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첫 날 나는 집에 와서 완전히 뻗어버렸다.
처음으로 받아보는 이런 일방적인 수업과 말도 안되게 긴 자습시간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정수정한테 들을땐 몰랐지.
진지하게 한국을 뜨고 싶습니다.
다음날 나는 그전날 가졌던 설렘의 80프로를 과감히 버린채 등교할 수 있었다.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반 앞에 도착하자 우르르 모여있는 애들이 보였다.
한시라도 이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고 싶었기에 차츰차츰 애들을 뚫다보니
이게 뭐람.
한 남자애가 겁도 없이 전정국의 머리를 툭툭 치며 도발해대고 있었다
" 애들이 너만 보면 빌빌 기더라 이런 애새끼가 뭐가 무섭다고 빌빌댈까?"
주위애들은 다들 살벌한 분위기에 살살 눈치만 보고 있었다.
"입이 없으세요? 사람이 말을 하면 좀 쳐다봐 존나 버릇이 없어 버릇이."
" 씨발 조용히 좀 해 앵앵대는거 존나 듣기 싫네 "
툭툭 쳐대는 남자의 손을 팍하고 쳐내면서 짜증난다는 듯이 말했고 남자애도 조금은 움찔한 듯이 보였다.
하지만 남자애는 지기 싫었는지 조소를 흘리며 대꾸했다.
"맨날 아가리만 터니까 애들은 니가 싸움 잘하는줄 알겠다야"
"아가리도 못 털면 닥치지 그러냐. 아, 너때문에 내 소중한 수면시간 다 날아갔네 개새끼야"
자리에서 일어난 전정국은 그대로 발길질을 해댔다.
덩치가 컸던 남자애는 맥을 못추고 바닥에서 뒹굴었고 전정국은 두어번 더 발길질을 해대더니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너네 뭐하냐 존나 구경나셨어요?"
전정국이 잔뜩 비꼬며 말하자 아이들은 주춤거리다가 한둘씩 제자리로 돌아갔다.
내가 잠시 잊고있었나보다
어제 보여줬던 예쁜 미소에 혹해서 성격파탄자라는 그 별명을.
"전정국 씨발!!!!"
바닥에서 뒹굴던 남자는 소리를 지르며 전정국에게 의자를 집어던졌다.
근데 이게 지금 나만 나한테로 날아오는 것 같냐
쾅-!
역시 사람의 생존본능이란.
의자가 나에게 날아오는 듯한 느낌을 받고서 머리를 재빨리 감싼 덕분에
팔에 먼저 맞고 의자는 떨어졌다.
"김여주!!!!!!"
교실로 걸어 들어오던 수정이가 놀라서 나에게 달려왔고
다른 반애들 역시 나에게 다가왔다.
나를 둘러싼 아이들을 제치고 부축을 받으며 보건실로 가려는 데
내 눈에 잔뜩 굳은 얼굴로 주먹질하는 전정국이 보였다.
"너 지금 뭐하냐"
학교 선도부 선생님이신 남준쌤이 간단하게 둘을 떼어놓았다.
"잘하는 짓이 둘다 따라와 여주는 보건실 빨리 가보고"
"단순한 타박상인 것 같긴한데 혹시 인대가 다쳤을 수도 있으니까 붕대감아줄게 학교끝나고 병원 꼭 가봐야돼 여주야 알았지?"
웃으면서 내손에 얼음주머니를 쥐어주는데 그 선한 웃음에 반할뻔 아니 반했음
아 학교 다닐맛이 이제야 조금 난다
의사가운에 새겨진 이름을 슬쩍보니
정호석
그래 좋아 호석쌤
제 학교로망을 실현해주실수 있을 것만 같군뇨..!
얼음찜질을 하느라 침대에 잠깐 앉아있는데 전정국이 쭈뼛대며 보건실로 들어왔다
뭐지 어디 다친건가 그러게 누가 쌈박질을 하래...응? 지금 나한테 오는거 맞지?
아니야 오지마 나 너 무섭다고
"저기...."
"ㅇ...응?"
미친 김여주 목소리 떨지말라고 쫀거 같잖아
사실 쫀거 맞다..
"미안...나때문에 괜히 너가...많이 아파..?"
아니 얘 뭐지 진짜?
아까 말한마디에 욕 두번 쓰던 애 어디갔지
이렇게 물맞은 강아지마냥 불쌍하게 말하는 사람이랑 아까 그 무서운 사람이랑 동일인물 맞냐고
"ㅍ풉..."
"ㅇ..왜 웃어"
"미안하면 매점이나 한번 쏘든가"
내가 장난투로 말하자 전정국은 긴장한 표정을 풀고 베실베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게 진짜 너야
순수한 어린애 같은 전정국?
무서운 성격파탄자 전정국?
어느쪽이 진짜 너든 나는 전자를 믿어보기로 했다.
7살짜리 꼬맹이 전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