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뒤돌아서서 숨죽인 채 살금살금 내 방으로 들어왔다. 울고 있던 장면을 몰래 훔쳐봤다는 것을 지호에게 들켜봐야 좋은 일이 있을 리 없다. 장시간 켜놓은 탓에 노트북에서는 후끈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그 열기에, 불덩이처럼 뜨거웠던 지호의 몸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녀석. 몸에도 구타당한 흔적이 있던데.
톡톡톡.
무의식중에 손톱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일에 집중 하자, 일에……. 어두컴컴한 방 안에 지호가 외로이 울고 있던 장면을 잊으려고 했다. 하지만 잊으려 할수록 그 장면은 또렷하게 기억 속에서 되살아났다.
‘아저씨 나 당분간 여기에서 살면 안 돼?’
그렇게 내게 부탁했던 지호의 얼굴이, 훌쩍이던 지호의 모습에 오버랩 됐다. 버림받은 강아지처럼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면서도 자존심은 있다고 목소리 하나 떨지 않던 녀석이. 머리가 뒤죽박죽 엉망이 됐다. 감정적인 사람은 아닌데, 나. 쓰게 웃으면서 노트북을 덮고 침대에 누웠다. 결국 남은 업무는 내일로 미뤄졌다. 동거라… 그냥 같이 확 살아?
우유부단하게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그날 밤 나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
스르륵, 탁. 마룻바닥을 스치는 둔탁한 소리에 절로 눈이 떠졌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사방은 칠흑처럼 고요하고 어두웠다. 새벽 다섯 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들었기 때문에 한없이 피곤하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다시 자려고 눈을 감는데 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탁탁탁. 이게 뭔 소리야…… 층간 소음인가? 시간이 시간인지라 짜증스럽고 불쾌했다. 그러나 그 순간 나는 뛰듯이 일어나 방문을 박차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
“우지호!”
절로 내 입에서 녀석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막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나가려던 지호가 눈을 크게 치떴다. 아저씨? 소리 없는 입술이 나를 부른다.
“뭐하는 거야. 이 밤중에.”
“아, 자기 전에 떠나려고 했는데. 왔을 때처럼 조용히 사라져주는 게 예의일 것 같아서. 근데 다 글러 먹었네.”
“어디 가려고. 갈 곳은 있고?”
순간 망설이는 기색이 느껴졌다. 지호는 억지로 웃으면서 볼을 긁적였다.
“뭐, 어디든 있겠지. 내가 무일푼이라 신세만 잔뜩 지고 가네. 아저씨, 나중에 오늘 일은 꼭 갚을게. 고마웠어.”
미련하나 없이 뒤돌아서는 지호를 보자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용솟음 쳤다.
“아!”
도어락을 누르려는 지호의 손목을 가로채서 당겼다. 연약한 몸이 내 가슴팍에 부딪쳤다. 급한 마음에 세게 당겼더니 아팠나보다. 움츠러드는 지호의 양 어깨를 붙잡고 강제로 눈을 마주했다.
“여기서 살아도 돼.”
밤이라 유난히 동공이 크게 보인다. 우주도 집어삼킬 것 같은 지호의 동공 속에는 여린 마음이 콩닥콩닥 새파랗게 뛰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해서 나는 녀석을 품안에 꽉 껴안았다.
“진짜로?”
습윤한 목소리로 지호가 물었다.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내 셔츠 자락을 붙잡은 채 지호가 내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다 큰 사내아이에게서 모성 본능이라도 느끼는 건지. 나는 미소를 머금고 찬찬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호의 손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그 말 취소하기 없기야?”
“그래.”
어둠이 눈부셨던 그날 밤, 나는 지호에게서 말로는 표현 못할 애틋한 감정을 느꼈다.
***
“표 대리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
“예?”
“아까부터 싱글벙글. 입꼬리가 내려올 기미를 안 보이잖아. 뭐야, 뭔데? 응? 나도 좀 알려줘.”
아무 일도 없습니다. 나는 손끝으로 입매를 만지작거리다가 빙그레 웃었다.
오늘 유난히 컨디션이 좋았다. 아니, 요 근래 계속 컨디션이 좋았다. 아침운동이라면 매년 하던 일이였고 딱히 보약을 챙겨먹지도 않는데 왜 그럴까. 최근에 생긴 변화라면 살쾡이 같은 우지호와의 동거가 유일했다. 그러나 군식구가 하나 늘은 것이 내게 좋은 영향을 줬을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정말로.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그래. 잘 들어가.”
