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ROMANCE w.피크닉
# 라디오 로맨스는 중장편으로 메인 커플은 찬백이며 사이드 커플은 미정입니다. 만약 쓴다면 내용 구상후 넣도록 하겠습니다^^!
" 죄,죄송합니다! "
" 얼른 와. 변작가… 괜찮아? 앞에 탁자 놨다고 몇번을 말했는데. "
급하게 조정실 안으로 뛰어드는 사내에 반가움을 표하던 권작가는 이내 우당탕 소리와 함께 인상을 찌푸렸다. 괜찮아? …괜찮아요 하하. 벌써 이게 몇번째야.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설레설레 내젓는 권작가에 사내는 찧고 넘어져 버린 무릎을 살살 비비며 헤헤 웃었다. 권작가 말대로 벌써 5번째 였다. 휴식을 취할때나 커피를 마실때 탁자가 필요할것 같아 설치한지가 고작 5일째란 말이다. 근데 그 적은 횟수동안 빼먹지 않고 넘어지는걸 일삼다니. 도대체 저런 사람이 어떻게 글을 저렇게 꼼꼼히 잘쓰나. 하는짓은 덜렁인데. 김작가는 사내를 보며 못 말린다는듯 혀를 내둘렀다. 무릎을 잡고 콩콩 뛰는 저 사내는 백현이다. 백현은 이제 막 방송 아카데미 과정을 다 수료한뒤 방송사에 편입되어 이유빈의 '사랑은 라디오를 타고' 에 발을 디디게 된 3개월차 막내 작가였다. 글 구성이나 모든 면에서 뛰어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한가지 흠이라면 덜렁대는 성격 정도?
으아 이게 왜 또 엎어지고 난리야. 백현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바닥에 흩어진 라디오 대본을 쓸어담기 시작했다. 미치겠네. 안 그래도 막내여서 눈치 보이는데 맨날 지각하네. 이 놈의 알람 시계를 바꿔야지. 작가란 직업이 밤낮 구분 없는 직업일 뿐만 아니라 막내란 부담가는 지위로 새벽 5시까지 시청자 섭외 등을 담당하는 백현에겐 밤잠이 필수 였다. 그런데 자신의 잠을 깨워야 할 알람 시계가 요지부동이니 원… 백현은 고물 알람시계를 생각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 변작가 어서 줘. "
" 네? 뭘요? "
네? 뭘요? 시큰둥하던 백현의 눈이 느리게 꿈뻑였다. 설마 까먹은거야? 대본. 손을 탁.탁 치며 뭔가를 달라는듯한 권작가의 시선에 백현은 읏차, 하며 몸을 일으켜 무릎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제 대본 드렸잖아요. 백현의 말에 권작가의 얼굴이 경악에 물든다.
" 네? 어제 드렸잖아요 권작가님. 분명히 고백 타임 코너 끝나고 드렸는데… "
" 새코너 구성안 말이야. 우리 새로운 코너 한다고 무리긴 하지만 내가 대본 작성 부탁했는데. 국장님 호출 오고 난리났어!… 설마. 안 가져온거야? "
헐. 망했다. 백현의 표정도 권작가와 덩달아 경악에 물들었다. 카메라 준비 해주세요. 하며 시끄럽던 조정실 안이 동시에 싸 하게 굳어지며 음향 엔지니어와 서브 작가 이작가등 여러 사람들은 입을 다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 헐? 급하게 번쩍 고개를 든 백현이 조정실 벽에 붙어있는 시계를 확인했다. 확인하면 뭐하리. 백현의 심정을 무시한체 시계는 9:56분을 향해 째깍째깍, 빠르게 달려가는 중이었다. 4분 뒤에 방송 시작인데. 백현의 어깨가 힘 없이 축 늘어졌다. 이 작가가 초조한지 입술을 깨물으며 다급히 물었다. 권작가님 어떻게 해요? 이 작가의 말에 권 작가가 대답했다.
" 새코너 구성하는건 피디님이랑 상의해보고 국장님껜 내가 잘 말씀 드릴게. 서영씨, 스크립트 수정전꺼 있지? "
" 네. 잠시만요. "
권 작가의 말에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이 작가는 방송기기 옆에 있는 작은 서랍을 다급히 열었다. 다행이다. 여기 있네요! 웃으며 스크립트를 내미는 이 작가의 모습에 권 작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작가님 죄송해요. 톡, 치면 금방이라도 울듯한 백현의 모습에 권 작가는 씩 웃어보였다.
