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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소나무 전체글ll조회 852l 2
끼적끼적,



공책 위 가느다랗고 얄쌍해보이며 핏기없는 제 손이 공책 위를 마치 구령대 위의 바람에 아무렇게나 흔들리는 태극기처럼 잔뜩 무성의하게 나부낀다. 찍찍 그어지는 단어라던가 공책 위로 아무렇게나 흩어지는 검은빛 글자들. 이미 머릿속으로 전혀 공부라는 것이 들어오지 않는 상태이다. 저지난번 분별력없이 출제된 국어시험으로 인하여 뜻하지않게 내려간 성적으로 인해 분한 마음으로 공부할때만큼은 공부만을 하자며 씩씩하게 다짐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결국에서야 자신은 펜을 놓고말았다. 이 상태로라면 어떠한 공부도 머릿속에 들어가지 않을터다. 제 멋대로 자기합리화를 시킨 채 공책을 마저 덮어버리고 볼펜을 손에서 놓았다. 탁, 소리를 내며 무성의하게 책상위로 던져놓은 볼펜이 공책위로, 점점 책상 끝으로 데굴데굴 굴러가더니만은 결국 추락해버렸다. 


···그게 꼭 지금 제 상황만 같아서 태현은 그것이 꽤 많이도 안타깝고 슬펐다. 정신이 허공 위를 부유한다. 부얘진 머릿속 만큼이나 눈 앞이 부얘져서는 사물들이 잔잔한 물 위에 돌멩이를 던진 것 처럼 이리저리 파동을 이루며 흩날렸다. 



조금이나마 말을 붙여본 것만으로 몇일간 낮 밤을 오가며 어깨를 만지작 거리고 승윤이 훑은 손 부분을 매만지던 자신이 꽤나 바보같다고 생각했다. 점심시간, 승윤이 고백을 받으러 갔다. 오늘로써만 세번째 고백이다.




*

승윤x태현 본투스타 2
*



첫번째 고백은 오늘 아침 교실에서였다. 소란스럽지않는 고요하고 정적인, 평소와는 남다른 7시 쯔음의 교실을 태현은 사랑하는 편 이었다. 7시 쯔음에 도착하면 남들보다 일찍 등교를 했다는 그런 제멋대로의 기묘한 성취감도 있었을 뿐 아니라 평소보다 이어폰의 볼륨을 줄여도 됐고 문제집을 푸는데에 집중도 잘 됐으며, 


무엇보다도··· 교실에는 강승윤이 있었다.



이어폰을 꼽은 채로 적당히 몸을 흔들어가며 작고 낮게나마 무언가의 노래를 흥얼거리는 아침 바람과 안개 사이에 흩어지는 강승윤은 꽤나 비현실적이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제 아침잠이 많은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대기와 구름에 흩날려서 흩어져 버릴 것만 같은 모습이 망막에 끈끈이 달라붙어 채 떨어지지 않아서, 나는 아침잠을 포기하는 수 밖에 없었다. 비글같이 적당히 놀고 적당히 허세있고 자신감 넘치는 그런 모습의 강승윤. 그리고  아침 나절의 강승윤. 같은 사람임에도 그 둘의 갭이라는 것은 자신을 정신 못차릴 정도로 홀려서 쓸데없이 들뜨게 만들었다. 



그래서 매번 7시 쯤이면 발도장을 찍듯 어김없이 도착하는 자신이었지만 오늘만큼 이른 등교를 후회한 적은 없었다. 이어폰을 꼽은 채 허밍 하고있을 강승윤을 생각하며 기분좋게 교실 뒷문에 한발짝을 디디던 제가 얼어붙은 것은 한 순간이었다.



"저, 저 좋아합니다. 선배님!"


귀여운 아이다. 동그랗고 조그마한 얼굴과 갸름한 턱선. 쌍커풀은 짙게 져있고 애교살 역시 통통하다. 오뚝하지만 콧망울에 와서는 동그스름해진다던가 귀엽게 올라가있는 오리입 같은 입과 붉으스름한 뺨은 누가봐도 소녀를 사랑스럽게 만들었다. 오전 7시의 나른한 햇살에 비쳐 갈색인 머릿칼은 꿀을 부은 듯 금빛으로 온통 반짝거렸다. 파르르하고 기다란 속눈썹을 예쁘게 떠는 그 소녀는 자신이 아니더라도 누가 보아도 사랑스럽다,라고 평할만 했다.



