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깜빡이 켜야지. "
친절한 영민씨
: 어느 부분이 마음에 들어?
임팀장의 차가 도심을 벗어나 점점 산속으로 들어가길래 산장에서 파는 영계백숙이라도 먹는 줄 았았다. 그러나 임팀장의 차가 정차한 곳은 내 상상과는 달리 기와로 지어진 고급 한정식집이였다. 이런 분위기의 식당은 처음이라 쭈뼛대며 임팀장에게 바짝 붙자, 살짝 미소지은 임팀장이 '그때'처럼 내 어깨를 조심스럽게 감싸 다독였다. 긴장하지 말라는 듯한 그의 행동에 괜스레 들던 긴장감이 갑자기 사르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곱게 개량한복을 차려입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방에선 놀라울 정도로 임팀장과 똑닮은 임팀장의 부모님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를 맞아주셨다. 인사만 했을뿐인데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임영민 팀장은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사람이라는 것을. 임팀장을 쳐다보는 두 분의 눈빛에서 애정이 넘치다못해 흐르고 있었다. 게다가 나를 바라봐주는 그 시선마저 애정이 가득 담겨져 있었으니.
" 영민이 아빠가 한정식을 너무 좋아하는 바람에... 부담스럽죠? 첫만남에 숙녀분을 무턱대고 한정식집으로 초대해가지고. "
" 네? 아녜요, 어머님. 저 한정식 진짜 좋아해요! "
" 그럼 다행이네요. "
정말 미안해하시는 표정을 짓는 어머님에 손사레까지치며 한정식을 좋아한다고 소리치자 어머님이 바로 안도해하시며 미소를 지으셨다. 그 모습이 어찌나 임팀장과 똑같던지. 하마터면 임팀장에게도 웃어보라고 부탁 할 뻔했다.
" 여주야, 이거 덮어. "
한정식 식당의 특성상 좌식 테이블이라 임팀장의 부모님이 먼저 앉으신 걸 확인한 후에 어머님을 마주보게 되는 자리에 조심스럽게 앉는데, 임팀장이 차를 내리면서부터 줄곧 자기 팔에 걸쳐 들고 있던 자켓을 내게 내밀었다. 퍽 진지하고 신경쓰여하는 듯한 표정을 보아 H라인 치마를 입어 다리를 무릎꿇듯이 앉아있던 내가 불편해보였던 모양이였다.
자켓을 받으며 들려온 반말이 여전히 낯설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임팀장을 바라보자 임팀장이 살짝 미소를 지은 채로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이미 이러기로 이야기를 했었지만 결국 낯설음을 이기지 못하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상태면 오빠라고 오늘 하루 저를 부르랬는데, 난 죽어도 못 부를 게 틀림없었다.
" 그래서 아들, 여주씨는 어떻게 만나게 된거야? "
" 같은 회사를 다녀서요─ 디자인팀 팀장이라 자주 만나다보니 눈 맞은거죠, 뭐. "
본격적으로 대화가 시작된 뒤로 내 젓가락질은 현저히 느려졌다. 아니, 느려지고 말고 할 필요도 없이 젓가락은 단지 내 손에만 쥐여져있을뿐 허공에서만 맴돌고 있었다. 혹시라도 말을 잘못할까봐 두려워서였다. 그 결과 내 앞에 예쁜 자기그릇에 담긴 음식들은 거의 처음 상태 그대로였다. 나는 긴장감에 간간히 따뜻하게 우려진 옥수수차만 홀짝였다.
임팀장이 말한대로 어머님은 궁금한게 많으셨던 모양인지 임팀장이 뭘 먹을 새도 없이 이것 저것 우리의 (오늘 하루를 위한) 연애에 대해 물어보고 계셨다. 만남과 연애기간등등. 대부분이 차에서 이미 이야기를 나눴던 것들이였다. 가끔 적당한 리액션을 해주기위해 작게 웃어보이거나 하는게 내 일인 것처럼 임팀장은 약속대로 거의 혼자서 적당히 둘러대고 있었다. 회사 미팅때도 말을 그렇게 잘하더니 여기서도 청산유수였다. 가만히 그의 말에 귀기울이고 있는데, 어머님의 질문에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대답을 하던 임팀장의 젓가락이 내 앞을 왔다가 사라졌다.
