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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 전체글ll조회 730l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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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노는 느리다. 이제노랑 같이 있으면 열심히 돌고 있던 지구가 급정거를 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노랑 있으면 시간이 느리게 지나간다. 이제노가 느려서 그런 건지, 꼭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건지.... 잘 알지는 못하겠지만, 이제노가 느린 건 확실하다.





뭘 먹어도 느리게 씹고, 느리게 필기하고, 느리게 대답한다. 그런 이제노에게 화를 내 본 적은 없지만, 언제 한 번 크게 싸울 것 같은 기분은 항상 든다. 내가 참아서 싸움이 안 난 게 아니라, 백이면 백 이제노가 사과해서 싸움이 안 나는 거였다. 나 많이 느리지, 미안해. 자기 자신이 느린 걸 안다는 소리였다.





느려서 꼼꼼하면 장점이겠지만, 느려서 허술하면 그대로 단점이 된다. 내가 보는 이제노는 후자에 가까운 것 같았다. 그래도 병신은 아니었다. 이제노는 누구보다 나은 삶을 살고, 대우를 받고, 행동하니까.








2 B Loved
0
W 스테








"저번에 말했던 내 친구 한국 왔대"
"..."
"유학 갔던 애... 기억나? 너 소개시켜 주고 싶어서..."





그러냐. 별 좋은 대답은 안 했지만, 그냥 그런 대로 알았다고 답했다. 이제노가 공책에 깔끔하게 휘갈긴 필기들을 그대로 베껴 쓰는 중이었다. 대답은 이 많은 글자들을 베껴 쓰고 해도 늦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노는 얌전히 앞에서 휴대폰을 만진다.





공책은 무지인데 일자로 반듯하게 써내려갔다. 신기하네, 얘. 이제노를 힐끔 쳐다보고 다시 유선 노트에 그대로 썼다. 글씨는 그렇게 깔끔한 편이 아니었다. 그냥, 전형적인 남학생 글씨체. 나이처럼 안 보이는, 보다 어려 보이는 글씨체. 글씨에서 성숙함이 덜 벤 것 같았다. 정작 글씨 주인의 겉모습엔 성숙함이 덕지덕지 덮혀 있는데.





끝났다. 두 공책을 덮고 기지개를 켰다. 수고했어, 시민아. 자연스럽게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을 피했다. 입을 비죽 내민 이제노가 서운하다는 것처럼 표정 지었다. 애써 무시하고 학원 책과 공책을 덮고 가방 안으로 넣었다. 이제노가 만진 머리가 화끈거리는 것 같았다.





월요일 전 날은 학원이 아니면 어디든 가지 않으려고 했다. 주의 시작인 월요일에 피곤하면 금요일 끝까지 피곤했다. 그래서 무조건 월요일 전 날은 일찍 집에 들어가 자야 했었는데... 오늘은 어쩔 수 없다. 이제노와 버스를 타고 근처 카페로 갔다. 친구는 혼자 자리에 앉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는 건 실례인 게 확실하다. 하지만 친구의 날카로운 외모가 나를 실례하게 만들었다. 말을 한 번씩 걸 때마다 두 개의 날카로운 말이 돌아올 것 같았는데.




"완전 오랜만이다, 이제노"
"어, 너도. 내가 말한 애가 얘야"
"이제노 친구입니다. 황인준이에요"





그래, 그렇구나. 나는 실례를 해도 한참 한 것 같았다. 민망했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셋 사이의 긴장감을 풀어 주는 것 같았다.





이제노가 말이 이렇게 많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을 많이 했다. 그러니까, 누가 봐도 '쟤는 저렇게 말을 많이 하는구나'가 아니라, 평소의 이제노가 입을 여는 수보다 한참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 년이면 그렇게 오랜만에 보는 것도 아닐 텐데, 이제노는 이야기를 끝낼 줄 몰랐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노와 이제노의 친구가 하는 말을 엿듣는 것뿐이었다. 애꿎은 휴대폰을 만지다가, 금방 다시 내려 놓는 행동을 반복했다. 난 왜 데리고 온 거지, 라는 생각이 들 때쯤에 이야기 주제가 나로 바뀐 것 같았다. 마주보며 이야기 나누던 네 개의 눈이 동시에 나에게로 꽂혔다.





일주일 뒤에 이제노와 내가 다니는 학교로 전학을 온다고 했다. 그래서 머리 색도 까맣게 덮어야 한다고 투덜댔다. 어차피 뿌리부터 1 센티미터 정도는 까맣다. 좋게 생각하라는 이제노의 말에 친구, 황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도 없는 움직임이었다.





친하게 지내고 싶어.





아무 생각 없다. 나랑 친하게 지내고 싶구나.... 어차피 이제노랑 같이 다니게 되면 저절로 둘에서 셋이 되는 거다. 아니, 나재민이 있구나. 나도.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진심도 아니었고.... 사실 날카롭게 생긴 외모 때문에 내 기가 죽은 것 같았다. 말하는 걸 보면 날카로운 성격은 아닌데... 초면이라서 불편한 건가, 생각했다.





