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당신이 참 불쌍해."
"무슨 개소리야."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있지."
뭐? 야. 손 끝이 떨려 오고 있다. 놈은 무표정한 얼굴로 계속 말을 이어가고 있다.
당신이 그 때 그러지만 않았다면, 당신은 소중한 것들을 지켜낼 수 있었을텐데."
"닥쳐."
때르릉. 날씨가 맑다. 여름이라 그런지 햇빛이 뜨겁다. 그늘 쪽으로만 자전거를 몰던 태일이 이내 커브길을 따라 돌았다. 높다란 건물들을 뚫고 들어가 나온 곳은 커다란 연구소. 한국H연구소라고 파여 있는 기둥을 지난 태일은 주차장 쪽으로 들어갔다. 입구에 있던 인식기가 태일의 목에 걸린 카드를 인식하고 초록색 빛을 낸다. 태일은 여유롭게 자전거를 구석에 세우고 폴짝 바닥으로 내려왔다. 날이 덥다.
자동문이 열리고 나온 로비는 시원하다. 태일이 헥헥거리며 내밀고 있던 혀를 그제야 쏙 집어 넣었다. 더워 죽는 줄 알았네. 오늘따라 내부가 한산한 느낌이다. 태일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걷다가 눈에 들어온 정환을 보고 손을 휘휘 저었다. 정환이 형!
"어, 태일아!"
"형이 웬일로 우미래랑 같이 안 있어요?"
"미래 오늘 학교에서 캠프 갔어."
"그렇구나. 아 맞다. 형, 저희 학교 오늘 시험 봤어요."
"그래? 몇 점?"
몇 점이겠어요? 씨익 웃는 태일. 그 모습을 보고 정환이 푸핫 웃음을 터뜨렸다. 잘난 척 하기는. 너 그러다 훅 간다? 뉘예뉘예. 태일이 장난스럽게 대꾸하고 정환이 킥킥 웃었다. 그러다가 뭐라 말을 하려는 정환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어, 태일아. 잠깐만.
"네."
대답을 하는 정환의 표정이 진지하다. 한참을 상대가 뭐라 떠들어대고, 정환은 드문드문 네, 네. 하고 대답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이내 '네, 알겠습니다. 대기 시킬게요.'하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뭐에요, 뭐에요. 태일이 눈을 빛내며 묻자 정환이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태일을 밀어냈다. 야, 안 돼.
"아, 왜요! 지금 저 고딩이라고 무시하는 거죠!"
"인턴 주제에."
"헐, 왜요. 저도 알려 주세요."
"나중에 우태운 박사님한테 여쭤 보면 되잖아. 나한테 물어보지 마!"
그렇게 말하며 정환이 홱 돌아섰다. 자신의 뒤를 졸졸 쫓아오며 뭔데요! 하고 추궁하는 태일을 보며 새라도 쫓는지 훠이,훠이하고 손을 움직이는 정환. 태일이 바보같다는 생각을 하며 정환에게 빽 소리를 질렀다.
"형 나쁘다, 진짜!"
정환은 그러거나 말거나, 태일을 모른 체 하며 복도를 쭉 걸어 제 1 실험실 문을 열었다. 카드를 찍고 휙 안으로 들어가는 정환. 따라 들어가려 하자 바로 문을 닫은 정환 덕분에 태일은 뚱하니 밖에 서 있어야 했다. 뭐야?
"LKL용액 계속 주입시켜. 현재 상태는?"
"호흡 정상, 심박수 정상입니다."
"계속 그대로만 해."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실험실 안. 누구 한 명 빠짐없이 모두 바쁘다. 태운의 호출을 받고 제 1 실험실 안에 들어선 태일이 잠시 멀뚱멀뚱 서 있었다. 우와, 이게 뭐야. 진짜 엘리트들만 모였네. 그러다가 정중앙에 있는 통에 눈이 닿는다. 뭐지? 생명 유지 액체로 가득 들어찬 통. 유리로 보이는 안에서 사람 한 명이 눈을 감고 있다. 꼭 자는 것 처럼. 태일을 본 태운이 '이리로 와'하고 손을 까딱하고 태일은 멍하니 그 사람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태운에게로 갔다.
"박사님, 저거 누구에요?"
"몰라."
"아니, 왜 사람이 저 안에 있냐고요. 무슨 연구에요? 여기 모인 사람들 다 엘리트들이잖아요."
"지금 저게 뭔지 알아내려고 이렇게 모인 거야."
저거? 태일이 멀뚱멀뚱 태운을 바라보고 태운은 손에 들고 있는 펜 끝을 씹었다. 생명 유지 액체 속에서 둥둥 떠 있는 남자는 태일의 또래로 보였다. 앳되었다. 가만히 감긴 눈을 바라보던 태일이 눈 뜬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입을 열었다.
"뭔데요. 설명을 좀 해줘요. 이종 교배 연구는요? 그냥 이리로 넘어 오신 거에요?"
