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반년전부터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등교!!! 의 전날밤,
수정이는 밤에 날 붙잡아 놓고는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
"니가 학교를 가기 전에 조심해야할 걸 알려줄게 자 일단 전정국"
수정이의 비장함에 나까지 덩달아 비장해지는 기분.
뭐지 이 불안감은
"사람이름인감?"
" 나랑 같은반이야 고로, 너랑도 같은 반. 얘를 왜 조심해야하냐면.."
수정이의 말에 따르면 전정국의 별명은 양탄자란다. 양산고 성격파탄자.
얼굴은 신이 정성들여 하나하나 조각한 것마냥 잘생겨가지고는 성격은 완전 개판이란다
애들 돈뜯고 다니는 양아치 짓은 안하는데 허구헌 날 쌈박질에 학교 땡땡이에
그런 주제에 공부는 또 드럽게 잘해서 선생님들도 터치할 수 없는 그런 이 학교의 뭐랄까... 절대적인 존재?
'이건 소문인데 집이 엄청 잘산다는 소리도 있어 근데 아무도 정확히 모른대'
뭐 이건 진짜 드라마잖아?
" 짝이 되도 말 걸지마 걔 귀찮게 구는거 제일 싫어해 하긴 뭐 짝이 되지않는 이상은 딱히 부딪힐일도 없겠네"
그런데...왜죠 왜 제가 전정국이랑 짝인겁니까!!!!!!!!!!
" 여주는 저기 뒤에 정국이 옆에 앉으면 되겠다!! 뒷자리도 괜찮지?"
라고 말하면서 웃는 망개떡 같은 선생님의 말에 차마
'아뇨, 결코 그럴 수 없습니다 전 양탄자옆에 앉기 싫거든요.'
라고 말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전정국의 표정은 조금 (사실 좀 많이) 일그러져 있었기 때문에 전정국 옆자리로 가는 그 길은 가시밭길이었다.
날 보는 반아이들의 동정어린 시선이란..
말도 걸지 말라는 수정이의 조언대로 오전이 다 지나가도록 '안녕'이라는 평범한 인사도 안하고 입다물고 있었다.
뭐 다행히 전정국도 나에대해 별로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았다.
"아이고오 우리 여주 어떡하나 첫판부터 보스몹이라니 저런....그래 뭐 처음부터 하드하게 가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이게 진짜 누구 놀리나 온갖 겁이란 겁은 다 줘놓고
"아진짜 정수정 남일이라고 막말하는거 봐라"
"아니 뭐 누가 아냐 전정국이 전학생한테는 관심이 좀 있을지도...헙!"
"갑자기 이게 무슨.."
이런미친.
정수정이 급히 입을 틀어막으면서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 전정국이 우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누가 뒤에서 자기얘기하는 걸 좋아하겠냐...나는 이제 망했다 양탄자한테 딱 걸렸네 젠장.
하필 그때 수업종이 쳐버리는 바람에 울며 겨자먹기로 쭈뼛쭈뼛 내자리로 향했고
날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져 뚫어져라 애꿏은 책상만 쳐다보고 있었다.
교과서는 아무페이지나 펼쳐놓고 머리속으로는 어떡하면 좋지라고 생각하고 있을때
전정국의 손이 내 시야로 훅 들어왔다.
"...페이지 거기 아닌데..."
이상한 짓(?)을 할 거라고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달리 전정국은 조심스럽게 내 책의 페이지를 넘겼다.
전정국은 제대로 된 페이지를 펴주고는 책상에 엎드려 자기 시작했다.
뭐지 설마 이거 하나 넘겨줄라고 20분을 쳐다본거야?
전정국의 이상행동은 다음시간에도 이어졌다.
쉬는 시간에 매점을 다녀온건지 손엔 초코바 두개가 들려있었고 초코바와 나를 번갈아보더니 살포시 내책상 끄트머리에 올려놨다.
ㅇ_ㅇ 의아한 눈으로 쳐다봤더니
"이거...맛있어"
라며 어색하게 웃으며 초코바를 내 책상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내가 조금 놀라 초코바를 쳐다보고만 있었더니 또다시 나와 초코바를 번갈아보더니
아예 손에 쥐어줬다.
그러고선 다시 아무일 없던 것처럼 수업듣는데
난 다봤다 너 귀빨개지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