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규
우리들의 길고도 짧았던 바람은,
그렇게 끝이 났다.
우리의 첫 만남은,
남들이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 만큼 위험했다.
난 남우현한테 질릴대로 질려있었고,
윤두준은 그의 애인에게, 지쳐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애인을 눈을 피하면서 만나야했다.
뭐, 남우현은 이미 눈치챈 것 같긴 했지만.
"차라리 들키니까, 편하고 좋다."
"애인 가슴에 대못을 박아놓고 그게 할 소리야?"
"뭐 어때, 난 두준이만 있으면 되는데?"
윤두준의 다리에 마주보고 앉아, 눈웃음을 지으며 연달아서 뽀뽀를 했다.
참, 남우현도 아깝긴 한데.
잘생기고, 싸가지없긴 해도 나한테는 안그랬으니까.
돈도 많고, 밤 일도 잘하고.
"두준아, 여기서 하면 안되겠지?"
"김성규 요즘 왜 이래? 배란기야?"
"내가 여자냐? 하여튼, 무슨 말을 못해."
근데 윤두준은,
아직 그 여시같은 놈을 못잊은 것 같기도 하고.
걸린 이후부터, 멍때리는 일이 잦아지긴했다.
양요섭, 이라고 했나?
아주 남우현까지 어떻게 구워삶아가지고.
어차피 남우현은, 김성규에게 다시 돌아오게 되어있다.
김성규 없는 남우현은 상상할 수 도 없지.
"윤두준, 나 사랑해?"
"어, 사랑해."
"얼만큼?"
"김성규가 나한테 밤마다 매달리는 만큼."
윤두준이나 남우현이나,
둘 다, 내 것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안됐네,
결국 양요섭은 혼자가 될 수 밖에.
**남양
"오늘 토요일인데 작업실을 왜 가."
"내가 너냐? 할 거 없으면 집 청소나 하고 있으세요, 애인."
내가 너때문에 허리가 아파서 청소를 할 수가 있어야지,
입을 오리처럼 쭉, 내밀면서 툴툴거리는 양요섭은 허리를 툭툭 치며 일어났다.
"아직도 아파? 별로 하지도 않았는데."
"별로 하지를 않았다고? 니가 몇 번을 박아댔는데, 양심도 없어요. 애인?"
"양심은 없고 양요섭은 있지."
웃으면서 말하는 내 모습을 보고 차마 때릴수는 없었는지,
양요섭은 나를 흘끗 째려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집 안 꼴이..너무 더러워. 그러니까 청소하고있어."
"청소하면 뭐 줄껀데?"
"날 줄께."
"그건 원래 내꺼였고."
결국 쿠션이 날아와 내 머리를 정통으로 맞췄다.
양요섭은 끝까지 청소하라며 잔소리를 하고는 집을 나섰다.
한참을 빈둥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꾸물꾸물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별로 더럽지도 않구만, 뭘.
대충 청소를 끝내고 거실에 널부러져있던 물건을 넣으려고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그안엔,
그 남자와 양요섭이 함께 찍은 액자가 들어있었다.
눈부시게, 잘 어울리는 한 쌍이였다.
하긴, 헤어진지 몇 일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잊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거기엔, 내가 포함 되었다.
멍청한 둘은, 각자의 지나간 연인을 잊으려고 발악하고있었다.
초인종 소리가 울려, 액자를 다시 집어 넣고 문을 열었다.
인터폰을 확인하지 않은게 잘못이라면, 내 잘못이겠지.
"안녕, 우현아."
"..."
"잘 지냈어?"
내 앞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한 표정으로 서있는
나의 지나간 연인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