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 ROOKIE
[야]
[내가]
[저번에]
[말했던]
[형 있잖아]
[진짜 좋은데 어떻게해 나 입근질거려]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 자판을 두들겼다. 힙합 동아리ㅡ사실 입부 동기도 입학식 때 봤던 동아리 공연 무대위 우지호가 너무 멋있었기 때문에ㅡ를 하면서 친해진 부장이, 우지호가 선배 이상으로 좋아진건 어느순간부터라고 굳이 말하기가 애매하다. 여자후배에게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모습이 온몸에 소름이 돋을만큼 나올만큼 보기싫었다. 우지호와 접촉할때마다 공중위에 붕붕 떠있는 느낌에 하루종안 사로 잡혀 있을때가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아 부장한테 꺼져 제발;; 카톡 너한테만 200개 넘게옴]
[차이면 어떻게해 호모라고 더럽다할듯]
[몰라ㅋ 진짜 좋아죽겠어서 포기 못하겠으면 고백하는거지]
그게 말처럼 쉽냐, 인상을 찌푸렸다. 핸드폰을 바닥에 던져버렸다. 사람 사귀는게 인생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도 않았던 표지훈이 거의 1년 가까이 한사람을 앓고 있다는건 거의 지구멸망에 가까운 일이었다. 형동생 관계에 만족하는게 더 행복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한다. 아웃팅보다 더 무서운 것은 우지호랑 멀어지는것이니까. 지금처럼 장난치고 지낼 수 없는 그 현실이 가장 두려웠다.
"진짜 말이 쉽다, 말이..."
표지훈은 베게에 얼굴을 묻었다.
* * *
"아, 진짜 원데이 원벌스 무리예요."
"조용히 하고 써라."
표지훈의 투정은 우지호의 한마디에 묻혔다. 우지호는 다리를 꼬고 허벅지 위에 가사를 적은 종이를 정리해 올렸다. 제도샤프를 마른손가락 사이에서 빙빙돌렸다, 다른 부원들이 쓴 가사를 슥슥 고쳤다. 진전이 잘 나가지 않는지 미간을 좁히고 샤프끝으로 종이를 툭툭 쳤다. 원래 시력이 좋지 않아 무언가를 가까이서 봐야 할때만 검은색 뿔테 안경을 썼다. 털 세운 고양이 처럼 잔뜩 예민해져있는 우지호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가사는 경험으로 쓰는거라고 하잖아요, 형도 그래요?"
"거의."
그렇구나…, 표지훈은 샤프로 빈 종이에 글씨를 끄적였다. 글씨를 썼다가 지우다를 반복했다. 오래간만에 집중했다. 우지호는 가차없이 가사에 줄을 긋고 종이를 넘겼다. 우지호는 새까매진 표지훈의 연습장을 흘겼다. 다썼냐? 가자. 표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첨삭을 끝낸 가사뭉치 아래에 제 연습장을 끼워 넣어놓고 우지호를 따라나갔다.
"형 같이 가요."
이건 더 이상 비밀일 수 없을 것 같아.
나의 까만 눈을 바라볼 때 마다 나타나는 그리움.
어느새 나의 가슴에 드리운 동경.
용기 없는 내겐 그저 꿈 일뿐.
* * *
'진짜 좋아죽겠어서 포기 못하겠으면 고백하는거지'
친구의 문자 내용을 다시 되새기며 결국 우지호의 집앞까지 와버렸다.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번호부를 들어갔다가 카카오톡을 들어갔다가 결국 홈버튼을 눌렀다. 그 짓을 몇십분 째 반복하다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뜨거운 캔커피가 얼음장같은 손에 닿았다. 부적이라도 되는 캔커피를 양손으로 꼭 쥐었다. 제발…, 눈을 꽉 감았다가 뜨고 문자창을 열었다.
"형 나올래? 나올래요? 나오실래요? 시간있으세요?"
다 이상해! 표지훈은 제 머리카락을 쥐어 뜯었다. 예전에는 잘도 나오던 작업멘트가 이제는 머릿속을 지우개로 벅벅 지워버린듯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 몇번씩이나 썼다가 지웠다를 반복하다가 떨리는 손으로 보내기 버튼을 눌렀다.
[형 집 앞인데 나올수 있어요?]
표지훈은 바로 주머니에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심장 쿵쾅거리는 소리가 숨쉬기도 가쁠정도로 쿵쿵 울렸다.
[이미 와놓고 묻냐앗ㅋㅋ!! 알아써]
우지호는 하얀색 후드에 머리를 집어넣었다. 부시시한 머리를 대충 정리했다. 잠깐인데 괜찮겠지? 우지호는 맨발에 삼선슬리퍼를 질질 끌고 밖으로 나갔다. 생각 이상으로 추웠다. 집 앞에 있는 표지훈을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왜? 이 저녁에 형 소환하고 난리야."
우지호는 인상을 찡그리고 제 손을 비비며 입김을 후후 불었다. 표지훈은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을 만지작 거렸다. 우지호는 고개를 들이밀었다.
"나한테 죄지었냐? 뭔일인데?"
눈을 깜빡거리며 쳐다봤다. 입김이 뽁뽁 터져나왔다. 표지훈은 여전히 끙끙거리기만 해더니 우지호의 눈치를 봤다. 여전히 우지호는 멀뚱멀뚱히 쳐다봤다. 뭔데 빨리 말해 나 추워, 발을 동동굴렀다. 표지훈은 패딩 주머니에 들어있던 캔커피를 우지호의 손에 꼭어쥐어줬다. 우지호는 멍하니 쳐다봤다. 이거 주려고 온거야? 표지훈은 그대로 우지호의 손을 꼭 잡았다. 표지훈의 손은 핏줄이 보일정도로 붉어지고 살갗이 거칠어져있었다. 표지훈은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한숨을 쉬었다.
"지호형, 진심으로 좋아해요."
-
중간에 지훈이가 쓴 가사는 더 콰이엇의 닿을 수 있다면 입니당 :>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