가방을 챙기고 회사를 나왔다. 한 가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퇴근 시간이 조금 설렌다는 것 정도.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퇴근 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 우지호를 본 다는, 집 안에 차가운 온기를 데워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기분이 들떴다.
베이커리를 지나치는데 거리로 퍼지는 고소한 빵 냄새에 군침이 돌았다. 문득, 지호가 떠올랐다. 하루 종일 집안에 콕 박혀있는데 마땅한 간식거리도 없을 것이다. 가게에 들어서서 손에 집히는 대로 바구니에 빵을 담았다. 점점 기분이 좋아져 종국에는 생크림 케이크까지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이게 다 뭐야?”
세 봉지 가득 빵을 담아왔더니 지호가 내용물을 확인하고 기겁한다. 누가 다 먹으려고 이렇게 많이 사왔어. 지호가 질린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좀 과했나?
“냄새가 좋길래 사온 거야. 갓 구웠나봐.”
배고프면 하나 먹어보던가. 시선을 바닥에 깔고 대충 웅얼거리니 지호가 한심하다는 듯 푹푹 한숨을 쉬었다. 아저씨 바보야? 이 밤중에 누가 빵을 구워. 전부 아침에 만들어 둔 거겠지.
“설마.”
분명히 빵 굽는 냄새가 일품이었다니까? 서둘러 봉지를 열고 만져보니 분명히 따듯해야 할 빵들이 다 식어있었다. 봉지를 거꾸로 들고 다 쏟아봤지만 모두 마찬가지였다.
“허어. 거참 이상하다.”
사뭇 당황해서 벙 쪄있으려니 지호가 빙글빙글 웃으며 허리를 껴안았다.
“고마워, 아저씨.”
“어?”
“나 먹으라고 사온 거잖아.”
왜 이런 것으로 정곡을 찔린 느낌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그냥 너도 먹고 나도 먹는 거지, 뭐……. 말끝을 흐리며 답했다. 허리띠처럼 내 허리를 감싸고 있는 지호의 손이 찹쌀떡 같이 말랑말랑해 보인다. 피부가 유난히 희어서 더 그랬다. 한 입 베어 먹어보고 싶다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지호의 손을 풀었다.
“청소는 다 했고?”
“네에. 밀린 빨래도 다 했고, 설거지도 완벽합니다.”
눈을 대굴대굴 굴리더니 지호가 입술을 양끝으로 당기며 매혹적인 눈웃음을 선사했다. 주인님. 마침표처럼 붙는 뒤의 단어에 괜히 내 뺨이 후끈해졌다. 그래, 그럼 됐고.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피곤한척 하며 재빨리 방 안으로 들어섰다. 탁, 하고 문을 닫는 순간 지호와 내 사이에 벽이 생겼다. 그제야 제멋대로 날뛰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는 것 같다.
자켓을 벗고 넥타이를 푸르면서 며칠 전 지호가 우리 집에 얹혀살게 된 일을 떠올렸다. 사정이 생겨 집에 돌아갈 수 없으니 당분간 여기 있고 싶다던 지호는 맨입으로 꽁밥 먹을 생각 없다며 앞으로 집안일은 자신이 챙기겠다고 호언장담을 했었다. 처음에는 의심쩍었다. 자취 경험이라곤 하나도 없는 녀석이 집안일을 하면 얼마나 잘할까싶던 것이다. 반신반의 했던 나는 다음날 윤이 나는 바닥과 먼지 한 톨 없이 깔끔한 가구를 보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우지호는 가정부를 고용한 것보다도 더 완벽하게 집안일을 해냈다. 남자지만 현모양처 감으로 아주 일품이다.
“어릴 적에 엄마가 도망갔거든.”
대단하다며 박수를 치는 내게 지호가 대수롭잖게 말했다.
“그때가 내가 초등학교 삼학년이었을 거야. 아빠는 노름에 빠져 가정엔 신경도 안 쓰고, 두 살 위의 형은 한창 사춘기 때라 가출을 밥 먹듯이 했어. 결국 모든 집안일은 내 차지였지. 그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그랬어. 그러다보니 자연히 실력이 베테랑이 된 거지, 뭐.”