" 여기 갈치 구이가 맛있는 것 같아서. "
" ... . "
" 한 번 먹어봐, 여주야. "
내 앞접시엔 깔끔히 발려져있는 살코기가 정갈히 올려져있었다. 쉴 새 없이 말하느라 정신 없었을텐데 내가 못먹고 있는 건 언제 보았는지. 나는 느슨히 잡고 있던 젓가락을 고쳐잡은 뒤 임팀장이 발라준 살코기를 입에 넣었다. 임팀장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였는지 혀에 닿자마자 살살 녹는 것이 맛있어 절로 눈이 크게 떠졌다. 그러다 힐끔 임팀장을 쳐다보다가 얼결에 눈이 마주쳤다.
' 맛있어? '
어쩐지 긴장한 얼굴로 맛있냐고 입모양으로 묻는 그에 고개를 끄덕여보이자 금방 표정이 풀려 언제나처럼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음을 지었다. 참, 볼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태어나서 웃는게 저렇게 예쁜 사람은 처음이였다. 괜히 한 번 더 보고 싶어지는 것 같고. 잠시 홀린 듯 웃고 있는 임팀장의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나를 조용히 부르는 임팀장의 아버지에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사람처럼 허둥대며 나를 바라보고 계시는 아버님한테로 급하게 시선을 옮겼다.
" 여주씨, 좀 진부한 질문같은데 우리 아들의 어느 부분이 마음에 들었어요? "
아버님의 웃음기가 가득 서려있는 물음은 내게 농담처럼 물으시는 것이 분명했으나 어쩐지 그 분위기에 맞추어 농담같은 대답을 내놓을 수가 없었다. 옆에서 갑자기 허리를 꼿꼿히 피며 내쪽으로 아예 고개를 돌린 임팀장이 그 이유였다. 게다가 이런 내용에 대해 미리 얘기한 게 없어서 더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 어─ 어쩌지? 아버님의 질문은 어머님의 호기심을 자극했는지 어머님마저 나를 바라보는 상황이라 세 사람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었다.
젓가락을 쥔 손에 땀이 가득 차는 바람에 금방이라도 젓가락이 내 손에서 미끄러질 것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 ... 제가, 친절한 사람을 좋아하거든요. "
" ... "
" 영민씨가 굉장히 친절하셔서... 그모습에 반했어요. "
대답을 위해 임팀장과의 첫 만남을 떠올리자마자 나온 바보같은 말이였다. 어느 누가 상대를 이성적으로 좋아하는데 '친절해서 좋았다'라고 대답을 할까. 내 대답이 끝나기무섭게 임팀장 부모님의 눈이 동그랗게 변하는 것을 보고 역시 내가 너무 바보같은 말을 내뱉은게 틀림없다고 생각이 들어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 그리고─ ... 음, 잘생겼잖아요. 웃는 모습이 특히. "
웃는 모습이 예쁘다고 말하는 건 거의 의식의 흐름이였다. 친절한 임팀장. 그리고, 어울리기 쉽지않은 붉은 머리가 어울릴정도로 잘생겼지. ... 특히 웃을 때. 딱 이 흐름을 따르던 게 입밖으로 그대로 튀어나와버렸다. 아, 또 바보같이 말한 것 같아. 얼굴이 화르륵 붉어지는게 느껴졌다. 그냥 잘생겼다고만 하고 말았어야했는데. 무의식이 진심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평소 임팀장을 보며 하던 생각을 말해버려서 안간힘을 쓰고 숨기고 싶은 걸 들킨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였다. 내 대답을 듣는 내내 줄곧 놀란 표정을 짓고 계시던 아버님이 입을 떼셨다.
