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창밖에는 비가 내린다. 카페문에 달린 풍경이 딸랑- 울리고 우산을 접으면서 들어오는 남자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난 손을 들어 '여기' 라고 하자 남자는 나의 맡은편에 마주 앉았다.
익숙한 침묵, 우리는 말이 없었고 창밖에는 끊임없이 비가 왔다. 주문한 커피가 남자의 앞에 놓여지고 남자는 가볍게 목례를 했다. 나는 식어가는 머그컵만 만지작 거렸다. 그리고 남자는 왼손 네번째 손가락을 만지작 거렸다.
"헤어지자"
나는 식은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물었다. 왜, 2년을 만났는데.... 왜 헤어지자는거야? 남자는 말이 없었다. 남자는 왼손 네번째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고 나에게 내밀었다. 남자도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난 너에게 언제나 1순위가 아니였어, 난 너에게 최선을 다해 달려갔어... 근데 2년동안 전력질주를 하려니까 너무 지친다. 이제 그만 쉬고싶어. 헤어지자"
"나도 성준씨한테 최선을 다했어"
"아니"
"아니! 성준씨가 내맘을 어떻게 알아?"
"어쩌면 너보다 내가 네맘을 더 잘 알지도 몰라... 이제 그만하자"
"..."
"나한테 최선을 다해 달려올 마음이 생기면 돌아와"
"..."
"너탄아 난 아직도 네가 좋아, 근데 지쳤어... 나 조금만 쉴게"
"성준씨.... 안 돌아갈거야"
"알아 너 안 돌아올거 근데 돌아오고 싶으면 언제든 돌아외"
"...."
"갈게"
그렇게 2년의 연애가 끝이났다.
*
나에게 성준씨는 중요한 존재가 아니였다. 나는 내가 우선이였고, 그 다음이 일이였다. 그리고 성준씨, 아니면 좀 더 뒤였을수도 있다. 4년을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마땅한 이유도 없었다. 회사측에서도 사직서를 수리해주지 않아 돌아오라는 연락이 왔다.
나는 휴대폰을 끄고, 한달동안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다. 이따금 초인종이 울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문 너머로 들려왔다. 성준씨였다. 나는 문을 열지도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정말 폐인처럼 누워있었다.
그러다 문득, 내 옆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터져나오는 눈물은 멈출수가 없었다. 울다가 잠이 들고 다시 눈을 뜨면 울기를 반복했다. 정말 이러다 자살해버릴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컴퓨터를 켰다. 강아지를 키워보자는 생각이 이어졌고, 강아지 분양카페에 들어갔다.
분양 카테고리에 들어가서 의미없이 페이지를 넘겼다. 하나의 게시글에 눈이 갔다. [강아지를 부탁해] 흔한 제목이였는데, 무언가에 이끌린듯 게시글을 클릭했다. 글 내용도 별반 다를게 없었다.
무료분양은 법적으로 불법이기에 분양 책임비 10만원, 이름은 태태 수컷 종류는 믹스견 2살, 해맑고 똑똑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잘하고 주는대로 잘먹고 착하다 라는 부가 설명이 쓰여있었다. 직거래 장소가 어디지? 하고 봤더니 집에서 걸어서 10분이면 갈수있는 거리였다.
조심스럽게 게시글에 댓글을 남겨보았다. 분양되었나요? 5분이 지나지 않아 분양이 되지 않았다는 답글이 달렸다. 내일 직거래를 하기로 하고, 나는 강아지 용품을 사러 외출을 준비했다. 이게 며칠만의 외출이지? 생각나지가 않는다. 문을 열고 나가니 밖의 문고리에 봉투가 여러개 달려있었다. 성준씨가 걸어놓고 간것들이였다.
나를 떠난건 당신의 선택이였는데, 왜 이러는걸까.... 봉투를 집안으로 던져놓고 집근처 마트로 향했다.
사료와 밥그릇, 집, 배변패트 일단 대충 몇개만 사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의 설레임이였다. 설레임에 나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내일 오기를 기다렸던게 얼마나 오랜만인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
XX역 3시. 나는 늦지 않게 약속장소로 나왔다.
심장이 입밖으로 튀어나올것 같았다. 심장소리가 다른 사람귀에 들릴까 겁이났다. 그때 누군가 내어깨를 톡 쳤다.
"몬탈치노님?"
"네에에??!!!"
순간 너무 놀란 나는 엄청 큰소리로 대답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힐끗 쳐다보고 웃으면서 지나갔다. 쪽팔려....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졌다. 내 어깨를 쳤던 남자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큰소리로 웃었다. 근데 그 남자는 빈손이였다.
"...저기"
"네?"
"태태는요?"
"아- 태태요?"
"네"
"그 태태는 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