" 괜찮아. 내일은 꼭 가져와야해? 후- 다행이다. 유빈씨. 오늘은 이 대본으로 가요! 전 방식이랑 다를거 없으니까 평소에 했던 것 처럼 하시면 되요.시그널 틀게요. "
" 네. 알겠습니다. "
진짜 괜찮아 변작가. 훌쩍 거리는 백현을 안쓰럽게 보던 권 작가는 아차, 하며 스튜디오로 빠르게 뛰어갔다. 벌컥. 다급하게 문을 여는 권 작가의 모습에 DJ유빈의 표정도 어둡기만 하다. 혹시 잘못된거에요? 초조한 눈빛으로 묻는 유빈에게 괜찮다는 표시를 한 권 작가는 빠르게 대본을 넘긴 뒤 탁. 하며 스튜디오를 빠져 나왔다. 이내 헤드폰을 낀 후 아에이오우. 호선을 그리며 입을 푸는 유빈을 스튜디오 너머 투명한 조정실 창문으로 힐끔 바라보던 백현은 으아, 하며 힘 없이 자리에 주저 앉았다.
" 변작가.괜찮아? 너무 걱정하지마. 새코너 하루 늦춘다고 지장가는거 없으니까. 새코너 한다고 공 좀 들였나봐? 얼굴 꼴이 말이 아니다. 샵이라도 다녀야 하는거 아냐? "
" 연예인도 아닌도 아닌데요 뭘… 휴. 왜 이렇게 덜렁대는지 모르겠어요. 어제 잠잘때 꼭 구성안 챙긴다고 세뇌 시키고 잤는데..맞다. 큐시트는요? "
" 내가 다 돌렸어. 그 놈의 알람시계 좀 바꾸라니까? 내가 하나 사줘? "
에이, 저도 돈 있는데요 뭘. 백현이 물에 젖은 강아지 마냥 힘 없이 웃었다. 벌써 4번째다. 방송국에 입사하고 정말 덜렁대지 말자, 했는데 저번에는 밤새 공들여 쓴 대본을 지하철에 놓고와서 유출될뻔 하지 않나. 이번엔 집에 놓고 오고. 정말 짤리는거 아닌가 모르겠네. 호출 되겠다.백현은 목에 걸려진 사원증을 보며 폭 한숨을 내쉬었다.
" 변작가님 왔습니까? "
그때였다. '변작가' 하며 자신을 찾는 낮은 목소리에 백현은 자동적으로 몸을 흠짓, 들썩였다. 아마 내가 늦은걸 알고서 또 저렇게 찾는거겠지. 히잉. 가라.가라. 열심히 대본을 보는척 하며 주문을 외우는 백현의 어깨를 누군가 턱, 센 손 힘으로 낚아챘다.
" 대본은. 대본은 어떻게 된겁니까? "
" …아,저 그게.. 박 피디님. 그게 사실은요. 저… 하하.. 대본을 썼는데 놓고왔어요.. "
" 뭐라구요? "
" 노…놓고 왔다구요. "
조금 있다 다시 얘기하죠.눈을 꾹 감고 작게 웅얼거리는 백현의 목소리를 캐치한 찬열의 표정이 험상궂게 굳어져 갔다. …또 뭘 이야기 한단 건데요. 입술을 삐죽이는 백현을 흘끔 바라본 찬열은 조정실 끝자락에 달랑 달랑 달려있는 송수화기를 철컥. 꺼내 들고선 귀에 가져다 대었다. 유빈씨 대본 받았죠? 찬열의 물음에 유빈이 네, 하며 손으로 오케이 싸인을 내보낸다. 스탠바이 하세요. 찬열의 말에 시끄럽게 떠들던 백현과 이 작가가 자리에 자리에 앉았다.
" 엔지니어님 스탠바이. "
탁. 찬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방송 시작을 알리는 ON AIR 전광판의 빨간 불빛이 켜졌다. 익숙한 시그널 음악이 잔잔히 흘러나온다. 유빈씨 큐. 찬열의 큐싸인에 찬열을 쳐다보고 있던 유빈이 시선을 옮겨 대본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킨다. 덩달아 긴장된다. 내가 방송하는 것도 아닌데 꼭 저걸 보고 있으면 긴장된다니까. 백현도 유빈을 따라 침을 꿀꺽,삼켰다. 아직 방송을 눈 앞에서 보고 직접 글을 써본게 3달 밖에 안되서 그런가 백현에겐 모든게 신비함이자 호기심거리 였다. 물론 저 재수탱이 박찬열 PD만 아니면.
안녕하세요,이유빈 입니다. 드디어 방송 시작이다. 오늘도 우여곡절 많은 생방송이었지만 무튼. 백현은 미성의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멘트를 읽는 유빈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저거 내 대본인데. 내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듣는다는게 이런 기분이었을까. 두 손 꼭 모으고 경청하는 백현에 이 작가가 픽, 웃음을 흘린다.
