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Gate? 헬게이트!
‘안녕?’, ‘어, 안녕.’ 향긋한 라벤더 향이 났다고 했다. 그래, 열여덟 순수했던 그 시절에는 그랬겠지. 대학이란 곳에 들어가니 순수? 그게 뭔가 싶었다. 다른 성격, 관념, 사상을 가진 사람들의 집합체. 공부만 할 줄 알았던 그곳은 과연 신세계였다. 그래도 대학을 다닐 때는 재미라도 있었다. 지금은 살기 위해 일을 하는 건지, 일을 하기 위해 살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으니 말이다. 스물넷, 원하던 직장, 꿈에 그리던 직장에 운인지 실력인지 모르겠으나 합격했다. 그래, 그때까지는 좋았다. 첫 달, 힘들지만 괜찮았다. 둘째 달, 맞는지 의문이 갔지만 괜찮았다. 셋째 달, 넷째 달... 그렇게 1년, 일한 시간이 아까우니 다녀야겠다 싶었다. 스물다섯, 내 나이는 이십 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스물여섯, 내가 나이를 많이 먹긴 먹었다 싶다.
Hello, Gate? 헬게이트
- w. 얄루얄라 -
“탄소야, 김탄소!"
흥이 다 깨져버렸다. 맑은 하늘을 보며 과거 좀 회상하려고 했는데. 쯧, 아쉬움에 입을 삐죽이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움직였다. 쟤는 언제 봐도 귀엽단 말이지? 뭘 먹기에 저리도 귀여운 건지, 몇 년을 봐도 모르겠단 말이야. “여~과즙소녀 왔어?”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부끄러움도 얼마나 많은지 천상 소녀다. 소녀. “그나저나 웬일이래? 여기 오는 거 싫어하면서.” “내가 너! 너... 때문에 온 거잖아.” 사람들 눈치를 보며 말하는 모습도 귀엽다. 큰 소리 내려던 거 같은데. 그 모습을 보며 혼자 킥킥대고 있으니 담배 끄고 오란다. 아, 불 붙인지 얼마 안 지났는데.
“오늘 회식한다고 도망갈 생각하지 말라고 꼭 말하라 했어.”
“누구?”
“너요 너! 김탄소, 너!”
“야, 야! 알았어. 귀 떨어지겠다."
“내가 너 때문에 못 살아.” 궁시렁, 궁시렁 시작됐다. 엄마보다 더한 과즙소녀 백연화의 잔소리. “너, 오늘은 빼지마! 나만 힘들어진다고...” 그래, 충분히 힘들어 보인다. 근데, 나도 빠지고 싶어서 빼는 게 절대로 아니다. 내게도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 “나도 빼기 싫지, 싫은데 너도 알잖아. 김태형 성질 더러운 거.” 그래, 김태형. 김태형만 아니라면 회식을 빠질 일도 술을 빼는 일도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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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으로 말하자면 또라이다. 진성 X또라이. 이게 내 생각일 뿐이라는 게 문제지만. 김태형을 만난 게 언제였더라. 아, 대학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였을 거다. 소개팅이니 뭐니 아무것도 관심이 없었던 때. 그래, 그때 같은 과 동기 놈이 막무가내로 소개를 시켜줬었다. 잘 보일 생각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던 난 멀끔하게 차려입고 나온 김태형에게 말했었다. 관심 없다고. 경악으로 물들여진 동기 놈이 수습한답시고 얘가 원래 이런 애가 아닌 데라는 둥, 지금 낯을 가려서 그렇다는 둥 씨알도 안 먹힐 소리를 하는 동안 나는 봤다. 호기심으로 가득 찬 김태형의 눈망울을. 김태형의 첫 마디는 ‘술 잘 마셔요?’였다. 그런 김태형의 질문에 대한 답은 ‘술 사주시려고요?’였고.
일반적인 만남, 좋은 만남은 아니었으나 동기 놈, 나, 그리고 김태형 우리 셋은 술을 마시러 갔다. 동기 놈은 술을 마시러 온 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파악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개썅마이웨이를 지향하는 나는 ‘이모 여기 소주 한 병이요.’ 술부터 시켰더랬지. 언제나 술을 마시면 그랬다. 안주 NO! 술 OK! 술만 마시는 버릇 아닌 버릇이 어디서 생긴 건지 모르겠지만 술자리에서 난 항상 스트레이트였다. 스트레이트. 그래, 취하는 것도 스트레이트. 예상처럼 난 취했다. 그전에도 많은 대화들이 오고 갔지만 술에 취하면 솔직해진다고 누군가 그랬었다.
“야, 너 좀 잘생기긴 했네?”
“나도 알아.”
“너 내 스타일 진짜 아니다?”
“그건 좀 그렇네.”
그렇긴, 뭐가 그래. 속으로 생각하며 주머니를 뒤졌다. 아, 찾았다. 역시 술 마실 때 담배가 빠지면 섭섭하지. 손에 담뱃갑을 들고 동기 놈을 툭툭 치니 김태형과 대화를 나누다 말고 ‘아, 나가있어. 화장실 좀’이란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밖으로 걸음을 옮기려는데 김태형이 생각났다. 뭐, 예의상 물어는 봐야지 싶어 ‘너도 갈래?’라고 하니 김태형은 아무 말없이 담뱃갑만 바라봤다. 담배가 없어서 그런가 싶어 ‘없으면 내 거 피던지.’라고 하니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몸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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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탄소! 내말 듣고 있는 거야?”
