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이에게는 대충 답했다. 친해지기는 무슨 말도 못 붙이겠구만. 나를 신경쓰이게 하는 문자는 두번째로 온 문자였다. 조심스레 누가 보냈을까 생각하며 문자를 보냈다.
[ 누구세요 근데? ]
[ 나 백현이 :) ]
내가 살다살다 변백현이랑 문자를 하다니 와. ㅇㅇㅇ 18년 인생 중 가장 놀라운 일이다. 놀라움도 잠시 나는 이내 답장했다.
[ 근데 제 번호는 어떻게 아셨어요? ]
[ 작가누나한테 물어봤지! ]
정말 아름다운 작가님이 틀림없다. 나중에 음료수라도 대접해야하는 건 아닌가 몰라. 뭐라 답장할지 고민하는 찰나 진동이 연이어 울린다. 진동의 길이로 보건데 이건 문자가 아니고,
" 여, 여보세요? "
전화다.
"여,여보세요래. 말 더듬는 거 봐! 완전 귀엽지 않냐 세훈아? 아 그나저나 ㅇㅇ이 지금 집에 가고 있어? "
발신번호를 보니 아까 온 문자와 동일하다. 그럼 이 전화를 건 것도 변백현인가보다.
" 네, 잘 가고있, "
" 그래그래 마저 가! 목소리 궁금해서 해봤어. 네 신랑 바꿔줄까? "
" 네? "
" 어, 경수가 부끄럼타나? 싫다네. 여튼 다음에 또 보자 안녕~ 아 그리고 다음부터는 말 놔! 존댓말하면 아는 척 안할거다. "
전화예절이 글러먹은 변백현은 자기할 말만 다 하고 끊은 것 같다. 아니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르는게 막상 전화를 받아도 할 말이 없었을거다.
어제 촬영을 정신없이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학교를 왔건만 황지영이 날 또 괴롭힌다.
" 아 그래서 어제 엑소 어땠는데? 실제로 보면 뭔가 다르지 않냐? 방송이랑 똑같아? 그리고 실물 누가 제일 잘생김? 친해지기는 했어? 네 신랑은 누군데? 케이야? 아니면 엠? 아 말 좀 해 봐 이 기집애야! "
" 하나씩만 물어라, 좀. 누나 피곤하다. "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자타가 공인한 엑소광팬 황지영은 쉴 새 없이 질문을 쏟아낸다.
" 누나는 뭔 누나야. 네가 어제 답장 안 하고 그냥 자니까 이러지! "
" 어제 촬영때문에 피곤해서 그냥 집에오자마자 뻗었어. 그러니까 그만 찡찡, "
" 됬고 뭐라도 말 좀 해봐! "
아니 뭘 말 해주고싶어도 뭐 한 게 있어야 말을 하지. 그렇다고 변백현이 전화왔다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않나. 그 이야기를 했다간 이 기집애는 번호를 줄 때까지 나를 들들 볶아댈테니! 다른 얘기할 거 뭐 없나.
" 아! 그래! "
" 뭐? "
" 변백현이 음료수 줬어. "
솔직히 말하자면 변백현이 사준건 아니고 코디가 변백현 마시라고 준 거지만, 변백현이 그걸 나한테 준거니 뭐 그게 그거지.
" 뭐? 변백현이? 왜? 너한테? 왜? 그럼 네 신랑은 변백현? "
" 그거야 모르지. 근데 변백현은 신랑아냐. 내 신랑 도경수임. "
" 뭐? 변백현이 너 마음에 든 거 아냐? "
" 올 해 들은 것 중에 최고의 개소리다. 말이 되냐? "
" 그나저나 신랑이 경수? 우리 경수오빠? 어떰? 뭐 했어 둘이?
" 아 몰라 나도. 방송 봐. "
" 너 오늘도 촬영있댔지? 따라가도 돼? "
" 아니? 말이 되는 소리를 좀. "
" 어. "
" 어? 나 가야겠음. 즐공! "
나는 가방을 챙겨매며 학교에 남아 공부할 우리 지영이를 한껏 약올린 뒤 오늘 촬영이 있는곳으로 출발했다.
