를 너무 애로 보는 이동혁 때문에 뭐 하나를 자유롭게 할 수가 없다
.
요 며칠 간에, 이동혁과만 다니느라, 제대로 한 번 저잣거리에 가서 놀지도 못 했다. 아마 이동혁이 내가 재간택에 합격한 것을 안 그 날, 그 날에 마지막으로 갔던 것 같은데.
“어영아, 여기 혹시 옷 파는 곳이 어디야?”
"아, 아씨 옷 사시게요?"
"어?..아 응."
나와 이동혁의 만남을 모르는 어영이는 내게 나의 옷을 사러 가는 것이냐 물었고, 나는 그렇다며 대충 둘러댔다. 그러자 어영이는 박수를 치며 아! 한다.
"왜?"
"며칠 전에, 잠시 안 오던 사람이 다시 와서 비단집을 열었대요. 한국에서 제일 그..외국을 제일 많이 가는 사람이라고 했나..? 궐에 비단도 다 그 사람이 한다고 하더라구요. 규모가 진짜 엄청 컸어요! 나갈 채비를 할까요?"
어영이는 내가 이동혁과 있을 때 혼자 나갔다 온 듯, 세세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나갈 채비를 할까 하며 내게 물어오는 어영이에게 혼자 갔다 오겠다고 하자, 어영이가 걱정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기에 괜찮다며 손사래까지 쳤다. 그녀는 깔끔하게 알려주었다. 어디서 얼만큼 가서 오른쪼그로 돌면 가게가 보일 것이라고.
내 방에 들어왔다. 그래 내가 여기 어디서 저번에 돈을 봤단 말이지. 조금 뒤적거리다, 나무로 된 서랍의 두번째 서랍을 여니 돈이 짤랑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역시나 그 안에는 돈이 있었고.
무거워진 돈주머니를 손에 쥔 채, 어영이에게 인사를 한 후 집을 나섰다. 그래요. 나는 이동혁에게 옷을 선물해 줄 예정이었다. 밖에 막 나가지 말라고 한 이동혁의 말은 이미 잊은 지 오래다.
어영이의 말을 따라, 쭉 가서 어디로 돌고 돌고.. 분명 잘 알려줬는데 이렇게 길을 못 찾는 거 보니 내가 이렇게 길치였나.
"어 여기다."
누가 보아도 다른 장사를 하는 곳보다 훨씬 규모가 컸다. 화려한 티가 났다. 색색깔의 옷들이 걸려져 있고, 비단이 많아 보였다. 가게 앞에서부터 옷 냄새가 난다. 새 옷 냄새. 절대 탁하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머리아플 정도는 아닌 굉장히 은은한 냄새가 코끝에서 맴돈다.
들어가자마자 눈에 띄는 옷이 있었다. 붉은 색 비단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옷. 붉은 벽돌 색의 도포를 입은 이동혁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뭐 지금까지 봐 온 이동혁은 어떤 색의 옷이든 다 잘 어울렸지만, 내 기준에는 붉은 색이 최고였다. 현주 선물도 사 본 적 없던 나인데. 이렇게까지 이동혁이 좋은가.
이..이제 이걸 그대로 들고 가면 되나? 잘 모르겠다. 여기서 옷을 사 본 적은 한 번도 없어서.. 일단 뭐 사고 파는 곳은 다 비슷하겠지. 하는 마음에 그대로 가지고 가 계산을 해 달라 하였더니, 알겠다며 금방 해 주겠다 한다. 조금만 기다리라고.
아니 근데 알겠다며 다른 얇은 천에 싸 주는 종업원..? 파는 사람의 얼굴이 어디선가 익다.
"..어!!"
"네?"
그 때 그 사람이다 그 사람! 내 돈주머니 주워준 사람! 여기서 아는 사람이라고는 어영이와 이동혁밖에 없었던 나는, 한 번이라고 마주쳤던 사람을 만난 거에 대해 심하게 기뻐했다. 그러자 내 앞의 사람은 아. 하고 자신도 알아본 티를 냈고.
