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남자는 긁지않은 1등짜리 복권
w. 뚀륵
01
재회.
드라마에서만 보던 단어라고 불과 5분 전까지 생각했다.
" 내이름은 김민석이라고 해. 앞으로 잘지내자."
김민석.
어디서 많이 봤다 싶은 얼굴이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내 어린시절 기억에 깊게 자리한 그 녀석이였다.
이름만 들어도 죄책감아닌 죄책감에 고개가 자연스럽게 숙여졌고 불안한 손은 가만히 있지못해 손톱을 뜯던
나는 또 다시 초조했고
한편으론 반가웠다.
너무 많이 변했다. 아니 변했다기 보단 잘생겨졌다. 잘컸다는 말이 딱 맞는 말이다.
어렸을때 통통..아니 뚱뚱했던 김민석은 어디에도 없었고 오히려 나보다 더 마른 것 같았다.
운동을 열심히 한건지 다부진 몸매와 쌍꺼풀은 없지만 뚜렷한 이목구비가 눈에 확 들어왔다.
한참을 놀란 붕어눈으로 김민석을 훑어보다 담임의 말에 나는 시선을 거두었다.
" 그래 민석이는 초등학교때까지 이동네 살다가 이사 갔는데 다시 여기로 이사와서 우리학교로 오게되었대.
잘생긴 훈남 왔다고 여자애들 구경 꽤나 오겠네 오늘. 민석이는 빈자리 아무대나 앉고 우선 이자리 그래도 당분간 앉을거야.
1교시 영어네. 수업준비 잘 하고 오늘부터 수능날까지 열심히 달려라.이상."
담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옆자리가 비어있는 아이들은 긴장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 중 하나가 나였다.
애써 신경쓰지 않는 척하기 위해 고개도 숙여보고 창문 너머 운동장도 바라보고 했다.
눈을 굴리던 도중 교단위에 마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던 김민석과 눈이 정통으로 마주쳐 버렸다.
놀랬다. 물론 내가.
김민석은 오히려 놀랜 내가 재밌다는듯이 웃어보였다.
그러고는 성큼성큼 내쪽으로 걸어왔다.
내심 그래도 아는애가 나밖에 없을텐데 하며 내 옆에 앉을거라고 인터넷소설에 나오는 여주인공이 된 마냥 상상의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내쪽으로 가까워질수록 나는 우리반 여자아이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했다.
나에게 미안함의 대상은 맞지만 변한 그 녀석의 모습에 생각이 좀 달라지려던 참이였다.
바로 내 앞에 섰고 나는 이 녀석이 앉기 편하라고 옆으로 살짝 의자를 틀었다.
드르륵-
" 나 여기 앉아도 되지? "
" 어..?어 앉아~반가워!"
내 오른쪽 옆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었고 대신 내 왼쪽 옆자리가 그 녀석으로 가득 차있었다.
김민석의 짝꿍이 된 그 여자아이는 얼굴을 붉히며 반갑다고 인사를 건냈다.
그 인사에 화답이라도 하듯 김민석은 환하게 웃어보였고
가방을 걸고 의자에 앉아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더니 나를 향해 또 한번 웃어 보였다.
'넌 여전하구나'
그 녀석과 나의 사이에는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았다.
그냥 그 웃음과 그 표정이 그 눈빛이 말해주고 있었다.
뚱뚱한남자는 긁지않은 1등짜리 복권
아무도 모른다. 이 녀석과 나의 관계는. 아니 관계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저 과거 일뿐. 나의 만행에 대해 아무도 몰랐고 나는 꽁꽁 숨겨두었었다.
자존심이랍시고 잊은척 아무것도 기억안나는척 지내왔다.
새학기 첫 날 내 치부를 들킨 이기분.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다이너마이트를 손 안에 쥐고 있는 이 기분.
새롭지만 반갑지는 않다.
시선은 역시 그 녀석이 먼저 거두었다.
책을 꺼내서 오늘 진도 나갈 부분을 예습이라도 하듯 읽고 있었고 나는 풀리지 않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칠판을 응시했다.
수업시작하기 5분 전 지금은
반 앞뒤로 여자아이들이고 남자아이들고 너나 할 것 없이 기웃기웃 거리고 있었다.
김민석을 보러 친히 이과 끝반 까지 찾아 온 아이들을 살펴보자 정수정도 껴있었다.
아이고 수정아.
수정이도 나를 발견한듯 아이들 틈을 뚫고 우리반으로 들어와 내자리 쪽으로 달려왔다.
" 야 어떻게 된거야! "
" 조용히 해라. 나라고 뭐 알겠냐."
" 쟤 걔맞지, 니가 초딩주제에 도경수한테 잘보이겠다고 삥뜯은애."
" 병신아 제발 조용히해!"
나는 수정이의 입을 막았고 옆을 살짝 보니 이쪽을 재밌다는 식으로 쳐다보는 김민석이 있었다.
" 야 쟤 우리 쳐다본다..무서워."
" 그니까 왜 그렇게 크게 말하냐고!내가 너때문에 못살아 진짜!"
" 아 아파!때리지마!..근데 쟤 아직도 너 되게 싫은가 보다.왜 니 옆에 안앉고 저기 앉아있대?"
그래 그런가보다. 아직도 내가 많이 밉겠지.
그 시절을 잠시 회상해보면 민석이는 되게 여린아이였다.
소심하다고 하기엔 뭐하지만 여리고 착한아이였다.
그런 아이에게 내가 했던 짓은 치명타였을거고 깊은 상처였을 것이다.
" 야 혹시 쟤 너한테 복수하러 일부러 이 학교로 전학 온 거 아니야? "
복수..?
생각지도 못한 단어에 나는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웬지 모르게 맞을 것 같은 생각이 엄습해왔다.
나는 다시 그 녀석 쪽을 보았고 그 녀석은 우리가 시끄럽다는걸 간접적으로 표하는 건지 이어폰을 꼽고는 앉아서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수업시작하기까지 1분 밖에 남지 않았고 수정이는 시이발! 이라며 뒷문으로 뛰쳐 나갔다.
여자애가 입이 그렇게 험해서야..
나도 수업준비를 위해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려는 순간.
카톡-
오랜만이다.
-김민석-
아직은 봄이라고 하기엔 너무 추웠고 한겨울이라고 하기엔 소복하게 쌓인 눈들이 이제 물이되어 길바닥에 녹고 있었다.
늦겨울, 초봄을 알리는 시기였고 그동안의 내 마음속 겨울에서도 벗어나는 시기가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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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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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글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