"다른 사람한테 위임했어. 넌 거기서 빠지고 그냥 이 연구로 들어 와."
헐 대박. 제가요? 진짜요? 여기 연구진들 다 장난 아닌데 제가 껴요? 진짜 그래도 되는 거에요? 태일이 눈을 반짝 빛내고 태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일이 입을 헤 벌리고서 남자 아이를 바라 보았다. 근데, 정말 뭐에요? 설명은 해 줘야죠.
"서울 도심 한복판의 자연 보호 구역. 민간인의 출입을 금지한 곳 알지."
"알죠."
"거기서 발견됐어. 순찰대가 돌다가 발견했다더라."
"근데 그냥 일반 사람이 몰래 들어간 걸 수도 있잖아요. 물론 경비가 삼엄하긴 하다만."
"일반인이면 데려왔겠어?"
태운이 킥킥 웃고 태일이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태운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남자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무가 살아나고 있었대."
"나무요?"
"어. 죽어가던 나무 한 그루가 살아나고 있었대."
"근데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쟤랑?"
"쟤가 그 나무를 안고 있었으니까."
나무를 안고 있었다? 태일이 멍하니 태운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눈을 감고 있는 남자 아이는 꼭 자는 것만 같았다. 아니, 자는 건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천천히 눈이 떠졌다. 어, 눈 떴다.
남자 아이는 태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높은 위치에서 두둥실 떠 있는 아이는 천장의 창에서 들어오는 햇빛 때문에 신비롭게까지 보였다. 천천히 태일을 바라보던 아이는 이내 다시 눈을 감았고, 태일은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런 태일을 툭툭 치며 정신 차려, 하고 말하는 태운. 태일이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쟨 근데 이름이 뭐에요?"
"ZICO."
"지코? 오글거려요."
그럼 니가 이름 지어 올래? 머리를 손에 들고 있던 차트로 통 때린 태운. 태일이 머리를 부여잡고 씨근덕거리다가 밖으로 나가는 태운의 뒤를 쫓았다. 같이 가요! 그러다가 살짝 뒤를 돌아보았을 때, 지코라고 불린 녀석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연구소에 있는 태일의 방 문에 잠금장치가 여러 개 설치되었다. 태운 밑에서 일하던 인턴인지라 태운의 연구실 옆에 있던 작은 방. 태일의 방이긴 했으나 태일은 가족 때문에 그 방을 사용하지 않았다. 어차피 지코 연구를 우태운 박사가 맡았으니, 그 옆 방은 지코가 쓰도록 합시다. 덕분에 태일의 방문은 몇 번이고 잠금 장치가 덧대어졌다. 자신의 방이 바뀌는 모습을 보는 태일의 표정이 볼만하다.
"왜? 어차피 방 안 쓰잖아."
"그래도 내 방인데 바뀌니까 찝찝해요."
"참내, 가지긴 싫고 버리긴 아깝냐?"
"방이 무슨 여자에요?"
태일이 입술을 삐죽 내밀자 태운이 '안 그래도 나온 입 더 나온다'하고 핀잔을 주었다. 아, 박사님은! 참나. 태일이 투덜거리며 실험실 문 앞으로 손을 들었다. 손에 들린 카드를 인식한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안으로 여전히 분주한 실험실의 모습이 드러났다. 어, 비었네? 태일이 비어 있는 유리관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하던 순간, 눈에 지코가 들어왔다.
연구원 한 명이 수건으로 머리를 털어주고 있고,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얼굴이 하얗다. 머리를 대충 다 털었는지 연구원이 수건을 들고 사라지고 지코는 천천히 눈을 떴다. 어, 우 박사님. 몇몇 연구원들이 태운에게 다가가고 태일은 멍하니 지코만 바라보고 있다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뚜벅뚜벅. 자신의 앞에 나타난 사람에 지코가 고개를 들었고 의아한 눈빛으로 태일을 바라보았다. 태일은 멍하니 그 앞에 서 있을 뿐이었다. 사람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겉모습은 정말, 그저 평범한 제 또래 아이다. 물론 풍기는 분위기라던가 묘한 느낌은 있지만 언뜻 보았을 때 특이한 점은 없다. 사람이 아닌 어쩌면 괴물일 거라고 말하던 태운의 목소리가 생생한데, 이건 그냥 사람이잖아.
"지코."
짧게 나온 태일의 목소리. 지코의 까만 눈이 태일의 눈을 스치고 태운이 지코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지코가 눈을 깜박이다가 천천히 끌려 나오고 태일도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상해.
철컹, 철컹, 철컹.
잠금 장치가 하나하나 풀리고 마침내 문이 열렸다. 카트를 밀어 방 안으로 들어가니 안 쪽에 유리벽으로 막아놓은 공간이 보인다. 그 안에 웅크려 앉아 있는 건 지코. 태일은 지코의 얼굴을 살피며 유리문을 열었다. 웅크려 있는 지코의 앞으로 카트를 밀고 가 접시를 내렸다.