" 우리 영민이가 낯가림이 되게 심한 편인데, 매우 의외네요. "
" 아니야, 여보. 우리가 잘 모르고 있었을 수도 있어. 아까 여주씨 챙겨주는 것도 그렇고, 지금 영민이 좀 봐. "
두 분의 이야기에 놀란 건 나였다. 능글맞다면 능글맞았지, 임팀장이 낯을 심하게 가리다니. 오늘 여기까지 오는 차 안에서도 그렇고, 회사내에서 다른 사람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 사내에서 인기가 있는 임팀장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라 낯가림이 있다는 이야기를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어머님이 살짝 미소 지은 채로 아버님을 툭 치며 하신 말씀에 덩달아 두분을 따라 임팀장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를 줄곧 바라보고 있던 임팀장이 내가 자신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나를 피하듯 바로 고개를 앞으로 돌리는게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팀장의 옆얼굴에 볼록 솟아오른 광대로 그가 웃고 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대체 왜 웃고 있는 걸 숨기려고 했는지 몰라도 그의 씰룩이는, 위로 자꾸만 움찔거리는 입꼬리는 그가 미처 숨기지 못했던 감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 대답을 마음에 들어하고 있는 그 마음을 말이다.
게다가 그의 귓볼은 어느새 그의 머리색만큼이나 붉어져 있었다. 그런 그의 반응이 왜 나를 간질이는 것만 같던지. 그의 조그마한 표정변화도 놓치고 싶지 않아 계속 그의 옆 얼굴을 눈에 가득 담고 있을때, 임팀장이 천천히 고개를 다시 내쪽으로 돌려 나와 눈을 맞췄다. 내가 보았던 능글맞거나 예쁘게 웃는 모습과는 달리 임팀장은 웬지 모르게 쑥스러워하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웃느라 살짝 휜 눈은 한없이 다정했고, 그 다정함은 오로지 나를 향하고 있었다. 분명, 임팀장과 나는 연애하는 사이가 아닌데─ 그의 눈빛때문에 꼭 그와 진짜 연애하는 착각을 일으켰다.
" 여주씨만 말하면 여주씨가 민망하니까, "
" ... "
" 아들은 여주씨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어? "
이번엔 어머님이 임팀장을 향해 내가 받았던 질문을 똑같이 물으셨다. 그제야 왜 임팀장이 갑자기 허리를 꼿꼿히 폈는지 알것만 같았다. 나도 모르게 임팀장이 그랬던 것처럼 허리를 펴 앉았으니까. 정말 연인사이도 아닌데, 나의 어디가 호감이였는지 묻는 질문에 이렇게 긴장이 되는지. 임팀장과 마주보는 것을 피한 채로 대답했던 나와 달리 임팀장은 계속 나와 다정하게 눈을 마주치고 있는 상태에서 입을 열었다.
" 친절해질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점, "
" ... "
" 반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점,"
" ... "
" 그리고─ "
" ... "
" 예뻐서요. 웃을 때든, 놀랄 때든. 뭘하든 내 눈에 예뻐서. "
정말이지, ...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심장이 갑자기 너무 빠르게 뛰기 시작해서. 이러면 안되는데─하면서도, 그 순간 나는 나를 담고 있는 저 다정한 눈이 내 남자의 것이길 바랬다.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꿨을 오로지 나를 향한 사랑과 애정이 가득 담긴 눈빛을 지금 임팀장, 임영민이 가지고 있었으니까.
***
" 피곤하죠? "
" 이제 다시 존댓말 하는 거예요? "
" 왜? 내가 반말하는게 더 좋아? "
그 뒤론 어떻게 이야기가 다시 진행되고, 식사를 끝내고, 그리고 임팀장의 부모님과 헤어졌는지 기억이 전혀 안날정도로 나는 멍한 상태였다. 열감기에 걸린 사람마냥 몸에서 열이 내려가지 않는 기분이였다. 나를 데려다주기 위해 우리집으로 향하는 차 안은 라디오만 떠들고 있는 묘한 고요함이 차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러다 라디오의 소리를 천천히 줄이며 피곤하냐고 물어오는 임팀장이 다시 내게 존댓말을 쓰는 것을 짚어내자, 내 질문이 끝나자마자 바로 반말로 훅 치고 들어오는 임팀장이였다.
" 뭐야─ 왜 그렇게 부끄러워해요, 여주씨. "
... 나도 그걸 모르겠어요, 임영민씨.