충격이 온 다음에는 올 게 왔구나 라는 생각 뿐 이었다. 전교 회장 입후보 용지. 그걸 자신이 승윤에게 준 다음의 파장은 누가 생각해도 이럴만한 일이 생기는데에 당연히 일조를 했다. 



승윤이 저는 스타가 되기 위하여 태어났으니까요,라는 것을 전교회장 선거에서 당당하게 발언한 그 뒤로 일부 여학생들에게만 불리우던 승윤의 별명인 '본투스타'는 전교적으로 화제가 되는 둥의 파장을 일으켰다. 어느정도냐하면 엊그제에는 한창 수능 공부에 열중하는 고3 누나들 마저 우르르 몰려와 승윤을 한번 보겠다며 찾아올 정도였다.



그러니까, 실은 이런 일 따위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이런 고백이 줄을 이을텐데 그것을, 내가 버틸 수 있을까? 아슬아슬하게 외줄에 매달린 심장이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기분이다. 산산조각이 나고 으깨진 너덜너덜한 마음을 어떻게 해야하나. 죄송합니다라며 고백을 정중하게 익숙한 듯한 태도로 거절한 승윤도, 역시나 그럴 줄 알았다며 애써 웃으며 교실 밖으로 나가는 여자애도 머릿속으로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사실 더 상처인 것은 익숙하게 거절하는 듯한 승윤의 태도였다. 자신이 없는동안, 자신이 보지 않는동안 이렇게 받아온 고백은 얼마나 될까. 자신의 눈 앞이 아닌 곳에서 승윤에게 이런 일을 수십번은 일어났을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수없이 답답해졌다. 


너는, 내가 없는 곳에서 얼마나. 이런 일을 많이 겪었을까. 



차라리 내가 너의 눈을 공유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모습은 보여지지 않는데에도 이상하리만치 형태가 없는 말만큼은 보여지고 있어서. 너에 대해 내가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건데, 그것만으로도 미칠듯이 뛰는 심장이. 격렬하게 난폭하게 움직이는 마음들이, 감정들이. 수없이 회오리쳐서 자신을 미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 익숙치않아 꽤나 많이 당황스럽다.



여자애들이란 것은 참으로 편하고 부럽다. 좋아한다는 감정을 여자라는 것만으로 저렇게 쉽게 내뱉을 수 있다니. 오늘의 두번째 고백만 해도 소문으로 들으면 승윤이 그 고백을 거절하자 장난이었다며 웃고 갔던가. 

내가 여자가 아니라는 게, 승윤에게 고백한 여자애들이라는 것이 부러워서. 그러니까. 이렇게나 매달린 마음은 더러운걸까. 깨어져 조각조각난 심장을 애써 이어 붙이고 아무렇지 않은 양 웃었다. 핸드폰 까만 액정 속 바보같은 제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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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ㄱ..길을 잃으셨..어요
10년 전
민트소나무
감사합니다 8ㅅ8 죄송해요!!
10년 전
독자2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일화도 좋았는데 이화도 좋네여ㅠㅠㅠㅠㅠㅠㅠ잘 읽고가요ㅠㅠㅠ
10년 전
민트소나무
감ㅁ사합니다 8ㅅ8...이곳에도 강남러가 있긴있군요!
10년 전
독자3
아ㅠㅠㅠㅠ승윤이가 태현이를 위한 빈자리를 마련하는 중이라고 믿을게요..우리 가엾은 태혀니ㅠㅠ 같은 남자인데다가 고작 말 한번 섞어본 친구라기도 애매한 사이라 이도저도 못하고 제자리만 맴도는 태현이가 너무 안쓰러워요 흐규ㅠㅠ 한때 짝사랑했을때의 감정이 다시금 새록새록 떠오르네요..힝ㅋㅋㅋ다음편도 기다릴게요!! 너무 잘읽고있어요
10년 전
민트소나무
;ㅅ;..딱 태현이의 위치를 정확히 잘 잡아내셨네여..이렇게나 성의있는 댓글이라니 감동이여요 감사합니다!! 사실 독자님 댓글보고 3편 올린거였어요 ㅇ.<
10년 전
독자4
으잉으잉 어떡해 읽으면 읽을수록 너무 몰입되고 필체에 빨려들어가고ㅜㅠ 왤케 잘 쓰세요 증말 사랑합니동..♡
10년 전
민트소나무
과찬에 감사드립니다ㅠㅠㅠ요즘 칭찬이 넘 필요했어요 흑흑. ;ㅁ;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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