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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 전체글ll조회 1298l 7

 Writer. ROOKIE








네번째 손가락에서 반지를 뺀지 어림잡아 2년 반, 표지훈과 우지호는 연인사이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 약속이라도 한듯 서로 연락이 없었다. 둘만의 세계에 갇혀있던 그들에게는 사회에 적응하는것이 시급한 문제였다. 몇달 후, 먼저 연락이 온건 표지훈이었다. 너네 집으로 갈께.



* * *


"오랜만이네."



그러게, 우지호는 연신 술만 들이켰다. 넓은 거실바닥에 안주거리와 술병들이 널브러졌다. 어색한 기운이 가득했다. 빳빳히 다려진 하얀색 와이셔츠, 딱 맞는 검은색 정장자켓, 표지훈은 거리감이 들정도로 멋있어졌다. 우지호는 팔을 뻗어 병목을 잡고 잔에 소주를 들이부었다. 팔꿈치까지 오는 얇은 티셔츠에 드러난 팔뚝이 말랐다. 표지훈은 우지호의 손목을 잡았다.


"너, 이거 아직도 껴?"


우지호의 약지 손가락에 껴진 반지를 응시했다. 대학로 길거리에서 산 3000원 남짓한 반지, 이미 문양은 닳아 보이지도 않고 싸구려 도금은 벗겨져 흉했다. 표지훈은 비웃음이 섞인 웃음을 지었다. 


"……."


제 손을 빼내는 순간, 술잔을 건드려 잔이 엎어졌다. 알코올 향이 진동했다. 아, 닦을꺼 가져올께.




* * *




물을 틀었다. 제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존나 한심해보였겠지, 우지호는 허탈하게 웃었다. 마른 손가락에서 반지를 뺐다. 쓰레기통과 거실에 앉아있는 표지훈의 뒷모습을 흘겼다. 반지를 바라보며 미간을 찡그렸다. 


마른 걸레로 바닥을 닦았다. 표지훈은 연거푸 술만 들이켰다. 우지호가 자리에 앉자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어릴때 불장난 같은거잖아, 지난일에 그만 연연하자."


우지호는 마른 오징어를 씹었다. 시선은 여전히 바닥을 향했다. 질겅질겅, 찢어진 눈매가 표지훈을 향했다. 알아.




* * *




자정을 넘어서야 표지훈은 돌아갔다. 소꿉친구지만 엄밀히 따지면 전애인, 집에서 자고 가기도 껄끄럽다. 우지호는 형식적인 인삿말과 함께 표지훈을 보냈다. 그가 돌아가고 나서 뒷정리를 하는건 우지호의 몫이였다. 안주 부스러기들과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빈 술병들을 치웠다. 많은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우지호는 쇼파에 기대어 바닥에 앉았다. 아직도 술냄새가 올라온다.


"병신새끼."


우지호는 형광등을 바라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졸업 후에도 헤어진 후에도 잊은적 없었다, 다른 누군가를 만나려고 해도 표지훈에게 죄를 짓는 기분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표지훈에게는 한 순간의 충동적인 감정일지몰라도 우지호에게는 매워지지 않는 흔적이었다. 




* * *




[우리집 올래?]




연락한번에 당장 집을 찾아갔다. 빈말이던 아니던 우지호에게 상관 없었다, 표지훈 얼굴 한번보는게 제 체면보다 우선이었으니까. 표지훈의 집은 컸다. 원래 집이 잘사는건 알고 있었지만 사귀던 시절에도 제 집에 데려온적은 없었다. 내가 쪽팔렸나…, 우지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벨이 울리자 문이 열렸다. 하얀 얼굴의 쳐진 눈매, 선한 눈동자. 웨이브 진 갈색 머리카락. 젊은여자가 서있었다.


"아, 우지호씨세요?"

"네, 그런데요."


들어오세요, 여자는 눈고리를 접어 웃으며 문을 열었다. 우지호는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여자가 이끌어주는대로 들어갔다. 표지훈한테 여동생은 없었던것같은데…, 궁시렁 거리며 안으로 들어왔다. 여자는 주방에서 그릇에 사과와 과도를 들고 나왔다.


"앉으세요ㅡ."

"아,예."


우지호의 태도는 대놓고 언짢았다. 여자는 연연하지 않고 코랄색 매니큐어가 예쁘게 잘 발린 손으로 사과를 깎았다. 사과껍질에 살이 두둑두둑 붙어나왔다. 보다못한 우지호는 여자에게서 과도와 사과를 빼어들었다.


"제가 깎을께요."


