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그 애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지는 몇 달 되지 않은 봄이었다. 평소처럼 학원 문제풀이 시간에 문제를 끼적이다 말고 창문을 보는 척 하면서 네가 친구들과 떠들고, 그러다 걸리는 것을 힐끔 엿보다가 자연스레 깨닫게 된 것이란 것은 제게 그닥 꺼리낌이 될 수 없었다. 남자가 같은 남자를 좋아한다는 행위가 사전적 그대로 태현에게 충격일 수도 있었지만 어째선지 강승윤만큼은, 그를 좋아한다는 생각만큼은 꽤나 자연스레 납득할 수 있었다.
만나게 된 것은 아마도 고 1 3월달 쯔음. 고1이 되고나서 더 좋은 학원을 알아보겠다며 득달같이 달려든 엄마의 수집망은 오래지않아 스카이생을 수십명을 배출해냈다는 이 근처 학원을 포착하게 되었다. 강승윤. 입학실날 부터 꽤 눈에 띄던 까불거리고 깝죽대지만 중요한 때가 되거나 좋아하는 일을 할 때면 꽤나 진지해지는 옆반 반장. 처음 학원에 들어간 날 여러애들과 같이 몰려 떠들썩하게 놀다 선생님에게 제재를 받던 아이. 꽤나 사랑받고 자랐다는 티가 나는 부티가 흐르는 얼굴과는 달리 친구가 천원을 주며 빵 사와달라하면 거스름돈은 나 주냐? 식의 발언이라던가, 미친듯이 떠들고 노는 것 같아도 매번 전교에서 상위권을 놓치지않는 성적 같은 것에서 꽤나 갭이 느껴지던 아이였다.
지켜 보고있으면 웃음이 나오는 아이. 재밌는 아이. 멍청하게도 겨우 그 정도가 고 1때까지의 강승윤에 대한 제 생각의 끝 이었다. 같은 학원,쭉 학원 내에서 같은 반이였고 학교에서도 바로 옆반인 아이였지만 수준별 수업도 반이 매번 갈리는 바람에 꽤 낯가림을 타는 저로써는 그애 에게 다가갈 용기도 없었고 무엇 한가지에 빠지면 쭉 그것에 몰두하는 식의 강승윤에게 다가갈 만한 화젯거리도 없었으며 심지어 무어라고 말 붙일 거라는 생각 조차도 떠올리지 못했던 터라 그는 모르고 태현은 그를 아는,꽤나 이상한 식의 교류였를 고1간 쭉 이어가고 있었다.
정신 차리고보면 계속 쉬는시간 동안에는 휴대폰을 보는 척 하며 액정으로 비춰서 보고, 수업 시간에는 창가자리를 고집하며 창문을 통해 그 아이를 지켜보는 나날이 계속 되었지만 지켜보면 재밌으니까. 어떻게 고작 겨우 이런 생각등으로 마음을 썩혀 올 수 있었을런지 그 시절의 제가 의심 될 정도로 자신은 그 아이에 대한 마음을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발렌타인데이 때나 빼빼로데이 때, 강승윤이 여자애에게 무엇을 받아오면 그걸로 하루이틀을 꼬박 생각하느라 심신이 피폐해질 지경인 주제에. 눈치는 더럽게 느려서··· 나는, 고2. 강승윤과 같은 반이 되고 그가 같이 다니는 학원을 끊게 되고 난 후에야 비로소 그 마음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꽤나 우습고 눈물겨운 일이었다.
내 승윤이. 알아차린지는 몇개월 되지 않았지만 계속 마음 속에서 품고왔던 내 승윤. 강승윤. 이름만 불러도 저절로 행복한 미소가 그려지게 되어버리는. 내, 강승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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