오늘 촬영은 방송에서 정해준 우리의 신혼집에서 진행된다. 서울 외곽에 위치한 빌딩이라 시간이 꽤나 걸릴 것 같아서 일찍 출발했더니 2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 그나저나 걱정되네. "
어제는 그나마 엑소 멤버들도 있고해서 괜찮았는데 오늘은 도경수와 단 둘이 촬영이다. 어색해서 좀 그런데, 어떻게 풀 방법이 없을까? 초긍정 ㅇㅇㅇ이 이런 걸 고민하다니 나도 다 죽었나보다 이제. 으으. 그렇게 계속 건물 밖에서 멀뚱히 서서 기다리다 추운 날씨 덕에 집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 우와... "
우리의 신혼집은 생각보다도 훨씬 단란했다. 짐들이 가득 차 있어 집이 어지러운 것만 빼면 뭐... 신혼 답게 풋풋하고 귀여운 장식도 몇 개 놓여있었고 생필품들도 찬장에 꽉 채워져있었다. 그리고 도경수와 나의 부부사진도 거실 한 가운데 걸려있었다. 그걸 보며 감탄하고 있는데 스탭분들에게 인사하며 들어오는 도경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 안녕하세요! "
살갑게 인사를 건넸지만 본 체 만 체 하며 나를 지나치는 도경수였다.
" 저,저기? "
" 촬영 시작할게요. "
불빛이 들어온 카메라는 우리를 비추고있고, 우리는 식탁에 마주보고 앉아있다. 이미 말 씹혀본 전적이 있는 나로써는 무슨 말을 꺼낼지 모르고 도경수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도경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 ㅇㅇ아, 우리 신혼집 어때? "
" 아, 어, 괜찮은 것 같기도 하... "
" 생각보다 좋은 것 같아! 청소만 하면 될 것 같아. 그렇지? "
" 네? 네.. 방도 있고요, 거실도 꽤 넓은 것 같아요. "
영 탐탁치않은 표정으로 보던 감독님이 말씀하셨다.
" 컷! 아니 둘이 아직 말 안 놨어? "
" 아... "
" 아무리 가상결혼이라도 그렇게 서먹하면 시청자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냐? 진짜 부부다! 라고 생각하고 임해. "
" 네... "
으이구 한심하다 ㅇㅇㅇ. 촬영때마다 지적이나 받는 꼴이라니. 감독님 말씀을 새겨들으며 다시 촬영해 임했다.
" 겨,경수오빠! "
" 응? "
" 우리 배고픈데 뭐 먹을까? "
" 어? 아니 괜찮아. 밥 먹고 왔는데? "
" 그, 그럼 사과라도 깎을까? "
" 아니 괜찮아! 일단 우리 집 청소부터 하자. 뭘 먹어도 깨끗한 데서 먹는게 낫잖아. "
" 그,그렇지! 그럼 내가 부엌 치울게. "
아니 이 양반이, 뭘 하자고만 하면 다 됐대. 그래놓고 막상 하자는 말이 '청소하자'라니! 기가 찬다. 결벽증환자마냥 깔끔떨기는! 여기서 사는 거도 아니고 잠깐 촬영하다 갈꺼면서. 투덜거리며 청소를 하는데 부엌 꼴이 말이 아니다. 신혼 첫 날부터 청소라니 이게 무슨 꼴이람. 생각할 수록 이건 아니야!
" ㅇㅇ아, 부엌은 다 됬어? "
" 네? 네? 네 아직! "
마음 속으로 욕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도경수 목소리가 들려 깜짝 놀라 실수로 손에 있던 과도를 놓쳤다.
" 엄마야!! "
이대로 나는 발등에 칼이 꽂히는건가, 이제 발을 못 쓰는가, 시집은 어떻게가지, 별별 생각이 다 들고 무의적으로 눈을 꼭 감았다.
" 어? "
발에 아무 느낌도 나지 않았다. 조심스레 눈을 떠보니 도경수가 날 끌어 당겨 안고 있었고 카메라는 그런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 위험하잖아. 조심해 ㅇㅇ아. "
오늘 어쩌다 폭풍연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항상 핸드폰으로 작성한거 옮겨온거라 서술이 좀 적을수도 있어요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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