"야, 지코."
천천히 지코가 고개를 들었다. 벌써 3일 연속으로 쉴 틈 없이 실험실에 있었던지라 꽤 피곤해 보인다. 태일이 앞에 둔 접시를 툭툭치켜 지코를 바라보았다. 야, 안 먹어? 그러자 지코가 천천히 무릎에 묻고 있던 고개를 들어 태일을 마주했다. 밥 먹으라니까. 지코는 앞에 놓인 접시를 바라보더니 다시 얼굴을 묻었다. 그 모습에 태일이 살짝 눈살을 찌푸리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먹으라니까."
태일이 지코의 머리를 잡아 들어올린 뒤 젓가락으로 고기를 한 점 집었다. 그리고 강제로 입을 벌리게 해 입에 고기를 넣었다. 지코가 싫다는 듯 몸을 뒤로 빼고 태일이 한숨을 내쉬었다. 안 먹을래, 진짜? 결국 입에 들어온 고기를 씹는 지코의 얼굴이 좋지 못하다. 태일은 이내 샐러드도 조금 집어서 지코의 입으로 넣었다. 아 진짜, 내가 왜 얘 수발을 들고 있는거야. 그렇게 음식을 먹여주고 있던 태일의 눈에 지코의 팔이 들어왔다. 주사 자국?
팔에 붙어 있는 밴드들. 시커먼 눈가. 안쓰러운 모습이다. 태일이 빤히 그런 지코의 몸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너, 어쩌다가 여기 온 거야? 지코가 고개를 들었다.
"어쩌다가 여기 온 거야. 여기 오기 전엔 뭐하고 지냈어?"
지코는 가만히 태일의 눈을 쳐다보고 있고 태일도 지코의 까만 눈을 보고 있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지코의 입이 천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태일!"
쾅. 열린 문으로 들어온 태운. 태일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고서 이내 '놀랬잖아요!'하고 신경질을 낸다. 뭐야, 뭘 그리 신경질 내. 태운이 투덜거리며 자리에 철푸덕 앉았다. 근데 니네 둘, 언제 그렇게 친해졌냐. 친하긴 개뿔이. 태일이 툴툴거리며 지코의 입으로 고기를 넣었다. 야! 넌 손이 없어, 발이 없어?
태일과 지코는 꽤 친해져 있었다. 친하다고 해야하나, 일단 태일이 지코를 챙기는 역할인지라 붙어있을 수 밖에 없었다. 둘 사이에 딱히 오가는 말은 없었지만 지코도 태일도 서로를 편하게 느끼고 있었다.
"야, 지코."
안에 앉아서 태일이 준 퍼즐 조각을 맞추고 있던 지코가 고개를 들었다. 2000피스 짜리야, 너 못 맞출 걸? 그 말을 듣자마자 지코는 퍼즐을 맞추기 시작했고 한 시간만에 퍼즐을 완성했다. 덕분에 태일이 약올라 한 건 비밀.
"오늘은 쉬어도 돼. 일정 취소됐대."
끄덕끄덕. 지코는 천천히 마지막 조각을 끼웠다. 처음만 해도 틀도 뭣도 없이 난잡하던 퍼즐들이 모여 꽤 멋진 그림이 되어 있었다. 다 맞췄어? 다른 거 줄까? 끄덕끄덕. 태일이 옆에 던져뒀던 자신의 가방을 열어 퍼즐을 하나 더 꺼냈다. 미안, 이번 건 천 피스야. 전혀 미안한 기색 없이 말하는 태일을 바라보던 지코는 이내 퍼즐을 받아 들었다.
와르르. 퍼즐이 바닥에 쏟아지고 지코는 천천히 퍼즐을 섞기 시작했다.
"야, 지코."
"..."
"너 이름 너무 오글거려."
"..."
지코가 뭐냐는 듯 고개를 들고 태일과 눈을 마주쳤다. 태일이 뚱한 표정으로 지코를 바라보다가 이내 '아'하고 입을 열었다.
"지호 어떠냐. 지호."
뭐야, 이건. 지코가 뭔 개소리냐는 듯 태일을 바라보고 태일도 저가 한 말이 웃긴지 킥킥거리기 시작했다.
"아 근데 사람보고, 아닌가? 괴물? 무튼. 지코지코거리기 오글거린단 말야. 너 우태운 박사가 맡았으니까 성은 우로 하고 이름은 지랑 'ㅗ'들어가는 거로 지호. 지호 어때? 우지호. 생각을 해 봐. 지오, 지노, 지로, 지조, 지호가 제일 낫네."
지코는 조금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태일을 바라보고 있고, 태일은 계속 '응? 어때, 우지호! 우지호우지호 좋네 우지호!'하고 환하게 웃고 있다. 한참을 바라보던 지코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던지.