" 우리의 연애사를 돌이켜보면 뜻하지 않았던 시기에 우연히 사랑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고 거창한 꿈을 가지고 도전하는 일은 잘 안되었지만 그냥 호기심으로 시작해본 내 일이 내 직업이 되고 꿈을 꾸게 할때가 있는거 같아요.정말 지루하다 느끼면서 살때가 많지만 생각해보면 사랑도 일도 늘 우연한 기회에 찾아오구요. 오늘 아무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내일은 뜻하지 않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희망. 이런 잔잔한 밤에 마음이 조금 따뜻해지는 그런 긍정적인 생각이 아닐까요? "
이야 잘썼네 변작가. 작은 탄성을 내뱉으며 엄지 손가락을 척, 들어보이는 이 작가의 제스쳐에 백현은 손을 내저었다. 헤헤 뭘요. 저 멘트는 백현에겐 너무나 뜻 깊은 멘트이다. 글도 많은 배경지식을 지니고 감정이입물로서 작용해야 시청자와 좋은 소통의 수단이 된단 말이 있지 않은가. 이 험한 방송계에 몸을 담구기까지 짐 나르기. 걸레로 기기 닦기 등. 청소부, 막노동자 외에 많은 직업을 넘나들며 방송일에 대한 헌신과 애정을 다 쏟은 백현에겐 이 자리가 그렇게 아름답게만 느껴졌다. 자기가 방송 작가인지, 도대체 뭐하는 인간인지 정체성을 잃고 전전하던 그때, 우연치 않던 교수님의 소개로 들어온게 이 라디오 프로그램이니까.방송일이 원래 험난하긴 하지만 뭐. 이제는 적어도 하인 취급 안당해도 좋잖아? 뒷 일을 예상하지 못하는 백현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 모두 그런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mab cool fm. 사랑은 라디오를 타고. 저는 이유빈 입니다. "
얕은 조소를 지으며 멘트를 읽는 것을 끝마친 유빈은 헤드폰을 내려놓고 옆에 놓은 커피잔을 손에 쥐었다. 변작가님 오늘 대본 완전 짱! 커피잔을 손에 쥔채 콘텍트 마이크에 입을 모아 말하는 유빈의 모습에 백현은 발그레한 볼을 손으로 흝으며 헤헤 웃었다. 백현의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콩닥 콩닥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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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작가. 얼른 유빈씨한테 설명해주고 와. 첫 코너 끝나고 삽입 노래 변경 됬다고 아무리 소리치고 제스처를 취해봐도, 연결되는 마이크를 차단 시켜놔서 그런가. DJ 자리에 앉아 대본만 주구장창 흝어보는 유빈의 모습에 권 작가는 가슴을 콩콩. 치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곧 노래 끝날텐데. 시계를 보자 시간은 10:09 p.m 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었다. 1분 정도 뒤면 노래 끝날텐데….알겠습니다. 자신을 못마땅하게 내려다보는 찬열의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은채 권작가에 내미는 대본을 들고 백현은 급하게 스튜디오를 박차고 들어갔다. 쾅. 스튜디오에 가득 울리는 노래를 흥얼 거리던 유빈이 놀랐는지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백현은 쳐다본다. 하하. 죄송해요. 백현은 눈웃음을 지었다.
" 유빈씨. 오늘 첫 곡이랑 멘트랑 좀 안 맞는다는 의견이 나와서 수정했어요. 글 보냈는데 못 봤어요? "
" 어, 죄송해요! 대본 읽고 있느라.. "
" 아, 아니에요. 제가 늦게 오는 바람에 못 전해드린 거니까 걱정 안하셔두 되요. "
모니터에 떠있는 신청곡. 브로콜리 너마저의 '앵콜요청금지' 수정. 이란 글씨에 유빈의 얼굴이 화르륵 불타 오른다. 민망하단 표시겠지. 푸흐, 얕게 웃음을 내뱉은 백현은 웃으며 유빈에게 대본을 내밀었다.
