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다.
그때 내게 할머니는 이상했다. 아니, 내가 이상했을지도.
할머니는 낮 1시 반이 되면 향을 피우고 무언가를 중얼중얼 거리셨다.
그때에 생각하기를 그저 염불이겠거니 생각했다.
절에 가면 항상 맡던 향 같았으니까.
할머니가 염불을 외우시면 나는 머리가 지끈거렸고 속이 울렁거렸다.
할머니는 내게 악마가 들렸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매일 밤 할머니에게 맞았다.
할머니가 들어오시는 문소리는 내게 곧 지옥이 열릴 것을 암시했고 할머니가 내 방으로 걸어오는 소리는 지옥이 다가오는 것을 알려주었다.
어김없이 해가 밝아왔고 또다시 해가 저물었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할머니의 중얼거림도 없었고, 할머니의 폭력도 없었다.
슬며시 열어본 문틈 사이로 보았을 때 나는 숨을 들이켜면서 주저앉고 말았다.
할머니는 정확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바람에 나는 문고리를 놓쳐버렸고 슬며시 열린 문에 나는 더더욱 경악했다.
하얀 침대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
여덟 살. 그런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내 지옥은 끝났다.
텅 빈 집에서 시체가 썩는 냄새와 함께 나는 할머니의 눈이 감기기만을 기다렸다.
저 눈이 감기면 더 이상 할머니와 함께이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