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 솔로 탈출기
w. 꾸뷔두밥
01.
인생은 타이밍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그날 이후로 잘생긴 훈남의 머리카락조차 구경하지 못했다. 한 번은 창피함을 무릎쓰고 훈남을 만나기 위해 그때 탔던 마지막 버스를 탔지만 훈남의 그림자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가 있지? 애꿎은 훈남만 탓하는 제 모습이 한심해 보이기도 했다. 그래, 잠깐 스쳐간 달콤한 꿈이었다고 치자. 애써 위로하며 다시 일상 속으로 돌아가는 듯하였다.
아직 봄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여름이 한 걸음 앞에 다가온 듯 따뜻하다 못해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에 옷 선택을 잘못해 땀만 삐질삐질 흘렀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후드가 웬 말이냐. 제 자신의 자책하며 그늘을 찾아 헤매고 있던 중 어디서 들리는 여자들의 함성소리에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그곳으로 향하였다. 축구 경기가 막바지에 다다른 듯 선수들은 땀에 흠벅 젖어 있었고, 그에 따라 여자들의 함성소리도 고조되어 있었다. 뭐, 한 번쯤은 이런 것도 구경해야지. 그런 생각으로 여자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밴치에 앉아 가방에 들어있던 청량음료를 꺼내 조금씩 마시기 시작하다 문득 마주친 눈빛에 의해 먹고 있던 음료를 그대로 뿜을 뻔했다.
뭐야, 저 사람이 왜 저기에 있어?
남자도 저를 발견한 듯 그때와 같이 토끼같은 앞이빨을 훤히 내밀며 웃음을 짓는 모습에 붉어지는 제 얼굴과 동시에 옆에 있던 여자 무리들이 서로 부여잡고 난리법석이었다. 봤냐, 정국이가 나한테 웃어준 거? 아니야, 나한테 웃어준 거야! 서로 누구한테 웃어줬는지에 대해 싸우고 있는 여자들의 모습을 보며 괜시리 이상한 느낌이 들어 목주변을 긁적거렸다. 그거 나한테 웃어준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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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여자의 행방을 알기 위해 여러방면 아는 사람을 통해 물어봤지만 여자를 알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우리 학교가 그렇게 넓었던 건가. 한창 축구공으로 가지고 놀던 나는 흥미를 잃은 듯 축구공을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골대에 발로 찼다. 평소에 축구 빼면 시체였던 나인데 요즘따라 축구에 영 재미가 들지 않았다. 그런 내 모습에 골대에 들어가 있던 축구공을 들어 다시 제 쪽으로 던지는 지민의 행동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지금 형님 심란하니까 건들지 마시지?
"천하의 전정국이 여자 하나 때문에 이러는 거 처음 본다. 이거 평생 소장용으로 둬야 할 것 같은데?"
"맞기 싫으면 가라, 꼬맹이."
"뭐? 꼬맹이? 야, 내가 너보다 두 달 먼저 태어났거든?"
그러면 뭐해, 나보다 작은데. 제 말이 끝나자마자 뭐가 그렇게 분한지 씩씩대며 축구공을 들고 던지려는 지민의 행동에 도망치기 바빴다. 쬐끔만한게 달리기는 빨라서. 한마디 더 밀어붙이고 싶었지만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지민을 알기에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막을 내렸고 그와 동시에 경기가 시작되었다. 축구하면 우리 학교도 꽤 유명했지만 그와 못지 않게 옆 학교도 유명했다. 팽팽한 승부는 후반전까지 이어졌고,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에 아이들은 거의 녹초 상태였다. 그사이에서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도 나름 에이스인데 한 골 정도를 넣어야지 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지만 얼마 못가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바람에 몇 번이고 실수가 있었다. 제대로 안 해? 코치님의 따끔한 지적에 나는 애타는 듯 물만 벌컥벌컥 마시고 있을 때쯤, 어디선가 보았던 익숙한 모습에 마시고 있던 물을 그대로 옷에 흘러버렸다.
어색한 듯 다른 사람과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밴치에 앉아 음료를 마시고 있는 여자의 모습에 괜시리 웃음이 흘렀다. 핑크색 후드티라니. 입고 있는 옷도 주인을 닮아서 그런지 그렇게 귀여워 보일 수가 없었다.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자조적인 웃음을 짓고 있을 무렵 저를 발견한 듯 동그랗게 뜬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여자의 모습에 환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도 중증이라면 중증인데. 아무래도 저 작고 귀여운 여자에게 단단히 꿰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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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하게 이어진 경기는 잘생긴 훈남의 골로 2:1 승리를 얻었다. 옆에 있던 여자 무리들은 누구에게 웃어준 것이냐며 서로 싸우던 때는 잊은 듯 손을 잡고 방방 뛰는 모습에 허, 하고 작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저 멀리 급하게 달려오는 훈남의 모습을 보며 그 자리에 굳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는데 어느 새 앞까지 다가온 훈남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얼굴만 붉혔다. 저 보러 온 거예요? 이렇게 만나서 기쁘다며 내 손을 잡고 환하게 웃는 남자의 모습에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어벙한 표정으로 주변 눈치만 보기 바빴다. 저기, 옆에 저 활활 타오르는 여자들의 눈동자는 보이지 않는 건가요... 옆에 시선은 느껴지지도 않는 듯 나에게 다정히 웃어주는 훈남의 모습에 이걸 기뻐해야 하는 건지 슬퍼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번호 좀 주실래요?"
"...네?"
"혹시 번호 까먹어서 그러는 거라면 제가 번호 드릴게요."
그저 이 와중에도 휴대폰을 들이내미는 훈남의 행동에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 정국이가 탄소를 못 찾은 이유
"지민아."
"왜?"
"학교 근처에서 예쁜 여자를 발견했는데 이름이 뭔지 아냐?"
"그렇게 말하면 누가 알아 먹냐, 멍청아."
"그 여자 말곤 예쁜 여자 없던데 왜 모르지?"
"그거야 나는 모르지."
"아, 왜 모르냐고."
"모르니까 모르는 거지 병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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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들이대는 전정국을 쓰고 싶었으나 분량 조절 실패!로 들이대려다가 그대로 끝이 났네여. ㅀ하하하하핳. 내용이 산으로 갔슴니다. 죄송합니다... ㅠㅅㅠ
♥잇꾹/땅위/피치/0613/꾹스꾹스/김태형여사친/카라멜모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