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 솔로 탈출기
w. 꾸뷔두밥
"엄마 나 배고파."
한가로운 주말, 졸린 눈을 비비며 간신히 일어났다. 평소라면 지금 시간이 몇 시냐며 등짝 스매싱과 함께 엄마의 잔소리가 나올 타이밍인데 조용한 거실 풍경이 왠지 낯설었다. 엄마? 엄마 어디에 있어? 제 말이 들리지도 않는 듯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저 달그락- 달그락- 그릇이 부딪히는 소리만 들릴 뿐. 갑자기 등골을 타고 흐르는 쎄한 느낌에 몸을 흠칫 떨었다. 집에 도둑이라도 든 건가. 긴장한 마음으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운동할 거라고 사 두고 묵혀뒀던 아령을 꺼내 들었다. 덤빌 테면 덤벼 보라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소리가 나는 부엌 쪽으로 향하자 웬 건장한 남성이 앞치마를 둘러 매고 있지 않는가. 어벙한 표정을 지으며 남자에게 말을 걸려고 한 순간,
"자기야 일어났어?"
얼굴을 본 순간 놀란 마음에 으아아아아악!!! 소리를 지르자마자 번쩍 떠지는 눈에 그제서야 침대 위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실성한 사람처럼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 이런 개꿈!
02.
조용히 다니다가 졸업하는 게 나의 목표였는데 휴대폰을 내밀던 잘생긴 훈남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 여기로 가도 저기로 가도 몰랐던 훈남의 이름까지 외울 정도로 이야기를 하니 이쯤되면 미칠 노릇이었다. 덕분에 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김탄소 씨 맞으세요?"
"...ㄴ, 누구세요?"
"저 정국이 과 선배인데요."
"저, 정국? 누구...?"
"저 진지하게 할 말이 있어서 찾아 왔습니다."
"무슨..."
"정국이가 요즘 저랑 오버워치를 안 해요. 마스터 찍은 태형 선배가 그리워하고 있다고 전해 주세요."
"네? 제가 왜..."
"됐고, 제 마음이에요."
라며 딸기맛 사탕을 툭 던지고 사라진 과 선배라는 사람과,
"탄소 씨, 정국이는요..."
"...?"
"땀냄새 난다고 하면 하루 동안 샤워실에서 안 나올 정도로 깔끔 떨지만 밥 먹을 때는 입이고 코고 뭐가 묻든 돼지처럼 먹는 착한 아이예요."
"네?"
"그리고 평소에는 개처럼 지랄맞지만... 잘 때는 조용해요. 입을 벌리고 잘 뿐이지만. 가끔 침 흘리고 자도 이해해 줘요, 바보처럼 보이지만 착한 아이예요."
"아니, 저..."
"우리 정국이... 잘부탁해요..."
영화 한 편(을 가장한 친구의 뒷담이지만) 찍고 떠난 훈남의 친구.
그리고...
[오늘 날씨가 좋네요.]
[데이트하기 딱 좋은 날씨다, 그렇죠?]
[그래서 말인데 오후에 시간 괜찮아요?]
[이거 데이트 신청이에요.]
어떨결에 찍어준 제 번호로 일 분에 하나 꼴로 보내는 훈남까지.
그래,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르기 마련. 뭣도 모르고 훈남을 탐내려고 하던 지난 날의 나를 반성하며 믿지도 않던 하나님과 부처님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진지하게 휴학할까... 울고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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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연락도 안 오는 휴대폰 그만 좀 만져라. 휴대폰에서 불 나겠다, 불."
몇 시간 째 휴대폰만 보고 있냐며 축구나 하러 가자는 지민의 말을 귓등으로 들으며 오지도 않는 탄소의 연락을 기다리는 정국이다. 아, 왜 안 오지. 왜 안 올까? 혹시라도 이상한 번호 줄까 봐 그자리에서 확인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대답조차 없는 그녀를 몇 시간 째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 대답 없는 건 긍정의 뜻이라고 생각하자. 결국 기다리다 지친 정국이는 생각을 정리하고 내려뒀던 가방을 매고 탄소가 있을 곳으로 향했다. 야! 전정국 어디가! 뒤에서 지민의 애타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손만 휘휘 저었다. 형님 연애 좀 하게 방해하지 마라, 꼬맹아.
