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하면서도 재환이 했던말이 자꾸 생각나서
피식 웃음이 나는 너야.
" 아침 다됐어요. 얼른 와서 먹어요."
배고프다고 했던 재환이 한걸음에 달려오기는 커녕 조용하기만해.
방에 들어가 보니 재환이 잠들어있어.
" 재환씨, 얼른 일어나요. 아침 다됐어요.
방금자고 일어났는데 아직도 졸린거에요?"
한쪽눈을 살짝 떴다가 다시 감고는, 자신의 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 뽀뽀해주면 일어날게요."
" 아침 안먹을거죠? 난 먼저가서 먹을게요"
재환이 눈을 뜨고는 너의 팔을 잡고 너의 입술에 입을 맞춰.
" 얼른 밥먹으러 가요."
그동안의 자취생활로 요리에는 자신있었던 너지만 누군가에게
음식을 대접한건 처음이라 묘한 긴장감이 돌았어.
" 맛..괜찮아요?"
" 이거 ㅇㅇ씨가 만든거 맞아? 진짜 맛있는데."
" 이래뵈도 제가 자취 2년차에요. 재환씨가 맛있게 먹어주니까 진짜 좋다.
엄마들이 아이들 먹는것만 봐도 배부르다는게 이런건가봐."
" 아 근데 회사 정리는 다끝냈어? 동료들한테 작별인사는 했고?"
" 정리는 대충 끝내서 짐만 챙겨서 가면될것같고, 동료들한테는...그냥 말안하려구요.
송별회니 뭐니 챙겨주실거같아서, 서울올라가서 안부전화 드리려고요."
" 그래도 막상 한달동안 정들었는데, 가려니까 좀 아쉽지?"
" 그렇긴한데, 이제 재환씨 매일볼수있잖아요.
근데 재환씨, 은근슬쩍 말놓는다?"
" 더 친숙하고 좋잖아. 그리고 뭐어때,
우리 나이도 동갑이고, 서로 편하게 부르는게 좋은데."
" 그래, 그럼
우리 재환이가 편한대로 해."
-
그렇게 넌 서울로 다시 올라와 여느때처럼 출근을해.
오랜만에 보는 회사동료들이 반갑기도하고 달라진 분위기에 조금 낯설기도해.
근데 네가 회사에오면 가장먼저 반겨주던 학연이 보이지않아.
" 저 예진씨, 혹시 학연씨 다른 부서로 옮겼어요?"
" 아 차학연씨, 회사 사표내셨는데. 소식 못들었구나"
" 사표요?"
" ㅇㅇ씨 지방발령간지 한 2주 지났을때쯤이였나? 난데없이 사표를 냈다더라고.
이유는 아무도 모르는거같던데..."
네가 지방발령을 가고 2주후,
그때부터 학연과 너 사이에는 연락이 오고가지 않았었어.
네가 골똘히 생각하고있는 사이에,
" ㅇㅇ씨, 내말 듣고있어?"
" 아,네 "
" 사실 오늘 내가 △△그룹 이사장님이랑 중요한 미팅이 잡혀있었는데,
오늘 급한일이 있어서 못갈것같은데, ㅇㅇ씨가 나 대신 가줄수 있을까?"
" 몇시 미팅인데요?"
" 시간은 6시. 응? 부탁해 ㅇㅇ씨."
" 음...네 그렇게요, 어차피 오늘 약속도 없고.
예진씨가 다음에 저녁한번사요."
" 정말 고마워, 내가 저녁 후하게 살게.
그럼 미팅잘하고 와요!"
너는 자리로 와서 오늘 해야할 업무들을 보고있는데,
누군가 너의 어깨를 콕콕찔러.
고개를 돌려보니 상혁이 너의 옆자리에 앉아있어.
" 너 지금, 왜 여기있어?"
" 누난 왜 작별인사도 없이 갔어요?"
" 와서 전화돌리려고 했지. 근데 넌 뭐냐니까?"
" 저 서울지사로 발령받았는데요?"
" 진짜? 너한테 인사못하고 온거 아쉬웠는데 이렇게 다시보네.
역시 넌 내 잡파트너로 딱인가봐."
상혁이 조용히 자리로 돌아가고
너도 밀려있던 업무를 보기 바빠.
어느새 퇴근시간이 가까워지고 너는 △△그룹과의 미팅을 잊지않고 서둘러 나갈준비를해.
서둘러 나온 너였지만, 워낙 막히는 차에 약속시간에 10분을 늦어버렸어.
" 늦어서 죄송합니다. ㅇㅇㅇ라고 합니다."
" 아, 저는 △△그룹 이사님 비서구요.
이사님께서 좀 늦으신다고..."
" 아..다행이네요"
지루하게 않아 기다리기 뭐했던 너는,
회사동료에게 들었던 학연의 근황이 궁금해져 학연에게 전화를 걸까말까 망설이고 있는 찰나에,
마침 너의 휴대폰이 울려.
휴대폰 액정에뜬 이름은
' 학연씨'
" 여보세요? 학연씨?"
" 오랜만이네요.
서울로 올라왔다면서요. 그동안 연락한번 없어서 궁금해서 전화했어요."
" 먼저 연락 하려고 했는데, 마침 학연씨한테 전화가 오네요.
저 오늘 놀랐어요. 학연씨 소식듣고,
사표...내셨다고."
" 네, 사표냈어요. 다른회사에서 러브콜을 보내서."
" 그러셨구나...아쉽네요."
그때 입구쪽에서 한남자가 걸어들어오는게 보여.
너는 아마 이사라고 짐작하고 전화를 끊으려고 해.
" 학연씨, 제가 오늘 회사 미팅 나와있어서, 나중에 연락할게요.
언제 얼굴한번 뵈요."
" 오늘 당장 보고싶은데,"
" 끊을게요. 미안해요."
전화를 끊고 어느새 너의 앞에 와있는 검정수트차림의 남자를 보고
벌떡 일어나.
" 학연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