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몇일 앞두고 학교에서는 대부분의 수업이 자습시간이다. 책장넘기는 소리와 밑줄긋는 소리,간간히 영어단어를 중얼거리는 소리들이 한데 모여 조용하면서도 부산스러운 가운데 종인이는 제 옆자리에서 수학문제를 풀다가 꾸벅꾸벅 조는 저의 짝지에게 눈이 가있다.
고개를 한번 크게 끄덕이더니 커다란 눈이 떠지면서 잠을 깨려 제 손으로 양볼을 아프지않게 몇번 때리고 연필을 바로 잡다가도 이내 눈을 깜빡이는 속도가 느려지더니 다시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그러다 다시 위태롭게 고개가 돌려지더니 지익- 하는 소리와 함께 연습장 한가운데로 긴 연필선이 그려졌다.그와 동시에 눈을 번쩍 뜬 짝지는 몇초간 정면을 보며 멍하게 눈만 깜빡이더니 이내 자신의 연습장을 보며 울상을 짓는다.
그 모습을 보던 종인이 저의 마이를 벗어 곱게 접은 뒤 짝지의 책상위에 있던 책을 밀어내고 그 위에 올려주며 짝지를 보고 말한다."10분후에 깨워줄테니까 조금만 자."
다른 때 같았으면 공부해야 된다며 책을 다시 폈을 짝지도 어지간히 피곤한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곱게접힌 종인의 마이 위로 제 머리를 뉘인다.
"어제 또 늦게 잤지?"
"아니야아...."
추궁하듯한 종인의 물음에 마이에 얼굴을 비비며 졸음이 섞인 말투로 느리게 대답하며 생각한다. 종인이 냄새 난다..
감기는 눈꺼풀을 간신히 밀어내어 눈을 가늘게 뜬 뒤 손을 뻗어 종인의 손을 잡고 저의 머리 위에 가져다 놓고는 말한다.
"머리 쓰다듬어줘..."
항상 그랬다. 종인의 손길이 있어야만 잠을 편하게 잘 수 있었고 혹시라도 그냥 잠들었을 때에는 금방 깨거나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가 않았다.
투박하지만 다정함이 스며있는 손길이 익숙하게 제 머리카락위를 지나다니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애같긴"
"........"
"도경수"
"응...."
"잘자"
잠으로 빠져들쯔음에 들려오는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마지막 대답은 미소로 대신했다.
웃으며 잠이 든 저의 짝지의 모습이 흡사 만화주인공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느껴진 종인은 짝지를 보고 살짝 웃어보인 뒤 앞자리에 앉은 여자아이에게 빌린 부드러운 담요를 조용히 그 위에 덮어주었다.애초에 짝지를 깨울 생각이 없었던 종인은 턱을 괴고 색색 거리며 자고있는 저의 짝지만 관찰한다.
그러다가 태양이 그새 자리를 바꾼건지 짝지 위로 드리우는 햇볕에 잠귀가 밝은 저의 짝지가 제가 일어나는 인기척에 잠이 깰까 일어나 커튼을 칠 생각을 하지않고 재빨리 저의 손을 짝지의 얼굴 위로 가져간다.손등으로 느껴지는 따뜻함에 종인은 다시 작게 미소를 지으며 생각한다.
'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