우지호는 묵묵히 사과를 깎았다. 여자는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우지호를 바라보았다. 얇게 깎인 사과껍질은 또아리를 틀었다. 정확하게 사과는 8등분 되었다. 여자는 작게 탄성을 질렀다. 지호씨, 잘하시네요! 하지만 우지호는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한 눈으로 여자를 쳐다봤다. 그런데 누구세요?


"아, 지훈이한테 제 이야기 못들으셨구나."


여자는 또 눈고리를 접어 웃더니 우지호가 자른 사과 한조각을 제멋대로 입안에 넣었다. 조그마한 입술이 오물오물 거리며 사과를 씹어넘겼다. 


"저 지훈이 여자친구예요, 지호씨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표지훈에게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그것도 여자가 있다는 사실에 이질감이 들었다. 적개심이 든것이 거의 육감적인 반응이였다는것에 우지호는 제 자신에게 소름이 돋았다. 여자 생겼다는 이야기는 안했잖아, 자신이 자른 사과를 집어먹는 여자가에 화가났다. 단지 그뿐이다. 아직도 표지훈에게 감정을 가지고 있는 제 자신이 비참해졌다, 그들은 현실이였고 자신은 동떨어진 이상이다. 헤어진 전 애인에게 더이상 치졸한 감정을 느낄 필요없다. 어느새 여자는 지호가 깎인 사과를 다먹어 접시를 비웠다. 우지호는 여자를 째렸다. 하지만 여자는 멀뚱히 헤헤 하고 웃을뿐이었다. 우지호는 하나남은 사과를 마저깎았다.


"지훈이가 지호씨 이야기 진짜 많이해요."

"그래요."

"자기일 되게 열심히 하는 친구라고 그러더라구요."


네, 친구… 그렇죠. 그 단어가 왜 그렇게 우지호의 마음을 들쑤시는지. 표지훈한테 듣는것도, 이제는 제 옆자리를 대신한 여자의 입술에서 듣는것도 만만찮게 충격이었다. 사회가 우지호와 표지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우지호는 이상안에서 발버둥쳤다, 하지만 이자리에서 현실로 처절하게 곤두박질쳤다. 친구, 작게 읖조렸다. 괴리감 속에 빠져있던 우지호의 정신이 든것은 과도가 그의 손바닥을 깊게 벤 후였다.


"지호씨, 괜찮아요?"

"아, 예. 괜찮습니다."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하는 여자와는 달리 우지호는 침착했다. 다른손으로 흐르는 피를 억누르고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갔다. 수도꼭지를 틀었다, 손바닥을 대고 피를 씻어냈다. 아렸다. 피가 다 씻겨나가도 수돗꼭지를 잠그지 않았다. 화장실 문 밖으로 발소리와 남자의 목소리가 났다. 우지호의 손바닥은 세찬 물줄기에 더 찢겨졌다. 멍하니 물을 잠궜다. 화장실 문을 열자 밖에 있는건 표지훈이었다. 마치 화목한 부부 사이에 낀 내연녀 같네. 우지호는 허탈하게 웃었다.


"우지호 손 왜그래."

"좀 베였어."


표지훈의 시선은 여자에게 돌아갔다. 넌 손님한테 칼을 왜 맡겨, 목소리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여자는 한없이 작아졌다. 표지훈과 눈도 못마주치고 입술을 우물거렸다. 사실상 칼을 잡은건 우지호의 자의니 이 자리를 중재하는것도 우지호의 몫이었다. 


"내가 깎겠다고 한거야, 니 얼굴 보려고 온거니까 이만갈게."


표지훈의 손을 뿌리쳤다. 우지호, 낮은 음성이 자신을 불렀지만 서슴없이 집을 나갔다. 더이상 이 현실에 있고 싶지않았다. 단지 자신의 이름을 불러준 것에, 그 여자가 아닌 자신의 편을 들어줬다는 그 유치한 사실하나에 가슴이 뛰는 우지호는 아직도 물밑이었고, 이상이었다. 한없이 다 타없어질 이상. 











