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씽♥종대. 레이는 워낙에 성격이 둥글고 유한 탓에 남이 부탁하는 일에 거절을 잘 못함. 매일 여자 향수, 남자 스킨 냄새 붙이고 와서 종대는 미칠 지경이지만 종대는 레이보다 더 착한 탓에 항상 속으로만 삭힘. 레이는 자기가 하는 행동이 종대한테 상처를 줄 거라는걸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휴일인데도 밖으로 나감. 종대는 섭섭해도 배웅하고 밥을 먹다가 갑자기 비리고 헛구역질이 나서 밥을 다 먹지도 못하고 버림. 종대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 다음날인 월요일, 병원에 들르니 임신을 했다는 소식에 놀람. 그것도 2개월정도. 엄마가 임신사실을 모르면 아이도 작게 크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아기한테 미안함과 레이한텐 어떻게 말할지 막막한 감정들이 뒤섞여듬. 레이한테 온 문자는 오늘도 늦을 것 같다는 허무한 문자 뿐. 얼굴 마주보고 밥 먹는 시간이 점점 더 없어져서 얘기할 수도 없고, 쉽게 문자나 전화로는 할 얘기가 아닌 것 같아 종대의 고민만 늘어남. 그렇게 종대가 끙끙 앓을때 모처럼 레이의 약속이 없어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옴. 얘기하려고 쇼파에 앉아있는 레이의 옆에 종대도 앉고 얘기를 꺼냄. 근데 어쩜 뭣같은 타이밍인지, 레이에게 전화가 걸려옴. 레이가 미안하다고 다음에 얘기하자고 하더니 또 나가버림. 그때 종대가 처음으로 결혼 후 울어봄. 아주 서럽게. 레이가 돌아온건 종대가 잠든 새벽 쯤. 종대도 이쯤되니 지침. 그러다 추석이 찾아옴. 레이는 맏아들인지라 음식도 맏며느리가 다 해야만 됐는데, 시어머니와 아가씨가 종대를 갈굼. 레이랑은 비교도 안되는게 착한 레이를 꼬셔서 채갔다고, 레이는 그것도 모르고 남자들이랑 얘기만 할 뿐. 결국 종대가 음식을 다 하게됨. 튀김을 하느라 튄 기름에 팔도 따가운데 레이는 관심 하나 없고, 더군다나 또 시어머니가 한 소리 하심. 요리도 제대로 못하는게 어떻게 레이를 채갔냐면서. 종대는 정말 슬플 뿐이고, 비린 음식 냄새들에 올라오는 입덧을 참아야 함. 보통 9~10주가 되면 엄청나게 입덧이 심해지기 마련인데 종대는 먹고 싶은 것도 못 먹었기 때문인지 주가 늘어날수록 점점 더 심해짐. 그렇게 음식을 다 만들고, 제삿상 차리는 것도 종대의 몫이고, 제삿상을 치우는 것도 종대의 몫임. 튀김과 나물, 탕국, 밥을 다른 그릇에 옮기고 나르는데 허리가 너무 아픔. 그런데도 인상 안 피냐며 위협하는 아가씨 때문에 억지웃음을 웃을 수 밖에 없음. 수저 나르랴, 반찬 나르랴, 쉴 틈이 없는 종대는 결국 세 끼 다 먹지 못함. 아침에 가족들이 밥 먹을땐 음식하고, 점심에는 과일들 나르고, 저녁에는 필요한 것들을 종대가 날라서 종대는 무척 힘이 듦. 오랫만에 본 레이가 가족들 눈엔 너무 좋은지 내일까지 쉬다 가라고 함. 레이는 눈 웃음만 치며 알겠다고 할 뿐이고, 그 틈에도 종대는 파워설거지 중. 그 많은 그릇들과 수저들을 씻는데 열이 나는 것 같음. 겨우 다 하고 식탁 의자에 앉아서 쉬는데 아가씨가 커피를 실수로 종대 쪽으로 밀어버림. 너무 뜨거워서 비명도 안나오는데 컵 깨지는 소리에 가족들이 뛰어 옴. 아가씨를 보더니 괜찮냐, 다친곳은 없냐 하더니 종대를 보곤 아무 말도 안함. 종대의 팔이 점점 더 빨개지는 걸 보면서도. 종대는 묵묵히 화장실로 가서 팔을 씻음. 차가운 물로 계속 헹궈도 열기가 사라지지 않음. 머리도 아픈데 팔까지 이러니 진짜 울고싶음. 화장실 문을 잠궈놓고 울다가 눈이 붓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고 몇 번이나 찬 물로 얼굴을 씻고 나감. 시어머니가 저 깨진 컵은 네가 치워라, 그러심. 팔에는 물집이 여러군데 잡혀있고 빗자루를 찾지 못한 종대는 손으로 세세한 유리조각까지 다 집어냄. 손도 베여서 엉망이고 팔에는 물집이 잡히고 이마는 불덩이 같아서 컨디션이 너무 안좋음. 우리 착한종대는 아이에게만 피해가 가지않으면 된다고 생각함.. 그시간 레이는 집안 어른들과 함께 밖에서 술 마시고 들어오심. 자기 자라고 준 방에 들어가자 그냥 누워있는 종대가 보이길래 뒤에서 종대를 껴안음. 종대는 애써 왔어요? 라고 웃어줌. 전등도 켜놓지 않아 깜깜해서 그런지 레이는 바로 잠이 듦. 종대의 상태도 확인을 못함. 종대는 눈물을 훔쳐 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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