이 사람의 어깨에 파리가 앉아서 움직이지도, 가지도 않은 채 붙어 있길래 물어본 말인데, 그는 잠시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보더니
"아아아아아악!!!!! 이거 뭐야 어떡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며 자신의 오른 쪽 어깨를 왼쪽 팔로 가리킨 채 발만 동동 굴렀다. 미묘한 발구름을 본 나는 웃음이 나올 뻔 했다. 아 웃고 싶다. 격렬하게.
"빨리!!빨리 살려주세요!!!! 빨리!!!!"
"..네..?"
세상에. 저런... 파리가지고 저렇게 경악하는 사람 처음 봤다. 아주 숨넘어갈 듯 소리를 지르고 눈을 크게 뜨고 난리가 났다. 그리해서, 내 오른 쪽 손을 뻗어 그의 어깨에 파리가 있는 곳 주위를 탁-.,하고 치니 그제서야 파리가 제 소리를 내며 날아간다. 저 멀리.
파리가 날아간 것을 본 그는, 충격이 큰 듯 그 자리에서 자신의 어깨를 가리키는 자세를 유지하며 가만히 서 있었다. 표정은 아까와는 다른, 정신 빠진 표정으로. 별..인간이 다 있어...
*
지금 나는 간다. 어디로? 이태용의 집으로. 무엇을 하러? 맛있는 것을 준다고 하여 얻어먹으러.
이상한 애가 아닐 수 없다. 급히 자신과 나의 통성명을 알아야 하겠다며 이름을 밝히고는, 친구를 하자고 한다. ..내가 나이 더 어린 것 같은데..아닌가.. 그리고는 다짜고짜
"넌 내 생명의 은인이야. 내가 맛있는 거 줄게."
"응? 아니 괜찮ㅇ."
"이거 우리나라에는 잘 없어! 외국 음식이야!...안..먹을거야..?"
이런다. 물론, 그 말에 이끌려 따라 온 나는 멍청이보다 더 한 병신이다.. 이태용은 가게 문을 닫기 시작하더니 가자고 한다. 뭐야 이렇게 가게 문 막 닫아도 돼?
"넌 어디 살아?"
"나 그냥.. 뭐 저잣거리 가까이에 살아."
"가족하고?"
"응."
"난 지금 동료랑 같이 살고 있는데!"
근데 막 이렇게 너희 집에 날 데려가도 되는거니..? 내 말에 이태용은 된다며 고개를 끄덕거린 후, 아무런 말이 없었다. 안 될 것 같은데.. 분명 이런 애들이 나같은 애 막 데리고 가서 혼 나던데.. 이렇게 헤실거리는데 왜 그렇게 무서웠을까. 과거의 이태용을 보고 쫄보가 됐던 내가 한심스럽시 시작하는 순간이다.
조금 거리가 걸리는지, 이태용은 내게 자신의 집 얘기부터 해서, 자신이 갔다 온 나라와, 내가 자신의 동료 이외의 첫 친구라는 것, 비밀이라며 장사하는 방법, 심지어는 그가 전에 좋아했던 누나 이야기까지 해 주었다. ..이렇게 나한테 막 말 해줘도 되는 걸까.
그래요. 입이 싼 나는 오늘도 견디지 못 한다. 이태용은 집이 보인다며 손으로 가리켰고, 나는 내 이야기를 시작했다.
"너, 내가 말 하는 거 아무한테도 말 하면 안 돼."
"응!!뭔데?"
아..부담스럽지만 존나 잘 생겨서 뭐라고 하고 싶지 않다.. 그는 큰 눈을 똘망똘망하게 뜨며 내게 물었다. 뭔데?! 그래.. 내가 자신의 첫 친구라 했으니 다른 친구는 없겠지. 말하진 않겠지 싶어서.
"나 사실 여기 사람이 아니야."
"..응?"
내 말에 그는 이해하지 못 했다는 듯 인상을 쓰고 다시 한 번 내게 물어봤다. 내 말은 , 나 여기 사람이 아니라고. 하고 다시 대답하지, 이태용이 나에게 너 다른 나라 사람이었어?! 하며 묻는다.
"아니 다른 나라 사람이 아니라, 이 세계 사람이 아니라고! 내가 원래 이 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ㅅ..헙."