사실 그렇게 쉽게 말할 이야기 거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말하는 내내 지호는 웃었다. 정말 대수롭지 않게, 마치 남일 이야기하듯 말이다.
그렇게 지호는 틈날 때마다 자신의 암울한 가정사를 털어놨다. 지호와 동거한지 일주일 째. 나는 지호의 몸에 난 수많은 상처가 아버지의 학대 때문인 것을 알았고, 지호가 집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이유 역시 아버지 때문이란 것을 알았다. 지호의 입에서 술술 나오는 아버지란 작자의 만행은 가히 막장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인간쓰레기 급이었다. 그런데도 지호는 조금도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았다.
“사실 제일 미운 사람은 엄마야, 엄마.”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는 내 말에 지호는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하나뿐인 부모님이잖아. 최대한 인간미 넘치는 해결책을 찾아봐야지. 지호는 너무도 어른스럽게 대꾸했다.
“아저씨, 케이크도 사왔네?”
옷을 다 갈아입고 방문을 여니 지호가 케이크에 호기심을 보이고 있었다. 먹고 싶으면 먹어. 내 말에 지호가 부리나케 포장지를 벗겼다.
“생크림 케이크다! 나 생크림 제일 좋아하는데.”
지호의 눈망울이 반짝였다. 잠깐이지만 내 안목에 대해 흡족한 칭찬을 하며 포크를 챙겨줬다
“자.”
포크를 내밀자 지호가 고맙다면서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받는다. 말은 반 토막이면서 행동은 은근히 예의를 차린단 말이지. 의자에 다리를 모으고 앉은 채 지호는 부드럽게 케이크에 포크를 찔러 넣었다. 나는 턱을 괴고 앉아 살쾡이 한 마리가 달콤하게 식사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딩동.
그때 생뚱맞은 초인종 소리가 우리 사이를 가르고 들어왔다. 지호와 내 시선이 동시에 맞닥쳤다. 누구? 지호가 입모양으로 물었지만 나 역시 짐작이 가지 않아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요즘 들어 밤중에 불청객이 불쑥불쑥 등장한다 싶다. 잠시 그러고 있으려니 초인종 소리가 연달아 울려댔다. 성질이 참으로 급하다 싶다.
“누구세…….”
문을 열자마자 나는 휘둥그레 눈을 치켜 뜰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시간, 이 공간에 서있는 상대방이 믿기지가 않았다. 영원히 보지 못할 줄 알았는데. 우두커니 굳어버린 나를 밀고 상대가 당당하게 안으로 들어왔다. 코끝을 스치고 지나가는 익숙한 향기. 나는 재빨리 대문을 닫고 입을 열었다.
“지현아.”
백지현. 허공에서 아련하게 흩어지는 내 목소리에 지현이 살포시 고개를 들었다. 비단결 같은 머리칼이 고갯짓에 어깨위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린다.
“오랜만이야, 지훈 씨.”
여전히 청조한 음성에 더더욱 혼란스럽다. 당혹스러움으로 미간을 찡그리며 뒷목을 만지작거렸다.
“연락도 없이 갑자기 웬일이야?”
“그건 자리에 앉아서 얘기하면 안 될까. 나 오늘 내내 걸어 다녔더니 다리 아프다.”
“…알았어.”
지현은 3년 전, 아무 일도 없었던 그 때처럼 자연스럽게 굴고 있었다. 종잡을 수 없는 그녀의 행동에 잔뜩 당혹해하고 있는데 지현이 지호를 발견하고는 멈칫했다. 눈치 빠른 지호는 슬슬 의자에서 일어났다.
“자리 비켜주면 되는 거지?”
“응. 미안하다.”
“미안하긴.”
“방에 들어가서 먹어. 내가 담아줄게.”
서둘러 선반에서 접시를 꺼내 케이크를 옮겨 담았다. 급하게 포크로 잘라 담은 탓에 모양이 영 엉망진창이다. 지호는 피식 웃으면서 접시를 받고 방 안으로 사라졌다.
“지훈 씨, 좋아 보이네.”
