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이후부터 전정국은 나에게 공포의 대상에서 성가신 존재가 되었다.
' 김여주 자지마아'
라며 쉬는 시간에까지 날 깨우질 않나
내가 귀찮다며 날 제발 내버려두라 말하면
'매점갈래? 너 좋아하는 바나나우유 사줄게'
라고 내가 거절할 수 없는 유혹을 해댄다.
'친구가 나하나밖에 없어?!"
라고 짜증을 내면 잔뜩 상처받은 눈으로 '응...'이라고 대답하는 놈때문에
내가 귀찮아서 학교를 못 다니겠다.
심지어 2년연속으로 같은반을 하고있는 정수정은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앤줄 처음알았다며 감탄하고 있다.
나와 전정국의 이런 관계에 안그래도 서먹했던 반 아이들은
더욱더 나를 피하는 분위기고 몇몇은 시기질투까지 한다.
정수정은 둘이 잘해보라며 되도 않는 설레발 치는중.
누구보다 학교를 조용히 평화롭게 다니고 싶었는데 이게 뭐람.
"여주야아...나 심심해 놀아줘"
라고 오늘도 어김없이 내어깨를 잡아 흔드는 즌증국때문에
안그래도 아픈 머리가 요동치는 기분이다.
전학오고 나서 너무 무리했나보다.
제대로 감기몸살에 걸려버려 온몸에 힘이 없고
물먹은 솜처럼 늘어지는게 죽을지경이다.
"오늘은 좀 냅둬..."
입술도 말라붙고 목도 잠겨서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간신히 끄집어 내서 말했더니
전정국은 어김없이 놀란 토끼눈이다.
"김여주 아파? 감기? 어디가 아파? 머리? 아니면 목? 열나나?"
너의 그 질문공세때문에 머리가 더 아픈것 같구나 정국아..
대답하기 귀찮아서 가만히 책상에 엎드렸더니 전정국은 자기 손을 내 앞머리 사이로 비집어 넣었다
" 야 김여주 너 열나는데?"
나도 알아....
"보건실가자 응? 너 열 많이 나..."
전정국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이내 벌떡 일어나서 교실을 나가버렸다.
이제 수업시간인데...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나도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볼에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에 눈을 떠보니
점심시간인지 반에는 아무도 없었고
정수정이 내볼에 음료수를 대어주고 있었다.
"깼냐"
"너 여기서 뭐해?"
"전정국 셔틀 노릇중이다 왜"
"뭐?"
"이거 보이냐"
정수정은 못말린다는 표정으로 의문의 큰 흰 비닐봉지를 흔들어 보였다.
" 감기걸린사람한테 뭐가 좋은지 몰라서 다 사왔댄다. 약이란 약은 다 사오고 따뜻한 커피부터 차가운 음료수까지
내가 말했잖아 얘 너 좋아한다니까? 심지어 이거 사오다가 남준쌤한테 걸려서 혼나러 갔다"
때마침, 전정국은 무표정으로 걸어들어오다가 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고
나에게 다가왔다.
"뭐가 좋은지 몰라서 다 사왔어! 어...먹으면 안되는것도 있다길래 그거는 다 나으면 먹어! 어...그리고...아! 이거 해열제"
전정국은 더듬더듬 말하다가 후드주머니에서 병에담긴 해열제를 꺼내 내게 건넸다.
건네면서 보여준 그 환한 미소에 심장이 낯설게 울렸다
"야 전정국. 나한테 잘해주지마 여자애들이 나보고 뭐라그러는줄 알아?"
처음느껴보는 울림에 괜히 쌀쌀맞게 말했다.
"뭐라그러는데?"
전정국은 쌀쌀맞은 내 태도에 시무룩해졌는지 입꼬리가 살짝 내려간채 물었다.
"나보고 너한테 꼬리친대 내가 니 여친인줄 알고 행동한다고 꼴보기 싫대"
전정국은 그말을 듣고 잠깐 얼굴이 굳더니 이내 예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
"진짜 내 여자친구하면 되지"
뭐????
"내 여자친구하자 아니 해주세요 여주야"
급전개에 당황하셨을 독자님들께 미리 사과의 말씀을....
애초에 정국이랑의 관계진전을 오래 잡아둘 생각이 아니었슴미다..!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짧게 잡을 생각도 아니었습니다만ㅋㅋㅋㅋㅋㅋ
다른 멤버들도 빨리 등장시키고 싶은 마음에 제가 쪼오오금 서둘렀지만
이해해주실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