늦었다. 자전거를 잠그지도 않고 휙 아무데나 세운 태일이 급히 연구소로 들어갔다. 옷 갈아입을 생각도 못하고 교복 차림으로 실험실 앞에 선 태일이 헉헉 숨을 내쉬다가 천천히 카드를 내밀었다. 삑. 문이 열리고 태일이 '늦어서 죄송합니다'하고 우물우물 입을 열었다. 그런 태일의 눈에 들어온 것.
"어, 어."
수술대에 누워있는 지호. 가슴이 빠르게 오르락내리락하고 얼굴에는 식은땀이 가득이다. 한참을 숨을 내쉬고 있던 지코. 쓰리, 투, 원. 쇼크! 쾅! 지호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이 튀어나오고 태일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하는 거에요? 얇은 하복 사이로 들어오는 공기가 마냥 차갑다.
전기 충격은 몇 번을 더 이어졌다. 뭔가를 열심히 기록하고, 모니터하고. 그런 연구원들 틈에서 지호는 입을 벌리고 천장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벌려져 있는 입에서 침이 살짝 흘렀다. 잡을 곳도 없는 수술대 바닥을 얼마나 긁어댄 건지 손톱이 엉망이다.
"어, 태일이 왔니?"
문을 열고 들어오던 여자가 태일에게 아는 체를 건네고 바로 지호에게로 다가간다. 지호의 몸을 묶고 있던 벨트를 풀고 이마의 땀을 닦아주는 여자의 모습은 퍽 다정해보였다. 몸 여기저기에 붙어 있던 전선들이 떨어져 나간다. 지호가 비틀거리며 수술대에서 내려오고 태일과 눈을 마주쳤다. 태일을 보고 조금 놀란 건지 움찔하다가 이내 힘없이 터덜터덜 걸어온다.
"우지호."
지호는 말없이 태일의 어깨에 몸을 기대었다. 태일이 바르르 떨리는 손으로 지호의 어깨를 붙잡았고, 연구원들은 '태일아, 지코 데리고 들어가라'하고 말한다. 네, 네. 네. 태일이 비틀거리는 지호를 부축하여 실험실을 나갔다.
비틀비틀.
복도를 걷고 있던 태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지호, 괜찮아? 보통 이럴 때면 항상 고개를 끄덕이던 지호인데, 오늘따라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비틀거리며 걷는 발은 아무렇게나 꼬여간다. 얼마 안 가 나온 태일의 방. 잠금장치를 풀고 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지호를 뉘인 태일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지호를 살피기 시작했다. 괜찮아? 괜찮아? 어?
덥석. 태일의 손이 지호에게 붙들렸다. 차갑다. 뭐야, 왜...지호가 피곤으로 물든 눈으로 태일을 바라보았다.
"이, 태일."
"어어?"
말을 했어? 태일이 당황스러운 얼굴로 지호를 내려다보고, 지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태일, 이태일. 계속 이름을 부르는 지호가 꼭 칭얼대는 애같아서, 태일은 입술을 살짝 물고 침대에 걸터 앉았다. 어, 우지호. 눈을 감고 있는 지호의 이마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내고 태일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호를 바라보았다. 괜찮은거지? 응? 눈물이 날 것 같다. 왜지?
태일은 조용히 눈을 감고 지호의 옆에 누웠다. 이렇게 한 침대에 누워 있으니, 어릴적에 학교에서 들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야, 진짜 친구면 잠도 같이 자야되는 거 아니냐? 이태일? 태일은 그 때 어이가 없다는 듯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친구? 그게 꼭 필요해? 진짜 친구는 뭐고 가짜 친구는 뭔데? 뭣하러 같이 자? 태일은 그 때 친구를, 필요없고 그저 웃고 싶을 때에나 필요한 것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조금씩 철이 들어가면서부터 외로움이란 것도 느꼈지만 그 때에도 여전히 바쁘고 불필요하게 느껴진 건 매한가지였다. 연구소 일도 바빴고, 살림하기도 힘들었다. 집에 있을 할머니와 동생들을 생각하면 친구고 뭐고 당장 돈부터 벌어야한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우지호가 없는 연구소는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녀석은 딱히 하는 것도 뭣도 없었고 말도 한 번 하지 않았지만 이미 태일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처음엔 연구소에서 맡은 일이니 의무감이려니, 했지만 이젠 아니다. 연구소에서 지호를 대상으로 강제로 진행하는 실험에 반발심도 들곤 했으니. 의무감? 의무감도 있기야 하겠지. 하지만 이건 의무감이라기보다는, 의무감보다는.
"우지호."
"..."
"우리 친구야?"
그 말을 하는 태일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우리 친구야? 친구? 친구야? 정말? 친구구나. 그래, 친구구나. 태일의 눈이 젖어갔다. 친구래, 친구. 대단하다. 우리가 친구야? 태일이 떨리는 손으로 지호의 손을 붙잡았다. 차갑던 손은 어디가고 조금은 따뜻하게 느껴지는 손. 지호가 움켜쥔 손으로 천천히 태일의 손등을 토닥였다.
