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로 간다던 애들이 왜 일본어 반에 있는 거야...”
선택과목 신청 당시, 사대천왕이 선택한 반은 전교 여학생들의 최대 관심사로 온갖 소문이 떠돌았고, 난 그 소문에서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일본어 반을 선택했었는데, 오늘 나온 반 배정 결과는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중국어 반이 아니라 일본어 반에 배정된 사대천왕이었다. 소문이랑 맞는 게 문, 이과 여부 하나라니. 난 망했어 망했다고!
그렇게 한참을 반 배정 결과에 우울해하고 있었을까,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 시간에 누구야. 한 마리? 얘가 이 시간에 전화라니 별일이네. 여보세요?”
"어디야?"
평소라면 이미 자고 있을 마리가 걸어온 전화에 놀라다 며칠 전부터 마리가 가기 싫다고 얘기하던 학원 특강 날이 오늘이었다는 게 떠올라 급하게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습관처럼 마리가 물어오는 어디냐는 말에 집이라고 대답하니 곧바로 반 배정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반 배정 나왔다며?"
"어. 방금 확인했어."
"호연이가 너랑 나 같은 반 됐다고 하던데 너 왜 그렇게 우울해? 나랑 같은 반 된 거 싫어?"
잊고싶었던 반배정 결과에 대해 말하는 마리에게 풀죽은 목소리로 대답하니 잠시 침묵하던 마리는 이내 서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고 그런 마리의 오해에 당황한 나는 민윤기, 김태형과 같은 반이 되었다는 소식을 내 입으로 내뱉고야 말았다. 내 입으로 꺼내면 진짜 현실부정 못할 것 같아서 얘기하고 싶지 않았는데.
“아니, 너랑 같은 반은 된 건 좋은데, 우리 반에 민윤기랑 김태형이 있어.”
“뭐!!! 농담이지?”
“나도 이게 농담이었으면 좋겠어.”
‘호연이는 그런 말 안했는데.’
민윤기와 김태형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언제 서운했냐는 듯 놀란 듯 커진 목소리로 마리가 호연이의 얘기를 꺼낸 순간 사대천왕과 같은 반이 되고 싶지는 않다며 배우고 싶던 중국어를 포기하고 일본어를 택했다가 마지막 순간에 우리 두 사람의 만류에도 중국어를 고르던 호연이가 떠올라서 마리에게 얘기하니.
‘내가 호연이한테 전화하고 다시 할게.’
설마하며 말끝을 늘이던 마리는 이내 무언가 떠오른 듯 다시 전화하겠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고 나는 다시 내일 학교에 가는 게 걱정되기 시작했다. 일본어를 고를 때 남준쌤의 반에 배정받을 건 각오했지만, 민윤기가 우리 반이라니...
“내일 학교 가지 말까?”
내일 안가면 뭐해. 개학하면 계속 봐야되고. 심지어 3학년 때도 봐야하는데. 나 혹시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은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