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습니다. 나를 뒤따라 들어온 둘이 실례합니다. 하고 거실 복도에서 기웃거렸다. 그냥 들어와도 돼. 내 말을 듣고서 둘은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집에 아무도 안 계셔? 종현이 물었다. 응, 어디 잠깐 나가셨나 봐. 뭐 좀 먹을래? 소파에 앉아있는 두 명을 바라보며 물었다. 나는 라면. 민현이 말했다.
"종현이 너는?"
"나도 라면 좋아해."
라면 세 봉지만 끓이면 적당하려나. 냄비에 물을 받고 가스 불을 켰다. 도와줄까? 어느 새 종현이 내 옆에 서있었다. 괜찮다는 말에도 종현은 식탁 위에 그릇과 젓가락을 세팅했다. 민현도 가만히 앉아있긴 머쓱했는지 내 옆으로 다가와 주위를 서성였다.
"왜?"
"라면 잘 끓이고 있나 좀 보려고."
이제 다 끓였어. 라면을 식탁으로 옮기려고 냄비 손잡이를 집으려 하자 민현이 내 손목을 붙잡았다. 뜨겁잖아. 내가 갖다 놓을게. 민현에게 고맙다고 말하자 고마우면 나한테 잘 해. 라며 웃어 보였다.
라면을 다 먹고 설거지 담당을 정하려고 가위바위보를 했다. 뭐야, 내가 졌네. 가위바위보에서 진 종현이 아랫입술을 비죽 내밀며 설거지를 하러 갔다. 민현이 종현의 뒷 모습을 한참 바라보더니 이내 나를 돌아보았다.
"너 쟤 좋아하냐?"
"좋아한다니, 무슨."
그냥 친구 사이야. 민현이 아니면 됐다며 내게서 시선을 뗐다. 근데 그건 왜 물어봐? 내 말에 민현은 아무 말 않고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혹시 질투? 민현의 옆으로 다가가 볼을 콕콕 찌르자 민현이 내 양 볼을 주욱 늘어 당겼다. 그런 거 아니야. 으으, 아라써 이거 느아. 벌어진 입 때문에 발음이 줄줄 샜다. 민현의 손을 살짝 밀어내자 잡힌 볼을 놔주었다. 설거지를 끝내고 자리로 돌아 온 종현이 내 얼굴을 보더니 볼에 손등을 갖다 대고 물었다.
"열 나? 볼이 왜 이렇게 빨개."
"미녀니가 꼬집었어.. 히잉."
"아 진짜 왜 저래."
옆에 있던 민현이 질색하며 내게서 멀리 떨어져 앉았다. 어디 아픈 줄 알고 놀랐잖아. 종현이 내 볼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아, 잠시만. 전화 좀 받고 올게. 금방 통화를 마치고 온 종현이 지금 가봐야 할 것 같다며 미안한 기색을 드러냈다. 왜 벌써 가냐고 묻자 종현이 잠시 뜸을 들였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미안.
"내일 보자 이름아."
그리고 민현이도. 잘 가 부기! 현관 문 앞까지 나와서 배웅을 해주자 종현이 웃으며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민현도 옆에서 잘 가라며 인사했다. 다시 거실로 돌아와 소파에 누웠다. 밝은 조명 탓에 눈이 자꾸 감겼다. 고개를 돌려 바닥에 앉아서 폰을 하고 있는 민현에게 물었다.
"넌 언제 가게?"
"왜. 나랑 같이 있기 싫어?"
"응?"
"아니.. 그런 의미로 물어본 건 아닌데.."
그냥 궁금해서. 민현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기고 자기도 이만 가보겠다며 순식간에 우리 집을 나섰다. 오늘따라 좀 이상한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고개를 갸우뚱 했지만 금세 다른 생각으로 잊혀져 갔다.
*
왜 안 나와, 얘는. 벨을 눌러 볼까 했지만 혹시 민현이의 가족들에게 실례가 될 까봐 누르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민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전화도 안 받네. 페메로 메시지를 보내려 하자 '7시간 전에 활동'이 눈에 띄었다.
야
잠?
전화도 안 받고
나 먼저 간다
무단지각 ㅅㄱ링ㅋㅋ 미녀니 이제 ㅈ됏네
..진짜 자고 있나? 걱정되는 마음에 한 번 더 전화를 걸었지만 수신음 밖에 듣지 못 하고 끊었다. 설마 아프기라도 한 건가. 민현 없이 혼자 걷는 등굣길은 오랜만이라 좀 낯설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해 보였는데. 그렇게 생각을 하며 걷다가 저보다 조금 앞에서 걷고 있는 익숙한 뒷모습에 걸음을 빨리 했다.
"야! 옹성우!"
"뭐야, 너가 왜 거기서 튀어 나와."
뒤를 돌아본 성우가 약간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너 황민현이랑 친하지? 내 말에 성우가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건 갑자기 왜 물어 보냐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어제 민현이한테 연락 온 거 없어? 성우가 뭘 생각하는가 싶더니 이내 아. 하고 입을 열었다. 근데 너한텐 말하지 말랬는데. 성우가 내 눈치를 보며 말을 아꼈다. 아, 그러지 말고 알려줘. 성우의 팔을 붙잡고 늘어지자 알았다며 나를 떼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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