"이태일."
"응."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
어? 태일이 발갛게 변한 눈가를 닦으며 고개를 들고 지호도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방 안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뭔데, 우지호. 뭔, 어라. 태일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방 저기 구석에서 자라고 있는 풀. 새싹이 나는가 싶더니 줄기가 자라나고 잎이 여러 개 달렸다. 빠르다, 정말. 너무. 그 풀 말고도 여기 저기에서 초록빛이 올라오고 있었다. 어, 야. 우지호, 뭐하는 거야. 너. 야.
방 안에 가득 들어찬 생명의 기운에 태일이 입을 떡 벌렸다. 방 안 가득 초록빛이다. 바닥에 자란 잔디를 살짝 밟은 태일이 천천히 벽에서 자란 나무를 만졌다. 말도 안 돼. 어떻게 갑자기 이런 일이, 설마. 우지호?
"우지호."
지호가 천천히 감고 있던 눈을 떠 태일을 바라보았다. 까만 눈이 빛난다. 태일이 멍하니 지호를 바라보다가 눈을 슥슥 비볐다. 우지호, 그만해. 그만해. 하면 안 돼. 왜? 지호의 물음에도 태일은 답을 할 수 없었다. 안 돼, 제발. 하면 안 돼. 한참을 감은 눈을 꾹꾹거리다가 뜨니 잠시 앞이 까맣게 보였다. 천천히 돌아오는 시야. 방 안은 처음처럼 다시 삭막해져 있었다.
"우지호."
"응."
"이거, 아는 사람 있어?"
"아니."
다들 네가 뭔가를 재생한다, 이 정도로만 알겠지. 이런 힘이 있는 줄은 모를 거야. 그렇지? 우지호? 이제부터 넌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절대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태일이 지호의 손을 꼭 잡고 지호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태일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박사님!"
쿵. 태일이 유리관을 내리치고 태운도 말이 없었다. 박사님, 말 좀 해요! 예? 태일이 답답하다는 듯 태운의 옷을 붙잡고 흔들었다. 아무도 없는 실험실. 불이 꺼진 실험실 안에는 천장의 창에서 내려오는 밤하늘의 빛이 전부였다. 푸르스름한 빛.
"진짜, 제발. 박사님. 그게 무슨 얘기에요. 병기라니요."
"너도 아까 들었잖아."
태운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소장이 노리고 있어. 지코의 능력을. 능력이 뛰어나니까, 그냥. 병기로 만들자고."
"그게 말이 되는 소리에요?"
태일이 버럭 소리를 지르고 태운은 계속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박사님, 우지호, 아니 그. 지코는요. 걔 잘못 없어요. 걘 그냥 저 살고 싶은대로 살다가 온 건데 걔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렇게 괴롭힘 받아야 해요? 걔의 의사를 물어보기는 했어요? 아니잖아요. 쟤가 무슨 동물이에요? 의사도 안 물어보고 그냥 막무가내로 실험하게? 아니 무슨 병기에요. 뭔 병기냐고요!"
찢어지는 목소리. 태일이 숨을 몰아쉬다가 털썩 주저 앉았다. 태운의 눈이 어둡다. 가만히 먼 곳을 바라보던 태운이 천천히 걸음을 옮겨 컴퓨터 앞으로 갔다. 전원이 빠르게 켜지고, 태운이 들어간 곳은 한국H연구소 히든사이트. 태일은 유리관에 머리를 기대고 앉아 있고 태운은 말없이 히든 사이트의 연구 기록을 갱신시키고 있었다. '무제 실험'을 누른 태운이 입술을 짓씹다가, 천천히 키보드를 두들겼다. '병기'.
"태일아."
"왜, 요."
"나는 권한이 없어."
"..."
"내가 아무리 이 연구를 맡았다고는 해도, 나는 힘이 없어. 내가 소장 뜻을 거스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미안하다."
"박사님도 싫잖아요. 제발요. 어떻게 안 되요? 연구원들이랑 같이 뭐라도 하면, 다들 엘리트니까, 그니까..."
"그 엘리트 연구원들이 그 의견에 찬성했어. 과반수 찬성으로 인간 병기 안건이 통과된 거야. 태일아. 너도 알잖아. 너도 오늘 회의에서 다 들었잖아."
박사님, 저는. 저는. 지호의 얼굴이 눈 앞에서 그려지는 듯 하여 태일이 눈을 감고 이마를 짚었다. 여전히 두 다리는 무릎을 꿇은 상태였다.
"박사님."
"..."
"제발, 부탁드릴게요. 저 잘라도 되요. 저 연구소 나가도 상관없고 이제 집으로 돈 안 주셔도 되니까."
태일이 태운의 옷자락을 붙잡고 눈물을 툭 흘렸다. 제발. 제발.
"우지호 살려주세요."