*





이제노와 나란히 늦었다. 이제노를 버리고 나 혼자 뛰었으면 늦지 않았을 텐데, 이상하게 급한 마음에 뛰면서 뒤를 돌아보게 됐다. 이 얘기를 들은 나재민은 징한 우정이라며 이제노와 나를 비꼬았다. 시민이가 착해서 그런 거야. 이제노가 포장했다. 나재민은 혀를 차면서 몸을 돌렸다. 이제노와 나는 짝이었다.





아, 놀라라. 졸다가 턱을 괴고 있던 팔이 삐끗해서 깼다. 이제노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졸리다. 풀고 있던 머리를 뒤로 묶고 교과서를 넘겼다. 졸고 있는 사이 진도는 기다려 주지 않고 빠르게 지나갔다. 뒤늦게 잡은 샤프가 민망해지게 수업 끝나는 종이 쳤다.





바로 책상 위로 엎드렸다. 집 들어가서 바로 잤는데도 졸렸다. 팔 위로 얼굴을 묻고 자려고 하면 나재민이 입고 있던 후드집업 모자를 위로 당겼다. 몸이 저절로 책상에서 멀어졌다.





조심해. 이제노가 나재민의 손을 쳐냈다. 그래, 내가 사람이지 물건이냐. 이제노의 말에 동의하며 나재민의 팔뚝을 약하게 쳤다. 매점 가자. 매점 하나 때문에 피곤한 사람을 일으킨 거다. 또 밉지 않은 얼굴에 나는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재민은 좋다고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다녀온다, 반장~ 이제노는 반장이었다.





사기 캐릭터네. 이제노가 가지지 못한 거라고는 꼼꼼함과 속도밖에 없었다. 얼굴도 봐줄 만하게 생겼고, 키도 작은 편은 아니다. 전교권에서 놀고, 반장에, 집도 잘 살고.... 꼭 다른 세계 사람인 것 같이 굴다가 이제노의 허당기에 환상(애초에 있지도 않았음)이 깨진다....... 이제노를 질투할 틈도 없었다. 이제노는 항상 웃고 다녔으니까... 쉽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우리 반에 전학생 온다며?"
"어, 유학 갔다가 오는 거래"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남한테 관심 가지는 거 처음 봐. 나재민이 한손으로 입을 막고 나를 쳐다봤다. 오바하지 마. 어깨에 걸쳐진 나재민의 팔을 떼고 앞서 걸었다. 나재민은 빠른 속도로 다시 옆으로 와 걸었다.





"이제노 친구래"
"허얼..."
"주말에 만났어, 학원 끝나고"





대박.... 나재민이 신기하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눈알 빠지겠다. 두 손가락으로 눈을 찌르는 시늉을 하니 눈을 두어 번 깜빡인 나재민이 한숨을 쉬었다. 나만 몰랐네? 섭섭해 보였다. 나는 그런 나재민을 다독였다. 학원 끝나고 간 거였잖아.





나재민은 단순하다.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쥐어 주니 의도와 다르게 삐진 게 다 풀렸다고 했다. 삐진 걸 풀어 주려고 사 준 건 아니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재민은 고작 몇 달 사이에 많이 컸다. 이제노보다 키가 작았던 시절이 존재하기라도 했냐는 듯 불쑥 커진 채로 내 앞에 나타났다. 별 다른 운동을 하지도 않았고, 잘 먹기만 했다고 했다. 목소리도 낮아졌고 하는 행동 또한 전보다 남자다워졌다.





항상 웃고 다니는 나재민에게 유일한 상처는, 과거의 일이다. 이제노와 나를 만나기 전 중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다고 했다. 공학이 아닌 남중을 다녔던 나재민은... 어떻게 보면 그게 트라우마로 남아, 아직도 힘들어서, 극복하려고 몇 달 동안 노력한 것 같았다.





너무 나댄대, 하는 행동도 꼭 여자 같다고.... 그때 처음으로 나재민의 약한 모습을 봤다. 지금보다 어렸을 때니까, 진지하게 상처로 다가왔을 게 뻔했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 나재민의 등을 쳐 줬다. 지금의 나재민이라면 상상도 못 할 과거. 친구들에게 왕따 당하는 나재민. 주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나재민....





나재민은 비타민이다. 건조한 이제노와 내 사이에 나재민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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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 지짜 좋아요
신알신하구 갈께요

7년 전
비회원178.120
헐랭 이런거 짱좋아여
7년 전
독자2
하 [톰보2] 신청하고 갈게요!
신알신도 당빠 ♥️

7년 전
비회원30.111
분위기가 너무 나른해어 좋아요 ㅠㅠ she's a baby 들으면서 읽으니까 완전 찰떡이예요 봄느낌♡♡♡
7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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