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고발랄 BGM♬
12:00 AM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을까.
친구들도 12시가 지나기 무섭게 서로 장난을 쳤다. 메신저 상태메세지가 오늘부터 1일♥ 이라는 둥 반톡에서는 선생님들께 어떤 골탕을 먹일까 작당모의하는 꼬마악당들로 가득했다.
12:35 AM
할까. 말까.
난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좋아하는 남자애한테 장난스러운 고백을 할 수 있는 날은 오늘밖에 없었으니까.
그래, 오늘 아니면 내가 또 언제 하겠니.
난 평소 닳도록 찾아본 그의 이름을 익숙하게 치고는 메세지를 보냈다.
[야! 우리 오늘부터 1일이다!!] (1)
으. 역시 괜히 보냈나. 난 불안한 마음에 1이 사라질 때까지 휴대폰 액정만 바라보았다.
[야! 우리 오늘부터 1일이다!!]
옆에있던 숫자가 사라졌다. 읽었다.
근데 2분이 지나도록 답장이 없었다. 불안하다. 왜 답장이 없을까. 난 핸드폰을 던져둔 채 이불을 끝까지 뒤짚어 썼다. 망했다.
ㅇㅇㅇ 미쳤어. 아주 제 손으로 흑역사 만들지.
이불을 발로 찼다. 망했어 인생.
띠링
알람이었다.
난 황급히 핸드폰을 뒤짚어 보았다.
[뭐야ㅋㅋㅋㅋ 그래 우리 1일이다♥]
[너 만우절이라고 말 막할래?ㅋㅋㅋ]
그래도 다행이었다. 내 진심 반 장난 반 고백을 무시하지않고 답변해준 것 만으로. 물론 장난이었겠지만 내 마음은 제멋대로 뛰고있었다. 승락해줬다. 오늘부터 1일이라고.
[ㅋㅋㅋㅋ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요 남자친구!!]
[진짜 개웃겨 ㅇㅇㅇㅋㅋㅋㅋ 야 할거면 제대로 해.]
[내 사진으로 프사 바꿔라.]
[시작은 내가 했는데 너가 왜 더 열정적인데ㅋㅋㅋㅋㅋ]
[한 번 사는 인생 할거면 제대로 하라는게 내 인생 모토다ㅋㅋㅋㅋㅋ]
[사진]
[내일 학교에서 봐 자기^^]
난 최대한 떨리는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나보고 자기래. 장난이라도 내가 어떻게 자겠어. 한편으론 씁쓸했다. 그 만큼 나를 이성이 아닌 친구로 편하게 받아들여서 이런 대답이 나온거니까
승관이가 보낸 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처음보는 승관이 셀카였다.
예전에는 그냥 장난치기 좋아하는 토마스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냥 상남자로 보이니 미치겠다.
아마 내일이면 내 인생에서 최고로 행복하고 최고로 슬픈날일 것 같다.
등굣길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다만 내가 평소보다 긴장을 많이 했을 뿐. 승관이 얼굴을 어떻게 보나 싶었다. 그냥 확 지각할까. 아니야 어차피 만우절인데 뭐.
여러 생각이 교차하는 찰나, 핸드폰 진동이 울리며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야!! ㅇㅇㅇ!!! 내 여자친구!!! 핸드폰 안 보냐?"
승관이었다. 승관이의 말에 휴대폰을 보자 승관이가 나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여.. 여보세요?"
[너 어제 내 카톡 못보고 잤지]
"응? 뭘?"
[등교 같이하자고 했잖아!!! 내 인생 모토!!! 뭘 해도 똑바로!!]
"..? 아....."
[아이고 얼빵아... 뒤에서 몇 번을 불러도 듣지도 않고~ 지금 딱 서있어.]
전화기 너머로 승관이의 발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승관이랑 하는 첫 통화였다. 아, 설레.
"정신 어디다 두고 다니냐. 엄청 큰소리로 불렀는데 듣지도 않고."
저 멀리서 뛰어온 승관이가 가쁜 숨을 빠르게 내뱉으며 내 어깨를 잡았다.
"갑시다. 여자친구."
"부승관 적극성 어쩔거야 진짜."
"야, 시작은 너가 했어."
"알겠어. 빨리와. 늦겠다."