워낙 소문이 퍼질 때로 퍼진 터라 물어보지 않아도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사람들 덕분에 탄소가 있는 곳이 어딘지 찾기는 쉬웠다. 곧 있음 강의 시간 끝이라고 했던가? 긴장한 마음에 옷을 매만지며 문 앞에 서 있던 정국은 강의가 끝난 후 빠져 나오는 탄소를 발견하곤 급하게 달려갔다. 제가 올 줄은 몰랐다는 듯 토끼같은 눈망울로 쳐다보는 여자의 모습이 귀여웠다. '오늘 아는 사람한테 표 두 장 얻었는데 연락해도 안 받으시더라고요, 괜찮으시면 영화 보러 갈래요?' 제 말이 끝나자마자 여자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오늘은 좀...' 말끝을 흐리며 안 될 것 같다는 의사를 던지는 말에 조금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쪽이랑 보려고 친구 버리고 왔는데. 여자는 시무룩한 제 모습이 마음에 걸리는지 한숨을 푹 쉬더니 영화 시간에 맞춰 만나자는 말에 티가 안 나게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마음 약해서 다른 남자가 보자고 해도 좋다고 따라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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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간에 맞춰 대충 입고 나가려던 계획은 수연이의 등장으로 물거품이 났다. 야, 너 그러고 나가려고? 제 상태를 확인하고는 방으로 가더니 옷장에 있는 옷들을 하나 둘씩 꺼내기 시작했다. 야! 이거 어떻게 정리하라구! 제 말이 들리지도 않는 듯 이것 저것 제 몸에 들이대더니 예쁘다고 사 뒀다가 입기 부담스러워 구석에 박아뒀던 원피스를 꺼내 제게 건냈다. 너 그러다가 썸 관계 발전도 못하고 쫑날 수도 있어. 너 굴러 들어온 복 그대로 뻥 차 버릴 거야? 잘 생각하라며 충고하는 수연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어차피 얼굴이고 이름이고 팔린 마당에 연애라도 좀 해 봐야지!
라고 분명 한 시간 전까지 다짐하고 나왔지만, 다짐만 해서 뭐 하는가. 행동이 바뀌질 않는데. 배고프지 않아요? 괜찮아요. 마실 거라고 사 먹을래요? 괜찮아요. 가방 무겁지 않아요? 괜찮아요. 괜찮은 게 뭐가 그렇게 많은지. 제 행동이 남자에게 기분 나쁠 만도 할 텐데 늘 다정하게 웃어주는 남자의 모습에 괜시리 얼굴이 붉어지는 것 같았다. 아니, 이미 붉어졌는지도.
귀신이라면 질색하는 나는 영화 장르도 모르는 채 들어갔다 갑자기 튀어 나오는 귀신의 모습에 아주 죽을 맛이었다. 아직 여름도 다가오지 않았는데 공포 영화가 웬 말이냐고! 전혀 예상치도 못한 장르에 차마 남자에게 말도 못하고 아무렇지 않는 척 스크린을 주시했지만 얼마 못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음악이 흐르고 가려야 하는 타이밍을 놓쳐 귀신과 아이컨택한 나는 놀란 나머지 앉아있던 좌석에서 튀어 나갈 듯이 몸을 크게 움찔하며 소리를 질렀다. 다행히 여러 명의 비명소리에 묻혀 크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옆에 남자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자마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아, 신이시여! 나에게 이런 시련을...! 남자는 뭐가 그렇게 웃긴지 옆에서 이빨까지 환하게 내밀며 웃는 모습에 괜히 얄미운 나머지 힐끗 째려 보았다. 웃지 마요, 진짜. 남자는 제 말에 뭐가 그렇게 좋은지 더 환하게 웃더니 제 앞에 손을 내밀었다. 무서우면 잡아요. 작게 귓가에 속삭이는 남자의 행동에 돼, 됐거든요! 라며 넘기려고 했지만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뭐가 불만인지 시도때도 없이 튀어 나오는 귀신의 모습에 남자의 손을 잡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그 후로 영화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뭐 나름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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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함니다. 작가는 분량 조절따위 할 줄 모릅니다... 저를 매우 치세여.
♥잇꾹/땅위/피치/0613/꾹스꾹스/김태형여사친/카라멜모카/바니/오월의바람/침침이/초코에몽/꾹잉/지민즈미/나로/형뚜/태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