지현은 지호가 앉았던 자리에 앉으며 그렇게 입을 뗐다. 워낙 천성이 호기심과 궁금증이 많은 여자라 지호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을 줄 알았던 내 예상과 달리 지현은 지호에 대해선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아마, 이제는 나의 사생활에 일일이 간섭할 사이가 아니기 때문일까. 나는 쓰게 웃어버렸다.
“나, 캐나다 가.”
“…….”
“앞으로 한국 안 올 거야. 영영.”
“…….”
마땅히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입술을 굳게 닫았다. 지현이 후, 한숨을 내쉬고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나 저녁 아무것도 안 먹어서 배고프다. 케이크 먹어도 돼?”
“그럼, 당연하지.”
포크로 대신 젓가락을 꺼내 지현에게 전했다. 지현은 어느 때건 꼭 젓가락을 썼다. 양식 레스토랑을 가더라도 반드시 젓가락으로 식사를 했는데, 왜냐고 묻는 내게 지현은 이렇게 응답했었다. 자기는 뼛속까지 한국인이라 밥 먹을 때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고. 그랬던 지현이 지금 내게 한국 땅을 떠난다고 고백하고 있었다.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심란해졌다. 그 이유에는 분명히 ‘표지훈’이란 사람이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을 테니까.
“왜 아무 말이 없어.”
배고프다면서 한 입도 대지 않은 채 젓가락으로 쿡쿡 케이크를 찌르고만 있다. 지현이 건조하게 웅얼거렸다.
“나, 간다니깐? 이제 나 영원히 못 본다니깐?”
“……미안.”
탁. 지현이 식탁에 젓가락을 내려놨다. 쇠와 유리가 부딪히는 소리가 쨍 하고 공기를 갈랐다. 잘근잘근 지현이 입술을 씹고 있었다. 불안할 때마다 하던 습관이다. 나는 싱크대에 엉덩이를 붙이고 다리를 뻗었다.
“뭐가 그렇게 미안하실까?”
“그냥 미안해. 이것저것 다.”
지현이 고개를 숙인 채 내가 했던 말을 도돌이표처럼 그대로 따라한다. 미안하다라… 미안하다라……. 한참을 그러던 지현이 머리를 들었다. 두 눈동자가 형광등을 받고 잔뜩 촉촉해져 있었다.
“지훈 씨. 나 너무 한심하지?”
“아니.”
“거짓말.”
그리고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번에는 나도, 지현도 섣불리 말을 꺼내지 않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불과 1년 동안이었지만 법적으로 가장 가까웠던 우리는 이제 서로에게 누구보다 불편한 존재로 변하고 말았다. 불필요한 감정 부스러기들. 그것들이 지현과 내 사이에 여과되지 못한 채 서로에게 다가설 수 없도록 잔뜩 흐트러져있다.
5분… 10분… 15분… 30분…….
짧기도 하고, 영원 같기도 한 시간의 틈을 깨고 먼저 말했다.
“마지막인데.”
“…….”
“포옹이나 한번 하자, 지현아.”
“…응.”
목맨 소리. 지현은 핸드백을 내려놓고 나를 껴안았다.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뼈만 남아 생선뼈처럼 앙상한 지현의 등을 토닥였다. 이렇게 서로를 안고 있어도 텅 빈 껍데기만 붙들고 있는 것처럼 허전하고 공허하다.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조금 후 지현이 내 품에서 벗어났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나, 가볼게.”
“잘가.”
“지훈 씨 안녕.”
“…….”
“진짜 안녕.”
그렇게 지현과 나는 작별했다.
진짜 이별을.
엘리베이터가 내려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배웅을 해주고 들어오는데 갈비뼈가 부러지기라도 한 듯 마음이 뻑적지근하게 아파왔다. 죄책감과 사무치는 미안함. 지현에게는 늘 이 두 가지 감정뿐이었다. 3년 전, 첫 만남 때부터.
“그 여자 갔어?”
신발을 벗고 들어오는데 지호가 앞에 멀뚱히 서있었다. 응. 통증이 느껴지는 가슴에 손을 얹고 지호 옆을 스쳐 지나가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지 궁금해?”
“어어?”
지호가 눈을 깜빡였다. 천진난만하고 순진한 그 얼굴 위로 떠오르는 호기심을 보지 못할 내가 아니다. 나는 호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말해주지 못할 이유도 없다.
“전부인이야.”
“……?”
“이혼녀, 말이야.”
지호의 동공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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