"그래!! 가자!!!"
승관이는 자연스럽게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잰걸음으로 교실로 들어갔다.
콩 콩 콩
어느 때보다 심장이 빠르게 요동쳤다.
교실에 들어서자 많은 아이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꽂혔다. 그리고 들어오자 마자, 한솔이가 웃으면서 소리를 질렀다.
"야!! 너네 지금 장난하냐? 만우절 쌩쇼하지마!!"
"아닌데? 우리 진짜 사귀는데?"
"구라 즐~ 응 만우절~"
"와, 이 새끼들이 속고만 살았니~?"
"만우절인데 속고만 살지 그럼!!"
"그래!! 그럼 그렇게 평생 살아라!!!"
남자애들은 승관이에게 만우절 장난을 치지 말라며 장난을 쳤고 여자 아이들도 웃으며 어휴 이게 무슨 구닥다리 거짓말이야 라며 놀렸다.
야, 그럼 사귄다는거 증명해봐!!
깔깔거리는 아이들 무리 속에서 한 친구가 소리쳤다.
맞네!! 인증해!! 야! 뽀뽀라도 해라!!
친구들이 우스갯소리로 아무말을 던졌다.
승관이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내 옆으로 다가왔다.
"야, 최한솔. 진짜 검증하길 바라냐?"
"응! 만우절 구라면 너네가 우리반 아이스크림 쏘고 아니면 내가 쏘고!"
"하, 자존심 상해. 잘 봐라."
승관이는 내 손목을 잡아채더니 자신의 품 안으로 나를 끌어 안았다.
"됐냐?"
승관이의 품 안에 안긴 순간 심장이 무차별하게 뛰었다. 승관이 냄새. 따뜻하게 안락한 품 안에서 떨어지기 싫었다.
그래도 난 부끄러워서 괜히 부승관 지금 뭐 하냐. 이러면서 승관이의 가슴팍을 퍽- 쳤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승관이의 손이 내 머리 위에서 토닥였다.
"아이구, 우리 ㅇㅇ가 부끄러워하는 거 봐. 귀여워."
반 아이들은 오- 이러는 소리와 함께 키득거렸다.
어쭈, 어디서 본 건 있네. 승관이 남자네 남자.
워낙에 사교성이 좋은 승관이라 반 아이들도 모두 장난으로 웃어넘겼다.
승관이는 정말 남자친구라고 헷갈릴 정도로 나에게 잘해줬다.
오늘 하루종일 나와 붙어있었고
매점도 같이 가서 빵도 사주고
급식도 같이 먹자며 자기 친구들을 데려와 내 친구들과 급식도 같이먹고
청소시간에 내 담당구역 청소까지 다 해줬다.
그럴 때 마다 승관이는 야, 남자친구라면 당연히 해줘야지. 이러면서 내 이마를 손가락으로 콕 누르곤했다.
승관이가 청소를 하는 동안 나는 대걸레를 정리하려 여자화장실에 들어갔다. 대걸레를 정리하고 손을 씻고 나가려는데, 밖에서 여자아이들의 대화소리가 들렸다.
"야, 오늘 승관이 만우절이라고 1일 애인놀이하는거 봤냐?"
"응. 야 ㅇㅇㅇ 완전 계 탔더라."
"근데 그거 알아? 민경이가 딱 12시 되자마자 걔한테 오늘부터 1일 드립쳤다가 까인거?"
"헐? 근데 ㅇㅇㅇ는 받아준거야?"
"민경이가? 난 나영이도 그 드립쳤다 물 먹었다고 들었는데."
"헐, 부승관 ㅇㅇㅇ 좋아하는거 아님?"
설마
그 친구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난 화장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
뭐야, 부승관
나 말고도 남몰래 뒤에서 부승관을 좋아했던 친구들이 있었다는 건 그다지 놀랍지 않은 일이었다. 근데 그 친구들은 거절하고 나는 받아줬다...?
아니야 괜히 김칫국 마시지 말자.
교실에 도착하자 승관이는 청소를 마치고 나를 기다리고있었다.
"똥싸고 나왔냐. 왜 이렇게 늦어."
"똥... 야 똥이뭐냐 똥이."
"빨리 집 가자. 너네 친구들 너 늦는다고 학원 숙제때문에 먼저 간다고 나보고 너 집에 데려다주란다."