아무도 없는 방. 태운이 히든사이트를 화면에 띄우고 이를 깨물다가 천천히 핸드폰을 꺼내었다. 수신인 이정환. 문자를 치는 태운의 손가락이 작게 떨리고 있었다.
'이정환, 우미래 부산 내려 보내 당장'
"우태운, 움직이지 마."
태운이 입술을 짓씹으며 지호의 손을 더 꽉 잡았다. 새벽부터 한참을 뛰었건만 결국 연구소를 벗어나지 못했다. 조금만 더 가면 나갈 수 있었는데. 복도의 앞 뒤를 모두 막은 군인들을 바라보며 태운이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이해가 안 가네요."
군인들 틈에서 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몇몇 연구원들의 목소리다. 태운이 뭐냐는 듯 그들을 바라보는 사이에도 군인들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왜 박사님 같은 분이 이런 짓을 하셨나요?"
"그냥."
건조한 대화. 군인 한 명이 태운의 뒤로 바짝 붙고 지호를 잡은 손을 떨어뜨렸다. 지호가 군인들에게로 끌려가고 태운은 천천히 양손을 들었다. 우태운 박사, 그 동안 한 일이 있으니 그냥 잘못을 인정하면 이번은 조용히 넘어가게 해준다고 소장님이 말씀하셨어요. 그냥 넘어갑시다. 태운이 멍하니 연구원들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푸핫,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주머니로 들어가는 손. 나이 든 군인의 눈이 예리하게 움직였다. 총? 군인이 충을 재빨리 겨누고 태운이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었다. 삑!
탕!
총성과 함께 비명이 울렸다. 표정 없던 지호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지호가 털썩 무릎을 꿇으며 태운에게로 다가가려 했지만 군인이 지호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태운에게 닿을 듯 말 듯하던 손이 휙 뒤로 사라졌다. 여자 연구원 한 명이 얼굴이 새하얘져서는 비명과 함께 복도를 벗어나고 군인들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태운의 몸이 뒤로 넘어졌고 하얀 와이셔츠를 검붉은 피가 적셔가고 있다. 그런 태운의 손에 들려 있던 것은, 주머니에서 막 꺼낸 핸드폰이었다. 핸드폰으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져 박살이 났고 복도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갑자기 뒤에서 불쑥 튀어나온 남자로 인해 술렁임이 사라졌다.
"우, 태운."
지호가 작게 말했지만 아무도 듣지 못했다.
"CCTV 판독 했는데요, 인턴 이태일도 연관이 있는 듯 합니다. 어젯밤 회의가 끝난 시간에 제 1 실험실에서 이태일이 우태운 박사에게 지코를 풀어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이태일도 붙잡는다. 반항하면 그냥 죽여. 우태운도 죽은 마당에 무슨 상관이야."
그 말에 지호가 거칠게 팔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군인이 당황해서 지호의 팔을 꽉 붙잡자 지호가 날카로운 눈으로 군인을 돌아보았다. 군인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고, 그런 군인의 발에는 바닥을 뚫고 나온 넝쿨이 감겨 있었다. 다시 복도가 술렁인다. 지호가 태운에게 다가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태운의 얼굴을 쓸고, 가슴의 상처로 손을 옮겼지만 이내 탕하고 손 바로 옆으로 날아오는 총알에 멈추었다. 태운의 시체에 또다시 총알이 박혔다.
"빨리 저 녀석은 잡아서 가두고, 이태일도 잡아와. 죽여도 상관없어. 소장도 이해하겠"
지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얼굴에 가득 차있던 혐오스럽다는 듯한 표정은 사라지고 다시 평온하게 변한 얼굴. 복도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입을 열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 뭐야, 하고 누군가가 말하던 순간이었다. 지호가 서 있는 곳 근처에서 빛이 한 줄기 올라왔다. 빛? 흰 줄기가 천장에 부딪치고, 이내 다른 줄기들이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올라갔다. 잠깐만, 빛이 구멍을 냈어요! 누군가가 말하고 순식간에 복도가 빛으로 들어찼다. 정말이지, 당신들은. 지호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복도가 새하얗게 변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없었다.
[서울벗어나-우태운 박사님]
태일이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유난히 맑은 공기. 시원하기만 하다. 그런데 이 불안감은 뭐지. 핸드폰을 닫고 주머니에 넣은 태일이 자전거의 방향을 돌렸다. 빨리, 집으로. 집으로 가야 해.
[SOS문자입니다. 통화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연결됩니다-우태운 박사님]
핸드폰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빛줄기가 끊기는가 싶더니 연구소에서 다시 환하게 뿜어져 나온다. 태일이 눈을 감고 할머니와 동생들을 감쌌다. 박사님, 박사님! 우지호! 사방이 고요하고 할머니의 노랫소리가 귀로 들어왔다. 온갖 개새가 날아든다.