-
전 사실 피코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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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전 사실 현기증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흡 아이고 폭풍업뎃ㅜㅜㅜㅜㅜㅜㅜㅜ존경해요.. 아이고 피코행쇼는 무슨 만나는것도 감지덕지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행이에요 이게 상편이라니 연재라니 흡
11년 전
루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헐 현기증님 제가 백번 기억할 제 현기증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제 피코만 쓸껍니다 제 본진은 피코..죠... 많은 길을 돌아왔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독자2
여자 착한것같은데....불쌍해요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피코 행쇼...ㅋㅋㅋㅋㅋㅋ 신알신하고가요 암호닉은 아이고로!!ㅋㅋㅋ
11년 전
루키
결론은 피코행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알신 감사합니다 ㅠㅠ 아이고님 꼭 기억할께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3
너무 현실적이라서 더슬프네요ㅜㅜㅜㅜㅜㅜ
11년 전
루키
오 완전 최고의 칭찬이네욥! 감사드립니다ㅎㅎ
11년 전
독자4
잗까님은피코러고 전작까님을 사랑해요 앞으로피코픽 ㅠㅠㅠㅜㅠㅜ떡좀마니써듀세요...신알신하구갑니다!!암호닉은 호롤리아로할게요!!
11년 전
루키
떡ㅋㅋㄱㄱㅋㄱ엉엉 전 글에 ㅇ니떤분이 떡썰전문가로 예명만들어 주고 가신게 함정ㅎㅎ 저도 호롤리아님 사랑합니다 ㅠㅠ 신알신 넘 감사하구 하편에서 뵈여! 떡은.. ㅋ.....ㅋㅋㅋ... 헿
11년 전
독자5
헐 저도 피코러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완전 좋다 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루키
헐 피코러 반갑습니다 피코는 사랑입니다앗! ㅠㅠ
11년 전
독자6
헐피코러시라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암호닉 모티로신청해도될까요...너무막아령하고 으르렁대는 지훈이도 설레고.....좋아요 작가님픽정주행하고와야게ㅛ어요.....
11년 전
루키
모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암호닉이 너무 아련하시네요.. ㅠㅠㅠㅠㅠ 암호닉은 언제든지 받지요! 굽신굽신 () (__) 으어어 너무 감사해요ㅠㅠ 글잡 온지 얼마 안되서 몇개 없지만 재미있게 봐주세욥!
11년 전
독자7
안녕하세요 피코러씨 반갑습니다 금손이신거같은데 통성명하고 지낼까요 막 들이대고 싶어지게 만드는 글이시네요 사랑합니다 이런 글 아주 조아요 브금이 절울리고 키보드도 울리고 마우스가 덛ㄹㄷ러덜덜 떨리네요 사랑한다고 썼나요 쓰면서 확인해보니까 썼네요 한번만 더 말하면 안될까요 솔직히 말할게요 사랑해요 피코사랑합니다
11년 전
루키
헐 세상에 겁나 긴 덧글이네요 독자님 저랑 사랑을 좀 나누실까요? 사랑합니다 많이 들이대주세여 전 밀당 몬합니다 저도 사랑합니다 후 저도 더러더러더 떨리네요 진동이세요? 저도 완전 사랑합니다 피코 행쇼
11년 전
독자8
이게 길다뇨 점점더 길게 쓸거야 당신이 내 덧글만 읽고 있도록 아주 길게 쓸거야 그럴거야 그럴거에요 반말쓴거 이해해요 내가 지금 겁나 흥분해서 눈에 뵈이는게 없고 오늘 잠이 안올거같거든요 간단하게 서른번만 더읽고 이 창에서 나갈게요 인티에서 나갈게요 ㅠㅠㅠ세상에 만상에 이게 무슨ㅇ스토리요 의사양반 변호사양반 내가 이 사람고소하갔어 뭐 죄목이 뭐냐고 ㅠㅠㅠㅠㅠ 이사람이 엽총으로 내 심장을 쏴버리었어 이거 어쩔거야 으앙 글로 사람죽으면 사인으로 인정되나요 사랑한다고 몇번 말해요 방금 中읽고 왔어요 下도 기대할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루키
반말 좋다 이리오삼 냉큼오삼 내사랑 다퍼줘야지 무한리필 가능이요 헤헤 아 진짜 덧글보면서 실실쪼개고 있는 저를 보셔야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어어 다시 읽어주신다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닷..!!! 이리오세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진짜 내사랑 다드려야겠네 이분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기대해주신다니 몸둘바를 모르겠네용 부족하지만 열심히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9
뭐지요ㅠㅠㅠ이 파릇파릇..아니 이 이! 그막안에서 차고올라오는듯한 느낌이든다ㅠㅠㅠ작가님 문체 진짜 제스타일이예요..와ㅠㅠㅠ계속 보게만드는 문체 매력있어요ㅠㅠ암호닉 바게트로 되나요?ㅠㅠ
11년 전
루키
비회원이라닛..!!! ㅠㅠ 열리십숑!
11년 전
루키
와 대박 열렸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진짜 문체 좋다는소리가 제일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암호닉 맨날 받죠.. 저 바게트님 진짜 완전 기억할께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10
문체 대박이네요ㅠㅠ 1년지난 작품이지만 정말 좋아서 댓글달아요ㅠㅠ 추천도 하고 스크랩도 하고가요! 글써주셔서 고맙습니다ㅎㅎ
10년 전
루키
헐 26일전에 ㅠㅠㅠ 덧글 ㅠㅠㅠ 정말 감사합니다 간만에 들어왔는데 덧글있어서 감동먹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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