친구들도.... 내 장난을 되로 갚아주었다. 승관이보고 집 데려다주라니.....
"나 집이 아니라 학원가."
"그럼 학원 데려다 줄게."
노을이 지는 빛 뒤로 승관이의 얼굴이 유난히 잘생겨보였다. 웃어보이는 미소까지 하나하나 달달했다.
그런 네가 내 일일 애인이구나. 학원에 들어가고 나면 10시가 넘고, 그렇게 되면 만우절이 끝난다는 사실에괜히 씁쓸해졌다.
그래서인가.
나도 모르게 학원앞에서 승관이에게 툴툴거렸다.
"아!!! 짜증나!!!"
"뭐야, 왜 승질이야. 학원가기 싫어?"
"어~ 싫어~ 너도 싫어~"
"왜 그러냐. 난 너 좋아하는데. 빨리 학원에서 공부나 해."
잘 못 들었나. 승관이 나 좋아한대. 아, 만우절이라서 그런가
"그래!! 사실 나도 너 좋아한다!!"
"그럼 우리 애인 빨리 들어가서 공부해요. 학원 끝나면 전화해라. 밤길 위험하다."
"내가 왜 너한테 전화하냐."
"야, 이래뵈도 내가 너 남자친구다. 전화해."
학원 수업에 하나도 집중할 수 없었다.
내가 너 남자친구다. 전화해.
전화해.
부승관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아서.
난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승관이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승관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오히려 여자의 기계적인 목소리만 흘러나올 뿐
역시, 내 설레발이네.
부승관 나쁜놈. 사람 마음 혼란만 주는 나쁜 놈.
내가 시작한 일에 승관이는 열심히 대답해준건데. 내가 왜 성을 내는지 모르겠지만 실망스러운 마음은 감출 수 없었다.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기위해 자리에 누웠다.
11:59PM
1분 뒤면, 만우절도 끝난다. 승관이 사진은 내려야겠지.
프로필로 설정해 둔 사진을 지우려는 순간, 승관이에게 전화가 왔다.
뭐지.
난 심호흡을 하고 침을 삼켰다.
"여보세요."
[ㅇㅇㅇ]
"왜."
[아까 전화 못 받아서 진짜 미안. 배터리 없어가지고 충전기 찾느라 엄청 고생했다. 나.]
"응...."
[삐졌어?]
"아니..."
[진짜 미안해... 나 한 번만 봐죠.]
승관이의 애교섞인 목소리가 이제 나에게는 더욱 슬프게 들렸다.
"알았어. 어차피 이제 12시 지나면 끝나는데 뭐"
[아! 나 너한테 할 말 있어서 전화한건데.]
"..? 뭔데...?"
[잠깐만.....]
"....."
[....]
전화기 사이에 아무런 소리도 없는 침묵이 오갔다. 그리고 몇 초 지나지 않아 승관이가 입을 열었다.
[됐다.]
"뭐가."
[12시.]
"...끝이구나. 어제 하루 고마웠다."
[아니!! 내 말 들어봐 ㅇㅇㅇ.]
"뭘."
[카톡 프사 지우지 마라.]
"? 뭔 소리야?"
[12시 전에 이야기하면 신빙성 없다고 할까봐. 지금 하는건데.]
"...."
[오늘 내가 했던 말들 다 진심이다. ㅇㅇㅇ.]
"......"
[12시 지났으니까, 뭔 말인지 알지?]
"....."
[아씨..... 창피해... 답장 기다린다.]
-뚝
야!! ㅇㅇㅇ!!! 내 여자친구!!!
아이구, 우리 ㅇㅇ이 부끄러워하는 거 봐. 귀여워.
왜 그러냐. 난 너 좋아하는데.
내가 너 남자친구다
엄마, 오늘 만우절이 아니라 크리스마스인가봐.
산타할아버지가 소원들어줬어.
나도 답장을 넣었다.
[야, 최한솔이랑 아이스크림 쏘기로 한거, 너가 안 사도 돼.]
>까꿍 |
여자애들이 앞에서는 어휴 쟤 왤케 까불어. 이래놓고 진실게임하면 나 부승관 좋아해... 이럴 것 같은 승관이 ssu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