" 불편하실테니까 대본 바꿔드릴게요. 여-기에 수정된 내용이랑 다 적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
" 1부 코너는 수정 된거 없죠? "
" 그럼요. 2부는 약간 수정되서 설명해 드려야 하니까 첫 코너 끝나고 노래 나갈때 설명 해드릴게요. 화이팅. "
이유빈씨 스탠바이 하세요. 유빈과 분홍빛을 잔뜩 풍기는 것도 잠시, 투명한 창 사이로 싸인을 내보내는 찬열의 모습에 유빈은 웃음기를 거둔채 크흠.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에이씨, 좋다 말았네. 얼른 스튜디오에서 나오라며 손을 세차게 흔드는 권 작가와 이 작가를 시큰둥하게 바라보던 백현은 스튜디오실의 문꼬리를 잡았다. 화이팅. 남는 아쉬움에 뒤를 슬쩍 바라보자 어느새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짓고 있는 유빈에 백현은 잔뜩 얼굴이 빨개진체 우당탕. 큰 잡음과 함께 조정실로 나왔다.
오, 분위기 좋은데 변작가? 이러다가 열애설 터지는거 아니야?
그니까 말이야. 조심해. 남성팬들의 원성을 사는 수가 있으니까.
어휴. 이제야 좀 진정이 되네. 탁, 트이는 시원한 공기에 기분 좋게 웃으며 심호흡을 하는 백현을 보며 스텝들은 음흉한 미소를 내뿜었다. 왜 이렇게 볼이 빨개 변작가? …아,아니에요. 으아. 볼 뜨겁다. 따뜻하다 못해 뜨끈한 볼을 감싸쥐며 아무리 변명 비스무리한 것을 해도 백현을 모를리 없을터, 스텝들은 그저 놀리기에 급급할 뿐이다. 막내라 그런가, 이런 놀림도 자주 받네. 툴툴 거리지만 그게 싫지만은 않다. 백현은 못 이기는척 밝게 웃었다. 탁탁. 그때였다. 백현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성난 발걸음에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고갤 들었다. 키가 참 크네. 목에 걸린 사내의 사원증이 탁탁, 세차게 흔들린다. 'PD 박찬열' 놓칠세라, 사원증을 스캔하는 백현의 얼굴이 보기 좋게 굳었다. '지금 장난 하십니까?' 이내 거추장스러운 사원증을 거칠게 뺀뒤, 탁 하며 탁자에 세게 올려놓는 전투적인 태세의 모습에 백현의 자연스레 고개를 푹 숙였다.
" 변작가님. 장난 하십니까? 지금 이게…후. 몇번째에요? "
" 박피디님…그게… 아, 저.. "
" 큐씨트는. "
" 네? "
" 큐씨트는 어떻게 전해줬어요. 유빈씨가 일찍부터 가지고 있던데. "
…그,그건 제가 전해줬습니다. 옆에서 들리는 권 작가의 중얼거림에 찬열의 시선을 더욱 날카로워졌다. 물론 그 시선은 자신보다 한참이나 키가 작은 백현을 내려보는 시선이지만. 같은 일 하는 사람끼리 이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백현은 울상지었다. 물론 자신은 이제 막 방송일 시작한 풋내기 이지만 권 작가는 달랐다. 아무리 찬열이 주목 받는 이 세대 피디계 유망주라 할지언정 고작 피디 생활 5년차였다. 백현에게는 이렇게 대해도 피디쪽 사람들껜 고개 숙이며 앙탈 부려야할 신입이란 말이다. 그래도 권 작가님은 작가쪽에서 엄청 신임 받는 8년차 메인작가인데… 이건 이중적이여도 너무 이중적이지 않은가. 백현이 뭔가 다짐한듯 입술을 꽉 깨물며 고개를 쳐 들었다.
" 박피디님! 이건 너무 하세요. "
" 뭐가 말씀이십니까? "
" 이…권작가님한테 왜 그러세요? 피디쪽에서 잘 나가시는거 예예, 잘 알아요. 그렇지만…그렇지만 이건 같이 일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하잖아요.. "
" 제가요? 제가 너무 합니까? "
" 네.그래요. 당신이! "
홱, 노려보며 삿대질을 하는 백현의 모습에 흠짓, 하던 찬열은 이내 어이 없다는듯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변…변작가! 백현의 손을 잡아 끌어 내리려는 이 작가의 모습을 가볍게 제지한 찬열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가 너무 합니까? 한쪽 입꼬리만 올린체 낮게 묻는 찬열의 모습은 백현에게 호러와 다름 없는 모습이었다.
12월 13일 이유빈의 사랑은 라디오를 타고! 쌀쌀한 날씨를 포근하게 감싸줄 따뜻하고 재치 넘치는 사연으로 출발할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성북구… 어느새 노래가 끝난뒤, 숨막히는 조정실 안에는 언제 노래가 끝났는지, 그저 유빈의 목소리만 잔잔하게 흘러나왔다. 따뜻한 사연은 무슨, 대본을 써도 이딴식으로 쓰니 변백현 바보야. 힐끔, 힐끔, 힐끔 거리며 우물쭈물 하는 백현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찬열이 한숨을 폭 내쉬었다. 휴. 작은 한숨이 조정실을 감싼다.
