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전화벨이 울리고, 그러면 어김없이 나는 전화기를 든다. 장난전화 라는 것을 알면서도 전화기에 자꾸 손이 가고 받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다. 벌써 일주일째. 처음엔 내 팬이라며 팬을 빙자한 사기전화로 시작해서 하루에 열 통 이상 전화가 온다. 그럼에도 내가 받고 싶은 이유는.
“여보세요.”
-아하하, 이번엔 안끊을게요. 좀 더 길게 대화하고 싶어서
“내가 싫은데 개새끼야.”
이거 였어! 나는 먼저 욕을하고 끊었다는 쾌감에 빠져들어 전화기를 향해 한껏 미소를 날려주었다. 그래 이번 전화처럼 저렇게 나올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걸 들어준 내가 바보지. 고남순 이름이 왜이렇게 여자같고 촌스럽냐며 제일 싫어하는 본명 언급을 하지않나 고양이는 왜 키우냐고 자긴 털알레르기 있다며 싫다고 하질않나. 완전 지능형 안티 수준이다.
-Rrrrrr.
“여보세요.”
-아, 저기요. 제 말 좀 들어보시죠?
“싫다고.”
-에헤이. 끊지 말고. 끊으면 이대로 저 집에 쳐들어 갑니다.
“그래, 네 집으로 가라. 꼬마야?”
-아니, 그 쪽 집이요.
“어디서 협박질이야. 응?”
쥐똥같이 어린게. 그 쪽 전화번호 유출 하기 싫으면 내 말 들어요. 뭐? 전화번호? 지금 이 번호. 내가 유출할 수도 있다고요. 전화 봐꾸면 되지. 또 알면 되죠. 됐어, 내가 너 데리고 무슨 말 하겠냐. 나는 한숨을 쉬며 전화를 끊었다. 어디 유출해보지 왜.
-Rrrrrr.
“아, 또 왜!”
-남순아. 뭘 또야. 이제 전화했구만.
“아, 선배님? 죄송합니다...하하, 다른 번호랑 헷갈려서요.”
-그래? 내 번호랑 다른 번호랑 헷갈렸단 말이지..
“에이, 선배님도 참. 헷갈린게 아니라..아아! 번호를 못보고 받았지 뭐에요.”
선배님? 선배님? 이제서야 전화기를 귀에서 떼 화면을 바라보니 이미 끊긴 상태. 내가 진짜 되는 일이 없어요!
*
남순아 이번엔 잘해. 또 싸우지 말고 알겠지? 매니저 형이 눈짓을 주고 이번에 새로 온 매니저라며 성격도 좋고 같이 일하는데 지장없겠다며 한껏 편안해진 얼굴로 말했다. 사실상 자기도 힘들었으면서.
“안녕하세요. 고남순입니다.”
“네, 박흥수요.”
“아, 그러세요. 그런데 매니저 일은 처음해보세요?”
“뭐..아니요.”
“그런데 왜..”
“예?”
싸가지가 없어보이죠? 차마 하지 못한 말은 그냥 삼켜버렸다. 한참의 정적속에서 박흥수라는 사람이 내게 건넨말은,
“잘지냈어요?”
“무슨소리에요?”
“저번에 나한테 개새끼라하고 전화끊고.”
“무슨소리…”
“어린애 취급하고.”
이제야 생각났다. 일주일째 장난전화로 속을 들끓게 한 지능형 안티. 그게 박흥수라니. 그게 새 매니저라니. 그게..그게..
“잘해봐요.”
나는 억울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봤고, 그는 여유있는 웃음으로 공간을 빠져나갔다.
-네 망했어요. 아주 시원하게ㅠㅠㅠㅠㅠㅠㅠㅠ. 흥수남순 쓰시는 여신님들 죄송해여 제가 물 흐려놓은거 같아여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