폐허가 된 곳. 건물의 잔해가 남은 곳으로 지호는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피투성이 소년에게로 다가갔다. 흰 교복은 피로 가득 젖어 있다. 평소보다 훨씬 약해보이는 모습의 지호가 천천히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 태일."
바르르 떨리는 목소리. 천천히 태일을 끌어 당긴 지호가 태일의 얼굴을 살폈다. 이태일, 이태일.
"미안해."
툭. 목소리가 땅으로 떨어진다. 지호의 입술이 바짝 말라있다.
"미안해. 참았어야 했는데, 아무 생각도 못 했어. 너도 죽을 수 있단 걸 생각 못했어. 네 가족들도. 아무것도 생각 못했어."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지호가 태일의 얼굴을 쓸다가 이내 태일을 끌어 안았다. 고개가 꺾인 태일의 입에서 피가 주르륵 흘렀다. 멀리서 구조대가 오는 소리가 들린다. 애앵, 애앵. 시끄럽게 울려대는 사이렌. 지호가 태일을 끌어안고 있던 팔을 풀었다. 잠시 어지러운 듯 이마를 짚던 지호가 천천히 손을 떼고 태일을 바닥에 눕혔다. 그리고 다시 만진 태일의 불이 조금 따뜻하다. 괜찮을까? 이미 너무 많은 힘을 쓴 지라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조금만 더 여유가 있으면 확실하게 할 수 있는데, 지호는 지금 확신이 없었다.
"미안해. 멍청하게, 정말 멍청하게."
태일의 손을 꽉 붙잡고 있던 지호가 점점 가까워지는 사이렌 소리에 이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미안해, 이태일. 미안해. 제발 무사해. 지호가 뒷걸음질을 치다가 휙 뒤돌아 뛰기 시작하고, 얼마 후 바닥에 쓰러져 있는 태일에게로 남자들이 다가왔다. 생존자가 있습니다! 천천히 뜨여진 태일의 눈. 그 눈은 어딘가 텅 비어 있었다.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 태일이 비웃음을 흘렸다. 자신의 앞에서 말하고 있는 지호가 우습게 느껴진다. 네가 뭘 안다고. 네가. 태일이 이를 악 물었다. 자신이 앉아 있는 휠체어가 가시방석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 네 말대로 난 소중한 것들을 모두 잃었어."
"..."
"하지만 그럼으로써 또 다른 소중한 무언가를 지켰다는 생각이 들어."
"또다른 소중한?"
그래, 개새끼야. 태일이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었다. 지호가 멍한 눈으로 태일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소중한 게 뭔데? 그 말에 결국 애써 지켜오고 있던 벽이 무너졌다. 참고 있던 눈물이 툭 바닥으로 떨어지고 태일은 휠체어 손잡이를 꽉 쥐었다. 눈을 감자 또다시 떨어지는 눈물. 새하얀 백지에 그림 그리듯, 자꾸 우지호의 얼굴이 그려지고 있다. 우지호, 우지호, 우지호.
"대체, 넌 뭐야. 우지호."
"..."
"뭐야, 넌. 넌. 대체 뭘 아는 거야, 넌. 어?"
태일이 바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계속 묻고 지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가 이내 다시 돌아왔다. 지호는 말없이 태일에게로 다가가 태일의 몸을 꼭 끌어 안았다. 휠체어에 앉은 태일을 안는지라 어정쩡한 자세가 되었지만, 그런 건 상관 없었다. 태일은 지호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엉엉 울기 시작했다. 꼭 10년 전 어느 날, 이런 날이 있었던 것만 같다.
"미안해."
지호의 목소리에 태일의 눈물은 그치지를 못한다. 손으로 지호의 어깨를 감싸지도 못한 채 그저 휠체어를 잡고 있다.
태일은 너무 큰데, 또 여전히 작았다.
"이제 정신이 들어요?"
태일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울고 있었던 건지 눈 앞이 뿌옇다. 눈에 묻은 물기를 닦아낸 태일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경을 올려다 보았다. 내가 왜 네 무릎을 베고 있어. 아니, 그보다. 그보다.
"우, 지호."
"표지훈이랑 우지호 토꼈어요. 우리 둘밖에 안 남았어요."
"박, 박경. 우지호가. 우지호가."
태일이 바르르 떨다가 이내 펑 울음을 터뜨렸다. 나 어떡해? 우지호가, 우지호. 우지호 말이야. 우지호가 진짜. 우지호, 우지호.
이제야 모든 게 기억이 났다. 왜 기억을 못했을까. 한국H연구소. 그 당시 태일은 이종교배가 아닌 우지호에 관련된 연구에 참여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제 기억은 이종교배 연구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우지호에 대한 모든 걸 통째로 잊었었구나. 우지호, 미안해. 우지호. 10년만에 만나서는 계속 괴롭히기만 했다. 받은 건 없고 상처만 잔뜩 줬다. 녀석은 분명 날 알아보고서도 꼴에 나 걱정된다고 아는 척 안했겠지. 개새끼. 차라리 아는 척을 하지. 뭐라고 말이라도 하지. 우지호, 우지호, 우지호. 10년만에 만나서 한 일이 서로 괴롭힌 것 밖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괴로웠다. 태일이 엉엉 울자 경이 말없이 태일을 당겨서 자신의 품에 안았다. 엉, 흐엉. 우, 우지호. 흐으. 태일이 얼굴을 경의 어깨에 묻은 채 다리를 움직였다.