나는 하던 말을 멈추 수밖에 없었다. 이태용의 집 대문으로 들어가는 순간, 누군가가 보였기 때문이다.
평상에 앉아 나를 보고 한번 허-. 웃던 이태용의 동료로 보이는 그 사내는, 참지 못한 듯 웃음을 크게 터뜨렸다. 나는 내 이야기를 다 들어버린 그가 무서워 도망치려 뒤를 돌았고.
물론, 뒤에서 나를 잡았다. 어떠한 몸짓이나 직접적으로 날 잡은 게 아닌
"이태용이 집에 누굴 데려온 걸 보니, 태용이 첫 친구인 것 같은데. 그냥 가려고? 서운하겠다."
".."
"아무한테도 말 안 했어. 앞으로도 안 할거야."
"그러니까 나도 좀 듣자. 네 얘기."
단순히 말로 나를 묶었다.
! 작가의 말 ! |
오늘 내용이 조금 재미 없고 지루하셨나요..? ㅠㅠㅠ 헝헝 뭔가 저는 왜 이렇게 느꼈을까요.. 빡!!하고 터진 게 없어서 그런가요.. T^T.. 요즘 날씨가 풀린 것 같아서 얇게 입고 나가면 추우니까 따듯하게 입고 다녀서 감기 조심 하세요!! 사실 오늘 제 개인 사정을 밝히려 했는데 그건 다음에 '_' ! 홍홍.. 앗, 그리고 암호닉 신청 기간이 끝이 났어요! 다음에 신청 기간 또 있으니까 이번에 놓치신 분들은 그 때 꼭 신청해 주세요!! 번거로우셨을 텐데 감사드려요. (__) (꾸벅) ♥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
♥ 암호닉 ♥ |
[도레미 ♥ 식빵 ♥ 복쯍아보기 ♥ 이불킥 ♥ 세일러문 ♥ 마끄마끄리 ♥ 마그마 ♥ 달탤 ♥ 션 ♥ 요귤 ♥ 르래 ♥ 망고망고 ♥ 유타유타 ♥ 꼬미 ♥ 우주 ♥ 안돼 ♥ 스청스청 ♥ 캐나다 갈맹이 ♥ 도라애몽 ♥ 지성맛빼빼로 ♥ 바나나 ♥ 쎄로 ♥ 젤리 ♥ 크림치즈빵 ♥ 마끄리 ♥ 0802 ♥ 매니악 ♥ 보름달 ♥ 갓재현 ♥ 굿띵 ♥ 쟨 ♥ 로로 ♥ 말끌리 ♥ 길성이 ♥ 뭉게구름 ♥ 밤삐 ♥ 약간 ♥ 요거트 ♥ 유타야 쟈니 ♥ 슈비두바 ♥ 오른 ♥ 붕어빵 ♥ 에프엠 ♥ 무한씨티 ♥ 키친타올 ♥ 돌아애몽 ♥ 엘은 ♥ 돞 ♥ 통통 ♥ 공백 ♥ 동동 ♥ 도룽 ♥ 동혁오빠 ♥ 시민 ♥ 반달 ♥ 해짜니 ♥ 1978 ♥ 숭아재현 ♥ 러쁍 ♥ 품질주의 ♥ 지뮬 ♥ 뿌뿌 ♥ 꼬막 ♥ 바닐라라떼 ♥ 바람꽃 ♥ 애슐리 ♥ 자몽몽몽 ♥ 도릉도릉 ♥ 1 ♥ 심시티 ♥ 나나 ♥ 툥툥 ♥ 토토로 ♥ 문스트로니 ♥ 월광 ♥ 츄츄 ♥ 돈까스 ♥ 엘모 ♥ 도령 ♥ 미니 ♥ 맹이 ♥ 인쥬니 ♥ 금지어 ♥ 해무썰 ♥ 꿀돼지 ♥ 뎅장찌개 ♥ 라망 ♥ 햇님 ♥ 마들렌 ♥ 루나 ♥ 마끄리이 ♥ 호어니 ♥ 닻별 ♥ 통통쀼 ♥ 모찌모찡 ♥ 재현윤오 ♥ 쟈몽쟈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