" 내가. "
" ? "
" 내가 왜 너무한지 모르겠네요. 저는 변작가님한테 기회를 많이 드렸습니다. 지하철에 대본 놓고 와서 화낸거? 네. 그건 미안했어요. "
" 그게 아니라 저 박피디님… "
" 그때 사과했잖아요. 변작가님이 그렇게 좋아하시는 진심으로요. 솔직히 생각해 보세요. 막 시작하려는 코너 정보가 담긴 대본이었다구요. 그걸 누가 가져가거나 읽었다면…생각하기 조차 싫네요. 그래서 그때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주의만 주고 넘어갔습니다. 근데 그때 변작가님 어떻게 하셨어요, 박찬열 씹쌔끼? "
" …헐 "
" 또 뭐였더라. 박찬열 죽여버려? 저 그때 화장실에 있었습니다. 뒷담을 까시려면 제대로 까셔야죠. 사람 기분 더럽게 하지 말고 좀 한적한 곳에서요. "
" 저기요. 박피디님 그게 아니라요. 그때는 제가…휴, 죄송합니다. "
역시 끝은 변작가의 사과지. 내가 변작가 한번 제대로 까일줄 알았다. 안그래도 많이 나는 키 차이에, 몸까지 웅크리고 있어서 그런가. 찬열과 대조되는 행색에 권 작가는 혀를 끌끌 찼다. 히잉 이게 뭐야. 한번 대들려다가 된통 당하는 꼴이라니. 사과라도 할까, 하며 고개를 들었지만 자신을 내려다 보는 무서운 찬열의 시선에 백현은 또 다시 고개를 숙였다. …눈 앞엔 그저 찬열의 갈색 니트뿐. 그런 백현을 가만히 보던 찬열은 끝나가는 유빈의 멘트에 고개를 들고 시계를 바라보았다. 10시 15분. 싸인을 보낼 시간이다.
" …방송 끝나고. "
" .. "
" 추후에 얘기 합시다. 엔지니어님. 얼른 음향 조정해주세요. "
네. 알겠습니다. 제각기 수근거리던 사람들이 제자리를 찾아갔다. 스탠바이. 곧 조정실 가운데로 발걸음을 옮겨 제스쳐를 취하는 찬열의 모습을 흘끔, 바라보던 백현의 입에서 에이씨.자연스레 욕이 튀어나간다. 어쩐지 오늘따라 사주에 일진이 안좋다 하더라. 백현의 시선이 힘없이 바닥으로 향한다.
사연 어떠세요? 음, 2014님 사연은 참 많은걸 깨닫게 하는 것 같아요.
약속이 늦었을때 열심히 뛰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어차피 늦었으니까 천천히 가지 뭐, 하는 사람이 있어요. 저는 딱 중간인거 같네요 하하.
끝이 뻔히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달려가는 사람이 되는게 인생 살면서 참 중요 한거 같아요.
여러분들은 어떠세요? … 그냥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있겠죠? 그런 의미에서 노래 한곡 틀어드릴게요. 소녀시대 노래네요. 힘내.
… 힘내는 무슨. 저 마지막 멘트. 딱 나 말하는거네. 백현은 자신의 대본에 멋대로 의미를 부여해 버리고는 울적해졌다. 오늘따라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따스히 조정실을 향해 내려오는 밤공기가 괜시리 밉게만 느껴지는 백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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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피크닉이에요. 이런 데뷔작일 뿐더러 이런 방송물은 처음이네요 ㅠ.ㅠ 꿈이 방송쪽이라 한번 써봤는데
역시..ㅠㅠ.. 여러 용어들 찾고 글 쓰느라 애좀 먹었네요ㅎㅎㅎ 그래도 재밌어요 하핳 무튼 재밌게 읽어주세요.
그리고, 방송용어가 이해 안가시는 분들을 위해..
♣ 큐(Cue, Q) : 대사, 연기, 음악, 효과 등의 시기 등을 지시하기 위해 정해놓은 사인. 몸짓, 손짓, 인터컴 등의 통화장치 등을 통해 지시를 전달함
♣ 큐 시트(Cue sheet) : 한 프로그램의 시작부터 끝까지의 전 과정을 일정한 형식에 따라 구체적으로 기입해 놓은 방송진행표. 방송 시작전에 작성되어 모든 스탭에게 돌려져 방송진행 전 과정의 기본틀이 된다.
♣ 스탠바이(Stand-by) : 출연자나 스탭에게 방송준비를 알리는 시간
암호닉 받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