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생이다."
"도시에서 왔으니 잘 해주거라."
낡은 선풍기 몇대가 돌아가던 소리만 들리던 후덥지근한 교실의 정적을 깬 건 늙은 담임선생님의 한마디였다.
쓸데 없이 새빨간 머리.
너의 첫인상은 그게 다였다.
방과 후 수업을 듣지 않아 벌써 교복을 갈아입었는지 편한 차림을 하고는
검은 비닐봉지를 손에 들고는 이곳 저곳 기웃대는 너를 보고 한마디를 던졌다.
내 말을 듣고는 머리를 만지작 거리더니 아무 말 없이 돌아선다.
한참을 터덜 터덜 걸어가더니 금방 돌아와서는 비닐봉지에서 살짝 녹은 아이스크림을 건넸다.
"이 동네는 스크류바도 없냐."
더운 공기가 짜증으로 바뀌기 직전, 조금 불만 섞인 말투로 말을 건네고는 금방 멀어져가는 네 뒷통수를 가만 바라보다
다 녹아 물이 뚝뚝 흐르던 아이스크림을 뜯어 구멍가게 앞 탁상에 털썩 주저 앉아 입에 넣었다.
더운 공기에 밤 잠을 설쳐 학교에 조금 늦었던 날, 교실 바깥에서 부터 보여야 할 빨간 머리가 보이지 않았다.
"..."
"안그래도 바꿀 생각이었어."
"응."
"네 말 듣고 한 거 아니라고."
"응."
"그나저나."
"..."
"너랑 똑같다."
머리색.
그저 수업을 듣지 않고 빨리 나갔던 네가 부러워 어린마음에 조금의 짜증이 일어 가볍게 던진 말이었는데
정말 머리색을 바꿔 온, 같은 색이라며 실없이 웃는 널 큰 눈으로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로 향했다.
그 후로 우리는 금방 친해졌다.
며칠 전부터 줄곧 하얗게 질린 안색으로 어색하게 웃는 널 바라보며 그저 걱정 섞인 말만 내 뱉었을 뿐.
항상 우린 함께일거라고 생각할때 쯤.
넌 사라졌다.
너같은 글씨들이 가득 담긴 편지를 남기고는.
'또 다른 삶에서 우리가 만난다면
그땐 우리가 한 모든 약속을 지킬거야.
세상과 맞서는 우리가 돼서,
그 더웠던 여름 날 내가 널 처음 만났던 그날처럼 난 네게 다 녹은 아이스크림을 건넬거야.
그때는 먼저 떠나가지 않을게.
더웠던 여름을 선물해줘서 고마워.'
그냥 노래 가사, 분위기 따라 내가 생각 나는 거 적고 싶어서 시작합니다.
짤, 노래 추천 항상 감사히 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