"우지호가 선물은 주고 갔네요."
"뭐?"
물기에 젖은 목소리. 경이 살짝 웃었다. 박사님 다리 볼래요? 태일이 고개를 들어 자신의 다리를 바라보았다. 이건...의족을 착용하지 않은 다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겹긴 하지만 자의로 움직일 수 있었다. 다리를 바라보던 태일이 또 엉, 울음을 터뜨리고 경은 그런 태일을 달래며 등을 토닥였다. 자신의 안에서 몸을 들썩이며 우는 태일을 달래는 경의 손이 다정하다.
"우지호, 우지호. 진짜, 그 병신. 우지호."
"박사님."
"흐으, 흐."
"이제 담배도 끊어요."
"흐으, 응. 끊, 을게. 흐어."
태일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경의 어깨를 꽉 끌어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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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쓰기는 했는데 이해 안가시던 곳이 이해가 가셨나요? 아 제가 너무 쓸데없이 전편을 어렵게 쓴 거 같아서요ㅠㅠㅠㅠ 일단 복선? 몇 가지 짚고 넘어가드릴게요 ●우미래! 얘 사실 별 비중도 없는데 왜 넣어가지고 이리도 머리가 아플까요 엉엉 얘는 그냥.. 지훈이가 히든사이트에서 지호 관련된 연구를 본 거에요. 근데 거기 참여한 사람 중에 우태운이라는 이름이 있잖아요 그래서 우미래의 얼굴에서 뭔가 보였다, 이게 태운아주버님 얼굴을 본거에요 둘이 닮았나봐요 삼촌이랑 조칸데ㅋ 그래서 우미래는 그냥 별거아니지만 지훈이가 한국H연구소에서 있었던 실험이 사실이란 걸 알게 해주는 그런 뭐...네..ㅇㅇ.. 얘는 이 당시에 12살 꼬꼬마라 이태일을 기억못함...쿸...왜 기억을 못하니..내 설정이 그지같아서 미안해여... ●'이 연구에 연관되어 있는 사람 중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은 둘' 이 말 기억하시는 분 계신가여? 이 부분이 그거에요 지훈이가 히든사이트에서 인간 병기 관련 연구를 본거에요 그 연구에서 지훈이가 알고 있는 사람은 우지호랑 이태일 둘이잖아요? 그 얘기에요 ●"당신이 그 때 그러지만 않았다면" 이건요 태일이가 직접적으로 뭘 한 건 아니지만 우태운한테 지호를 살려달라고 했잖아요 지호도 이걸 아는거에요 그래서 태일이보고 네가 날 살리려고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넌 멀쩡할텐데 이런 말이고요 ●예전부터 입에 맴돌던 이름 이거는 태일이가 어렴풋하게나마 지호를 기억하고 있단 얘기에요 ●어..그리고 지호가 사고 일으킨 후에 태일이 찾아내잖아요 그 때 태일이는 거의 죽어가는 상태인데, 지호가 자기 힘을 써서 살린 거에요. 근데 이미 지호는 아까 사태를 한 번 일으킨 덕에 힘이 부족했고 그래서 태일이 몸을 완전히 살리지 못해서 다리를 쓸 수 없게 된 거에요 태일이가 ㅠㅠㅠㅠㅠㅠ이건 막 대놓고 '내가 힘을 다 써서 널 완벽히 살릴 수 있을지 없을 지 모르겠쪙!'이럴 수가 없어섴ㅋㅋㅋㅋ...은 핑계에요 제가 똥손이라 그렇겠죠 뭐 그리고 왜 지호가 태일이한테 아는 척을 안 했냐, 이런 생각하실 거 같아요ㅠㅠㅠ그냥 별 이유는 없고요 태일이가 사태 이후로 워낙에 성격이 예민하고 그러잖아요 그래서 지호도 태일이를 위해 모른 척 한 거에요...무슨 드라마의 흔한 슬픈 연인같네욬ㅋㅋㅋ 앟ㅎㅎㅎㅎㅎ제가 하도 글을 못써서 어려워 죽는 줄 알아썽욯ㅎㅎㅎㅎ힘드러여 이제 전 시험이 일주일남았습니다ㅠㅠㅠㅠㅠㅠ나름 공부한다고 하고는 있는데 컴퓨터가 너무 좋네요 어머 큰일났어요 시험 전에 올지 후에 올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여 그래도 만약 시험 후에 올 때를 대비해 미리 인사할게여 미리메리크리스마스 에블바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