웃기게도 임팀장의 반말을 듣자마자 나는 어두컴컴한 차 안이라 내 표정이 잘 안보일걸 알면서도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 화끈거려. 이런 나를 보며 짧게 웃음을 터트리던임팀장은 알았어요, 장난 안칠게. 라며 존댓말도, 반말도 아닌 애매한 말을 남기고는 다시 운전에 집중했다. 드문드문 도로에 있는 가로등에 비춰지는 임팀장의 얼굴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주황불빛때문에 임팀장의 붉은 머리카락이 유독 더 붉게 보였다. 참 알 수가 없었다. 임팀장의 반말에 왜 부끄러워했는지 몰랐던 것처럼 내가 왜 지금 그를 훔쳐보고 있는지를.
' 친절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점, '
...
' 뭘하든 내 눈에 예뻐서. '
그를 힐끔댈때마다 자꾸만 내 귓가를 맴도는 저 말때문에 미칠 것 같았다. 고개를 조금 흔들어보기도 하고, 다른 생각도 해봤는데 (예를 들면 다음주부터 또 시작될 새 프로젝트같은 걸 말이다) 효과가 전혀 없었다. 또다시 몸에 열이 오르는 것 같아 손부채질을 하자, 조수석 창문이 손가락 한마디 정도 내려갔다. 순간 내가 오두방정을 떨다가 창문 버튼을 실수로 누른 줄 알고 그대로 굳어있다가 백미러로 임팀장의 눈치를 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 내가 내렸어요. "
" 아... . "
" 더워요? 에어컨 킬까요? "
" 아니요, 그냥... 그..., 네. 더워요. "
아, 정말 왜 이러지. 이렇게 자주 말을 더듬지 않는데 유독 임팀장과 대화할때면 그랬다. 이게 다 '그때'의 일때문이려나. 오늘로부터 '그때'의 일로 진 빚을 청산한거나 다름없는데.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덥다는 내 말에 바로 창문을 다시 올린 임팀장은 차 에어컨을 켰고, 덕분에 또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던 얼굴이 천천히 식는게 느껴졌다. 적당히 시원한 바람이 차 안을 가득 채울즈음 창문너머의 풍경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 김팀장님, "
" 네? "
내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의 골목길로 차가 접어들고 있을때 임팀장이 갑자기 나를 나지막히 부르는 거였다. 회사에서 매번 듣던 호칭이였는데, 어째서인지 임팀장의 입에서 김팀장이라는 호칭이 나오자 낯설었다. 심지어는 서운한 감정까지 들었다. ...어우, 김여주. 정신 차리자. 임팀장은 그저 태어나기를 다정했을 뿐이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였다. 오늘 있었던 모든 일은 오로지 오늘만을 위한 거라고. 혼자 이상한 착각에 빠지지 않기 위해 그렇게도 되뇌였다.
휑하던 낮과 달리 골목길을 따라 빽빽하게 주차된 차들때문에 임팀장의 차는 더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 고마웠어요, 오늘. "
" 에이, 저야 맛있는 저녁식사를 좋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는 걸요. "
내 대답에 살짝 미소짓던 임팀장의 표정은 금방 고민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아무래도 차가 내 집 앞까지 못 가게 된 탓인 것 같았다. 현재 위치에서 5분정도만 걸어가면 집인지라, 나는 안전벨트를 풀며 여기서부터 걸어가도 괜찮다고 말했다. 조수석 바닥에 두었던 핸드백을 집어들고 차 문고리를 잡을때까지 그런 나를 눈으로 쫓던 임팀장이 집 앞까지 데려다준다며 자기 안전벨트를 풀려고 하길래 뇌가 생각이라는 걸 거치기도 전에 급히 손을 뻗어 그의 안전벨트 버클을 붙잡았다.
... 맹세코 나는 이 행동이 임팀장의 손 위에 내 손을 겹치게 할 줄은 몰랐다.
" ... "
" ... "
자기 손 위에 올려져있던 내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임팀장이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화들짝 놀라며 급히 손을 뗐다. '그때'의 일 이후 회사에서 다시 마주쳤을때도 못느꼈던 어색함을 지금 느꼈다.
