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나는 초라했다.
손 끝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비단의 감촉도
차갑게 손가락을 감싼 가락지도
머리를 장식한 화려한 장신구도.
앞 못보는 나에겐
모두 부질없는 것이었다.
ㅡ
"아름답습니다."
앙상한 나뭇가지도, 탁한 하늘도, 얼어붙은 흙도.
그리고
당신도.
ㅡ
눈부시다.
그는 눈부셨어.
조근조근 속삭이는 그 목소리도,
너를 보며 발맞추어 걷는 그 느린 발걸음도.
그는 눈부셨어.
비 오는 날
마루에 걸터 앉아
처마를 두드리는 빗소리를 듣고 있을 때면
그는 너에게 어깨를 내어주며
비 머금은 먹구름과
먹구름 가득한 잿빛 하늘을 보여주었지.
그의 입에서 전해들은 모든것은
너무나 아름다웠어.
초라한 너는
눈부신 그가
서럽도록 아름다웠어.
*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드리고
읽어주시는 분들께도 감사드려요!!
*암호닉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