“아, 뭐라고 했지?”
또 한 번 흥이 깨졌다. 그래, 회상은 무슨 회상이냐. “오늘은 김태형이고 뭐고 안된다고!” 아, 오늘 여러모로 깨지게 생겼네. “과즙소녀 연화님. 알겠으니까 우리 들어갈까요?” “그거 하지 말라니까?!” 반응이 귀여운데 안 할 수가 있나. “자! 그럼 가봅시다!”
“김탄소씨 연예인이야? 회식자리에서 보는 게 얼마 만이야?”
“하하.. 팀장님! 제가 또 한 인물 하지 않습니까?”
“다음부턴 얄짤없는 거 알지?”
“에이, 팀장님 당연하죠~!”
입으로는 팀장 비위 맞추랴 손으로는 김태형 비위 맞추랴 술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다. ‘김탄소 나 화나려고 하는데.’ 신이시여... 진짜 저한테 왜 이러세요. “팀장님, 저 잠시만 외출 좀 하겠습니다!” 팀장의 두 눈이 찌릿. 아, 진짜 나한테 왜 이러냐고요... “빨리 안 오면 탄소씨 알지?” “예, 예. 알고말고요. 금방 오겠습니다!” 술자리를 박차고 나오자마자 통화 버튼을 눌렀다.
“얼마나 마셨는데.”
“얼마 안 마셨는데?”
“그래서 지금 잘했다고?”
“야! 잘못했다! 미안하다!”
“야?”
“아니, 태형님.”
내가 이러려고 남자친구 사귀는 건지 회의감 들고 그래. “언제 갈 건데.” 아니, 저기요? 팀장이 가야 이 자리가 끝나는 게 당연한 거 아닌지요. “아, 나 또 화나려 하는데.” 저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김탄소, 넉넉하게 1시간.” 지금 10신데요? 넉넉하다고요...? 이제 시작인데요...? “나 지금 누구랑 대화하냐.” 핸드폰 보면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나 지금 너네 회식자리 근처에서 전정국이랑 술 마시니까 1시간 뒤에 와.” 이런 X새끼... 울화통이 터지려고 합니다. 술 마시는 건 똑같은데 왜 나한테만 X랄인지...
“백연화랑 같이 와. 안 오면 알지?”
“아!!!! 너 진짜 싫어!”
“어, 나도 사랑해.”
미친X, 또라이X끼!!!! 끊긴 전화를 보며 욕을 뱉어냈다. 아, 안되겠다. 이대론 정말 안되겠어. 엔도르핀 충전해야지. ‘담배 피우지 마.’ 시X...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김태형을 찾았다. 귀신같은 놈. 김태형은 유독 담배와 술을 싫어했다. 그게 김탄소 한정이란 게 문제다. 아, 몰라. 1시간이면 냄새 빠지겠지. 이 얄팍한 수가 실수였다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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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아, 태형님...”
“연화야 뭐라고?”
“똑, 똑. 태형님 제 목소리가 들리세요?”
“일은 안 힘들고?”
그렇다. 지금 김태형에게 나 김탄소는 투명인간이다. 1시간이나 지났는데 코가 유독 발달한 건지 개x끼가 맞는 건지 김태형은 기똥차게 내가 담배를 피웠다는 사실을 알았다. “저... 태형아, 탄소가 좀...” 이 자리가 불편한 건 아마 김태형 빼고는 없겠지. “신경 쓰지 마.” 아아아악!!!! 존나!! 미안하다!! 잘못했다!!
“전정국, 연화 잘 데려다줘.”
“어, 들어가라. 탄소도 조심히 들어가고.”
“탄소야 조심히 들어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흔들어줬다. 그래, 그랬다. 김태형이 뒤돌아보기 전까지. 정국과 연화가 뒤를 도는 순간 김태형의 매서운 눈과 마주쳤다. 시삼..? 시섬..? 그래, 시섬. 이게 바로 시섬이라는 능력이던가. 눈으로 사람도 죽인다는 그 어마어마한 능력 시섬. 최대한 김태형 눈과 마주치지 않으려 먼 산을 바라보았다. 난 지금 죽기엔 아직 꽃다운 나이니까...
“김탄소.”
“네, 태형님.”
“장난치지 말고.”
“응, 태형아.”
“잘못한 건 알아?”
“아마도...?”
“말해봐.”
“말해주면 안 되겠지?”
찌릿. 그래, 장난친다고 풀릴 문제가 아닌가 보다.
“어... 일단, 담배를 폈지.”
“폈지?”
“폈어!”
“굉장히 당당하네?”
시X... 스물여섯 살이 담배 피우는 게 그렇게 잘못된 겁니까? 가슴에 손을 얹고 남한테 피해 주지 않고 폈는데 말이죠. 너무 과한 처사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만? 이런 김태형의 모습을 한두 번 보는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스팀이 오르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야!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
“모를 거 같았어.”
“?”
“됐다. 집이나 들어가라.”
“?”
“알아서 들어가라고. 나도 집 가려니까.”
김태형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채기도 전에 휘적휘적 그리 길지 않은 다리로 멀리멀리 떠나는 그대여... 어딜 가시나요... 시X, X됐다...
안녕하세요. 얄루얄라입니다. 글 쓰는 데는 젬병인데 말이에요. 뇌에 펑! 하고 뭔가 들어와서 쓰게 된 글입니다.
흐름도 이상하고 글 솜씨도 젬병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글이 올라오는 그날까지 기대해주세요.
Hello, Gate! 헬게이트! 많이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