" ... 죄송해요, 그게, 임팀장님 피곤하실까봐 빨리 집에 가서 쉬셨으면 해서, 어, 네.. "
" ... "
" 그, 그럼 월요일날 회사에서...! 회사에서 봬요, 임팀─ 으어어??! "
거의 처음보다시피 한 임팀장의 무표정에 (일할때도 거의 웃는 낯이였으니까) 더 당황해서 팔을 휘저어가며 횡설수설하다가 거의 도망치듯 차문을 열고 내리는데, 오른발을 잘못 내딛어 바로 넘어질 것처럼 휘청거렸다. 그때 임팀장이 애처롭게 허우적대던 내 왼팔을 단단히 붙잡아 당겨준 덕에 넘어지는 걸 간신히 면했다. 이미 몸의 반을 밖으로 뺀 상태라 차 천장에 이마를 살짝 부딪히긴 했지만.
급하게 몰려오는 민망함에 팔을 빼려고 했으나 임팀장이 잡고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 조심해요. "
" ... 네, 그럴게요. 저 이제 가게 팔.. 팔을 좀. "
" 아. "
어느새 걱정하는 눈빛으로 조심하라고 말하던 임팀장은 내가 잡힌 팔을 다른 손으로 가르키자 바로 내 팔을 잡고 있던 손의 힘을 풀었다. 임팀장의 손이 스르륵 내려가자마자 나는 몸을 마저 차 밖으로 빼내어 나온 뒤 바로 차문을 닫았다. 오늘 안그래도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바보같은 짓을 많이 했는데 이걸로 화룡점정을 찍은 것 같았다. 으, 진짜 바보. 속으로 자학아닌 자학을 하고 있을때 조수석 창문이 내려갔다.
" 그럼 전 여기서 그만 가볼게요, 여주씨. "
" 아, 네! 데려다주셔서 감사해요. "
" 근데 여기 골목이 너무 어두운 것 같아서, 김팀장님 집 들어가는 것까지만 지켜볼게요. 그래도 괜찮아요? "
내려간 조수석 창문을 보고 살짝 허리를 숙이자 마찬가지로 허리를 살짝 앞으로 숙여 핸들에 몸을 기대어 나와 눈을 마주하는 임팀장이였다. 임팀장의 말을 들으며 힐끔 골목길을 확인하니 정말 가로등이 골목 입구에만 있어 뒤로 갈수록 어두컴컴하다 못해 블랙홀마냥 금방이라도 빨려들어갈 것 같은 암흑이였다. 늦은 시각 저 골목을 혼자 걸어갈 걸 생각하면 사실 임팀장의 물음은 나에겐 고마운 일이였다. 내가 고개를 끄덕여보이자 입꼬리를 올려 웃던 임팀장이 여전히 핸들 위로 몸을 엎드린 채로 짧게 손을 흔들었다. 나는 그 인사에 맞추어 마주 손을 흔들어 준 뒤 걸음을 옮겼다.
내가 걸음을 떼는 동시에 짧게 늘어져있던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길게 바뀌어 어두워져있던 골목을 밝혔다. 그러니까, 임팀장이 나를 배려해 헤드라이트를 단거리에서 장거리로 바꿔준 것이였다. ... 정말 이러면 반칙인데. 나는 차 안에서 겨우 정리한 마음이 다시 싱숭생숭해지는 것을 느꼈다. 온갖 쌩쇼를 다 한 후에야 내 귀를 떠났던 친절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점─ 이라고 달게 말하던 임팀장의 음성이 다시 돌아오기까지 했다. ... 망했다.
그리고 내 어두운 밤길을 밝혀주던 헤드라이트는,
내가 오피스텔 1층 현관 계단을 오르고 나서야 꺼졌다.
*
주저리 |
안녕하세요, 드래곤 수프입니다! 글잡에 들어왔다가 초록글 두번째에 올라와 있는 걸 보고 너무 깜짝 놀랐어요. 감사합니다. 그래서 더 더 좋은 글로 돌아오고 싶어서 계속 수정을 하다보니 업로드가 항상 제 예상보다 하루가 늦어지네요ㅠ_ㅠ 그래도 제 글을 좋아해주시고 영민이에게 애정 가득한 독자님들을 위해 시간나는 대로, 아쉽지 않은 분량으로 오려고 노력중이에요. 그나저나 오늘 편에서 왜 제목이 '친절한 영민씨'인지 나왔네요ㅎㅎ 그럼, 오늘의 '친절한 영민씨'을 읽기 위해 사용된 시간의 배로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라요. 다음 편에서 뵈어요, 독자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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